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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승용사 강하다! by 강속구

여러분 안녕? 나는 강하다. 아니, 강하다는게 아니라 성이 강씨고 이름이 하다라고. 웃기지? 나도 이런 이름이 싫어. 그런데 어쩌겠니.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강하게 자라라는 뜻으로 지어준 이름이니 마냥 싫다고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거든. 아무튼 내 나이도 이제 19살.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 마냥 놀 수 만은 없는 시기에 접어들었어. 그래서 평소처럼 친구들과 야간자율 학습을 하고 있었는데.....[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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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강속구[ksg8342]  
조회 988    추천 0   덧글 1    / 2009.12.09 17:27:49

세상은 신비롭다.

내가 아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한 봉지 7D 건망고를 만들기 위해 온 우주가 협력하였으니 지구는 거대한 망고나무다!

참으로 크고 아름다운 말씀이 아닐 수 없다. 7D 건망고가 뭐냐고? 아니, 세상에 아직도 7D 건망고를 모르는 사람도 존재하는 건가, 큰일이다! 그렇다면 어서 인터넷 통판을 통해 7D 건망고를 구입하도록 해라, 다른 건망고는 안 된다. 오로지 7D 건망고다!! 7D 건망고는 건망고의 신이다! 먹어본 자만이 그 은혜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먹지 않은자 논하지도 말라(맞나?)! 그런 의미에서 7D 건망고는 신의 성은이다!! 7D 건망고 만세!!

……잠시 판촉행사가 된 느낌이지만, 그래도 아무튼 7D 건망고는 진리다. 믿어라! 믿지 않는 놈들은 건포도의 첩자로 간주하고 사살한다!

“그건 그렇다 치고.”

“치고가 아니에요! 뭐, 뭐에요 그 대놓고 귀찮다는 표정은!? 제대로 들어주세요!”

“싫어.”

치마를 두 손으로 쭉 짜며 항의한다. 그러나 나는 지조있는 남자, 남의 의견은 깔끔하게 무시하지.

내 눈앞에 있는 초등학생 같아 보이는 여자애는 세면대 위에서 머리랑 옷에 남은 물기를 쭉 짜내고선 주먹을 불끈 쥐고 말하기 시작했다.

“용사님이잖아요!”

“용사지만 고삼이며 차가운 도시남자기도 하지.”

“그래도오~! 제대로 안 들어주시면 저 이대로 가버릴꺼에요!?”

“잘가.”

훗…… 그런 협박으로 내 마음을 돌리려 하다니,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내 마음을 돌리려면 역세권에 있는 상가 딸린 단독주택과 함께 30억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왜 30억이냐고? 통계에 따르면 사람이 결혼을 해서 두 명 이상의 자녀를 낳고 한평생 평범하게 살기 위해선 20평 이상의 집과 30억 정도가 있어야 한다는군. 10년 전에는 20억이면 되었는데 지금은 교육비와 물가가 뛰었단다. 만약 그렇게 못 번다면? 죄다 빚이 되는거지. 빛이 아니라 빚이다.

“에, 에, 그, 그렇지만 저… 꼭 용사님께 드릴 마, 말씀이이…… 흐으, 드, 들어주시지 않으면 곤란한데, 꼭 말해야하는데… 흐, 흐엥, 꼭 말씀 드려야 하는건데~”

“오우 쒯, 울지 말라고. 네가 울면 내 마음의 연못에 파문은 일지 않지만 네 처지가 딱하니 오 초는 들어줄게. 하나 다섯. 자, 됐지? 그럼 안녕~ 다음 시간에 다시 만나요~”

“후에에에에엥~~~~!!!!”

“오, 제길! 울지 마! 여기 방음처리가 안 돼서 다 들린단 말이다!”

코끼리 같은 맹렬한 기세로 울어대는 소리가 아무래도 새어나간 듯 밖에서 사람이 접근해 오는 것을 느낀다. 제길, 이대로 들키면 눈앞에 있는 미니천사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내 입장이……! ‘강하다는 으슥한 화장실에서 인형을 가지고 놀아요. 어머 재수없어…… 호호……’ 라던가(근데 누구!?) ‘강하다는 정말 강하군요, 어떻게 그런 곳에서 그런 짓을…… 허허, 참으로 재수없지 아니할 수 없네요.’ 아니 그런 곳은 어디고 그런 짓은 뭐여?! 난 별짓 안 했어?!

