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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력난신(怪力亂神) by Dr.L

굳이 따지자면, 한여름날 할머니가 해주던 옛날 이야기처럼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한국적인 이야기. 라고 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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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동해를 잠재우는 노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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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Dr.L[ceaser]
조회 1048    추천 2   덧글 2    / 2010.03.28 20:34:47
점(占).
점이 무엇인가 라는 원초적인 질문을 접고 간단하게 말한다면 미래를 예측하는 힘. 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속신앙이다.
그러나 스스로의 앞길도 모르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앞날을 예측한다는 말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차라리 그럴 듯한 거짓말을 늘어놓거나, 한때의 불안한 마음을 진정하기 위해 재미삼아 보는 것이라고 하는 편이 옳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점이란 그런 것이 되었다.

자리에 앉은 소녀의 심정도 마찬가지였다.
오래된 것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기호에 맞춰주는 기묘한 감정.
마치 테이크아웃 커피처럼 손쉽게 언제든 뽑아 마실 수 있는 기호품마냥, 점술은 오랜 믿음과 신용의 상징이 아닌, 기분이 언짢을 때 좋은 소리를 듣고자 하는 취미가 되었다. 그것을 혼자서의 힘으로 어찌 해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책상 밑의 육효(六爻)를 꺼냈다.
통을 흔들고 괘 하나를 꺼냈지만, 여전히 점괘는 빙글빙글 돌았다.

“이상하네…….”

그녀가 보고 있는 것은 방금 전, 점을 치고 나간 소년의 것이었다.
점내용이 나오지 않아 대충 얼버무리듯 대답해 준 것에 대해 만 원짜리 돈 다발을 던져두고 떠났다. 처음에는 불쾌한 기분이 땀나듯 솟구치던 것이, 지금에서는 묘한 기분이 되어 온갖 점을 전부 동원하기에 이르렀다.
그래도 아무런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생년월일 출생시간.
모든 것은 완벽했다.
사주, 육효. 살풀이 사주, 관상
배운 것을 총 동원했지만 여전히 알아볼 수가 없었다. 꽉 막힌 벽을 앞에 두고 건너편에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는 느낌까지 들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그런 손님이 둘이었다.
얼굴은 호상虎像이었으되, 점괘가 소년과 마찬가지로 뱅글뱅글 돈다. 미래는커녕 과거조차 예측하기 힘든 기묘한 눈빛을 가진 중년 남자에게. 더 이상 보는 것이 무섭고 식은땀이 흘러, 오늘은 점을 볼 수 없다고 했다.
허나 그는 점의 결과가 만족스러웠던 건지 아니면 불만족스러웠던 것인지 애매모호한 표정을 짓고는, ‘그래 그런가? 흠. 간만에 제대로 된 점쟁이를 만났으니 사례를 하고 가외다.’ 라며 수표를 한 장 주고는 미처 말하기도 전에 사라진 사람이 있었다.

무려 십만 원짜리도 아니고 백만 원짜리 수표 한 장이었다.
이런 거금을 단지 빙빙 도는 괘를 그대로 이야기 한 것만으로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받았다는 것에 자존심이 무척이나 상했지만, 그녀는 늘 어머니가 말하던 수행부족이라는 말로 뼈저리게 실감할 수밖에는 없었다.
자신이 부족하니 제대로 된 점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소녀는 부랴부랴 짐을 챙기고 자리를 나섰다. 아직 해가 떨어지기 전의 인사동거리에는 인파가 몰려 있었고, 점을 보기 위해서 줄지어 섰던 사람들이 갑자기 나선 소녀의 행동에 의아함을 보였다.

“오늘은 이만할까 합니다. 죄송하지만 다음에 다시 오셨으면 합니다.”

깍듯이 허리를 굽혀 하는 사과 말에 사람들은 불만 섞인 표정을 짓다가는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광경을 옆자리에서 막 손님을 보낸 노인이 돋보기를 벗고는 말을 건네었다.

“서빈이는 오늘 끝인 게냐?”
“네. 어르신. 오늘은 다른 볼일이 있어서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그렇게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는 고개를 돌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다.
돌아가면 강신을 해서라도 두 점괘를 보려고 생년월일과 출생시간을 따로 적어놨었다. 그러니 돌아가서는 목욕재개를 하고 신필을 이용해서 점을 쳐볼 작정으로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그것을 계기로 자신이 어떠한 일에 휘말리게 될지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바쁘게 오가는 인파 속에 휩싸여 소녀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괴력난신 
                                                2 부 - 력(力) 편 
                                                    돌림노래 
 
                                       0. 동해를 잠재우는 노래


#1

“하하! 마음 푹 놓고 기다리십시오. 이번 달 내에 그 안건은 처리해 놓겠습니다. 예예, 여당 쯤이야 적당히 구워삶아놓으면 됩니다. 예, 예 그럼 끊겠습니다.”

