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작 완결작

검색결과

아이크 빛과 어둠의 검사
연화홍란 전생을 했지만...
카미도 혼란스러운 거리
redbead 환생 뒤 전(前...
카미즈블러드 라그나로크 극
컨알 하얀 악마
카이테미요 천명을 힐러였...
Leafy 암흑면
AlwaysLaugh 설령, 당신이 ...
실버나라 나만 판타지 ...
wani [단편] Black ...
lyan15 검은 천사
rlight 지나가던 선비
갓카 내 모니터 속...
로드드라콘 구마록(驅魔錄)
보닝 신같은 포지션...
정상인임ㅎ 대마왕이 가출...
NAMIA 신이 죽은 세...
엽토군 블로그
부르프 낮으로 걸어오...
air05 하루아침에 마...
라쿠카라챠 츤데레 여친과...
잉여포돌이 Re:
9A 금경을 삼킨 용
살많은빼빼로 자유의 날개
노아카미 Heal Up
살많은빼빼로 억압의 사슬
요리코 이세계 소환! ...
적색소음 나는 결국, 아...
봄날상어 우리들의 일상...
호떡 밖으로 나가면...
건달프 After Memories
사가 성불사
노가리 미래에서 미래...
똑같은매일 강철 심장의 고동
승다르크 카르페 디엠
멘카로건 Let Us [Rise ...
살많은빼빼로 Life with dead
랑이초록 지구스토리: ...
joseu 생판 몰랐던 ...
쥐며느리 머그속 그녀의...
살많은빼빼로 학생의 반란
초록만두 창밖으로 뛰어...
joseu 생미부
박사능 흉터 새기는 남자
주렁이 이세계 직업에...
멜렌나 노 네임-제미니-
Enivia 하나뿐인 여동생
pwins 용사의 은퇴시기
호치 사랑하는 나의...
레드트리 반인반요
갓카 단편 모음
오얏 고코미의 모험
책갈피 오늘의 꽃을 ...
코노미카 우리 동아리에...
불닭 해골과 소년의...
서호란 살아간다는 것은.
이동규 마왕 따위 되...
이동규 죽음이 사는 숲
비익연리 나와 그녀의 ...
JG광합성 호텔! 마왕성!
레크리셔 빨간 망토 소...
Nehru CRISHA[크리샤]
별티끌 누리끼리
뚜뚜루 나의 작은 기사님
카샬 이제는 너무나...
갓카 Nostalgia
밤바다 이런 나지만 ...
즈잔 황폐한 땅의 ...
도토리x 망할 유령들 ...
두희 나와 호랑이님
나하린 프로 조연과 ...
pakpa 제목미정
9959 운명의 돌: 멈...
yooil 내 소꿉친구는...
리츠카 페퍼민트 카페인
샌니마 저, 오늘부로 ...
김리토 레스즈
1ron 나와 요정의 ...
미호 라노벨에 사용...
칠흑의카밀레 소인 세계에서...
HAlt 환생한 대주술사
깽깽이 이세계의 블랙...
xiix 암살법사
BLAZE ???
엘그나 정상 위에 소...
연역 롤플레잉!
W더블 진홍의 히스토...
형칠이22 팀 파이브 엔젤스
즐거운나날 신님은 우리들...
pe0000 이세계 용사와...
카사토리00 메이드 여동생...
피토휘 여동생과 나 ...
tg가로수 평소대로 살았...
라케리안 모형정원
실크라운 쿨데레X츤데레...
이부프로펜 이 동아리 뭔...
칠흑의대마왕 도적은 왕에게...
세하 Dreamland Online
강화중 주인공의 친구...
[完] 자살의 메커니즘 by 수류아

메디컬 엔터테인먼트입니

[]
총 편수 32 / 총 관심작 수 8 / 총 추천수 0 / 총 용량 -314.182Kbytes
관련글
  19
0명 참여 별점
 
  24 수류아[suryua]  
조회 1234    추천 0   덧글 0    / 2010.04.11 21:50:58

■ 미래를 환상하는 꿈은 언젠가 깨어지기에, 과거를 재생하는 꿈은 아문 상처를 벌리기에, 망상으로 가득한 꿈은 허무하기에 꿈은 자해를 위한 훌륭한 도구가 된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부끄러운 삶을 살아왔다.