내 사회적 위치가 위험해……!!

“그, 그럼 들어주실 꺼에요~?”

“일단, 나중에.”

“예…… 에? 에엑!?”

번개 같은 스피드로 녀석을 ‘접어서’ 마이 안쪽 포켓에 넣는다. 아직 봄이라 겨울교복을 입고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마이가 없었더라면 호주머니에 집어넣었을 테니까.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아무리 나라고 해도 여자애를 호주머니에 집어넣는 파렴치한 짓은 하지 않는다. …그게 뭐가 파렴치하다고 묻는다면 나는 정말로 그 사람의 개념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에, 여자애를 호주머니에 넣는다니, 그런 비참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 사람은 나중에 호주머니의 안쪽 단을 잡아봐야 ‘아~~~!!! 호주머니란 이렇게나 비참한 것이구나.’ 하고 땅을 치며 후회할 것이다.

벌컥.

“응? 강하다네. 뭐야, 너도 한 대 피러 왔어?”

태연하게 손 씻는 척을 하고 있자 문이 열리고 같은 반에 약간 불량하지만 문제는 일으키지 않는 친구(1)과 그 무리 세 명이 들어왔다. 나쁜 감정 없이 가끔 이야기를 하는 반 친구다.

“아니, 난 그냥 화장실. 마침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오, 그래? 오, 이런. 라이타를 안 가져 왔네. 야, 넌 있어?”

“아니, 난 없는데.”

“나도.”

품 안을 뒤적이더니 라이타가 없는지 옆 친구들에게 물어보는 녀석, 입에 담배를 물고 라이타를 찾아 헤매는 모습이 안타깝다. 담배가 있는데 라이타가 없다니, 심지어 이 녀석들은 식사를 마치고 포만감을 느끼며 하루 중 가장 행복하다는 식후흡연을 하려 왔을 것이다. 친구의 말에 따르면 ‘담배가 있는데 라이타가 있는 것은 그림의 떡과 같다. 볼 수는 있는데 먹을 수는 없거든.’ 라는 상황이다. 혹은 ‘여자친구가 있는데 교회를 다닌다’ 라는 상황과도 흡사하지. 사귈 수는 있는데……[이하는 건전한 청소년 문화의 확립을 위하여 생략한다.]

문득, 아까의 상황이 내 머릿속을 번개같이 스치고 지나갔다. 눈에서 빔이 나갔다면, 혹시……?

“앗!”

“응?”

스----팟---!!

시선을 뒤로 돌린 다음에 재빨리 손을 튕겼다. 따닥! 담배의 앞쪽에 가져다 대고 손톱을 가장 빠른 속도로 튕기자,

불이 붙었다.

“으아악!! 불이야!!”

“우오오오오오옷---!?!?”

담배가 아니라 녀석의 머리에 붙었다.

일순간 머리에 붙은 불은 활활 타오르고, 단백질이 타는 냄새가 으슥한 화장실 내부에 가득하게 찬다.

“물! 물! 워러! 셀프!”

“오오오오오!”

촤아악--!!

그리고 남은 것은 물에 젖어 쓸 수가 없게 된 담배꽁초와 물벼락을 맞아 젖은 생쥐 꼴이 된 친구였다.

……미안하다 친구여……

그 이후의 일은 대략 이렇다. 다행히 내가 한 짓을 본 사람은 없어서 어디선가 불똥이 날아들었고, 그걸 미리 본 내가 조심하라고 알려줬으니 조금 늦어서 머리에 불이 붙은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거기에 부적절한 짓을 하기 위해 모였기 때문에 선생님께 알리기도 마땅찮고, 일단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도 모르는데 어디에 무엇을 호소해야 하는지도 불명확한 상황이어서 다들 그냥 잊기로 한 것이다.

완전범죄……!!

……어쩐지 자꾸 부적절한 능력이 늘어가는 것 같은데? 나, 용사 맞아? 알고보니 악당이라던가 뭐 그런거 아니지?

“……그래서.”

“그러니까, 전 용사님의 수호천사라구요. 만화같은 데서 못 보셨어요? 보통 용사님 옆에는 이런 요정같은 아이가 졸졸 따라다니면서 잔소리를 하는거라구요.”