핸드폰을 끊고는 던지듯이 앞 사람에게 던진 살이 뒤룩뒤룩한 남자는 시트에 푹 파묻히듯 자리를 고쳐 앉았다. 앞자리에 앉아있는 안경을 낀 젊은 청년이 뒤를 돌아보며 대답했다.

“의원님. 일이 잘 풀려서 얼굴이 유난히 더 좋아 보이십니다.”
“하하, 뭐든 이 김혁수의 손에 들어오면 거뜬하지!”

호탕하게 웃을 때 마다 접힌 턱살이 움찔거리는 것을 보고 속으로는 메스꺼움을 느끼면서도 얼굴에는 거짓웃음을 가득 품고 그의 오른팔격인 비서관 서진수가 대답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의원님을 정계의 마이다스의 손이라고 부르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그래. 오늘은 한잔 하고 들어가고 싶으니 황마담에게 미리 연락 좀 해놓게.”

김혁수.
거대 야당의 당 총재의 최측근으로 당 내의 모든 재무를 관리하고 있는 8선 국회의원이다. 최근에는 ‘부패한 당의 앞잡이 돼지’라는 네티즌의 칼날같은 비판도 있었지만, 언론은 언제나 그의 편이었다. 현 당 총재가 이번 대통령선거에 나설 경우 차기 총재는 그가 될 거라는 언론의 추측이 거의 확실시 되는 분위기였다.
중요한 것은 당 총재가 아니라 이 나라를 한 손에 집어넣고 권력의 정점에 웅크릴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일이었다. 최근, 그의 정적이 자신의 자택에서 자살을 함으로 자신의 당내 지지도가 솟구치고 있는 점에 의문은커녕 오히려 그가 사라져서 앓던 이가 빠진 것 같다며 말한 것이 화근이 되어, 그의 인터넷 기사란 에는 온통 악플 천지였지만. 애석하게도 그는 자판을 만져 본적도 없는 컴맹이었다.
선거철이 얼마 안남은 관계로, 언론의 잡음과 대부분의 신변잡기는 당과 비서관이 모두 처리해 주었다. 때문에 온통 머릿속에는 다음 선거에 어떻게 표를 끌어내어, 8선을 노릴 것인지에 대한 탐욕만이 가득 차 있었을 뿐. 한때, 초선의원으로 우정을 나누었던 정적에 대한 위로는 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3일 전 고인이 되신 신의원님의 장례식장에 의원님 이름의 화환과 조의금을 보내두었습니다.”

만약 서진수가 말을 꺼내지 않았더라면 그것은 그저 지나간 시간이라며 코웃음을 쳤을 일이 되었을 뿐. 더 이상 그에겐 이슈가 될 만한 일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으음 그래? 그 친구도 참 아까운 친구였지. 나와 의견만 맞았어도 지금쯤이면 당내에선 한자리 차지하고 있었을 텐데 말이야. 그래, 아주 잘했어.”

저렇게 말해도 속은 지금 기뻐서 어쩔 줄 모르고 있겠지.
서진수는 최대한 표정관리를 하며 입맛을 다시고 차의 시트에 깊게 기댄 의원을 백미러로 흘끔흘끔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는 핸드폰을 들고 그의 단골 룸살롱의 주인인 강남의 황마담에게 전화를 걸려고 할 때, 차가 모퉁이를 돌고 운전수가 괴음을 지르며 브레이크를 힘껏 밟았다.
끼이익 거리는 소음과 함께 자리에 누워있던 김혁수는 앞좌석에 머리를 쳐 박고는 얼굴이 잘 익은 돼지머리마냥 붉게 변하며 분노에 찬 괴성을 질렀다

“야, 이 새끼야! 운전 똑바로 안 해!!”
“그게, 갑자기 웬 꼬맹이가 튀어나와서…….”
“그냥 밀어버리고 가면 되잖아!”

인적이 드문 주택가의 골목은 차 두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길이었다.
의사당이 있는 여의도에서 교통체증을 피해, 강남으로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길 중 하나였기에 종종 이 길을 이용한 적이 있었던 그들에겐. 이런 사건은 처음이 아닌 듯 화를 내었다. 가로등이 있지만 인적이 뜸한 도로 위엔 사람의 그림자는커녕, 개 짖는 소리조차 들리지도 않는 기묘한 동네였다. 뺑소니를 친다고 해도 범인을 찾기는 힘들 것 같은 그러한 장소 탓이었는지 격앙된 목소리로 분통을 터트렸다.

“그냥 밀어버려!”