어느 섬나라 무뢰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실로 부끄러운 삶은 살아왔다. 그것을 확언할 수 있는 이유는, 이 세상에서 진정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나를 포함해 딱 4명이 있었고 나머지 3명의 삶은 너무나도 멋있었으니까. 확고하고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삶에 비하면 내 삶은 부끄럽기 그지없었다.

물론, 그 외의 인간들은, 사람이라 부르기에도 막막한 벌레 같은 놈들뿐이지만.

대체로 이 세상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이 자신의 생을 낭비해 가는 녀석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피범벅이 되어가며 태어나서는 그저 음식을 소비하고 구정물을 토해내는 징그러운 녀석들이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것 중 아름다운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저들끼리 좀 더 교양 있게 잡아먹기 위해 만든 사회라는 울타리, 믿음을 강요하며 절대 질의응답에 응하지 않는 거짓말쟁이 신 놀음, 되먹지도 않은 숫자가 적힌 종이 쪼가리가 만물의 가치를 좌우하는 괴상망측한 소꿉장난. 마지막 것은 특히 질이 나빴다.

그 녹색의 종이 쪼가리는 벌레들에게는 괜찮은 먹이였던 모양이었다. 끊임없이 그것을 먹어치우려 했고 남의 것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빼앗으려 했다. 그런 벌레들에게 부모를 사고로 잃은 10살, 4살의 남매는 이만저만한 봉이 아니었을 테지. 구더기보다도 끔찍한 친척이란 작자들이 상喪중인 집에 쳐들어와 서류를 들먹이며 영정사진이 되어버린 가족사진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거덜 내어 갔다. 귀찮은 짐짝인 꼬맹이 둘은 시설에 맡겨버리고.

어리고 어리석었던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수치스러운 시기였다. 나는 하나에서 열까지 누나에게 의지했다. 냉정하게 보면 누나라고 나와 뭐가 다를까 싶은 어린아이였지만 나에게는 이 세상 누구보다 든든한 어른이었다. 그리고 당시엔 몰랐지만 누나는 내 생각보다 더 굉장한 사람이었다. 여러 가지 의미로.

그야말로 여러 가지 의미였다. 누나는 내 눈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눈에도 똑같이 이 세상 누구보다 예쁘게 비쳤다.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는 다른 범인凡人들과 달리 누나는 감정을 지배할 줄 알았다. 억제하는 것이 아니다. 누나는 필요에 따라 자신의 감정을 자유로이 할 수 있었다. 시설에 들어가는 바람에 학교는 원래 다니던 사립에서 나와야 했지만 누나의 머리를 따라갈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할 리 없다고 어린 나는 확신했었다.

그런 누나에게 나는 아마 짐짝이었겠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한 시도 해보지 않은 적이 없었다. 나는 감정 조절은커녕 억제조차 하지 못했던 어린아이였기에 아마 누나도 내 생각 쯤 꿰뚫어보고 있었을 것이다. 누나는 어쭙잖은 동정이나 위로는 하지 않았다. 그저 내 손을 꾹 잡고 이끌었다. 그 덕에 나는 벌레들과는 다른, 사람으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

나는 그들과 다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가 하고 묻는다면 하나를 꼭 집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자의식自意識.

누나가 보여준 삶의 방식이다. 벌레들이 믿는 거짓부렁이 신보다야 훨씬 더 신성했던 내 누나가 가르쳐준 방향성이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확실히 인지하고 타자와의 차이를 무한히 객관화하면서 삶을 결정한다. 그 끝의 결론은 언제나 같다. ‘나는 다른 사람과는 다르다’라는 당연한 진실. ‘똑같은 사람인데’라는 근거 없는 동질감을 느끼지 않고 자신을 그들과 같은 한계에 놓지 않는다. 뛰어난 자를 무의미하게 동경하지 않으며 뒤떨어지는 자를 무의미하게 동정하지 않는다. 굳이 삶에 헛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도 냉정하게 자기 스스로를 위해 움직인다. 모든 것의 앞에 나를 두고 그 앞에 스스로의 원망願望을 놓는 패러독스에서 벗어난다. 그렇게 함으로서 나는 사람으로 살아간다. 아직, 많이 부족하기에 부끄러운 삶에 지나지 않지만.