……어쩐지 어벙하게 생겼으면서도 제 할 일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고 있고만…… 아니, 그보다 수많은 용사들 옆에서 착실하게 보조하는 수호천사들에게 사과해. 필사의 조언을 잔소리 치부하는 것은 화내도 되는 일이라고?

“필요 없슴다~ 어린아이는 집에 가세요~”

내 책상 위에서 노트를 편 채 제 몸보다 큰 샤프를 들고서 애써 적어가며 설명한다. 용사가 어떻고, 또 수호천사가 어떻고 악당이 뭐시기고 마왕이 저시기고……

귀찮아. 지금 내 머릿속은 이 단어로 가득 차 있다. 귀찮아 귀찮아 젠장. 공부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뭘 또 배우라는겨……!!

이게 다 아줌(쾅!) …마담신 때문이다!!

“므으으~! 제대로 들어주세요! 중요한 거라구요! 세계의 평화가 위험하단 말이에요!”

“저에겐 세계의 평화보다 수능성적이 더 중요합니다~ 이거 왜 이래, 파트타임이라고 이미 못 박았거든요? 계약서 보여주리? 그리고 묘한 소리내며 귀여운 척 해도 나한텐 안 통하거든요?”

“체엣~! 시간외 근무수당도 있잖아요!”

“귀찮아~”

“아! 본심 나왔어……!! 그거 본심이죠! 지금 본심 대놓고 말한거 맞죠!?”

제길, 나는 뚜둑소리를 내며 등받이에 힘껏 기댔던 몸을 원래대로 되돌린다. 지금 시간은 밤 7시, 야간 자율학습은 몸이 아프다 하고 조퇴했다(물론 그 과정에서 빠삐용 뺨치는 필사의 도주극이 있었다는건 비밀이다). 아무튼 무시하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이지만 나도 아주 궁금한게 없는건 아니다. 아무리 파트타임이라고 해도 직장은 직장(무려 월 80이나 받는), 뭘 정확하게 알아야 일을 할 것 아닌가.

“뭐, 그거야 그렇다 치고.”

“치고가 아니라니까요?! 제대로 듣고 있던거 아니죠! 애써 설명했는데!!”

“애써 설명한건 너지 내가 아닙니다~ 그것보다, 질문.”

물론 내가 애써 설명했는데 그 사람이 듣고 있지 않다면 지금쯤 그 사람은 화성에서 발견된 물의 흔적에서 버터플라이로 헤엄치고 있어야 할 것이다. 내 성의를 무시한 대가는 크거든.

“……뭔가요?”

“……아까랑 이어지는 질문이기도 한데, 네가 수호천사인건 그렇다고 해. 보잘 것 없지만 날개도 달았으니까.”

크기를 봐선 아프리카쯤에 있는 벌새한테 뜯어온 것 같지만.

“실례에요! 제대로 날 수 있다구요! ……아직은 못하지만.”

응?

……못 날어?

“풉. 으핫핫핫! 날지 못하는 천사래!! 크핫핫핫핫---!! 날개가 없어서 떨어진 천사는 들어봤어도 날개가 있는데 날지 못하는 천사는 또 처음일세!? ‘날개는 있는데 날지는 못합니다’ 라는거야?! 우핫핫핫핫!! 그거 ‘여기엔 전설이 있는데 난 전설 따위 믿지 않습니다’랑 비슷한 겁니까?!”

“……울어버릴꺼에요?”

“미안하다.”

생각 같아선 ‘우핫핫!! 울어봐, 울어봐!’ 하며 삿대질까지 하며 놀리고 싶지만, ……여기서 아까처럼 울었다간 아랫집 윗집 사이에서 사이좋게 멍석말이 당할 위험이 있으니 피하도록 하자.

사과가 빠른 남자, 강하다!(오해를 피하기 위해 말하지만 난 이름이 강하다다.)

“아직 성장기라구요! 저, 저도 곧 언니처럼 날 수 있으니까!”

“예~ 예~ 그러시겠죠~”

“[울컥]”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치고가 아니라니까요 치고가!?”

“그럼 그렇다고 합시다.”

“다른게 없잖아요!!”

“허어…… 참, 알았다고, 알았다고…… 그럼 대충 그런것 같지만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런듯 하면서 아닌 듯 한게 자세히 알아보니 대충 그런 의미 같기도 한 것 같습니다…… 이정도면 되지?”

“에? ……에? 에에? ……그, 그렇네요.”

추앙하라, 나의 지혜로움이여!