놀랍게도 가속페달을 밟았지만 차는 움직이지 않았다.
더욱 놀란 일은 소년이 차의 보닛에 손을 짚고 있는 광경을 두 눈으로 보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 이유에서인지 차가 옴짝달싹도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보는 눈이 없으니 그냥 밀고 지나가도 발뺌을 하면 된다. 선거 때문에 당은 필사적으로 이 일을 덮어버리려고 할 것이고, 그는 다시 9선 의원이 되면 되는 것이다.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것은 무엇이던 무슨 수를 써서든 없애버리면 된다. 그런 기초적인 탐욕과 추진력을 가진 김혁수에게 지금의 상황은 아주 사소한 것이더라도 짜증이 날 일이었다.
그 순간, 유리창이 산산이 부서졌다.
차의 시동이 꺼지고 키를 열심히 돌리며 시동을 켜려던 운전수가 깨지는 유리와 들이닥친 공격에 기절해버리고 옆의 비서관이 팔을 얼굴에 두르고 창졸간에 일어난 일에 당황하고 있을 무렵 보닛에 선 소년의 그림자가 점차 차로 다가오고 있었다.

“너, 넌 누구냐!”
“저승사자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뱃속에서 우러나온 얼음장 같은 목소리에 놀라 문을 열려던 서진수의 멱살을 움켜쥔 채 몸을 숙인 소년이 유리창에 그를 패대기쳤고, 그는 그 서슬에 유리창에 부딪혀 정신을 잃었다. 이제야 현실을 깨닫게 된 김혁수는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차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잡아당겼지만 꿈쩍도 하지 않자, 공포에 찌든 눈으로 차 안으로 비집고 들어오려는 그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워, 원하는 게 뭐냐! 돈? 돈이라면 얼마든지 주마!”
“원하는 건 많지만, 일단은 너에게 볼 일이 있을 뿐이다.”

무지막지하게 빠르고 강한 힘으로 멱살을 움켜쥐었다.
이제 갓 16살 정도 되어 보임직한 왜소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마치 커다란 바위를 앞에 들이 민 것처럼 무시무시한 힘을 자랑하고 있었다. 멱살을 잡고 살이 뒤룩뒤룩 찐 김혁수의 몸을 마치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 듯 이리저리 흔드는 통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겨우 참으며 입을 열었다. 마치 속사포 쏘듯 화급하고 더듬거리는 목소리였다.

“도, 돈이라면 얼마든지 주마! 누가 보낸 거냐? 응?”
“네가 죽인 최선규 의원이다!”
“히……히익!”

순간 잠겨있던 차 문이 열린 것을 놓치지 않고 그는 체면도 무시하고 차 밖으로 구르듯이 빠져나갔다. 그러고는 괴성을 지르며 반대반향으로 달아나는 것을 소년은 천천히 차에서 걸어 나와 나르듯이 김혁수 쪽으로 달려갔다.

“운동부족이로군.”

그렇게 말하며 소년이 김혁수를 앞지르고는 마치 주전자에 김빠지는 소리마냥 새된 숨소리를 내며 뒤뚱뒤뚱 달리던 그의 발을 걸었다. 그러자 그는 제풀에 다리가 꼬여 아스팔트 바닥에 고꾸라졌다. 그것을 심드렁하게 살집이 쳐진 배를 소년이 거세게 걷어찼다.

“케, 케힉.”
“얼마 도망치지도 못하면서, 어때. 필사적으로 오명을 뒤집어 쓴 사람의 생각은 해 본적 있어? 없겠지? 너 같은 쓰레기는.”

그러고는 마구 배를 걷어차자 숨조차 쉬지 못하며 컥컥 거리는 것을 멱살을 잡고 들어올렸다. 이 기회에 얼굴을 보아뒀다가 세상 끝까지라도 쫓아서 감방에 쳐 넣겠다고 이를 부득부득 갈았던 김혁수가 소년을 바라보았다.
마치 세상의 온갖 비웃음을 담고 있는 듯 웃고 있는 탈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탈이 아니라, 탈을 쓰고 있는 소년이었다. 잔뜩 주름이 진 갈색 탈이 가로등의 오렌지색 불빛을 받아 더 괴이하게 빛나고 있었다.

“잘 봐둬라. 이 탈이 너의 악행을 끝까지 지켜볼 거다. 제대로 언론에 사과문을 내고 스스로 국회의원을 그만두지 않으면, 다음번은 그 추악한 목숨을 내가 직접 거두러 찾아가겠다.”

그러고는 잡은 멱살을 휘둘러 오른쪽의 벽에 쑤셔 박았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기절한 몸뚱이가 스르르 무너져 내리고, 멀리서 경찰차의 사이렌이 울렸다. 이렇게 요란하게 했으니 달려오는 게 당연할 법 하지만, 전혀 동요하지도 않고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휙 던지고는 반대편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 계속 ----

오랜만의 괴력난신 2부입니다.
그간 잘들 지내셨겠지요?
3류 다급분류 글쟁이 닥터엘입니다.

또 이렇게 미력한 글을 이어 쓸 수 있게 되어 감개가 무량합니다.
모쪼록 즐겁게 봐 주시길 부탁드리며, 다음편을 준비하도록 하지요.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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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Dr.L  lv 9 16.3% / 4663 글 157 | 댓글 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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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노하 03/28/08:37
선댓글 후감상! 첫빠 리플은 제 것 입니다. 잘볼게요 :)
0 03/28/08:53
신시대의 다크히어로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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