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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승용사 강하다! by 강속구

여러분 안녕? 나는 강하다. 아니, 강하다는게 아니라 성이 강씨고 이름이 하다라고. 웃기지? 나도 이런 이름이 싫어. 그런데 어쩌겠니.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강하게 자라라는 뜻으로 지어준 이름이니 마냥 싫다고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거든. 아무튼 내 나이도 이제 19살.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 마냥 놀 수 만은 없는 시기에 접어들었어. 그래서 평소처럼 친구들과 야간자율 학습을 하고 있었는데.....[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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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강속구[ksg8342]  
조회 1112    추천 1   덧글 4    / 2009.12.04 00:57:09

야간 자율학습은 피곤하다.

얼마나 피곤하냐 하면 공부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씻고서 바로 곯아떨어질 정도로 피곤하다.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서 교과서와 문제집과 씨름을 해댔으니 당연한 거겠지.

야간 자율학습은 지루하다.

교탁에 서서 가르치는 선생님도 없이, 일곱 시부터 열시까지 영락없이 책상 앞에 앉아서 문제집과 교과서만을 들여다보고 연습장에 몇 번이고 그 문제들을 풀어야 하니 똑같은 것들의 반복이다. 당연히 지루하지.

야간 자율학습은 짜증난다.

가끔 딴 짓을 하다 선생님께 들킬 때면 어김없이 교무실로 끌려가거나 몽둥이 찜질이다. 거기에 부모님께 소식이 가는 날이라도 하면 집에 가더라도 편히 쉴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짜증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고로.”

“탈출이다.”

“프리덤.”

학교 외곽 담벼락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이 검은 덩어리 세 개는 다른게 아니라 나와 내 친구들이니 보고 놀라지 말기 바란다.

그렇다. 우린 지금 이런 불합리한 야간 자율학습을 탈출하기 위하여 학교 담을 넘으려는 것이다. 착한 학생이나 어린이들은 따라하지 말길 바란다. 위험하니까.

“선생님 순찰은?”

“삼십분 전에 지나갔어. 다음 순찰은 8시, 완벽해.”

“노 프라블럼.”

엄지를 치켜세운다. 알게 된 이후로 몇 번이나 같이 행동을 했건만 서로간의 호흡과 능력, 그리고 자유를 향한 열정은 서로를 하여금 존경을 표하게 만든다. 지금 시각은 7시 삼십 분, 감독하는 선생님이 교대를 위해 자리를 비우는 시기다. 이때 나가게 되면 애초에 빈자리가 남아있는 교실에 큰 위화감을 느끼지 못 할 것이고,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는 10시 이전에만 아무도 모르게 복귀하게 되면 하나의 완전범죄가 탄생하는 것이다.

학교의 담장은 대략 일 미터 조금 넘는 크기. 이제 고삼인 우리들이 조금만 힘을 줘서 넘으면 못 넘을 것도 없는 높이다.

하나, 둘, 셋… 마음속으로 시간을 재고.

“고!”

“자유를 위하여!”

“아임 디프런트!(?)”

착, 착, 착. 완벽한 착지. 올림픽에 나가도 이정도면 금메달 확정이다. 서로 자그마한 감탄사를 내지르며 앞을 바라보자.

“…….”

“…….”

“…….”

“…….”

방금 퇴근하려던 것으로 보이는 학생주임, 버서커 대걸레 선생님이 그곳에 있었다. 왜 버서커 대걸레냐고? 갓 뽑아낸 대걸레가 부러질 때까지 맞아보면 그 이름이 얼마나 적절하게 붙여졌는지 직접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나라면 절대로 안하겠지만.

“튀…”

“너희는 누구냐! 오라, 도망가려던 녀석들이구나!”

“튀어!!”

“공군!!(?)”

우리가 고착상태에서 벗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몸을 돌려 전력으로 달아나는 일이었다. 걸리면 최소가 병원행이요, 중간은 초죽음이고 최악은 사망이다. 주변이 어둡기 때문에 아직 얼굴은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으리라 확신하고 아주 민첩하게 결단을 내린 것이다.

우리가 전력을 다해 달리는 사이 선생님의 추격은 계속된다. 지옥에서 올라온 야차의 얼굴을 하고서 넥타이를 휘날리며 달려오는 모습이 진짜로 무서워서 이젠 절대로 잡히면 안 되겠다는 생각마저 들기 시작한다.