“그럼 하던 질문을 마저 할게. 내가 용사라고 하면, 악당도 있다고 했잖아. 놈들은 어디 있는 거야? 설마 지표 밑의 마그마 속에서 둥지를 틀고 ‘으흐흐흐~ 곧 내가 간다!’ 하면서 시커먼 미소를 짓고 있는건 아니겠지?”

“아…… 어떻게 아셨어요?”

제길, 이것만은 아니길 바랐어.

“내겐 관심법이 있어.”

“그럼 굳이 말씀 안 드려도 되겠네요.”

“미안, 뻥이야.”

“…….”

“…….”

어쩌라고, 그걸 그냥 넘어가기에는 내 개그관념이 용서치 못한단 말이다. 덧붙이자면 난 궁해를 좋아한다. 내가 좀 돈이 궁해. ……넘어가자.

“후우…… 그럼, 설명할게요. 아까 하던 것이긴 하지만……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악당이 있어요. 용사님이 보셨듯이 천국이 있으면 지옥도 있고, 저희 천사가 있는 것처럼 악마도 살고 있어요.”

샤프를 들어 낑낑거리며 쓰기 시작한다. 그걸 대충 설명하자면 이렇다. 가운데에 지구를 그리고, 위쪽에 천국을, 아래쪽에 지옥을 동그라미로 간략하게 그리고, 화살표로 가운데 지구를 가리킨다.

“당연한 말이지만, 인간은 ‘힘’이 되요. 저희 천사와 악마는 그런 인간의 마음을 먹고 살지요. 사람이 악해지면 악마들이 강해지고, 착해지면 천사들이 강해지고…… 그렇기 때문에 서로 이기기 위해서 여러 가지 일을 해요. 악마에 비해 천사들이 제약이 많기 때문에 힘들긴 하지만…… 그걸 받쳐주는 것이 ‘용사’들이에요.”

노트에 힘들게 ‘묨사’라고 적고 어설픈 방패모양을 그린다. 샤프를 들고 빙글빙글 도는 것이 꼭 굼뱅이가 구르는 것 같다.

“용사들은 가끔 발생하는 특이사항에 대해 저희 천국이 도입한 시스템이에요. 사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엘리트들이죠.”

아니, 엘리트라기보다는 만만한 사람 데려다 놓고 찍은 듯한 느낌인데. 무슨 기준이야, 이거?

“용사의 선발 조건은…… 가능성,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생각의 힘을 합산해서 결정 되요. 말하자면…… 얼마나 정신나간 사람이냐 정도?”

“……정신나간 사람한테 맞고 싶으십니까?”

“에, 에, 그러니까…… 얼마나 개념이 없느냐?”

“아, 그러세요.”

꾸욱---! 손톱을 세워서 정수리를 내리누른 다음에 빙글빙글 돌린다. 원래는 주먹으로 하는 일이지만 크기가 작으니 이 정도로도 충분한 고통을 줄 수 있다. ……자아, 머리가 뚫리는 듯한 고통을 맛보아라……!!

“히, 히에에!! 죄, 죄송해요! 그렇지만 진짜라구요! 가, 간단하게는 ‘생각력’의 차이에요.”

“……생각력?”

“네, 그러니까 이런거에요.”

또 다시 낑낑거리며 샤프를 돌린다. 이번에 보이는 것은 유치원생이 그린 듯한 사람의 얼굴. 그리고 그 얼굴의 뇌 부근에는 ‘샘각’이라고 써 있었다. …생각이 맞는 말이겠지.

“얼마나 생각할 수 있는가. 그것이 용사를 선발하는 기준이에요.”

오, 이건 조금 신선하다. 상상력과 같은 말은 들어봤는데, 생각력이란 것은 또 처음 들어봤다.

“생각은 누구나 하잖아.”

내가 반론을 내밀자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아무나 하지 않아요.”

……? 내가 처음으로 이해하지 못한 말이 나왔다. 보통, 생각이란 건 누구나 하지 않나?

“음…… 그렇다면 제가 질문을 드릴게요. 제가 좋아하는 강아지가 있는데요……”

“하마쯤으로 하지.”

“싫어요!! ……아, 아무튼 제가 좋아하는 하마가 있다고 해요. 평소에 말도 잘 듣고 저를 잘 따라서, 가끔은 심부름도 한답니다. 그래서 제가 그 하마에게 ‘물을 가져다줘’라고 해서 하마가 물을 가져다 줬어요. 그렇다면 이건 하마가 생각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하마가 물을 떠다 주나니…… 신선하다…… 몹시 신선해……”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이 하마는 생각을 한 걸까요?”

