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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게소설] `나로` by 류모씨

-그래도, 날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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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1)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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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 류모씨[hyobbang21]  
조회 1579    추천 8   덧글 13    / 2009.11.09 00:15:04

 

2화.

 

(1)별을

 

소년은 어둠이었다.

땅에 닿을 듯 말듯 하는 매끄러운 벨벳 망토는 완벽한 암흑이었고, 윤기 있는 마술사 모자는 자정의 뒷골목 같은 불길한 색을 띄고 있었다. 모자와 망토가 만들어내는 그림자에 파묻혀, 그는 무저갱에 숨어든 한 줄기 삭풍처럼 검었고 또한 흐릿했다. 하얗게 탈색된 머리칼은 슬쩍 비치는 역광 같을 뿐, 그가 어둠이라는 사실에 티끌만큼도 흠을 주지 못했다.

새벽의 지하 공동을 그는 걷고 있었다. 공동을 밝히던 불빛이 그가 지날 때마다 치지직, 소리를 내며 꺼져버렸다. 신경도 쓰지 않고 계속해서 걷던 소년은 공동의 가운데에 서자 느릿하게 발을 멈췄다. 입을 연다.

“거기 있는 거 아네. 나오게.”

“……쳇. 귀신같기는.”

공동을 둘러싼 기둥 뒤에서 한 남자가 미끄러져 나왔다. 그는 구시렁대며 품에서 라이터를 꺼내 불을 켰다. 캄캄하던 공동이 조금 밝아진다.

라이터를 켠 남자의 복색은 엉망이었다. 히피족이라도 되는 양 아무렇게나 떨어진 청바지에 가죽 재킷, 안에는 검은색 쫄나시. 머리에는 AC밀란 모자가 적당히 얹혀 있다. 그는 욕지기를 내뱉으며 소년에게 다가갔다.

“빌어먹을! 여전히 우중충하구먼. 패션 센스 좀 바꿔보는 게 어떻수? 대장?”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이군 키라. 그 꼴만 봐서는 자네가 ‘아카식’의 최고 실력자인줄 누가 알겠나.”

“뭔 상관이요. 자랑하고 다닐 일도 아닌데.”

모자를 벗어 엉망인 머리를 북북 긁는 키라. 그를 보며 소년, ‘아카식’의 대장 선호는 가늘게 미소했다. 키라는 기분 나쁘다는 얼굴을 하며 물러섰다.

“웃지 마쇼. 간 떨어질 거 같으니까.”

“이거 실례. 방금 전까지 내게 덤벼볼까 고민하던 남자의 간이 그렇게 작을 줄은 몰랐네.”

그 말에 키라는 입을 떡 벌렸다.

“……어떻게 알았수?”

“명색이 아카식의 수장이고 ‘태초의 악’이라 불리는 내가 그 정도도 못 눈치 챌 줄 알았나? 뭐, 애교 정도로 봐줄 생각이었는데 자네가 기습을 않더군.”

“솔직히 말하자면 기둥 뒤에 숨어서 빈틈을 찾고 있었수. 그 전에 댁이 날 끄집어낸 거고.”

“안타깝군. 자네 정도면 나도 즐겁게 놀 수 있을 텐데 말야. 어떤가? 지금이라도…….”

키라는 손을 급히 휘저었다. 고개도 절레절레 젓고 있다.

“사양하겠수다. 다음 기회로 미룹시다.”

“후후. 내가 이래서 자네를 좋아해.”

“소름 끼치는 말은 그만두고……부른 이유나 말하쇼. 나한테 직접 명령을 내리는 건 되게 오랜만인 것 같은데.”

선호는 대답 대신 손가락을 튕겼다. 공동을 둘러싼 전등에 일제히 불이 들어온다. 그제야 키라는 손에 들고 있던 라이터를 껐다. 가로등을 천천히 둘러보던 선호가 조용히 입을 뗐다.

“그거 아나, 키라? 나는 빛을 싫어하지 않네.”

“……갑자기 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요?”

“빛이 날 싫어하는 거야. 나는 빛을 싫어하지 않지만. 우린 그렇게 태어났고, 싸우는 것은 숙명이었지. 그래서 나는 악역을 도맡았고 이 세상의 모든 어둠을 다스려왔어. 무수한 조직을 만들었고 알맞은 악마들을 낳았네. 빛이 하나로 뭉칠 수 있도록. 그들이 단합해서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나는 빛을 위해 그 끝없는 시간 속에서 영원토록 어둠의 정점에 있었네.”

감상에 젖어 씁쓸한 눈으로 가로등을 하나하나 응시하는 선호에게 키라는 손가락으로 귀를 파며 내뱉었다.

“연극배우 하시지 그러쇼? 대사가 아주 맛깔나누만. 뭔 개소린지는 모르겠지만.”

“요점은, 그거네. 이 기나긴 엉터리 극에 종결을 고할 때가 왔다는 거지.”

키라는 천천히 귀에서 손가락을 떼어냈다. 선호는 키라를 직시하며 한 자 한 자 말했다.

