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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구 - 그와 그녀의 일기 by 메르피나

갑자기 불치병에 걸려 허약한 몸과 이상한 능력을 손에 넣은 여자 아이가 옆집으로 이사온 퇴마사와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참고로 대문 그림의 경우 인터넷에서 찾아 도용한 것으로 저작권 법에 침해될 시 바로 삭제하겠으니 쪽기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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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메르피나  lv 2 35% / 405 글 24 | 댓글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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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메르피나[grace]
조회 847    추천 1   덧글 1    / 2009.11.06 23:48:31

 너 여기서 지금 뭐 하는 거야?”


 
아저씨는 너무도 놀랜 나머지 입이 쩍 벌어져 있었다.


 
,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왜 나 안 꺼내 주는 거야?”


 
고야는 아직 산삼 안에서 소리지르고 있었다. 강아지는 입에 물었던 부적을 입 안에 넣고 질겅질겅 씹었다. 그러더니 그걸 획 뱉어 버리며 말하는 것이었다.


 
네 녀석, 내 보물에 무슨 짓을 하려던 거냐?”


 
아저씨! 강아지씨가 이 산삼을 보고 자기 보물이라는데요?”


 
나는 재빨리 아저씨에게 강아지의 말을 전했다. 아저씨는 내 말을 듣고 이해하기 힘든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나 스스로도 내가 전하는 말이 뜻하는 바에 당혹함을 감추지 못했다.


 
뭐야, 그럼 고야를 여기에 가둔 게 네 녀석의 짓이냐?”                   


 
아저씨는 자신을 가로막은 강아지를 무섭게 쳐다보며 차갑게 물었다. 강아지는 아저씨의 기에 눌렸는지, 약간 몸을 떨면서 말끝을 흐렸다.


 
, 내가 가둔 건 아니다만…… 아무튼 내 보물에 손 대지 마라!”


 
강아지씨. 이러지 마세요. 아저씨는 산삼을 원하는 게 아니고요, 산삼 안에 갇혀 있는 분을 꺼내려고 하시는 것뿐이에요. 금방이면 되니까 잠시만 강아지씨의 보물에서 물러나주세요.”


 
내가 차근차근 상황을 설명하고 부탁했으나, 들려오는 대답은 냉정했다.


 
안되! 내가 필요한 건 영혼이 들어있는 산삼이란 말이다!”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강아지의 말을 아저씨에게 되도록 빨리 전하는 것뿐이었다.


 
도대체 너한테 이게 왜 필요한데


 
아저씨의 물음에 강아지는 말없이 나와 아저씨를 노려보고만 있었다.


 
확실히 혼이 들어있는 산삼을 아는 사람만 알고 있는 만병통치약이지…… , 설마?”


 
그래!”


 
강아지는 아저씨의 말을 끊고 크게 소리쳤다.


 
내가 이 곳에서 산삼을 발견했을 때, 어떤 놈이 좋은 걸 알려줬지. 그저 단순한 산삼으로 가져가는 것 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는 것을 말이야. 그래서 그 놈과 계약했다. 그 놈이 더 좋은 산삼으로 만들어 주는 대신 내가 죽어서 혼을 내주는 조건으로 말이야.”


 
나는 정말이지. 내가 말할 수 있는 최고의 빠르기로 이 이야기를 아저씨에게 전했다. 산을 오를 때보다 더 숨이 막혀왔고, 목소리는 점점 커져만 갔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과 알 수 없는 대화의 한 가운데에 서서, 나는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옆에 서 있던 나무를 한 손으로 최대한 세게 잡고 있었다. 까칠하고 단단한 나무 껍데기가 내 살을 파고들었다. 아팠지만정신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바보를 봤나! 그건 식신이 파 놓은 함정이야. 식신에게 네 영혼을 먹히는 건 승천하는 게 아니고 혼이 파하는 거라고! 그리고 계약한 상대의 혼이 파하는 순간 그 계약은 무효가 되는 거란 말이다!”


