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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게소설] `나로` by 류모씨

-그래도, 날겠어요.

[]
총 편수 10 / 총 관심작 수 20 / 총 추천수 6 / 총 용량 -21.46Kby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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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5)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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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 류모씨[hyobbang21]  
조회 1437    추천 10   덧글 9    / 2009.11.08 15:05:40

 

 

(5)나로

 

시험을 망쳤다.

이른 아침. 우편함에 꽂혀 있던 성적표를 인터셉트해 학교로 오면서 나로는 착잡한 심정이었다. 혹시나 전산과정에 오류가 생겨 괜찮은 성적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헛된 기대는 슬며시 뜯어본 성적표에 기입된 숫자들에 한순간에 무너졌다. 꾸깃꾸깃 성적표를 접어 가방 속 아무 곳에나 쑤셔 박았다. 에효효, 한숨을 뱉으며 학교로 걸음을 옮긴다.

대학 가는 데 수능이 중요하지 내신이 중요하나?

혼잣말을 구시렁거려 보지만 그것에 별 의미가 없다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부족한 집안 사정을 고려해보자면 그녀는 국립대를 가야 했고, 그러려면 내신의 중요성도 쉬이 볼 수 없는 노릇이었다. 수능? 당연히 잘 쳐야 하고.

“에효효효.”

묵직한 한숨을 내뱉으며 걸음을 재촉한다. 0교시 수업까지 시간이 아슬아슬하다. 오늘 과목은 외국어 독해. 교사는 들어와서 영어 카세트나 틀어주고 졸겠지만, 돈 낸 게 아까워서라도 다 들어둬야 했다. 허술하게 먹고 온 아침 때문에 배가 어중간하게 고팠지만 애써 무시한다.

배고픔 때문이었을까. 그녀는 자신의 뒤를 조용히 따라오는 검은색 승용차 둘을 눈치 채지 못했다.

아슬아슬하게 시간에 맞춰 교실에 들어선 나로는 친구들과 인사하며 가방을 책상에 걸고 책을 펼쳤다. 필통을 꺼내고 볼펜을 손에 집는다. 그 순간, 교실 앞의 낡은 스피커에서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3학년 1반 나로. 나로 학생은 지금 즉시 교무실로……》

“……?”

그녀는 의아해하며 앞쪽의 스피커를 응시했다. 친구들은 또 무슨 사고를 쳤냐며 장난을 쳤고 나로는 그런 일 없다고 말하면서도, 무언가 자신이 잘못한 게 있나 되짚어보며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났다. 교실을 벗어나 복도로 나온다. 수업 종이 치지 않은 복도에서는 남학생 몇몇이 시끄럽게 장난을 치고 있었다.

복도 몇 개를 넘자 교무실이 보였다. 쫄래쫄래 걸어간 나로는 교무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교무실 안쪽, 문 양쪽에 서있던 양복을 입은 남자 둘이 재빠르게 그녀의 양팔을 낚아챘다.

“에?”

사태를 인지하지 못한 그녀의 눈에 당황스러워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연신 에에 거리며 버둥거리는 그녀의 앞으로, 또각또각 구두소리를 내며 다가온 선글라스의 사내가 조용히 입을 뗐다.

“나로 양 되시지요.”

“그……런데요?”

“잠시 같이 가주셔야 할 곳이 생겼습니다. 따라오실까요.”

“어, 어디로요? 그보다 아저씨들은…….”

“자세한 사항은 나중에 가르쳐드리겠습니다. 우선, 가시죠.”

선글라스의 사내가 앞장섰고, 그 뒤를 양쪽의 양복남에게 붙잡힌 나로가 질질 끌려갔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감도 안 잡혀, 나로는 어안이 벙벙한 채로 가만히 몸을 늘어뜨리고만 있었다. 그때였다.

퍼억!

앞서 가던 선글라스의 사내가 코너를 도는 순간, 벽 뒤에 숨어있던 나로의 담임선생 지혜가 튀어나와 사내의 턱을 갈겨버렸다. 풀썩 힘없이 쓰러지는 양복남. 얼레레, 하며 나로가 입을 떡 벌리는데 지혜가 외쳤다.

“나로야! 엎드려!”

아슬아슬하게 엎드린 나로의 바로 위로 몸을 날려, 그녀는 나로를 붙들고 있던 사내 둘에게 플라잉더블크로스라인을 작렬시켰다. 양복남들은 단말마를 내지르며 복도에 처박혔다. 복도에 나동그라진 채 지혜가 외쳤다.

“도망쳐! 나로야!”

“예? 예?”

