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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게소설] `나로` by 류모씨

-그래도, 날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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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2)노래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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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 류모씨[hyobbang21]  
조회 1564    추천 9   덧글 13    / 2009.11.20 02:47:12

 

(2)노래하는

 

《1차 융합 실험이 곧 시작됩니다. 전 직원은 자신의 위치로……》

방송이 연구소 내부를 울린다. 헐레벌떡 제복 단추를 잠그며 시우는 방 밖으로 튀어나왔다. 발이 걸려 휘청거리면서도 겨우겨우 중심을 바로잡고 달린다.

맙소사, 첫 실험일인데 늦잠이라니. 수석 오퍼레이터 주제에 지각이라니. 상관들한테 된통 깨질 걸 생각하자 텅 빈 속에서 위산이 올라올 것만 같았다. 헛구역질을 참으며 시우는 있는 힘껏 내달렸다. 브리핑 룸까지 얼마 안 남았다! 그때 급히 코너를 도는 그녀의 눈앞으로 사람 그림자 하나가 닥쳐왔다. 시우는 입을 떡 벌렸다. 못 피한다!

쾅!

“흐억!?”

“왁!”

장대하게 바닥에 나동그라지는 둘. 으으 신음을 흘리며 그녀는 말하려 했다. 아, 저기 죄송합니다…….

“아야야, 아니 아가씨, 눈은 장식입-”

그러나 말하는 상대를 보고 그녀는 떡 굳었다. 구시렁대던 남자도 시우를 보고는 완전히 굳었다. 둘 다 동시에 벌떡 일어선다. 시우는 저도 모르게 팔을 뒤로 뻗었다가 앞으로 힘차게 뻗어냈다. 짜악-!

팔을 들어 그 싸대기를 막아낸 남자, 위상은 재빠르게 시우의 양손을 잡고 벽으로 밀어붙였다. 벽에 등을 부딪친 시우가 고통에 눈살을 찌푸렸다. 시우의 귀에 대고 위상은 으르렁거렸다.

“재회하고 나선 계속 이 모양이군, 시우.”

“내가 이제 너한테 줄 건 이것뿐이니까.”

“적당히 해둬. 몇 년이나 지난 일이잖아. 우린 이제 남남이라는 말이야. 귀찮게 좀 굴지 마.”

“웃기지 마! 그렇게 뻔뻔한 얼굴로……잘도……잘도 날 갖고 놀았겠다!”

몸부림치는 시우를 계속해서 벽으로 밀어붙이며 위상은 낮게 뇌까렸다.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 자꾸 거슬리게 굴면……죽여 버린다.”

“뭐? 얼씨구! 이거 무서워서 어쩐대? 그래! 죽여, 어디 한 번 죽여보시지!”

“농담처럼 들리나 보군.”

위상은 얼굴을 굳힌 채 허리춤의 템플러 소드(Templar sword)를 뽑을 준비를 했다. 시우는 불타는 눈동자로 그런 그를 노려봤다. 일촉즉발의 순간,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젊은 남녀 간에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화들짝 놀란 둘이 놀라서 보자 그곳에는 총사령관 치비가 서서 품의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었다.

“우리 모두 지각일세.”

선글라스 너머로 칼날 같은 안광이 번뜩였다.

“어서 가야지?”

시우와 위상은 민망한 얼굴로 얼른 서로의 몸을 떼어냈다. 서로를 노려본 다음 재빨리 브리핑 룸으로 향한다.

브리핑 룸에는 이미 대부분의 인원이 모여 있었다. 치비의 뒤에 숨어 자신의 자리로 슬금슬금 향하던 시우는 마침 오퍼레이터 석으로 오는 민철과 마주쳤다. 준비과정 때문에 눈살을 잔뜩 찌푸린 채 고함을 지르며 돌아다니던 그는 대뜸 시우에게 소리부터 쳤다.

“수석 오퍼레이터가 제일 늦게 오면 어쩌자는 거야!”