“서라! 지금 서면 오십대로 봐준다!”

“싫어요!”

“선생님 같으면 서시겠습니까!?”

“ADSL! 이제는 오지 않는 그를 위하여!”

도망하고 있는 우리의 진형을 대략 이렇다. 세 명이 쐬기 형태의 진형을 짜고, 가장 앞서는 내가 가운데에서 엄청난 얼굴을 한 채 사람들에게 위압감을 주어 길을 비키게 하고, 오른쪽에 날쌘 수로가 가로수의 사이를 가로질러 달리며, 왼쪽에는 뚱뚱한 만수가 내가 만들어 놓은 공간을 반쪽 그리고 사람이 없는 인도를 반쪽 사용해서 달리고 있다. 가장 빠르게 인도를 주파할 수 있는 돌파형 진형이다.

“네 이놈들 잡히면 다 죽었다아아아아-----!!!”

“오오옷!!! 형제여, 흩어지자! 무운을!”

“분산투자는 혁명이다!”

“아이 갓 잇!”

마침 파란불이 깜빡이는 오른쪽 횡단보도까지 합해서 수로가 오른쪽으로, 그리고 왼쪽의 골목길로 만수가 육중한 몸을 날려 사라지고, 나는 여전히 인도를 따라 직진한다. 동시에 세 갈래로 나뉘어버린 세 개의 목표물. 아무리 선생님이 빠르고 강하다 해도 동시에 세 개의 목표를 잡을 수는 없다. 그런고로 하나를 잡더라도 나머지를 놓칠 것이요, 무턱대고 하나를 따라가자니 그 마저도 생각하는 사이 상당한 거리를 도망간 터다. 아마 이쯤에서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실……

……거라고 생각했었다.

“우와아아아아아!! 선생님, 어째서 저만 쫓아오시는 겁니까!?”

“네놈이 제일 만만하니까!!”

“그 말 상처다!! 그것보다 학생에게 그런 말을 막 해도 되는 겁니까!?”

“자율학습 빼먹고 도망치는 놈에겐 무효다!!”

어째서인지 나만을 엄청난 속도로 쫓아오는 선생님을 피해 전력질주. 친구들과 암묵적으로 합의된 PC방은 이미 지난지 오래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지금 나를 쫓아오는 사람이 올해로 쉰이 넘은 학생주임 선생님이 맞는지 아니면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인지를 의심할 때 쯤, 조금씩 가까워지던 거리가 결국 손만 뻗으면 닿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우오오오옷!!! 자, 잡힌다아아아아!!”

“우하하하하--!!! 네놈은 특별히 몽둥이 백 오십대다!!!”

이대로는 잡혀버린다. 고개를 흔들고 목 뒤의 옷깃을 잡히지 않기 위해 회피기동을 하는 것도 어느 정도지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지금은 무언가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백이면 백 잡히고 말 것이다. 몽둥이 백 오십대가 어느 정도의 위력인지는 바다를 가르고 산을 헐어버릴 정도라고만 설명해 두겠다.

가로수가 연이어 어깨 옆을 스치듯이 지나간다. 조금이라도 균형을 잃으면 넘어지거나 부딪쳐버린다. 이빨을 꽉 깨물고 달리기도 잠시,

“……에?”

“으아아아!! 비켜어어어어어---!!!”

전력으로 달리는 눈앞에, 막 하교하고 있던 평범한 여학생1이 떡하니 길을 가로막았다. 재빨리 옆으로 피하려 했지만 상가에서 불법으로 내놓은 간판이 마구잡이로 걸려있어서 불가능, 결국 이대로 부딪치거나 뛰어넘는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야 의미가 없다. 평범한 여학생1은 평범하게 공부를 하고 평범하게 집으로 가는 중에 난데없는 봉변은 당하는 것이고, 나는 잡혀가서 백오십대를 맞을 것이다. 그래서 두 번째를 생각하지만 뛰어넘는 것은 인간적으로 불가능, 내가 높이뛰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면 지체 없이 두 번째를 택하겠지만.

그렇다면……

눈썹이 휘날리게 달리던 중 오른손을 뻗어 옆에 있는 자그마한 가로수를 움켜잡는다. 그리고 가로수를 잡은 원심력을 이용해 속도를 줄이지 않고 오른쪽 45도 방향으로 전환, 그대로 질주한다.