중학교를 졸업하기 직전까지, 나는 긍지로서 그 삶을 유지하고 있었다.

 

“……꿈?”

아니, 기억인가. 수면을 통해 뇌는 기억을 정리한다. 구멍이 뚫려버린 내 뇌에도 아직 그런 기능이 남아있는 듯했다. 이 기억은 아주 오래전의 기억이다. 내가 추락을 시작하기 이전의, 내 곁에 남은 ‘사람’이 누나뿐이게 된 이전의.

지금은 기억에도 ‘있었다’라는 사실 외에는 남아있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들과 내가 어떤 관계에 있었는지는 머릿속에 전혀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여운은 남아있었다. 그들을 떠올리려 할 때마다 나는 푸근한 감정 속에 휩싸였다. 그리고 건물 위로 올라가 지면으로의 도약을 시도했고.

“그러고 보니 여긴 어디지?”

나는 처음 보는 천장 아래 있었다. 원래 내가 묵고 있던 202호실의 천장과는 달리 확고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딱딱한 하얀 타일이 눈에 들어왔다. 특별한 무늬는 없었지만 왠지 밋밋해 보이지도 않았다. 굉장히 무거워 보여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들 정도였다.

“무언가 묵직한 천장이네.”

“그래야 좀 얌전히 있거든.”

나는 흠칫 놀라서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았다. 무리해서 몸을 돌리다가 팔에 꽂힌 링거 바늘이 어긋나 감전된 개구리처럼 펄떡였다. 침대 위에서 한심하게 버둥거리는 내 어깨를 예의 괴력으로 지그시 누르고 바늘 위치를 고친 진래 선생님은 턱을 괴고 내 쪽에 기대어 왔다. 의사 가운은 기묘한 각도로 접히거나 가려 중요한 부분은 결코 보여주지 않았다.

“잘 잤니, 서수 군?”

“…약으로 절 재운 사람한테 들을 말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리고 뭘 그렇게 산뜻하게 웃어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네가 부냐? 괄호 같은 말을 하게. 아무래도 약이 부족했던 모양이구나. 좀 더 오래 잘 수 있게 이번엔 클로로포름에 절여줄까?”

“아뇨, 사양하죠.”

나는 주사가 꽂혀있지 않은 오른손을 들어 사래를 쳤다.

“응? 그러고 보니 옷이…”

어느 새 일반 환자복으로 갈아입혀져 있었다. 벨트로 단단히 조여 땀이 끈적끈적하게 흘렀던 옷 대신 상큼하게 세탁된 새 환자복이었다. 상하 세트에 덤으로 속옷까지.

“누가 갈아입혔나요?”

“그거? 원래대로라면 순이 했어야했는데…”

거기서 진래 선생님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제기랄…”

“예?”

“아, 아니. 아무것도 아냐. 네 옷은 타이밍 좋게 병문안을 온 네 누나가 갈아입혔어. 이런 날씨에도 병문안을 오다니. 어지간히 지극정성이군.”

서소 누나가 왔었나. 고개를 돌려 조금 높게 설치된 창을 올려다보았다. 바깥은 어느새 다시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눈에 들어갔을 때의 하늘과 비교되어 더욱 심해진 느낌도 들었다. 설마 이런 날씨에도 한복으로 차려입고 온 걸까.

“네 누나 재주도 좋더라. 어떻게 이 비바람 속에서 그 풍성한 한복에 물 한 방울 젖지 않고 들어온 거지? 괴물 같은 여자야.”