“죄, 죄송합니다!”

“사과는 됐으니 빨리 자리로 가! 실험까지 20분밖에 안 남았어!”

“넵!”

상관에 대한 욕을 속으로 삭히며 시우는 재빨리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브리핑 룸의 거대한 화면에는 몇 건물 떨어진 곳에 있는 실험실의 전경이 비치고 있었다. 정신없이 분주한 실험실의 가운데에는 액체가 담긴 투명하고 커다란 시험관과, 그것을 조율하고 있는 두 명의 연구원이 보였다.

 

 

“PET용액의 상태는 완벽합니다. 시험관 상태도 이상 없구요.”

“이번 실험을 버틸 수 있는 강도인가요?”

“이번 실험뿐인가요, 앞으로도 계속 쓸 수 있을 겁니다.”

해원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옆을 봤다. 반 곱슬머리를 깔끔하게 뒤로 넘긴 젊은 연구원이 부드럽게 웃고 있다. 가이아 연구소의 연구원장, 이름이……쿼츠라고 했던가. 확실히 유능한 남자다.

“으으~ 그나저나 감격했지 말입니다. 설마하니 ‘신’을 만드는 실험에 제가 동참하게 될 줄이야. 제 손 떨리는 거 보이세요? 두근거려 미칠 것만 같네요.”

조금 산만하고 수선스럽다는 점만 뺀다면 정말 괜찮을 텐데. 해원은 대답하지 않고 계속해서 시험관의 상태를 점검했다. 쿼츠는 시험관을 쓰다듬으며 계속해서 말했다.

“오리하르콘, 미스릴, 아다만타이트, 오! 맙소사. 이것들로 합금을 만들 수 있다니! 금속을 사랑하는 저로서 정말 이 시험관은……최고입니다. 조형은 별로 마음에 안 들지만.”

“……하여간에 강도는 완벽한 거겠지요.”

“물론입니다. 허차원 급 결계까지는 아니더라도 거의 그에 준하는 강도입니다. 어지간한 아포칼립스도 거뜬히 버텨낼걸요.”

“아니, 제가 묻는 건.”

해원은 싸늘하게 가라앉은 눈동자로 이 장엄하고 차가운 구조물을 올려다보았다.

“외부 강도가 아니라, 내부 강도 말입니다.”

“하하하! 당연한 말씀을. 내부 강도가 오히려 외부 강도보다 더합니다. 세계정부연합 소속의 최고 기함 ‘가르강튀아’를 아시는지요? 주포 한 방이면 위성도 박살낸다는 그 녀석 말입니다. 그 주포도 버텨낼 강도입니다. 염려 붙들어 매십쇼.”

“그런가요…….”

의뭉스러운 눈으로 계속해서 시험관을 살피던 그녀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자신의 전문분야는 생체마도공학이지 금속주조는 아니니까.

“E-3 BUILD 공법으로 쌓아올렸습니다. 인간의 기술력으로 만들 수 있는 최고 강도라는 뜻이에요. 너무 그렇게 걱정스럽다는 얼굴로 보지 마십쇼.”

쿼츠의 별 쓸모없는 설명에 해원은 아무도 모르게 살짝 콧방귀를 뀌었다. E-3 BUILD 공법이라. 보나마나 그 기술을 개발한 사람의 이름 두어 개를 따서 적당히 갖다 붙인 제작법일 테지. 그렇기에 비웃음이 나왔다.

결국 인간이 만든 인간의 기술.

그 모든 것을 초월하는 것이- 바로 신 아니던가.

그리고 모순되게도, 그러한 신을 자신들은 만들려고 하고 있다.

“…….”

천벌, 받을까?

이윽고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다. 연구원들은 각자 차트를 들고서 시험관 주위에 둘러섰다. 시험관의 정면에 선 채, 하늘색 액체가 가득 찬 시험관 내부를 노려보던 해원은 시계를 흘깃 보고는 말했다.

“실험체, 투입.”