그러니까, 가로수를 붙잡고 방향을 꺾어서 차도로 질주했다는 것이다.

실로 완벽한 트리-턴!(Tree-turn!)

“네, 네녀서어어억---!!”

“우하하하! 선생님, 전 갑니다!! 그럼 좋은 밤 보내시길!”

탈출성공. 이제 적당한 거리를 돌아서 친구들과 합류하기로 한 접선 PC방으로 향하기만 하면 되는데……

“…….”

“…….”

“응? 어째서 말이 없으신 겁니까? 저주의 말이라도 하실 줄 알았는데, 그리고 거기 지나가던 평범한 여학생1은 가던 길 마저 가지? 왜 내 앞을 가리키고…….”

알게 뭐냐, 하면서 돌아본 내 앞에는.

“아.”

이미 피할 수 없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온 덤프트럭이 눈앞에서 라이트를 빛내고 있었다.

- 퍽 쾅 우직

머리가 아프다. 얼마나 아프냐 하면 초등학교 3학년 때 물먹고 체했을 때 정도로 아프다. 어질어질하고 띵띵하고 대충 그런 감각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다.

“우으으……”

지끈지끈한 머리를 털자 그제서 방금 전의 일이 기억난다. 나는 야간 자율학습을 빼먹으려고 담장을 넘었는데 마침 그곳에 있던 학생주임 선생님인 버서커 대걸레에게 걸려서 도망하다 불합리한 상황에 직면해 차도로 질주, 정면에서 다가오던 트럭에게 시원하게 받혀버린 것이다.

이거 혹시 보상은 받을 수 있는 건가. 아니 횡단보도도 아니고 내가 뛰어 들어간 것이니 어렵겠지. 치료비도 그렇고 부모님께 들을 잔소리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우울하다.

아무튼 정신도 들었겠다 좀 일어나 보도록 할까.

“……?”

상반신을 일으키며 감겨있던 눈을 힘차게 열어붙이자, 사방이 하얗다. 왼쪽을 봐도 하얗다. 오른쪽을 보니 하얗고 뭉실뭉실한 게 눈에 들어왔다. 하얀색이다. 과연, 병원인가. 온통 새하얀 것 투성이다.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잡는다. 감촉이 뭉실뭉실하다. 뭉실뭉실. ……어?

“꺄아아아앗---! 변태!!”

철썩!

“……에?”

갑자기 고개가 돌아간 이상현상에 나도 모르게 다시 한 번 손을 움직인다. 뭉실뭉실하다.

“꺄아아아앗---!! 변태!!”

촬싹!

“……어?”

오른쪽으로 돌아갔던 고개가 이번엔 왼쪽으로 돌아간다. 뺨에 얼얼한 느낌이 있고, 화끈 달아오른다. 뭐, 뭐지?

잠시 무슨 상황인지 몰라 돌아간 고개도 가만히 둔 채 손을 뺨에 가져다 대어 본다. 뜨뜻한 느낌과 함께 뺨에 느껴지는 고통. 여전히 이유는 알 수 없다.

고개를 돌린다. 여전히 하얀 것이 보인다. 그렇다면 이것은……

“그렇군, 이것은 개꿈인가!”

“그건 무슨 개소리여!”

처얼썩!

“점점 강도가 세지잖아 어이! 그리고 이번엔 굳이 때릴 필요도 없었잖아! 그리고 처음이랑 반응도 틀리잖아!”

“아, 그러네. 미안해요~”

“사과하면 끝이냐!”

후끈 달아오른 내 뺨따구는 어떻할건데?

제대로 눈을 뜨고 바라보니 하얀 것은 벽이나 천막이나 이불 같은 것이 아니라 옷이었다. 온통 새하얀 것 투성이라 제대로 못 봐서 그렇지,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는 듯 간호사로 보이는 누나가 오른쪽에서 무릎을 꿇고서 앉아 있었다. 상황을 보니 내가 바닥에 그대로 누워 있다가 일어나서 오른쪽을 보니 워낙 가까워서 주변 풍경과 똑같은 누나의 옷을 구분하지 못했었나보다.

그렇다는 것은……

“우와아아아--!! 신이여 감사합니다!! 이것이 바로!! 앞으로 이 오른손은 죽어도 씻지 않겠습니다!!”

“그럼 죽어!!”