“물에 젖지 않은 건 여기 와서 옷을 갈아입었기 때문입니다. 흉을 보려면 사람이 없는데서 하시지요. 특히 수아가 있는 곳에서는 더더욱 해서는 아니 됩니다.”

“어? 서소 누나?”

내가 자고 있는 사이 돌아간 것이 아니었나. 그러고 보니 지금이 몇 시인지도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서소 누나는 작은 대야에 받아온 찬물에 수건을 적셔 내 부어오른 뺨에 올려놓았다.

“수아, 수아의 뺨을 이렇게 만든 간악한 년은 누구입니까. 그 화냥년을 잡아 수아의 뺨과 볼기에 훼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도록 해야지요.”

서소 누나는 절대로 범인을 알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누나가 저런 막말을 할 리가 없다. 그건 누나의 평소 말투를 보았을 때 너무나도 명확하다.

‘잠깐. 꿈에서 누나의 말투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누나의 말투에 위화감을 느꼈다. 고개를 갸웃했지만 그런다고 답이 나올리는 없다.

‘그냥 기분 탓이겠지.’

기억에 구멍이 송송 뚫린 나에게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는 작업은 굉장히 스트레스다. 손톱 옆에 거스러미가 생겨 굉장히 신경을 소모하게 하는 느낌과 비슷하다. 겪어 보지 못한 사람은 모르겠지. 손톱깎이가 없다면 그 거슬림은 필설 할 수 없는 자해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이럴 땐 무시하는 것이 최선이다.

“호오, 범인이 여자라는 건 어떻게 알았지?”

“들을 수 있는 귀가 있으니까요. 그보다 선생님? 수아는 이런 독방에 갇혀 있어야 할 정도로 위독한 것 같지 않은데 왜 이런 곳에 있는 것인지 설명해 주시지요.”

“아아, 그건 좀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아서 말야. 이 녀석이 기어이 옥상 문이 잠기질 않는다는 걸 알아버렸거든?”

진래 선생님은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로 어깨를 으쓱했다. 의사 가운도 그에 따라 들썩거렸지만, 역시나 보이지 않았다.

강철인가. 그런 건가.

“어? 옥상 문이 잠기질 않나요?”

내 질문에 진래 선생님과 서소 누나는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또 잊어, 아니 잃어버렸던 모양이군. 괜히 말했네.”

“수아, 그런 걸 말해버리면 이젠 정말로 여기서 못 나온답니다. …뭐, 알아버렸다면 어쩔 수 없군요. 선생님, 부탁합니다.”

아무래도 내가 옥상에 올라가서 추락을 시도할 것 같다는 것이 내가 이 독방에 있는 중요한 이유였던 모양이었다. 덧붙여 옥상 문이 잠기질 않는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올라가도 아무 일도 없었지만.’

올라가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이 정확하지만. 그 높은 펜스와 난간을 팔을 완전히 뒤로 묶어버리는 구속복을 입은 채로는 도저히 넘을 수가 없었으니까. 정작 조사해야할 순의 죽음에 대해선 이미 알고 있던 것 이상의 것은 알아낼 수 없었다. 올라간 탓에 이런 독방에 갇히기까지 했으니 오히려 마이너스다. 태풍이 지나가기 전에 여기를 나갈 수 있을까.

“그럼 수아, 이 누이는 이만 가보도록 하지요.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 부디 몸조리를 잘 하시어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라옵지요.”

“엇차, 나도 ER로 돌아가 봐야겠군. 서수 군 같은 환자만 없어지면 나도 여유로울 텐데.”

서소 누나와 진래 선생님은 상반된 인사를 남기고 방을 나섰다. 나는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푹신한 베개에 머리를 묻고 고개만 돌려 방안의 시계를 찾았다. 1728시 8월 14일. 만 하루가 넘게 자고 있었나. 내 시선은 다시 묵직한 천장을 향했다. 안구를 눌러 내리는 듯한 천장에 나는 눈을 감았다.

