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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구 - 그와 그녀의 일기 by 메르피나

갑자기 불치병에 걸려 허약한 몸과 이상한 능력을 손에 넣은 여자 아이가 옆집으로 이사온 퇴마사와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참고로 대문 그림의 경우 인터넷에서 찾아 도용한 것으로 저작권 법에 침해될 시 바로 삭제하겠으니 쪽기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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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메르피나  lv 2 35% / 405 글 24 | 댓글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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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 11. 9 - 그의 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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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메르피나[grace]
조회 927    추천 1   덧글 2    / 2009.11.17 21:49:46

09. 11. 9   a.m. 6 : 19   - 그의 일기 -


 
따뜻한 전기장판이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붙드는 하루의 시작이었다. 날씨는 벌써 겨울인가 싶을 정도로 차가워져서, 집안 곳곳에 고여있는 차가운 공기가 나를 뼈 속까지 시리게 했다. 이젠 정말 뜨뜻한 온수라던가 따끈한 방바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은 되면서도, 이런저런 현실적인 고민 끝에 나는 결국 얼마간 더 전기장판 한 장으로 버텨보기로 했다. 그렇게 결정하고 나니, 겨우 사람 하나 누울 정도로 작은 그 곳의 면적에서 벗어날 의욕은 점점 더 사그라들어 흔적조차 남지 않게 되는 것이었다.


 
겨우겨우 나만의 열대 섬에서 벗어난 나는 이런저런 준비 끝에 현무를 소환할 수 있게 되었다. 단아와 만나 이런저런 조사를 하기 전에, 우선 현무를 만나 추궁해 보아야 될 것들이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내가 아까운 부적 한 장을 쓰면서 만날 수 있었던 사람은 현무가 아니라 고야였다.


 
뭐야? 왜 네가…… 현무님은 어디 가시고, 네가 불려 나온 거야?”


 
, ? 천기 안녕? 설마 했는데 정말 나를 소환했구나.”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묻는 말 같은 건 무시하려 애쓰는 고야였다. 하아…… 하긴 고야가 무슨 죄랴. 하지만 눈 앞의 고야에게 정답게 인사를 건네기엔, 현무에 대한 배신감이 너무 컸다.


 
, 현무님 어디 갔냐고 묻잖아.”


 
? 글쎄…… 나도 모르겠네. 중앙 모임에서 황룡님이랑 술이라도 한잔 하고 있지 않을까?”


 
말이 좀 되는 소리를 해. 지금은 사신 모임이 있을만한 시기가 아니잖아. 도대체 어디로 튄 거냐? 사람이 한번 내 의뢰를 망치지 않겠다고 했으면 지켜야 하는 것 아냐? 물론 정확히 말하자면 계약에 위반되는 건 아니야. 하지만 사신님이 어떻게 퇴마사를 돕지는 못할 망정 내 약점이나 잡고, 그걸 이용해먹냐! 애초에 이 지역이 담당도 아닌 사람한테 그런 귀찮은 일이나 떠맡기고……”


 
, 그거……”


 
내가 마구 열을 내며 숨도 안 쉬고 분통을 터트리는데, 갑자기 고야가 내 말을 자르며 말했다.


 
그건 내가 아빠한테 부탁한 거야.”


 
나는 순간 어안이 벙벙해져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속에서 부글부글 끓던 무언가가 소화기로 인해 갑자기 진화된 듯한 느낌이었다.


 
그게…… 그 아주머니께 내가 예전에 신세를 진 것이 있거든. 어떻게든 도와드리고 싶었는데, 내용을 들어보니 내가 가서 성불 시킬 수 있을만한 내용이 아니더라고.”


 
, 그래! 내가 현무를 그것 때문에 소환하려고 했었지! 나는 고야의 말을 듣다가,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이 퍼뜩 떠올라 다시 이것저것 따지며 물었다.


 
말도 안돼. 들어보니까 그냥 막노동이던데, .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현무님을 소환한 거다. 도대체 어떤 이유 때문에 직접 처리하지 못하고 나를 시키는 건가 해서. 어머니와의 추억이 있던 곳에서 못 떠나는 걸 보면, 어머니와 관련된 어떤 조건이 성립이 안되어서 승천을 못하는 거 아냐? 트리거는 거의 99퍼센트 내가 가지고 있는 머리핀일 테고……”


 
별거 아니라는 내 말에, 고야는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고분이 듣다가 말했다.