“투입.”

“투입!”

시험관의 위쪽이 회전하며 열렸다. 몇 겹의 해치가 차례로 열리고, 그 기나긴 통로를 통해서, 이윽고,

새하얀 소녀가 전라의 모습으로 내려왔다.

“…….”

의식을 잃고 미끄러지는 소녀. 눈살을 찌푸린 채 그녀를 바라보던 해원은 위의 해치들이 다시 차례로 잠기는 것을 확인했다. 시계를 확인한다. 실험 시작까지 앞으로 1분.

“구속해.”

“구속.”

“구속!”

시험관 내부에서 기계 팔 다섯 개가 나와, 시험관의 가운데까지 내려온 소녀의 손발과 목을 우악스럽게 잡아챘다. 그리고 그 반동에 그만 소녀는 무의식에서 깨어났다. 생기를 잃은 두 눈이 바르르 떨리더니, 이윽고 희미하게 떠졌다.

“1차 신석, 투입.”

“투입.”

“투입!”

소녀의 상태는 전혀 모르는 채로 해원은 다음 단계를 지시했다. 위의 해치들이 아주 조금 열렸다. 그리고 정육면체의 작고 새카만 돌 하나가 시험관 내부를 가로질러 천천히 소녀에게로 떨어졌다.

“실험 개시까지 앞으로 30초 남았습니다.”

“카운트 개시.”

“개시.”

“개시!”

소녀, 나로는 전혀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늘색에 휩싸인 시야는 흐릿했고, 팔다리는 무언가에 묶여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고개를 겨우 틀어 그녀는 자신이 발가벗었다는 것과 어딘가에 갇혀 있다는 것을 겨우 알아챘다.

꿈……?

질 나쁜 꿈인가 생각하던 그녀는 문득 자신의 얼굴 앞으로 내려오는 검은 돌 하나를 발견했다. 새카만 정육면체는 그녀의 콧등을 타고, 턱을 지나, 목선을 넘어, 쇄골 위로 미끄러져-

아직 채 여물지도 않은 가슴 앞에서 ‘멈췄다’.

나로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나는 19살 때 용병이었네.”

사령관석에 앉아 무감정한 손으로 고양이의 턱을 쓰다듬으며 치비는 중얼거렸다.

“중동에서 알아주는 킬러였지. 20살이 되기 전에 이미 세 자리수의 생명을 죽였네.”

“…….”

브리핑 화면을 통해 비치는 시험관의 모습을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보던 민철은 눈썹을 뒤틀며 치비를 봤다. 갑자기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이 여자.

“피와 화약 냄새가 끊이질 않는 그곳에서, 하루에도 수백씩 죽어나가던 그곳에서, 자살은 일상에 배신이 우습고 인육을 먹는 것마저 아무렇지도 않던 그곳에서, 그런데 19살의 내 목표가 뭐였는지 아는가?”

선글라스를 올려 쓰며 치비는 천천히 뇌까렸다.

“예쁜 신부가 되는 거였어.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커다란 성당에서 동료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하는……사랑이 뭔지도 몰랐지만, 사랑하는 남자와 키스를 하고 멋진 차에 타서 신혼여행을 가는. 어렸던 내게 결혼이란 그런 것이었고, 신부는 평생을 영원히 그런 모습으로 살아갈 것만 같았네. 그게……19살의 내가 가졌던 꿈이었어.”

“말씀의 의도를 모르겠습니다만?”

시우가 세는 카운트 소리가 브리핑 룸을 꽉 메웠다. Ten, nine, eight……. 치비는 고양이에서 손을 떼고 시험관의 모습을 찬찬히 훑었다. 화면 한 쪽에 줌 인된 소녀의 얼굴은 하얗게 질린 채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그저 살짝 궁금해졌을 뿐일세.”

그녀는 쓰게 웃었다.