텅, 텅, 덜커덩, 덜컥, 텅-

바람이 창문을 때리는 소리가 먼 곳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소리의 패턴은 불규칙했지만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소리는 간간히 끊기다 이내 들리지 않게 되었다. 청각이 반복된 자극을 무의미한 신호로 받아들인 것이겠지. 아마 새로운, 혹은 역치 이상의 자극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내 귀는 귀머거리로 남을 것이다.

달그락달그락! 찰칵, 끼이익-

그래, 이런 문이 열리는 소리라던가.

“실례. 서수…군, 이었지?”

흠뻑 젖어 물방울을 뚝뚝 떨어뜨리며 들어온 사람은 나이는 나보다 서너 살 정도 많아 보이는 남자였다. 낯이 익었지만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디서 봤더라? 과거와 현재를 대조하는 것은 역시 스트레스만 유발한다. 결점도 있는 내 기억세포에서 정보를 꺼내기보다는 합리적이고 편한 방법을 택했다.

“누구시죠?”

“아, 아아, 소개가 늦었네. 난 여기 입원했던 유애의 오빠야. 유반이라고 해. 장례식장에서 봤던 것 같은데. 여기 수건 써도 돼?”

“예? 아, 쓰세요.”

유반 씨는 수건으로 물방울이 이쪽에 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머리를 닦았다. 적당히 머리를 뒤로 넘긴 그의 인상은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무언가 힘이 없었다. 나는 그가 수건을 손에서 놓을 때 즈음해서 질문을 던졌다.

“저기, 왜 이런 곳에 다시 오신 거죠?”

자기 동생이 죽은 병원이다. 그다지 오고 싶지 않을 텐데.

“후, 유애가 세상을 떴을 때는 정신이 없었어. 그 애가 이곳에 들어갔을 때부터, 아니 베르테르 케이스라고 진단받았을 때부터 그런 각오는 되어 있을 셈이었는데. 하지만 정작 닥치고 보니 머리와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린 것처럼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지. 해두어야 할 것이 있었는데 말이야. 난 그것 때문에 여기에 다시 온 거야, 서수 군.”

“해두어야 할 것?”

“음. 몇 가지 물어봐도 될까?”

그는 접이식 의자를 하나 꺼내어 내 침대 옆에 가져다 놓고 앉았다. 무릎에 팔꿈치를 기대고 양손으로 얼굴을 살짝 가렸다. 어깨가 움찔움찔 떨리고 있었다. 빗물에 젖었던 탓에 한기가 오른 것일까. 유반 씨는 입만 이쪽을 향해 열어두었다.

“유애는…어땠나?”

“예?”

“아아, 이런 식으로 갑자기 물어봐도 좀 그렇겠군. 그래, 유애는, 죽기 직전까지 이곳에서 잘 지냈냐는 의미야. 약한 아이였거든. 적어도, 이 세상에서 떠나기 전에 어떤 기분이었을지 나는 그 애의 오빠로서 알아 두어야 해.”

나는 유반 씨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여전히 나머지 모든 부분은 손바닥 밑으로 가려져 있었다. 그의 입은 다시 열렸지만 속은 보이지 않았다.

“그냥, 사소한 거라도 좋아. 그 애는 이곳에서 잘 지냈던 거야?”

“…네, 잘 지냈던 것 같아요. 사실 저도 이곳에 온지 오래되지 않아서 그 전까지 어떤 생활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말수가 적고 언제나 시선을 없어진 다리에 두던 유애. 사람들 사이에 끼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미누 씨와 순은 적극적으로 그녀에게 접근했었다. 비슷한 나이였던 나를 끌어들여서라도 그녀와 이야기를 하려 했을 정도다. 나는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 못했고 인상도 불투명 유리 너머에 있는 것처럼 흐릿하다. 그러니까 나는 적당한 대답을 했다. 아무것도 아닌 답을.

“흐음, 그렇구나. 여기 있는 사람들은 역시 좋은 사람들이었어. 유애의 마지막 생활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 다행이야. 정말로, 다행이야…”

유반 씨는 고개를 떨구었다. 이제는 입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조금씩 떨리던 어깨의 움직임이 멎었다.

“그럼, 이제 진짜 용건.”

“진짜 용건…이라뇨? 에, 우욱?!”