 
그것만이라면 상관이 없어. 문제는 그 귀신의 상태야.”


 
? 귀신의 상태가 어때서?”


 
나는 조용한 고야의 모습이 이상하게 생각되어서, 어느새 공격적이던 나의 말투가 누그러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귀신, 자기가 죽었는지를 인식하지 못해.\"


 
그거야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귀신이라면 다 나타나는 현상 아니야? 이제 한 삼일 정도 지났으면, 본인이 말을 걸어도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고,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하니 웬만해선 다 깨닫지 않아? 하다못해 죽은 지 얼마 안돼서 기 부족으로 인해 무거운 물건은 들지도 못한다는 사실 때문에라도 인식하지 않았을까?”


 
그렇지가 않아. 그 귀신, 어렸을 때 만두가게에서 어머니를 기다리던 10시 무렵부터 만두가게가 끝나기 전인 1시까지 밖에 이승에 나타나지 않는단 말이야. 하다 못해 아주 조금만 더 이승에 있을 능력이라도 있다면, 본인이 안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주인이 문을 닫는 걸 보고 눈치를 챘겠지.”


 
이런…… 기가 너무 약한 것도 문제로군.”


 
내 말이 바로 그거야. 게다가 만두 가게 밖으로는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아. 그리고 원래 그 가게 안에서 다른 사람한테 말을 걸거나 음식을 시키거나 하지도 않았나 봐. 매일 갔을 테니, 생전에도 주인도 왔나 보다 하고 말을 안 시켰을 테지. 그러다 보니 자신이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될 그 어떤 경험을 하지도 못했고, 앞으로 할 가능성이 무척 적어.”


 
고야는 시간을 들여 나에게 상황을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개구쟁이에 항상 촐랑대는 고야가 저렇게 차분한걸 보면, 꽤나 고마웠던 분인가 보다 라고 생각되었다.


 
요컨대 특수 케이스라 이거군.”


 
. 그 말대로야. 그러니 좀 도와줘. 함부로 내가 성불시키려다가 귀신이 자신을 부정해버리기라도 하면 어떻게 해.”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그런 특수 케이스라면 내가 몇 번 맡은 경험이 있긴 했다. 확실히 자신이 귀신임을 인식 못하는 상황에서 사람보다 귀신이 먼저 알아채 말을 걸면, 평소 귀신 같은 오컬트를 전혀 믿지 않았던 사람의 경우 현실을 부정하게 되고, 완력으로 이승에서 사라지게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게 되겠지. 그래서 퇴마 경험이 부족하거나, 기가 약한 퇴마사가 섣불리 맡았다가는 영영 승천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귀신을 몰고 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궁금한 점이 있는데, 그런 일이라면 태일이 녀석도 잘하지 않아? 이쪽 지역 담당이기도 하고. 왜 그 녀석한테 부탁하지 않은 거야?”


 
너 몰라? 태일이 지금 한 달째 해결 못하고 있는 큰일이 있어. 혹시 해결됐나 해서 내가 아라를 불러 물어봤는데, 아라가 아주 비명을 지르더라니까. 힘들어 죽겠는데 그런 일로 왔다갔다하게 하지 말라고.”


 
무언가 힘든 일을 하고 있는 건 알았다. 하지만 아직도 해결 못하고 있을 줄이야. 태일이의 식인 아라가 비명을 질러댈 정도면 정말 안 풀리는 일인가보다. 도와 달라고 콜만 하면 당장 달려갈 친구가 근처에 있는데…… 섭섭한 자식. 3일전 통화할 때도 별일 없는 것 같다만. 그나저나 비명 지르는 아라라니.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서운걸?


 
그러더니 아라가 나한테 네가 태일이 영화 표를 공짜로 가져갔으니까, 너한테 시키면 될 거라고 말하더라고. 그거 원래 이번 일 끝나면 본인이랑 태일이랑 보러 갈 거였다고……”


 
내 데이트 코스를 알려준 범인이 바로 그 녀석이었구먼. 아니, 더 나아가 이번 일의 원흉이 바로 그 녀석이었다. 태일이가 그런 몰상식한 짓거리를 했으면 당장 아작 내 주겠지만…… 솔직히 아라는 좀 상대하기가 힘들다.


