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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구 - 그와 그녀의 일기 by 메르피나

갑자기 불치병에 걸려 허약한 몸과 이상한 능력을 손에 넣은 여자 아이가 옆집으로 이사온 퇴마사와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참고로 대문 그림의 경우 인터넷에서 찾아 도용한 것으로 저작권 법에 침해될 시 바로 삭제하겠으니 쪽기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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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메르피나  lv 2 35% / 405 글 24 | 댓글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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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 10. 27 - 그녀의 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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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메르피나[grace]
조회 810    추천 2   덧글 0    / 2009.10.28 23:52:17

09. 10. 27   a.m. 4 : 54   - 그녀의 일기 -


 
어제는 침대에 누워 거의 뜬 눈으로 하루를 보냈다. 유모가 일어나자마자, 나는 그녀에게 달려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대신 변명해 달라고 애원했다. 너무도 당황하던 유모는 나와는 다르게 곧 마음의 평정을 되찾았고,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하지만 나는 걱정과 불안으로 인해 두근대는 가슴을 부여잡고, 유모가 내 방으로 와서 소식을 들려줄 때까지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나의 이런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할멈이 다시 내 방으로 올라온 것은 저녁 9시가 넘어서였다.


 
아가씨, 잠 좀 자셨어요?”


 
나는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할멈의 입에서 나올 말들이 궁금하기도 했고, 무섭기도 했다. 유모의 첫마디는 매우 밝은 목소리로 잘 되었다는 말이었다.


 
별채로 이사온 그 사람이요,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아 보였어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유모의 말을 믿어 주던가요?”


 
. 믿어주긴 했는데, 제가 아가씨가 부탁한 데로 설명한 것은 아니고……”


 
갑자기 유모가 말을 끊었다. 내가 부탁한대로가 아니면 어떻게 이해시킨 거지? 어떻게 그 사람에게 내 상태를 부정한 거지? 온갖 의문들이 머리 속을 쏜살같이 지나갔다.


 
우리 옆집에 이사온 사람 말로는 본인이 퇴마사라고 하더라고요.”


 
난 순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유모, 그 분이 퇴마사인 것과 내 상태에 대해 들킨 것과는 무슨 상관인건가요?”


 
잔뜩 긴장한 체 유모를 주시하는 나를 보며, 유모는 한숨을 한번 쉰 뒤 나에게 말해주었다.


 
그게처음에 제가 찾아가서 다짜고짜 어제 아가씨가 한 일에 대해 사과하고, 별일 아니라고 말했어요. 헌데 그 사람이 그렇게 부정할 필요가 없다면서, 자신은 사실 귀신이 보인다는 거에요.”


 
순간 복잡한 미로 길에서 이상한 샛길을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다는 것이지?


 
결국 몇 십 분간 부정하려던 노력이 허사였다는 것을 깨닫고, 아가씨에 대한 모든 것을 털어놓고 말았지요. 아가씨가 걸린 이상한 병에 대한 모든 것을요.”


 
나는 그만 기절할 것 같았다. 그때 나를 사로잡고 있던 생각은 유모에 대한 원망도, 퍼져나갈 소문도, 한없이 걱정해 주실 부모님도 아니었다. 나에게 놀리는 것만 같은 말투로 말을 걸던 그 사람이 나의 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였다.


 
그래서, 그 분이 내 병에 대해 듣고 뭐라고 하던가요?”


 
그게 말이죠, 자신이 퇴마사라는 사실을 동네에 소문내지 않는다면, 아가씨가 동물 말을 알아 듣거나 한다는 것을 소문내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었어요.”


 
유모가 기뻐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구나. 다행이야. 엄청난 안도감이 나를 덮었다. 하지만 그 넓은 안도감으로도 덮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할멈, 그 분이 나에 대해 또 무슨 소리를 하지는 않던가요?”


 
유모는 의아한 듯이 나의 질문에 질문으로 답해주었다.


 
? 무슨 소리요? 글쎄요…… ! 글쎄 그 사람, 아가씨랑 비슷한 점이 많던데요? 그 사람도 퇴마사라 낮에 자고, 밤에 일을 한데요. 게다가 남들이 듣지 못하는 이상한 소리도 많이 듣는다고 하더라고요.”


 그 순간
내가 궁금했던 것은 그 사람에 대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어제 내가 잘못 들었던 것일까…… 계속해서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유모의 말 중간에 나는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유모, 혹시 그 분이 나에게 뭔가 부탁 같은 것 한다는 말은……”


 
? 어떤 부탁이요?”


 
유모의 호기심 가득한 눈길을 피하며, 나는 내 물음에 스스로 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에요, 할멈. 내 착각이었나 봐요.”


 
그 뒤로도 유모의 수다는 계속되었다. 예상대로 우리 별채가 거의 달라진 점이 없다는 것, 그 사람의 짐이 거의 없어서 집안의 소리가 울릴 정도라는 것, 남자 혼자 살아서 그런지 몰라도 집안에 갖은 인스턴트 쓰레기가 쌓여있더라는 것…… 그 외에도 내가 다 기억하기 힘든 많은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나는 나와 비슷하게 남들의 눈에 희한한 사람으로 비춰질 수 있는 사람이 옆집으로 이사 왔다는 신기함과 함께, 그 사람에 대한 여러 가지 호기심이 밀물처럼 몰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다시는 그 사람과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는 없을 듯 했다.


 
12
시 정각이 넘어서야, 나는 나의 심경과 생각들을 갈무리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할멈의 말에 따르자면, 그 사람이 나에 대해 두려워하는 건 아닌 듯 했다. 으음. 그건 확실히 아니었다. 유모의 말이 없다 손 치더라도, 어제 그렇게 별것 아니라는 쾌활한 웃음으로 내게는 나름대로 엄청나게 심각한 물음을 넘겨버리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매가 그저 웃기는 아이라고 생각한 건가? 그럴 수도 있었다. 어제의 말들이 그저 다 나를 놀리는 것일 수도하지만 왜? 이 추측에는 어떤 타당성 있는 이유가 부족해 보였다.


 
그렇다면 유모의 말을 듣고, 더 이상 내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일까?’


 
이렇게 저렇게 머리를 굴려 보아도 내가 생각해 낼 수 있는 이유들은 결국 이 하나의 의견으로 봉착되었다. 조금만 뛰어도 가슴이 아파오고, 햇빛을 오래 보면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나 같은 아이가 어디에 도움이 되겠어? 내가 만약 다른 사람의 입장이라고 해도, 자신의 일을 돕는데 나 같은 아이를 쓸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한참을 이런 비관적인 생각에 휩싸여 있었다. 그때 갑자기 어제와 같은 소리가 나의 귓가를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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