그는 갑자기 일어나 내 멱살을 붙잡았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던 나를 넘어뜨리고 팔꿈치로 가슴을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숨을 쉬는 것조차 불편했다. 그는 한 손으로 내 입을 꽉 막고 내 귀에 속삭이듯, 하지만 강하게 말했다.

“유애를 죽인 자식은, 누구지?”

“…읍!!”

“허튼 수작 부리지 말고 대답해. 어떤 새끼야?! 어떤 개자식이, 유애를 죽였냐고!!”

나는 당황해서 고개만 흔들었다.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갑작스럽게 머릿속을 스치는 장면은 이 상황을 더욱 불가해한 것으로 만들었다.

‘그만하세요. 제발. 더 이상 유애를 괴롭히지 말아요.’

‘웃기지 마!! 유애는 살해당했어! 네 놈도 그 애의 오빠라면, 그 애가 죽었을 때의 그 고통을 생각하면 네 놈이, 그딴 헛소리를 지껄일 수 있는 거냐?!’

‘유애는 자살했어요.’

‘유애는 살해당했어!! 누가 봐도 명백하잖아!!’

‘그녀는 베르테르 케이스에요.‘

‘역시 유애는, 자살한 거예요.’

유애는 자살한 거라고, 경파 씨 앞에서 단언하던 유반 씨의 모습. 그 때의 차분한 모습과 지금의 그는 너무나도 달랐다. 미간을 일그러뜨리고 이를 딱딱 부딪는 유반 씨는 마치 악귀 같았다. 난생 처음 맞부닥뜨리는 악의.

‘아니, 처음은 아냐. 틀림없이 아냐.’

익숙하다. 틀림없이 나는 이런 악의에 익숙하다. 기억에는 없지만 몸에는 새겨져 있었다. 머리도 가슴도 한없이 차가워졌다. 이 상황을 받아들여라. 그의 사고회로를 분석, 행동원리를 규명, 동기와 기재를 파악, 모든 것을 이해하는 거다. 언제나처럼. 자신과 관련된 모든 것을 의식하기 위해.

사람인 채로, 벌레들 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익힌 처세술이다.

꿈을 꾼 직후에는 언제나 그렇듯이, 내 정신은 한 걸음 뒤에서 내 육신을 바라본다.

그야말로, 이런 상황이야말로 적격.

“…저기, 숨이 막히는데요.”

“…너 지금 처지를 알고 말하는-”

“대답을 하는 건 이쪽입니다. 뇌에 산소가 부족하면 입에 뱉는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모르게 될 때도 있죠.”

“…….”

유반 씨는 표정을 굳힌 채로 천천히 팔꿈치를 떼었다. 그가 완전히 떨어져 의자에 자리를 잡을 때까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싸울 의지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링거의 바늘도 꽂힌 채로 두었다. 눌렸던 가슴을 살짝 쓸었다. 빨갛게 자국은 남았지만 이 정도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대답해. 유애를 죽인 게 누구냐?”

“몰라요.”

“이잇!!”

벌떡 일어나는 유반 씨를 나는 지그시 쳐다보기만 했다. 그는 이를 갈다가 의자에 주저앉았다.

“…진짜인 모양이군.”

“예. 따로 조사는 했었지만 수확은 별로 없었죠. 정보가 부족했거든요.”

“……너?”

내 악센트를 알아차렸다. 알기 쉽지만.

“좋아, 정보를 교환하지.”

“좋죠. 질의응답의 형식으로 하죠. 당신이 무엇을 아는지 모르니까. 하지만 질문할 때는 그 쪽에서 아는 걸 하나씩 알려주시죠?”

“…뭐 상관없겠지.”

이제부터는 허세.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만들어 낼 수야 있겠지. 그의 말에 맞추기만 한다면.

유반 씨는 자신이 아는 것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먼저 네가 모를 것 같은 것부터. 유애는 베르테르 케이스가 아냐.”

초장부터 커다란 게 치고 들어왔다.