“저 19살 소녀는 어떤 꿈을 가졌을까, 하고-”

《Three! Two! One! 실험 개시!》

카운트가 끝남과 동시에 해원의 손가락이 시험관 앞 기판의 빨간 버튼을 눌렀고, 그곳에서 전송된 시그널은 시험관 안의 돌로 0.01초 만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신석(神石)은 소녀의 심장으로 파고들었다.

―――!?”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나로는 움직이지 않는 팔다리를 버둥거렸다. 벌린 입에서 거세게 기포가 새어나온다. 브리핑 룸 화면에 표시된 각종 그래프가 급격하게 변해간다. 존재좌표표를 노려보던 민철은 작게 내뱉었다.

“실패냐, 빌어먹을.”

직후, 시험관 내부의 모든 용액이 증발하며 엄청난 충격파가 연구실을 넘어서서 브리핑 룸까지 뒤흔들었다. 충격이 지나고, 화면에 비친 연구실에서는 넘어진 연구원들이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었다. 시험관 내부에는 여전히 구속당한 소녀가 온몸을 힘없이 늘어뜨리고 있었다. 내부에서 발생한 어마어마한 열 때문에 머리카락 끝이 타고 있다.

역시 신체(身體)를 신체(神體)로 바꾸는 건 쉽지 않은 건가. 민철이 뭐라고 보고하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서며 치비가 말했다.

“이번 실험, 최대 몇 차까지 하나?”

“……상정된 타입은 37종입니다만.”

“최악의 경우 37번이나 존재를 지운다는 말이지.”

치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브리핑 룸을 나섰다.

“PET용액 채우고 2차 개시하게. 오늘 안에 결과가 나오면 좋겠군.”

“실험체의 정신보호를 위해서라면 하루에 두 번도 무리입니다.”

“시간만 앞당길 수 있다면 정신붕괴 정도야 가볍지.”

출구를 향해 나서다 돌아보며, 치비는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려보였다.

“저 아이의 꿈을 듣지 못해 유감이군.”

사라지는 그녀의 작은 등을 멍청하게 바라만 보던 민철은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사령관석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방금 전까지 앉아 있던 치비의 체온은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귀에 차여 있던 마이크를 켰다. 눈을 꾹 감는다.

담배 피우고 싶다.

“……2차 실험은 15분 뒤다. 다들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웅성거리던 실험실이 질서를 되찾는다. 겨우 15분 뒤라는 사실에 다들 경악하면서도 재빨리 움직인다. 준비를 서두르는 부하들을 보다 민철은 구시렁댔다.

“19살의 꿈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내가 19살 때는…….”

화면에 줌 인된 소녀의 눈에서 눈물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대학 갈 생각에……앞날이 막막했다고…….”

민철은 고개를 떨어뜨렸다. 다시 하늘색 용액이 차오르는 시험관에서 그는 시선을 돌려버렸다.

“……미안, 하다…….”

그날, 실험은 22차에서 종결되었다.

그리고 소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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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선작리플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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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내가 나왔어!
0 11/20/02:49
오 시바!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나오다니!
0 11/20/02:50
이건 무조껀 추천이야! 으으! 반드시 출판해야해요! 으으!<<
76 위상 11/20/02:52
이젠 여자보고 죽여버린다고 말도 하는건가.........
75 해원 11/20/02:52
23님 빌드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우! 추천추천!
68 시우 11/20/02:5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금속을 사랑하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쿼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E-3빌드공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68 시우 11/20/02:55
나로;_;흐긓흑흑..
53 33 11/20/02:55
나로 죽지마 ㅠㅠ 으애앵 ㅠㅠ
53 33 11/20/02:55
내가 공법으로 등장하다닝.... ㅠㅠ
86 산바람 11/20/03:01
아놬 이거 너무 잘 쓰셨잖아요 ㅠㅠㅠㅠㅠ
75 키라요시카게 11/20/12:03
ㅇㅈㅇ
0 11/22/06:57
으악 이 좋은글을 어찌 추천하지 않으리오!
0 04/10/09:51
아아아아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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