촤알싹!!

“커헉! 느낌표가 이젠 두 개로 늘었어!? 어쩔 수 없잖아! 불가항력이라고! 애초에 그렇게 가까이 들이대고 있던 그쪽 잘못도 있잖아! 거기에 주변이 온통 새하얀 것 투성이니…… 어?”

그리고 깨닫는다. 온통 하얀 것 투성이. 위도 하얗고, 옆도 하얗고, 아래도 하얗다. 심지어 누나도 하얗다.

병원이라면, 아무리 하얀색 투성이라도 적당히 다른 색의 물건이 있기 마련이다. 하다못해 덮고 있는 이불에 병원 이름이라도 파란색 글씨로 쓰여 있던가, 그 외에 각종 기계들의 철색깔이라던지, 아니면 환자 개인물품이라도 색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또 아무리 간호사라 하더라도 옷이 죄다 새하얗지는 않다. 적당히 붉은색의 장식이나 기호 같은 것이 들어가 있을 법도 한데…….

“저기…… 외람된 말씀이지만, 누구……?”

그렇다면 도출된 결론은 하나다. 여기는 병원이 아니다.

내가 머릿속을 정리하고 질문하자 방금 까지만 해도 ‘이놈을 묵사발을 만들어서 개의 먹이로 던져주리라’는 얼굴을 하고 있던 간호사누나(로 생각했던 여성)가 한차례 숨을 크게 쉬더니 얼굴표정을 꾸민 미소로 가장하고 헝클어진 머리를 재빨리 매만져 깔끔하게 바꾼다. 실로 적절한 직업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어서오세요, 천국입니다.”

“……예?”

순간 ‘그건 무슨 미친 소리야!?’라고 외치려던 것을 참고 되물었다. 아아, 나의 이 친절함은 정말 냉장고를 받아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내가 되묻자 간호사누나(로 생각했던 여성)는 다시 한 번 화사한 꾸민 미소를 한 채 나에게 말했다.

“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강하다님.”

“……제가 정신병원에 온 건가요? 아니, 요즘 들어서 공부의 스트레스로 이중인격이 슬슬 머리를 들이미는 것 같긴 했지만 그 정도로 심하지는…… 헉! 설마, 설마 야간 자율학습을 빼먹은 것 때문에 그런 건가요!? 제길, 마지막에 아무 말이 없기에 넘어가나 했더니 이런 식으로 복수하다니… 아무리 선생님이라지만 가만두지 않겠어! 두고 보자!”

“아뇨, 그러니까 진짜로 여기가……”

“흠, 그것도 아니라면 설마 여기는 나를 고치기 위해 선생님이 마련한 최첨단의 의료시설인가요? 무균실이라는 이미지를 풍기기 위해 잡색은 없애고 전부 하얀색으로 통일한 나만의 병실! 핫핫핫, 정말로 미안하면 그럴 수도 있지요. 저는 아량이 넓어서 사소한 것에 신경 쓰지 않습니다. 얼마든지 무릎 꿇고 사과해도……”

“……지옥에 가고 싶냐.”

“죄송합니다 믿을께요.”

멱살을 잡힌 채로 대답하자 간호사누나(로 생각했던 여성)가 멱살을 잡았던 손을 풀어준다. …나도 반 팔씨름대회에선 오등 안에 들 정도인데 뭐 이리 힘이 센지 손 하나 까딱하지 못했다.

아무튼 나는 숨을 골라 쉬고 헛기침을 한 번 한 다음에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

“그렇다면 여기가 천국이라 치고.”

“……[울컥].”

“……여기가 천국입니다. 할렐루야!”

“……[생긋].”

…진짜 죽이려 그랬어! 손에 들고 있는 대못과 망치 저거 목공용 도구는 맞는거지? 설마 대답 잘못하면 내 머리에 박으려고 저렇게 손아귀에 힘줘서 잡고 있는거 아니지?

“흠흠, 그건 그렇다 치구요, 그럼 제가 어째서 천국에 온 거죠? 서, 설마……!! 저, 저는……!!”

“죽었습니다.”

“단번에 선고해버리네!? 아니, 그래도 이렇게 운을 띄워주면 적당히 돌려 말하는게 예의 아니야!?”

“죽었습니다.”

“두번 씩이나 말하지 않아도 알거든요!?”