“예? 그게 무슨-”

“그 애는 베르테르 케이스가 아니야. 그녀의 진단은 오진, 아니, 엄밀히 말하면 조작이지.”

유반 씨는 그 사실을 잘게 씹어 뱉는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그것이 가져온 충격은 전혀 너덜너덜하지 않았다. 거기다 그것이 한 번으로 끝나지도 않았다.

“조작 진단이라고요? 그런 말도 안 되는…”

“그렇게 유애를 보낸 게 우리 아버지니까. 헛소리가 아냐.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그녀는 여기서 자살로 죽었어야 했다. 자 이제 내가 질문할 차례다. 여기 있는 환자들끼리 만든 집단에 대해 알고 있나?”

‘환자 집단?’

나는 머리를 굴렸다. 묘하게도 기억에 남는 것이 있었다.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뇌 구석에 치워버려서 오히려 살아남은 기억이었다. 첫 회진 때 진래 선생님의 말.

“커뮤니티, 라고 했던 것 같군요. 병원 측에선 그걸 사회 복귀 활동의 일환으로 권장하고 있었고요.”

“그래, 그거야. 그 멤버가 누구누구인지를 아나?”

“저는 그런 곳에 참가하지 않았어요. 발이 넓었던 미누 씨라면 또 모를까, 저는 그다지 사교적이지 않았으니까-”

“미누? 그는 누구지?”

“…너무 질문만 하시는군요.”

유반 씨는 주먹을 꽈악 쥐었다. 눈썹이 꿈틀댔지만 이내 그는 손을 풀었다. 숨을 길게 내쉬며 그는 말을 이었다.

“그 커뮤니티란 곳은, 오진이나 유애같이 진단서 조작이 아닌, 진짜 베르테르 케이스의 환자들만의 모임이라고 했어. 그들은 살기 위해 조직을 만들었다는데.”

“살기 위해?”

“자 이제 대답해. 미누는 어떤 작자야?”

“전직 야구선수인 신체 건강하고 넉살 좋은 남자였죠. 오지랖이 상당해서 이 사람 저 사람 잘 챙겼고 유애한테도 계속 말을 걸었었죠. 유애는 별 반응 없었지만.”

“그, 그 자는 지금 어디 있지? 난 여기서 본 적 없는데?”

유반 씨의 표정이 급변했다. 무언가를 잡았다는 얼굴. 어떤 기대로 가득히 떨리는 눈동자를 보고 나는 약간의 즐거움을 느꼈다.

“죽었어요. 유애의 장례식이 있던 날이던가?”

그의 벌어진 입에서 혼이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충족되지 못한 기대의 빈자리를 실망이 가득 채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 달콤하고 청량한 소리에 무심코 웃음이 터질 뻔 했다.

“…죽었나. 죽어버렸나.”

유반 씨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숙한 인형술사의 꼭두각시처럼 좌우로 삐걱거리며 그는 문을 향했다. 그는 나를 돌아보지 않고 머리를 문에 기대고 말했다. 나직한 목소리는 벽에 부딪히면 반향을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다.

“난, 애초에 유애를 여기 보내는 것도 반대했어. 그 빌어먹을 아버지는 다리를 잃어버린 애를 이곳으로 보내 자살하라고 명령했지. 여기서는 자살로 죽어도, 보험금이 나오지. 병사病死니까. 제기랄, 그 놈의 도박 때문에 가산을 모조리 탕진하고 사채에도 손을 뻗었던 아버지의 생각 따위 이해하고 싶지도 않아. 하지만 결국 유애는 이곳으로 보내졌지. 난, 막지 못했어. 막을 수 없었어. 무능력했으니까. 무력한 고교생일 뿐이었으니까. 더 무서운 건, 유애가 여기서 죽으면 보험금을 타 우리의 생활이 조금은 나아질 거라 생각했던 내가, 앞으로 보살펴 주어야만 하는 애물단지가 사라진다고 안도하는 내가, 그 따위 자신이 내 안에 있었다는 걸 알아버린 거야. 나는 도저히 나를 용서할 수 없었어. 거기다 유애가 죽었는데 그건 자살이 아닌 타살이었다는 거야. 누군가에게 고통스럽게 죽어간 거야.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미쳐버릴 것 같았어. 그래서 그걸 부정하려고 형사에게 주먹을 휘둘렀지. 나중에 정신을 차렸을 때는, 내가 자살을 해버릴까도 했어. 하지만 난 못했지. 제길, 난 어디까지나 겁쟁이에 철부지였던 거야! 난 나를 죽이지 못해서, 대신 죽일 사람을 찾아 왔다. 유애를 죽인 놈. 그 놈을 죽이면 법이 나를 죽여주겠지. 그런 각오로 왔는데, 여기까지 와서, 마지막의 마지막에, 그런…”