“‘가이아’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네. 그리고 어리석은 인류는 자신들이 죽인 그녀를 강제로 되살리려 하고 있어. 안식마저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게야.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선호의 목소리에 실리는 묵직한 힘에 키라는 이를 악물었다.

“그들 자신의 원죄(原罪)를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는 걸세.”

“……그래서? 난 뭘 하면 되는 거요?”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면 되지. 악당으로서의 역할 말일세.”

선호는 새카맣게 웃었다. 끔찍하게 깊고 어두운 웃음이었다. 키라는 허허 마주 웃으면서도 식은땀을 흘렸다. 이런 미친놈에게 덤벼보려고 했다니. 자신은 얼마나 미친 걸까. 그런 그에게 선호는 말을 이었다.

“현재 인류구원을 위해 실행 중인 프로젝트의 총 수는 54개. 다른 조직원들에게 나머지를 처리하게 시켰네. 자네는 제일 위험한 프로젝트……‘S’를 저지하게.”

“인류를 구하는 걸 막으라는 말이요? 나도 인간인데? 당신 제정신이요?”

“난 멀쩡하네. 자네는 인간이지만 동시에 이 ‘아카식’의 조직원이기도 하고. 그리고 인류를 구하는 걸 막는 게 아닐세.”

다음 말에 키라는 멍해져서 자신 앞의 이 소년을 멍청하게 바라보기만 했다.

“우리는 파멸을 수호하는 걸세.”

“……!”

키라는 손으로 눈을 가렸다. 어깨가 부들부들 떨린다. 이윽고 그는 온몸을 떨며 미친 듯이 웃어젖혔다.

“푸, 푸하하하하! 크하하하하! 좋아! 좋아! 진짜 좋아! 나쁜 짓을 하려면 이 정도 스케일은 돼야지! 지구를 멸망시키기 위해서! 멋져! 최고야!”

선호는 빙그레 웃으며 그런 키라를 보고만 있었다. 한참 웃다가 뚝 웃음을 그친 키라는 물었다.

“그런데 하나만 물읍시다.”

“뭔가.”

“지구 멸망하면 댁도 뒤지잖수. 괜찮아?”

선호는 답 없이 빙그레 웃다가 고개를 작게 흔들며 뇌까렸다.

“글쎄. 나도 이제는 잘 모르겠네. 나도 늙은 걸까. 아니면……어머니를 더 이상 힘들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일까.”

“‘어머니’?”

“그래. 어머니 말이야.”

선호는 거기서 말을 끊고 웃음을 지운 다음 몸을 뒤로 물렸다.

“자세한 자료는 곧 보내주겠네. 지원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고. 그럼, 다음에 보지.”

“에에, 수고하쇼.”

선호는 허공에 녹아들듯 사라졌다. 하여간에 위험한 놈이야, 중얼대며 키라는 몸을 돌렸다. 저 대장만 만나면 배가 무지하게 고파진다. 근처에 잡아둔 호텔에 가서 룸서비스나 잔뜩 시켜야겠다. 생각하며 그가 막 발을 옮기는 참이었다.

공동을 둘러싼 기둥 중 하나에서 그림자 하나가 튕겨져 나왔다. 그림자의 허리춤에서 새하얀 검광이 번뜩인다 싶더니 키라의 목 뒤로 벼락처럼 내리꽂혔다. 적의를 감지한 키라는 재빠르게 몸을 뒤로 반전시키며 손바닥을 위로 치켰다.

칼날과 손이 마주친다. 직후, 끔찍한 열기와 쇼크웨이브가 공동을 초토화시켰다. 일제히 기둥들이 무너져 내리는 가운데 키라는 뒤로 물러서며 손에 힘을 모았다. 그는 상대에게 고함을 쳤다.

“웬 놈이냐!”

……아아. 역시 키라형. 현존 최강 에스퍼라는 게 개소리는 아니네요. 완전히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막냐? 아, 그리고 놈이 아니라,”

키라에게 칼을 휘둘렀던 상대는 생긋 웃으면서 허리춤의 칼집에 칼을 도로 집어넣었다.

“년이올시다.”

허리춤에 매달린 짧은 외날 직도. 몸에 딱 붙는 댄디한 흑백 정장. 남자처럼 짧은 머리칼의 소녀.

키라는 끌어올렸던 기세를 누그러뜨리면서 어이가 없다는 듯 말을 내뱉었다.

“뭐야……셰미 아냐. 언제부터 있었어.”

아카식의 멤버 중 최고 막내, 셰미는 작은 가슴을 내밀면서 엣헴 웃었다.

“처음부터요.”

“……처음부터 나한테 한방 먹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선호 저 영감도 모르게 숨어서?”

“특기가 암습인걸요. 흐하하하.”

하여간 지독한 것. 혀를 내두른 키라는 앞장서 공동을 빠져나가며 물었다.

“암습 한 번 해보려고 여기 온 건 아닐 거 아냐. 왜 왔냐?”

쫄래쫄래 그런 그를 따라가던 셰미가 답했다.
 
“아아~그게요~너무 심심해서 잉여거리다가 와 봤달까~”

“너도 임무 배정받은 게 있을 거 아냐. 그거나 해.”