“그렇겠지. 말을 듣고 물을 떠다 줬으니까.”

실제로 그렇게 하는 하마는 없겠지만.

“그럼 다시 질문을 할게요. 제가 하마에게 똑같이 ‘물을 가져다줘’라고 했어요. 그런데 어머나, 이번에는 정수기에 물이 다 떨어진 거에요. 그렇다면 하마는 어떻게 할까요?”

“그야 그냥 돌아오겠지. 물이 없잖아.”

그게 당연한 논리다. 개도 신문이 없으면 신문을 가져오지 않고, 고양이도 생선이 없으면 훔치지 않으니까.

내가 대답하자 기대하던 대답이었는지 환하게 웃으며 아주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 조금은 귀여워지기 시작했어.

“그거에요.”

“응?”

그러니까 뭐가?

내가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자 이번에는 샤프로 동그라미를 치기 시작한다. 동그라미 안에 또 샘각이라고 쓰고, 밖에 샘각이라고 쓴다.

“그렇다면, 제가 용사님께 ‘물을 가져다줘’라고 하면 어떨까요?”

“안 주겠지.”

주긴 커녕 불꽃같은 분노로 그 주제모르는 말을 한 입을 미음(ㅁ)자 모양으로 만들어 줄 생각이다.

“그게 아니구요! 아, 정말……! 짜증나!!”

“본성 나왔어!?”

그 누님에 그 동생인가!? 괜히 생긴 것만 미니멈이 아니었어?!

아무래도 놀리는건 적당히 해야 하는 듯 싶다.

“하아…… 아, 아무튼 제가 그렇게 부탁을 했을 때, 용사님이 부탁을 들어주신다는 전제 하에서, 용사님은 제게 물을 가져다 주실거에요, 그렇죠?”

“그…… 그렇지.”

가끔은 비굴할 줄 아는 남자, 강하다!(거듭 말하지만 내 이름은 성이 강씨고 이름이 하다이다. 괜한 오해 하지 말기 바란다.)

“그렇지만, 만약에 물이 없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그야……”

정수기에 물을 채우거나 냉장고에 넣어둔 생수병을 꺼내주겠지. 그것도 아니면 돌아가서 ‘정수기에 물이 없어’라고 말하고 같이 사러나간다거나……

“그거에요.”

검지로 삿대질을 하며 윙크를 날린다. 호오…… 건방지기 짝이 없군.

“그러니까, 뭐가?”

“그것이 바로 ‘생각하는 힘’입니다. 평소와는 다른 상황, 특이사항에 대해서 얼마나 능동적으로 생각해서 대처 하는가…… 그런 거에요. 용사님처럼 다른 곳에서 물을 떠다 주던가, 혹은 정수기에 물을 넣는다던가, 돌아와서 물이 없다 말하고 같이 편의점을 갈 수도 있고 약수터로 물을 뜨러 갈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요?”

“몰라.”

왜냐면 내가 다른 사람이 되어보지 않은 이상 그 사람의 머릿속까지 알 수는 없으니까.

“……보통 사람은 이러게 말해요…… ‘물이 없는데.’ 그리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하던 일을 마저 하죠.”

“그렇지만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세요?”

“…….”

그런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막상 입 밖으로 그 이야기가 잘 나오질 않는다. 분명, 살아오면서 그런 광경을 상당히 많이 봐온 것이다. 내 일이 아니니, 혹은 귀찮으니까, 특별한 일에 대해서 피하려고만 하는 삶의 방식을 나는 꽤나 봐 왔던 것이다.

목 속에서 요동치는 반발 때문에 목을 살살 긁자 내 모습을 바라보던 녀석이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서 말했다.

“평범함과 생활의 반복에 묻혀 생각하길 포기해버린 사람은 용사가 되지 못해요. 그것은 확실합니다.”

“오오, 어쩐지 진지해지기 시작했어……!!”

“아, 진지해 지려는데 말 좀 막지 마세요---!!”

“싫어.”

“아 진짜! 짜증나! 죽어버려!”

“수호천사가 내게 그런 말을! 상처다!”

……그래도 묘하게 현실성 있잖아, 그런 말.