뒷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그의 어깨가 흐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울음과 섞인 자조는 희미하게 병실 안에 퍼져나갔다.

“아직 돌이킬 수 있잖아요? 유애가 타살인 것도 아직 확정된 게 아니고…”

“아니, 유애는 타살이야. 내가 알아. 단식으로 죽은 사람은 고통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죽는다고 하는 얘길 내가 해준 거야. 어디선가 들었던 정말이지 위로도 헛소리도 아무것도 아닌 거였는데 그녀는 그대로 그걸 따랐어. 그런데 그녀가 메스로 몸을 찔러? 말도 안 되지. 그리고 말야,”

그의 울음이 한순간 멎었다. 유반 씨는 고개를 돌려 옆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유애와 똑같이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는, 그렇지만 광기로 번들거리는 눈동자였다.

“이미, 늦었거든. 이 일의 최대 원인 제공자를 먼저 죽이고 왔으니까.”

“…!”

“잘 있어라, 서수 군. 유애의 상에 꽂아준 향은, 고마웠어.”

유반 씨는 떠났다. 완전히 닫히지 않은 문틈으로 그가 남긴 말의 꼬리가 길게 이어져 나를 울리고 있었다. 그의 말 중에 단 한 문장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난 나를 죽이지 못해서, 대신 죽일 사람을 찾아왔다.’

마치 주문처럼, 그 말은 연쇄 고리의 미싱링크 하나를 철컥 소리를 내며 채웠다.

 



태그
24 수류아  lv 24 85.64% / 32141 글 1295 | 댓글 2419  
인류최약人類最弱의
망량망상魍魎妄想 수류아라고 합니다.

[完] 자살의 메커니즘 32편
/여름/촉수군은 청춘을 구가한다 7편
외인교실의 궤네 2편

게시물 주소 http://seednovel.com/pb/55994
트랙백 주소 http://seednovel.com/pb/tb/55994
18644 bytes / 121.129.31.61
목록

자유연재 검색된 1 / 2 Page, Total 32 Documents
번호 제목 이름 시간 조회 추천
32 31(終) [4] 24 수류아 10.04.11 1339 0
31 30 24 수류아 10.04.11 1345 0
30 29 [3] 24 수류아 10.04.11 1301 0
29 28 24 수류아 10.04.11 1229 0
28 27 24 수류아 10.04.11 1278 0
27 26 24 수류아 10.04.11 1208 0
26 25 24 수류아 10.04.11 1391 0
25 24 24 수류아 10.04.11 1256 0
24 23 24 수류아 10.04.11 1302 0
23 22 24 수류아 10.04.11 1284 0
22 21 24 수류아 10.04.11 1416 0
21 20 24 수류아 10.04.11 1244 0
20 19 24 수류아 10.04.11 1235 0
19 18 24 수류아 10.04.11 1252 0
18 17 24 수류아 10.04.11 1377 0
17 16 24 수류아 10.04.11 1170 0
16 15 24 수류아 10.04.11 1410 0
15 14 24 수류아 10.04.11 1249 0
14 13 24 수류아 10.04.11 1207 0
13 12 24 수류아 10.04.11 1323 0
전체목록 < 1 2 >


Page loading time:0.03s, Powered by pimangBoard v3
회원가입 | 정보찾기

연재

자유연재

공모전연재

베스트 작품

작품 홍보


▶ Today B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