“이 자식들 뭔가 이상해! 학교에 남은 네 기록을 죄다 말소시키려고 했단 말야! 뭔가 있어! 어서 도망쳐!”

“에에에?”


“아 빨리이!”


버둥버둥 일어난 나로는 어쩔 줄 몰라 하다 이윽고 느릿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쓰러져 있던 선글라스남이 팔을 뻗어 나로를 잡으려 했지만 지혜가 엘보우 드롭으로 침묵시켰다.

복도를 가로질러 교실을 향해 달리던 나로는 아래쪽 계단에서 양복남들이 우르르 몰려오자 식겁해서 위쪽 계단으로 몸을 향했다. 그녀의 뒤를 쫓는 양복남들을, 교실에서 무슨 일인가 살피던 아이들이 뛰쳐나와 몸을 날려 막았다. 평소 말뚝박기하던 실력이 그대로 나와서 양복남들은 비명을 지르며 복도 벽에 처박혔다. 친구들에게 감사할 새도 없이 질주한다. 이게 뭔일이야 도대체에에에, 비명을 지르며 나로는 별관으로 이어진 유리복도를 내달렸다.

“거기 서!”

“잡아!”

별관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양복남들. 교복 블레이저를 잡히자 급히 벗어 양복남들을 피한 나로는 계단 난간에 엉덩이를 붙이고 주르륵 아래층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 무시무시한 속도에 양복남들은 손도 못 대로 계단을 굴렀다.

엉망으로 흐트러진 셔츠를 정리할 새도 없이, 별관 뒤쪽 화단으로 빠져나온 나로는 운동장 정문을 향해 있는 힘껏 달렸다. 그 뒤로 새카맣게 몰려드는 양복남들. 진심으로 무섭다. 눈물마저 찔끔이며 다리를 박차는 나로의 눈에, 문득 정문에 서있는 한 여자가 들어왔다.

어깨를 넘어서는 웨이브 진 흑발. 두꺼운 안경. 아무렇게나 바람에 휩쓸리는 하얀 의사 가운. 그리고, 입에 물린 담배.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헐떡이며 막 정문을 지나는 나로의 다리를 그 여자는 발로 툭 걸어버렸다. 새된 비명을 지르며 나로는 땅에 쓰러졌다. 아야야야, 신음을 흘리며 몸을 뒤틀어 나로는 그 여자에게로 얼굴을 돌렸다.

안경 너머로 텅 빈 눈동자가 보였다.

무엇을 잃으면 저런 눈을 가지게 되는 걸까. 나로는 알 수 없었다. 그녀의 공허한 눈동자 속으로 비치는 것은 그저 한없는 절망이었고, 그렇기에 나로는 그 눈을 마주할 수 없었다. 시선을 돌리는 나로를 무표정하게 쳐다보던 그녀는 교문에 등을 붙인 채 주르륵 몸을 미끄러뜨렸다. 바닥에 엉덩이를 내려놓은 그녀는 담배를 던져버리고는 나로에게 말했다.

“안녕.”

감정 따윈 하나도 없는 목소리로.

“오늘부터 네 주치의가 될 해원이라고 해. 만나서 반가워.”

이어지는 말에 나로는 그저 온몸을 가늘게 떨 뿐이었다.

“―‘실험체’ 아가씨.”

그것이, 둘의 첫 만남이었다.




1화, <해원, 시우, 위상, 그리고 나로>
fin.



---

여기 나오는 학교 잘 기억해두세요.

......

아뇨, 그냥 ㅎ_ㅎ 별로 중요한 건 아님 ㅎ_ㅎ 이 소설에는 이제 안 나오겠지만여 ㅎ_ㅎ



2화 (1)은 금방 올라갈 겁니다.

그 뒤가 문제지만. 구상을 안 해둬서 요즘 슬슬 바빠져셔 언제 또 쓸지.

암튼 추천과 선작과 리플 감사해요 >ㅅ<

아, 작품추천도 좀 해주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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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선호수야 11/08/03:37
난 언제나옴 ㅎ_ㅎ?<
0 11/08/03:54
재밌네요.ㅎㅎ
0 11/08/07:23
으으... 역시 이 나로는 출판되어야 마땅함.!
75 해원 11/08/09:32
은근슬쩍 신작 광고.ㅋㅅㅋ

추천추천~
68 시우 11/08/11:14
얍얍 추천여!ㅋㅋ
53 33 11/09/12:20
아오 ;ㅂ; 플라잉더블크로스라인 ㅠㅠ
86 산바람 11/09/12:42
오호호, 재밌군요 +_+
76 위상 11/10/02:12
아 지혜...<
0 11/12/10:32
재미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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