“……아무튼, ‘한 단계 더 나아가는 힘.’ 그것을 우리는 생각력이라고 불러요. 그리고 그 횟수와 과정이 많을수록 생각력이 강한 사람이구요. 용사님의 경우엔 쓸모있는 생각보단 쓸모없는 생각이 더 많은 것 같지만……”

“이젠 대놓고 욕하기 시작하네!? 어이, 아무리 내가 여자와 어린아이에게 미움을 잘 산다고 해도 그건 아니지!?”

수호천사주제에 대상자를 삿대질까지 하며 욕하다니, 뭔가 잘못되어가는 것 같지만 이해는 된다.

“대답은 되었나요?”

샤프를 등 뒤로 돌린 채 말똥말똥하게 눈을 뜨고 쳐다본다. 생글생글 웃는 모습이 인형 같기도 하지만 오히려 인형을 압도하는 귀여움이 있다.

그래서 나는……

“아니.”

“에에에---!?”

원점으로 돌아갔다.

“훗…… 칭찬을 바라는 것 같지만 안타깝게 되었군. 난 칭찬엔 인색하지만 비평과 비방에는 능하다. 특히 대놓고 까는 것을 즐기지.”

“자랑이 아니잖아요!? 그거 단지 딴지걸기를 좋아하는 사람 아니에요!?”

무슨 말을, 자만에 빠진 상대에게 현실을 냉엄하게 보여주는 사람이지.

“뭐, 그건 아무래도 좋아.”

“전 싫거든요?!”

“후후, 그런다고 해서 내가 변할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아, 나는 줏대있는……”

“헹~!”

……불꽃같은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어……!!

용서하십시오,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 아들은 오늘 처음으로 여자애를 때리겠습니다……!!

“아무튼, 제대로 대답이 안 됐잖아. 결국 악당들은 어디 있다는 건데?”

불같이 솟구치는 분노를 잠재우고 묻는다. 응? 왜 안 때리냐고? 어허, 말이 그렇다는 거지, 나는 말했다시피 여자와 어린아이에게는 자비로운 남자다. 젠틀맨이라고 불러도 좋아, 특별히 허락한다.

그것보다, 마그마 속에서 ‘음훗훗훗’하고 숨어있는 녀석들이야 그렇다고 쳐도 악당이 꼭 그런 놈들만 있는건 아니잖아? 이런 놈이 있으면 저런 놈이 있듯이 악당이라고 해서 꼭 마그마 속에만 살고 있으라는 법도 없고.

“그러네요…… 으음, 악당은, 어디에나 있어요.”

“신도 어디에나 있지.”

하늘에~ 땅에~ 그리고 우리의 마음에~

핫, 그렇다는 것은, 내 속에 악당이 있다는 것인가! 과연, 자신 안에 있는 악당을 물리치는 것이 용사의 진정한 목적!? 어쩐지 머리에 보석을 박아넣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좋다!

내 안에 있는 악당아, 나와라! 나왔다! 죽어라! 슥-삭-! 으윽, 분하다! 해치웠다! 이걸로 악당은 죽고 평화가 찾아왔다! 해피엔딩! 적절하다!

“……저기……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그건 아니거든요……?”

“후…… 고마워하지 않아도 좋아. 난 자비로운 남자, 사례로는 10억이면 충분해.”

“고마운거 없거든요!? 그리고 액수 많아-!?”

“흥, 10억도 지불하지 못해서야 지구를 지칠 수 있겠나?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아.”

“어쩐지 세상이 너무 비정해보이네요.”

“현실이란 그런 법이야.”

난 오늘도 이렇게 또 한명의 어린아이를 개안시켰다. 후후…… 자신을 넘어서 다른 사람까지 교육하다니. 스스로 자부심을 느낀다.

“흐, 흐흠. 아무튼 다시. 악당은 어디에나 있어요. 친구일 수도 있고, 부모님 일수도 있고, 때로는 학교 선생님이나 애인일 수도 있어요. 용사와 달리 악당은 누구나 될 수 있으니까요.”

“호오.”

부모님이 악당이라니, 그거 어쩐지 익숙한 설정인데……?

내 머릿속은 빠르게 시뮬레이션을 돌리기 시작했다. 만약, 우리 부모님이 악당이라면……?

[시뮬레이션]

나 : 악의 대마왕! 너를 없애서 지구의 평화를 되찾겠다!