 
순간 사나운 바람이 일었다. 나는 떠밀려가지 않도록 나무를 두 손으로 꼬옥 붙들었다. 그런 내 눈 앞에 까만 구름덩어리 같은 것이 나타났다. 뚜렷한 형체가 존재하지 않은, 그저 허연 눈과 입만 덩그렇게 박힌내 키에 두 배만한 큰 덩어리였다. 순간의 느낌으로, 나는 그것이 아저씨와 강아지가 말하고 있는 식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오. 강아지님. 계약된 시간에 맞춰 오셨구먼. 약속한 데로 여기 혼이 들은 산삼이 있으니, 이제 자네 혼을 먹어도 되겠지.”


 
걸걸한 목소리가 산에 울려 퍼졌다. 강아지는 아저씨의 말에 동요되었는지, 멈칫하며 식신에게 물었다.


 
내가 너한테 먹히면 계약이 깨진다는데, 그게 사실이냐?”


 
이런, 이런. 여기 시끄러운 것들이 잔뜩 있어서 그런 이상한 소리를 들었구먼. 내가 한 계약은 영혼이 있는 산삼을 너한테 주는 것이었으니, 계약은 확실히 지켰네. 여기 이 산삼을 보면 모르겠나?”


 
그때였다. 아저씨가 큰 소리로 외쳤다.


 
이 녀석 말을 믿으면 안되! 네가 잡혀 먹히면 저 산삼을 도대체 누가 할머니께 갖다 드린다는 거냐?”


 
그래! 이 녀석은 너를 먹고, 계약이 파기된 후에 나까지 먹으면 그만인 거다!”


 
논리적인 아저씨의 반박과 고야의 절규에, 강아지는 그 검은 덩어리에게서 한 발자국씩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이런, 귀찮은 것들! 바로 죽은 귀신보다 몇 달 묵은 귀신이 더 맛있어서 이런 나답지 않은 짓거리까지 했건만. 귀신과의 계약은 꼭 지켜져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진 않겠지? 넌 나에게 먹힐 운명인 거다.”


 
식신은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며 뒤돌아 도망가는 강아지에게 빠르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아저씨는 부적을 꺼내 길게 접더니, 식신을 향해 재빠르게 던졌다. 그 부적은 커다란 덩어리의 끝 쪽에 박혔다. 식신은 자신의 몸에 무언가가 박힌 걸 느꼈는지, 강아지를 따라가던 걸 멈추고 그 자리에서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칼 같은 바람이 산속의 모든 생물을 덮쳤다. 나는 양팔로 나무를 꼭 끌어안은 채 나를 날려버리려는 바람에 맞서 싸웠다. 얼굴을 후려치는 바람 속에서, 나는 간신히 실눈을 떠서 아저씨 쪽을 바라볼 수 있었다. 아저씨는 두 발을 넓게 벌리고 굳건히 서서 손을 합장한 채 무언가를 외우고 있었다. 제발제발 성공하길. 그러나 아저씨가 외우는 것이 끝나기도 전에 그 부적은 식신의 몸에서 떨어져 조금 떨어진 나뭇가지에 걸리고 말았다.


 
, 너무 약하게 박혔군.”


 
아저씨는 바람에 휩쓸려 가지 않도록 몸을 땅에 바짝 웅크린 채,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아저씨도 나도, 모두 나뭇가지에 간당간당 걸린 채 세찬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부적 한 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든 저 부적을 손에 넣어야 했다. 나는 있는 힘껏 팔을 뻗어보았으나, 곧 거센 바람 때문에 그저 떠밀려가지 않도록 나무를 꼭 잡을 수 밖에 없었다.


 
잡것들이 감히 나를 방해해? 계약한 것뿐만 아니라 모든 혼을 다 먹어주지! 마침 배고픈데 맛깔스런 밥상이 차려진 꼴이구나!”


 
바람의 방향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이젠 모든 것들이 식신이 있는 쪽으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나도아저씨도, 부적! 나는 눈으로 부적의 행방을 찾았다. 부적은 점점 하늘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안돼!”