화사한 꾸민 미소로 유아데드(You are dead)를 외치는 간호사누나(로 생각했던 여성)는 내 자그마한 희망을 상큼한 미소와 함께 갈아마시고는 태연하게 설명했다.

“……아무튼 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강하다풋님(“웃은겨!? 방금 내 이름 부르면서 웃은겨!?”). 저는 강하다님을 안내하기 위해서 온 천사 슈가라고 합니다.”

“…풉. 아, 죄송해요. 그치만 마지막엔 웃겼어요. 미래에 개그우먼을 지향해보시는 것도 괜찮겠네요. 괜찮은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옆집에 기르는 개 이름도 아니고 이름이 설탕이라니 하하하하!!”

“…….”

“아뇨, 별로 제 이름을 부르면서 웃었다고 제가 복수심에 불타서 그런 말 한건 절대로 아니거든요? …자, 잠깐. 어깨서 음습한 미소를 한 채 슬금슬금 다가오는 겁니까!? 아까의 그 화사한 꾸민 미소는 어쩌고!? 직업여성 아니었어!?”

“괜찮아요, 고통은 순간이니까.”

“무슨 헛소리야!? 휴, 휴전! 잠시 휴전하죠. 누, 누나도 제 이름보고 웃었잖아요. 그러니까 무효! 없던 일로 하자구요. 저도 아까 웃은건 없던 걸로 해드릴게요.”

머리에 못이 박히는건 사양이다, 진짜로. 아니, 저 표정은 진짜로 내 머리통에 숨구멍을 뚫을 기세라니까?

그렇게 별로 사소하지 않은 잡담을 나누는 사이에 나도 어느 정도 주변 파악이 되기 시작했다. 마냥 간호사누나(로 생각했던 여성)가 천국이라 했던 말이 거짓말로만 느껴지지 않는게, 주변에 둥실둥실 떠다니는 사람의 형체라던가 바닥이 어쩐지 구름같이 뭉실뭉실하다던가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 보자면 이곳은……

아마도, 천국이나 그 비스무레한 어떤 곳이라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안내할테니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갑자기 존칭이네.”

“…직업여성이니까요☆”

“그러면 그 존칭과 심히 매치되는 이 멱살 좀 풀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이렇게 개처럼 끌고 가지 않아도 제 발로 갈 수 있거든요?”

“얼마든지요. 전 이렇게 가는게 더 편하지만.”

우와, 이 사람 태연히 무서운 소리를 하면서 웃고 있어……

새삼스레 직업여성의 무서움을 실감하며 간호사누나(로 생각했던 여성)를 따라가자 신기한 것이 눈앞에 왔다갔다 한다. 마찬가지로 하얀색의 덩어리인데, 누나가 걸어감에 따라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거리기도 하고 푸드덕 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지금은 접혀져 있는지 뫼산(山) 모양을 하고 있다.

“이것은…… 날개?”

“만지면 죽어요☆.”

“…만지면 죽어☆, 요?”

“네, 죽어요. 저한테.”

“…어쩐지 처음에 들었던 비명소리와 대단히 매칭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직업여성이니까요☆ 그리고 잊어가는데 자꾸 생각나게 만들면 아까처럼 갈거에요~?”

……아까는 죽었다며? 죽었는데 또 죽을 수도 있는 건가? 날개의 재질이 상당히 궁금하긴 하지만 무서우니 가만히 가도록 하자. 이것이 바로 평안한 삶을 위한 선택, 위험한 일에는 손을 대지 않는 훌륭한 삶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평소에 대담한 짓을 대담하게 저지르기로 유명한 나라도 멱살을 잡은 채 개처럼 질질 끌려가고 싶지는 않거든.

“저어… 그럼, 질문해도 될까요?”

“폐가 되지 않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말끝마다 붙는 ☆에 대해서 묻고 싶지만 그것보다…”

아까부터 생각해 왔는데. 만약 여기가 천국이고, 주변이 온통 새하얀데다가. 하얀색 옷을 입고 있고, 거기에 날개까지 달렸다면, 혹시……

“혹시, 천사?”

“딩동댕~”

고개를 끄덕이며 날개를 펄럭인다. 하얀색의 깃털들이 마치 춤이라도 추듯이 움직임에 맞춰 살랑거리는 것이 꼭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것 같이 느껴져서 신비롭다.

“그럼 천사누나라고 부르면 되나요?”