 아무튼 그래서 아빠한테 상담했더니 좋은 수가 있다고 해서 따른 것뿐이야, 나는. 그래도 이런 사정이 있었으니 아빠한테 너무 뭐라고 하지 말아줘. 아빠에게 죄가 있다면 이 예쁘고 귀여운 딸을 너무 사랑한 죄 밖에 없으니까.”


 
무슨 신파극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튼 사정을 전부 듣고 나니, 나한테는 화를 낼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앞 전에 고야에게 큰 소리를 낸 것이 조금 미안해졌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화를 냈네. 이야기를 듣고 보니 현무님께도 뭐라고 할 생각이 없어졌어. 걱정 마. 알았으니까. 이번 의뢰 내가 책임지고 해줄게. 그럼……”


 
, 잠깐! 이번 의뢰는 내가 옆에서 도와줄게. 너 어차피 마땅히 부리는 식도 없잖아. 그렇다고 해서 나 같이 고귀한 존재가 네 식 노릇을 한다는 건 아니니까, 착각은 금물이야. 아무래도 이것저것 요리 비법을 전수해 주신 사부님 아들인데, 그냥 구경만 하긴 뭐해서 그래.”


 
고야는 어느새 평소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중학생 정도로밖에 안 보이는 주제에 나만 보면 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녀석이다.


 
? 너 현무님도 안 계신데, 다른 퇴마사가 소환하면 거기에 응해야 하는 거 아냐? 제대로 현무님 후계자 노릇을 하고 있어야지.”


 
아아. 아빠 지금 집에 있으니까 괜찮아. 글쎄 나한테 진심으로 잘못했습니다. 천기님.같은 말을 하게 했다고 삐쳐선 말이야…… !”


 
고야는 급하게 자신의 입을 양 손으로 틀어막았다. 아아, 그럼 그렇지. 아라 말만 듣고서는 내 사정 같은 건 알아보지도 않고, 바로 귀신을 보낸 것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거였구먼. 그래서 현무님이 이 일을 듣고, 얼씨구나 하면서 나한테 떠넘겼구나?”


 
딱히 얼씨구나 한 건 아니고……”


 
당당하고 힘차던 고야의 목소리가 저 방구석까지 기어들어갔다. 아무튼 현무는 정말 나랑 상성이 안 맞는 사신인 것 같다.


 
아아. 알았으니 변명은 사양할게. 그나저나 단아도 같이 가기로 했으니, 그렇게 알고 있어. 혹시라도 단아한테 쓸데없는 소리를 하면 너 당장 아웃이야.”


 
그러자 고야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 그 계집애는 왜 끌고 다니는 거야? 너 감히 이 고야님의 의뢰인데, 일에만 집중해야 하는 것 아냐?”


 
이런 말 하는 걸 보면 정말 애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 400살도 더 먹은 귀신한테 설명해야 할 필요성이 눈곱만큼도 느껴지지가 않는다. 고야님이 알아서 생각하시죠.”


 
!”


 
나는 등 뒤에서 무언가를 계속 중얼거리며 투덜대는 고야가 나를 따라 집 밖으로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현관문을 잘 잠갔다.


 
너 계속 투덜대면 안 데리고 다닌다.”


 
고야는 나온 입을 다물고 침묵을 지키는 듯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동네방네가 다 들리도록 큰 소리로 외쳤다.


 
! 단안가 뭣인가 빨리 나와! 고야님이 기다리고 계시잖아!”


 
아무튼 성격 하고는. 하긴, 그래 봤자 그 큰 목소리를 이 동네에서 들을 수 있는 사람은 나와 단아 정도밖에 없을 듯 하지만. 고야의 외침으로 인해 단아의 방에 불이 꺼졌고, 나는 바로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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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ㅅㄷㄴㅅ 11/27/08:31
정독완료~!~!
7 ㅅㄷㄴㅅ 12/15/04:06
오랜만ㅇ 들렀는데.... 꺄악~! 무슨일 있으신가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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