 
나의 비명이 공허하게 바람과 함께 사라져갔다. 그때였다. 강아지가 허공으로 뛰어올라 부적을 입으로 물었다. 바람에 휩쓸려 강아지는 식신이 있는 쪽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강아지씨가어서 주문을 외우라고!”


 
나는 내 목소리가 바람에 묻히지 않게 목청이 터지도록 아저씨를 향해 외쳤다. 힘이 들어서인 걸까. 점점 더 절박해져 가는 내 상황 때문이었을까. 눈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호오…… 스스로 나한테 먹히러 오다니, 괜찮군 그래. 하지만……”


 
갑자기 식신이 강아지를 향해 센 입김을 내뿜었다. 강아지는 먼 곳에 내동댕이쳐졌고, 물고 있던 부적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나는 눈 앞이 하얗게 되고 말았다. 머리속도 하얗게 되었다. 이제 어쩌지. 절망적인 시선으로 아저씨를 바라보니, 아저씨는 산삼이 있는 쪽으로 힘겹게 다가서고 있었다.


 
생각. 생각을 해야 돼.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무사히 타파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강아지도, 고야도 구할 수 있는 걸까. 어떻게 하면도대체 어떻게 해야 아저씨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걸까. 나는 점점 정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저 반복적인 의문과 물음들만 바람과 함께 나를 맴돌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어떤 섬광이 내 머릿속을 훑고 지나갔다. 그래! 그 방법이라면 되겠어! 나는 양팔로 나무를 안은 채, 힘겹게 한쪽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 안을 뒤졌다. 그리고 아까 먹던 과자봉지를 꺼내 되는대로 높이 들어올리고는 있는 힘을 다해 외쳤다.


 
저기, 식신님! 강아지씨 대신 이 과자라도…… !”


 
식신이 만들어낸 바람을 타고 과자봉지가 그만 내 손을 떠나고 말았다. 순식간에 안에 있던 과자들이 봉지 밖으로 나오더니 바람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산산이 부서져 식신을 향해 무서운 속도록 끌려갔다.


 
, 이게 뭐야!”


 
감자칩의 소금 때문인지, 식신은 순간 그 허연 눈을 감았다. 아저씨는 이 모습을 보자마자 산삼에 부적을 붙이고, 빠르게 무언가를 외워갔다. 아까의 진에 다시 빛이 나기 시작했고, 부적은 허공으로 날아올라 타 들어갔다. 그러자 산삼의 앞에 어두운 금발의 단발머리를 한, 왠지 무서워 보이는 여자아이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발목까지 오는 검은 킬힐 부츠를 신고, 빨간 체크무늬의 미니스커트와 가죽재킷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차림새와 다르게 키도 얼굴도 10대 중반의 나이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네 녀석이구나! 감히 나를 계약에 이용해먹은 놈이!”


 
그녀는 허리에 차고 있던 긴 채찍을 이용해 식신을 감았다. 그러자 세차던 바람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갑자기 긴장이 풀린 탓인지 손도 다리도 후들거렸다. 내가 나무를 안고 있던 힘을 빼자 온몸에 힘이 동시에 빠졌고, 그대로 나무를 타고 미끄러져 바닥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어디 다친대 없어? 괜찮은 거야?”


 
아저씨는 나를 향해 달려왔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있는 나를 부촉해 조심스레 풀숲에 앉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이런 비겁한 놈들! 계약은 계약이니 저 강아지는 내가 먹어야겠다!”


 
식신의 말에 신음소리가 섞여있었다. 이 말을 들은 고야는 채찍은 더욱 조이며, 식신을 향해 호통쳤다.


 
비겁한 건 네 녀석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제 저 산삼에는 혼이 없으니, 계약이 깨진 것인데, 무슨 요행수를 바라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냐! , 천기야. 이 녀석 처리 가능한 부적이 정말 한 장도 없는 거야?”


 
까칠한 느낌이 가득 담긴 물음이었다. 아저씨는 고야와 식신을 향해 다가가더니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부적 한 장을 접어 식신을 향해 날렸다. 이번에는 식신의 한 가운데에 깊숙이 박혔다.