진부하지만 마땅한 명칭이 이것 밖에는 생각나지 않는다. ‘자네’라던가 ‘어이’아니면 ‘저기요’라는 약어도 일부 존재하지만 그런 선택을 했다간 아까처럼…[생략] 당할게 뻔하다.

“아뇨, 슈가님이라고 불러주시면 되겠어요.”

“…태연하게 자기 이름을 높여 부르라면서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아니, 아무튼. 그러면 설탕누님. 다른 궁금한 거는 다 둘째 치고서라도, 지금 저는 어디로 가는 건가요?”

그래, 이게 지금 제일 궁금한 거다.

여기가 천국이고 어쩌고나 아니면 눈앞에 있던 설탕누님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내가 덤프트럭에 치인 것은 엄연한 사실이오, 그리고 생전 처음 보는 공간에 와 있는 것도 아까의 불꽃싸다구로 직접 확인한 바가 있다. 주변을 떠도는 각종 영혼의 모양을 한 어떤 것들과 기타등등을 보면 완벽한 이성론자나 불신자가 아니라면 제법 그럴싸하게 믿어봄직한 그런 광경이다.

“지옥입니다.”

“싫어요.”

“……농담이에요. 재밌었죠? 호호홋”

“허허허……. 겉으로 보기엔 멀쩡한데 말이야…….”

“…….”

“……제대로 대답해주시지 않으면 비웃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가, 그런건 사실 생각해본 적도 없다. 불타는 사춘기의 아노미현상의 일환으로 거실에 누운 채 눈을 꼭 감고 유체이탈을 하는 기분으로 ‘이것이 죽음이다…… 이것이 죽음이다……’해본적은 있지만 딱히, 중학교 이후로 입시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학교와 학원을 전전하다보니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아무튼 지금 난 죽었다. 안 죽었다면 지금 여기 있지는 않겠지. 혹시나 내가 빈사상태에서 헛꿈을 꾸는 거라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좋은 것 일테고…… 그런 것 있지 않은가, 기사회생한 사람이 ‘나는 천국을 보았다!’라고 말 하는 것 정도. 대충 그런 의미로 보면 되지 않을까. 그러면 지금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정도는 충분히 궁금해 해도 좋은 것이다.

좋아, 이론무장 완료.

다시금 논리적인 이유를 앞세워 질문하려던 찰나, 앞서가던 설탕누나가 걸음을 멈췄다. 도착한 곳은 자그마한 이층상가의 문 앞. 구름 위에 지어진 집인데도 대리석으로 제법 그럴싸하게 지어뒀다. 이런 시공법 어디 수출하면 꽤 잘 먹힐 텐데.

“저…… 혹시……”

“으아앗!”

놀랐다.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 그리고 가슴앞에 모아 쥔 두 손과 살포시 올려다보는 눈.

갑자기 촉촉한 눈망울을 한 채 돌아보자 ‘생각보다 귀엽다’라고 해야 하나, 아니, 보통 누나들에게는 그런 생각은 잘 안하는 편이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 있지 않은가, 매일같이 머리를 묶고 다니던 평범한 여자애가 머리를 풀었더니 초절정 미인이 되었더라… 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는 없나?

아무튼 진짜로, 내가 정신을 차리고 봤던 모습 중에서 가장 애절하고 어쩐지 보호본능마저 일으키는 것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를 울컥울컥 솟구쳐 오르게 한다. 심연의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그것은 마치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내 마음을 가득 채우고, 이내……

“……화전양면술?”

아, 말해버렸다.

“아니거든요.”

흠흠, 이게 아니었나. 그렇지만 방금까지만 해도 죽인다 협박하던 사람이 촉촉한 눈망울을 하고 쳐다봐야 의심밖에 더 안 사겠냐고.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거든?

“……하아, 어쩌자고 이런 놈을… …아니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저기,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 잘 들으세요. 두 번은 이야기 하지 않을 거에요. 딱 한 번만 이야기 할 테니 잘 들으세요.”

그래서 난 당연하게 대답했다.

“싫어요.”

“맞는다?”

“듣겠습니다, 선생님.”

그러니까 그 주먹은 좀 내려달래도. 이왕이면 내 목에 걸린 한손멱살도 좀 풀어주시고.

……그리고 오 초가 지난다. 다시 십 초가 지나고, 삼십 초, 일 분……

“으으음…….”