악의 대마왕 : 오호, 너는 용사 강하다! 좋아, 덤벼라!

푹찍윽 아앍 써컹 푹푹 파바바박 투다다 쾅쾅 쿠웅

나 : 허억…… 허억…… 힘든 싸움이었다!

악의 대마왕 : 크윽……! 분하다! 나는 사실 너의 아버지였다!

나 : 이럴수가! 죽어라!

악의 대마왕(이자 아빠) : 으아악~~

“…….”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기분탓이야, 기분탓.”

[시뮬레이션2]

나 : 허억…… 허억…… 힘든 싸움이었다!

대마왕 : 이럴수가…… 나는 사실 너의 어머니였다!!

나 : 그럴수가! 아버지와 손잡고 가세요!

대마왕 : 내가 호랑이새끼를 키웠어어어어~~

“……이런거?”

“아니거든요!? 그보다 벌써 엔딩 정하고 있어!?”

“아니, 보통 이렇잖아. 엔딩은, 그리고 이게 가장 인기도 많다고?”

“진부해! 그리고 재미도 없어! 망해버려!”

……어이, 네가 그러면 안 되지!? 출연한지 삼화도 안 되서 작품속에서 소멸되고 싶냐?!

“흠, 그럼 다른 것을……”

[시뮬레이션3]

나 : 허억…… 허억…… 힘든 싸움이었다!

대마왕 : 윽……!! [가면을 벗는다] 하다씨……!!

나 : 맙소사! 당신은 설마 내가 사랑하던 김모양!!

김모양(이자 대마왕) : 사랑했어요…… 그렇지만 이미 늦었…… 부디, 죽여주세요…….

나 : 거절한다!!

[그리고 어찌어찌 악의 세력을 타고하고 이러저러하고 저러저러해서 해피엔딩]

김모양 : 어머, 벌써 둘째가~♡

나 : [하늘을 바라보며]어머님, 아버님, 아들은 잘 살고 있습니다. 먼 곳에서 부디 행복하시길…….

아버지&어머니 : 불공평해!?!?

“묘하게 불평등한 엔딩이지 않나요?”

“원래 끝이 좋으면 다 좋은 법이야.”

상상을 접고 시계를 바라본다. 9시. 역시 쓸데없는 짓을 하다보면 시간은 금방 간다. 용사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아직 다 못한 숙제가 남았으니 서둘러 이야기를 끝내야지. 이거 못하면 내일 정치시간엔 죽음이라고, 대걸레에 엉덩이가 떡이 되도록 맞고 싶지 않다면 서둘러야 한다.

그래서 나는 조용히 듣기로 했다.

“에…… 그렇지만 제가 알아본 바로는 용사님 아버님과 어머님은 악당이 아니에요. 친구분들도 아니었고…… 악당이 근처에 오면 제가 알 수 있으니까, 바로 알려드릴게요.”

“그래.”

“……묘하게 반응이 적어진 것 같지만…… 악당은 이전부터 있는 사람도 있고, 새로 생겨나기도 해요. 저와 같이 세상으로 악당이 내려와 인간들과 계약을 해서 힘을 주지요. 우리는 그런 사람들과 싸워야 해요. 그런 사람들을 내버려두게 된다면 자신아 가지게 된 힘으로 많은 사람을 괴롭히고 마지막에는 자기 자신까지 해치게 되니까요.”

“그래.”

“그렇기 때문에 용사가 필요하고, 용사님이 필요한 거에요. 이해되셨어요?”

그럼, 정확하게 이해했지.

“그러니까 악당들이 있는데 이놈들이 자꾸 문제를 일으키니까 제일 만만하고 잡생각 많은 니놈이 가서 푹찍윽 좀 해라, 뭐 이런 말이지?”

“네, 정확하네요.”

“인정했어!? 만만하고 잡생각 많아서 고른거 맞지, 이거!?”

내 지혜를 감탄하기에 앞서 격하게 분노가 솟구치기 시작했어……!!

그런 내 내면의 화산폭발과는 상관없이, 샤프를 옆으로 살며시 내려놓은 꼬맹이 천사는 두 손을 앞으로 공손하게 모으고,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그러니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용사님의 수호천사…… 프림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난 정중하게 대답했다.

“오냐.”

“……짜증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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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승용사 강하다! 15편
단편-유토피아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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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이 포인트군요.
멋진 착안점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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