 
퇴치는 못해도 방법은 있지.”


 
아저씨는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그 부적을 중심으로 커다란 진이 순식간에 펼쳐졌다. 주문이 끝나자, 그 식신은 땅에 곱게 박혀있던 산삼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식신의 굵은 비명이 귓가에 울렸다.


 
다음부턴 준비를 좀 잘 하고 다녀. 나까지 힘들게 하고 있어!”


 
채찍을 집어넣고, 고야는 무척이나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두 손을 털었다. 그러더니 산삼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그것을 한 손으로 쑥 뽑아버리는 것이었다.


 
이건 내가 카레 재료로 가져가야겠어.”


 
그때 땅에서 신음소리와 함께 일어선 강아지가 말했다.


 
, 그건 내 꺼야.”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감히 이 고야님을 산삼 안에 가둔 죄값을 묻지 않은 것만으로 감지덕지하게 여겨!”


 
아저씨는 둘의 말싸움을 듣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내 의뢰 내용을 완수하려면 그 산삼이 필요해. 그거 없으면 이 강아지가 승천을 못할 것 아니냐.”


 
안돼! 절대 안돼! 이번엔 아빠한테 맛난 카레를 만들어줘야 한단 말이다.”


 
그렇게 까지 우긴다면…… 할 수 없지.”


 
아저씨는 또다시 품에서 부적 한 장을 꺼냈고, 손가락을 깨물어 피 한 방울을 부적에 묻혔다. 그리고 허공에 날리며 주문을 외웠다. 부적은 사라지고, 대신 눈 앞에 현무가 나타났다.


 
아빠, 아빠!”


 
고야는 산삼을 내팽개치고, 현무의 품 안에 뛰어들었다. 강아지는 잽싸게 떨어진 산삼을 물더니 내 옆으로 재빨리 다가왔다.


 
어유, 울 딸. 얼마나 고생했쪄요? 아빠가 다 잘못했쪄. 다음부터는 우유가 들어간 카레든, 초콜릿이 들어간 카레든 전부 맛있게 먹을게.”


 
현무가 고야를 따뜻하게 안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고야는 그런 현무를 올려다보며, 울먹였다.


 
아니에요, 아빠. 다음부터는 우유나 초콜릿은 넣지 않을게요. 대신 콩나물은 괜찮죠?”


 
우리 예쁜 고야가 만든 카레는 어떤 작품이 되든 맛있게 먹을 수 있다니까. 이젠 절대 그런 걸로 화내지 않을게.”


 
그것 때문에 싸운 거냐……”


 
아저씨는 씁쓸히 중얼거렸다. 하지만 나는 두 사람이 화해하고 포옹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 그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아빠, 나 저 산삼! 카레 재료로 쓸건대……”


 
고야는 강아지가 물고 있는 산삼을 가리켰다. 강아지는 위협적인 포즈를 취하며 으르렁거렸다.


 
? 카레에? 저건 그냥 강아지나 줘버리자. 그것보다 우리 고야 배고프죠? 빨리 집에 가서 밥 먹자.”


 
현무는 산삼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고야를 쓰다듬으며 설득했다. 그리고 아저씨를 향해 말했다.


 
, 천기! 계약 완료니까, 다시는 속성으로 나 소환하지 마라. 나 그거 싫으니까. 그리고 귀여운 아가씨는 다음 기회에 또 보자고!”


 
? 귀여운 아가씨?”


 
에이, 우리 딸도 참…… 그냥 인사치레 한 거야. 어서 가자.”


 
내가 본 어떤 부녀지간보다도 가장 친밀해 보였던 두 사람은 그렇게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저씨는 내게로 다가오더니 손을 한번 털었다. 그러더니 강아지에게 꿀밤을 먹였다.


 
아저씨!”


 
이 놈이 감히 나랑 단아를 속여? 내가 그렇게 못미더웠냐? 그냥 솔직하게 말했으면 쉽게 끝날 일을 이렇게 어렵게 만든 소감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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