“저기, 뭐하세요?”

“으으으으음…….”

“에, 누님? 저기…… 그러니까, 뭐 하시냐구요. 뭔가 말해주려더니 설마 이대로 ‘으으음’하고 끝나는건 아니겠죠? 어느 작곡가가 빈 악보만 팔락팔락 넘기며 제작했다는 가곡도 아닌데 그럴 리가?”

“으으으으으음……!!!”

대답이 없다. 정신줄을 놓은 것 같다.

아니, 아무리 내가 불손하게 대했다고 하더라도 사람을 앞에 두고 무시하는건 조금 그렇지 않나? ……그래서 난 특단의 조치를 내리고야 말았다.

손을 뻗어 잡는다. 마치 솜으로 만든 듯이 무척이나 보드라운 감촉이다. 기회가 있다면 속에 푹 파묻히고 싶을 정도다. 메이드인 천국은 다르군,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고.

------------그것을 힘찬 기합과 함께 잡아 뽑았다.

“우오오오오---!! 필살, 닭털 뽑기!! 커헉!”

“끼야아아아아앗----!??!”

그리고 나는 그와 동시에 배때기에 대포알을 맞은 듯 한 강한 충격과 함께 디귿자 형태를 취하고 십 미터를 날아 허공을 유영한 다음 구름 위를 거세게 굴렀다.

별이 반짝이고 하늘의 계단이 보인다. 그 계단을 주위로 나팔을 부는 어린천사들의 모습이 보이고, 하늘에 있는 구름에 새하얀 빛이 내려와 그 계단 주변을 밝게 빛낸다. 들려오는 은은한 성가. 그리고 마음속까지 따스해지는 이 모든 것은…….

아아 그렇구나, 이것이----- 죽음인가--------

“끼야아아악!! 주, 죽으면 안되!!”

촤~알싹! 촤~알싹!

“커헉! 커헉!”

“죽으면 안되요! 정신차리세요!”

처~얼썩! 처~얼썩!“

“커헉! 커헉!”

“어머, 이를 어째!! 눈이 돌아가고 있어!! 어서 정신 차리……!!”

“그만.”

“에헷☆”

“이제 와서 귀여운 척 해봐야 하나도 소용없거든요? 그리고 어지간하면 손에 든 그 못이랑 망치 좀 내려두시면 안되겠습니까? 아니, 그건 어디서 자꾸 튀어 나오는 거야?”

……진짜로 죽을 뻔했다. 아니, 이미 죽었는데 또 죽는다는게 말이 되는지는 아까부터 의심하고 있지만 어쩐지 지금 죽어버렸다가는 돌이킬 수 없겠다는 생각에 아예 본격적으로 마운트자세(이종격투기에 자주 나오는 쓰러진 상대위에 올라타서 주먹으로 마구 패는 장면을 생각하면 되겠다)에 들어간 설탕누나를 막았다.

“흐, 흠. ……생각을 오래한건 죄송합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었거든요.”

“뭐, 기탄없이 말해보세요, 어디 우리 사이가 보통사입니까.”

초면인데도 불구하고 서로 불꽃싸다구를 날리며 물어뜯지 못해서 안달인 사이지.

“그럼 그냥 말하도록 할게요. 혹시……”

“혹시……?”

드디어 본론이 나오는 건가. 아까부터 쭈욱 궁금하던 차였다. 여기가 천국인데, 지옥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곳이 천국이라고 하기에는 다들 어디론가 가고 있던 것이다. 즉 중간기착지 같은 곳인데, 내가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도 막막하고 지금 의지할 데라고는 일어났을 때 아는 척을 해 준 이 누나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걱정 반 두근거림 반으로 기대하는 나에게 설탕누나가 가장 먼저 한 말은……

“지구를 지키는 용사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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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승용사 강하다! 15편
단편-유토피아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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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12/15/12:54
보는 내내 웃었습니다. 굳.
2 강속구 12/15/09:57
핫핫핫 최선을 다해 웃겨드리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24 수류아 01/05/12:47
10편이 넘게 나왔으니 이제 슬슬 정주행을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우아아앙!! 1화부터 작렬이군요!! 역시 속구님!!
2 강속구 01/09/01:12
수류아/오읭 슐뱀 아니십니까 ㅋ_ㅋ 재미있게 봐주시면야 감사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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