“다 했으니까 심심하다는 거잖아요.”

키라는 에? 하는 눈으로 셰미를 봤다. 셰미는 여봐란 듯 자신의 칼을 툭툭 쳐 보였다.

“프로젝트 세 개. 저한테 배정된 거요. 옛 저녁에 끝냈습죠. 암살로 슥슥 목 따는 건 코 푸는 것보다 쉬워서리.”

“……너한테 소녀심이라는 건 없냐.”

“소년심만 있습니다. 헉헉퍽퍽!”

상대를 말자 상대를 말아, 고개를 저으며 키라는 지상으로 올라섰다. 새벽이었다. 별빛을 밭아 새파랗게 빛나는 유적을 무표정하게 보던 그는, 뒤따라 올라오는 셰미에게 말했다.

“심심하면 가서 철권이나 해. 6탄 나왔다고 지랄발광을 하더니.”

“온라인 렉이 넘흐 심해요. 렉권이예요 렉권. 싱글 엔딩 다 보고 나니 슬쩍 질리기도 하고.”

“아아악! 좋아. 그래서, 요점만 말해보자 우리. 심심한데 왜 날 따라왔지?”

모자를 푹 눌러쓰는 키라에게 셰미는 당당하게 외쳤다.

“형이 제일 위험한 임무를 받을 테니까! 따라가서 놀려구요!”

“……난 혼자 일해. 지금까지 쭉 그래왔어. 너도 알 텐데.”

셰미는 콧방귀를 뀌며 목 뒤에서 손가락을 깍지 끼웠다.

“뭐 어때요 그런 원칙 따위. 지구 멸망이 머지않았구만.”

“이게…….”

“아 시끄럽구! 따라가게 해줄 거예요 말 거예요?”

고개를 확 들이미는 셰미. 골치가 아파 미간을 쓸던 키라는 죄다 귀찮은 심정이 되어 손을 내저으며 발을 옮겼다.

“멋대로 해. 방해만 말고.”

“후와우! 형님 멋쟁이!”

가까운 곳에 세워둔 람보르기니에 나란히 올라타는 둘. 시동을 걸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며 키라가 툭하고 물었다.

“그런데 셰미 넌 어떻게 생각해?”

“뭘요?”


“지구가 멸망한다는 거.”

“뭔 상관이에요.”

칼을 품에 폭 안고 조수석에서 몸을 말아 웅크리며 셰미는 작게 중얼거렸다.

“어차피 영원한 건 없잖아요.”

“…….”

“언젠가는 다들 죽는다구요. 기왕 그럴 바엔 다 같이 한 번에 죽는 것도……뭐 나쁜 일은 아니겠죠.”

“넌 살고 싶지 않아?”

“글쎄요.”

자신의 창백한 손을 노려보다 그녀는 눈을 꾹 감고 조수석에 몸을 묻어버렸다.

“어차피 우리는 아카식이잖아요. 괴물답게 최후를 맞는 게 정해진 수순 아니겠어요.”

“…….”

“꼴좋다! 뭐 이런 대사를 하면서 멸망을 지켜볼래요. 저는.”

“그러냐.”

몸을 웅크리고 잠을 청하는 셰미. 그런 그녀를 흘깃 응시한 다음, 기어를 올려 속도를 높이면서 키라는 작게 중얼거렸다.

“……그래도 나는 인간으로 죽고 싶다.”

 

 ----
 

이제 어쩌지<



아카식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추후에 나옵니다



추천선작리플 감사감사

폭참했으니 한동안 연재가 없겠지만

추천이 넘쳐난다면 빨리 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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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해원 11/09/12:19
역시 아카식 멤버가 더 멋진 듯ㅠㅠ

헤헤, 셰미가 해원에게(만) 소녀심을 보여 주는 장면이 나오길 바라는 저...=ㅂ=) <
68 시우 11/09/12:23
ㅋㅋㅋㅋㅋㅋㅋㅋ
68 시우 11/09/12:23
ㅜㅜㅠㅠㅠ셰미님ㅠㅠㅠ
53 33 11/09/12:27
셰미 님이 여자야 아앜!!! >_< 저건 하지만 셰미님이 분명해 아앜 ;ㅂ;
86 산바람 11/09/12:46
허허, 이 작품 정말 출판되면 좋겠군요 ㅇㅁㅇ
0 11/09/12:53
키라님 멋져부렁! 추천!
48 선호수야 11/09/04:09
내가 영감이라니!
75 키라요시카게 11/09/10:41
....
0 11/09/11:23
보통 한글로 몇장 쓰시나요? 아니면 몇 글자라도.
43 류모씨 11/10/02:54
장바르도//한 화당 보통 a4 2~3매 정도 올립니다. 이번 화는 4매네요.
76 위상 11/10/02:15
키라님인데 너무 멋있음. 쳇.
0 11/12/10:36
끄앙꺆꺆 추천!
55 셰미하자 11/12/09:25
오오...! 소인 등장 간지난다 켴켴 [아놔;; 렉권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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