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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달/무제 by 하프물범

휴전으로 끝나버린 발라카야 카탈루 대전 이후의 발라카야 최후방 국경마을 샬루트에 있는 1425부대의 9명의 평범한 이야기. 작가 曰 \'아, 왠지 하늘에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일상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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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하프물범[tanatos04]  
조회 1119    추천 1   덧글 1    / 2010.07.29 00:18:35

어느 시끄러운 중심지를 살짝 벗어난 외각, 커다란 저택이 그 은은함을 더욱 극대화 시킨 채 그 곳에 서 있었다. 작은 정원과 소음 하나 없는 조용함은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데 딱 알맞았다. 꽤 나이가 지긋한 노년의 여성이 정원에 놓인 작은 의자에 앉아 천천히 책을 읽으며 흘러가는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노년의 여성의 손녀로 추정되는 작은 여자아이는 노년의 여성의 바로 옆에서 몇 종류의 봉제인형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시간이 늘어진 양 느릿느릿 흘러가던 중, 정적을 파고드는 초인종 소리가 현관에서 들려왔다. 노년의 여성은 조심스럽게 안경을 벗어 내려놓고는 손녀를 마당에 놔 둔 채 현관으로 걸어갔다. 현관에는 푸른 색 제복을 입은 젊은 여자 집배원이 약도에 그려진 위치와 자신이 지나온 길을 비교하고 있었다. 집 안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초인종을 계속해서 눌러대는 집배원은 노년의 여성이 문을 열자 활짝 웃으며 편지를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중앙 마르셰 우체국에서 온 트리스티나라고 합니다! 여기, 편지 받아주세요.”


“아, 네….”


“그리고 여기에 사인도 해 주시구요. 아,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집배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쾌활하게 웃고 말하고는 자신의 일을 끝낸 후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노년의 여성은 집배원에게서 받은 편지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집으로 돌아와 편지의 뒷면을 확인한 노년의 여성은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노년의 여성이 현관 앞에 쓰러져 울고 있자, 노년의 여성의 며느리로 추정되는 여자가 재빨리 달려와 노년의 여성을 일으켜 세워 주었다. 귀 옆에 착 달라붙는 갈색 머리의 활발해 보이는 여자는 노년의 여성을 부축하여 마당으로 나갔다. 노년의 여성은 그제서야 흐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아 내고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여자에게 편지를 내밀었다.


“레미나…. 이걸 좀 뜯어서 읽어 주겠니? 지금을 왠지 읽을 수 없을 것 같단다….”


“어머님, 왜 그러시는 데요? 누구한테서 온 편지기에. 아, 막내 도련님한테서 온 거잖아요! 이렇게 좋은 걸 받으시고, 왜 울고 계세요? 잠깐만요.”


레미나는 밝게 웃으며 편지봉투의 결합부분을 찢었다. 조금 구깃구깃한 편지지가 편지봉투에서 나오자, 레미나가 편지를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노년의 여성은 손수건으로 찍듯 눈물을 훔치며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레미나를 바라봤다. 여자아이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레미나의 치마를 잡아당기자, 레미나가 아이의 머리를 조용히 쓰다듬고는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흐음, 어머니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어머, 잘 됐네요! 처음에는 그렇게 때 쓰시더니. 생각보다 이곳은 굉장히 편한 곳 인 것 같아요.”


라는 식으로 시작된 편지는 끝까지 1425부대의 칭찬 일색이었다. 그제야 노년의 여성은 눈물을 그치고 레미나가 읽어 내려가는 편지에 집중했다. 레미나는 칼에 대한 새로운 소식을 읽을 때 마다 밝게 웃으며 노년의 여성을 안심 시켜주었다. 레미나가 마지막으로 남은 한 줄을 읽으며 소리쳤다.


“어머니, 저는 이번 달 마지막 주 월요일에 휴가를 얻어 고향으로 내려 갈 생각입니다. 어머님! 도련님이 휴가를 얻어서 집으로 오신데요!”


“지, 진짜니?”


“네! 이번 달 마지막 주면… 이제 삼 일도 안 남았네요? 어머니, 축하드려요. 리비, 막내 삼촌이 집으로 온데! 잘 됐다, 그치?”


레미나가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리비를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리비는 엄마의 얼굴에서 나타나는 반응을 읽고는 꺅꺅 소리를 내며 웃었다. 노년의 여성은 레미나가 내려놓은 편지지를 유심히 살펴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푹 내 쉬고는 다시 눈물을 흘렸다. 레미나가 리비를 내려놓자 더 안아 달라고 손을 뻗으며 말했다.


“엄마, 그럼 삼촌이 오는 거야?”


“응! 이제 얼마 안 남았데. 삼촌 오면 놀아달라고 하면 되겠다! 리비는 좋겠네.”


“무슨 일이야?”


리비와 레미나가 떠드는 소리에 한 소녀가 마당으로 걸어왔다. 깔끔한 먹색 군사 학교 교복에 모자를 갖춰 입은 소녀는 어딘가 진과 상당히 흡사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검은색 생머리를 어깨 바로 아래까지 기른 소녀는 노년의 여성의 옆으로 천천히 다가오더니 무릎을 살짝 굽혀 편지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편지를 끝까지 읽어 내려간 소녀는 눈을 반짝이더니 레미나에게 말했다.


“그, 그럼 오빠가 집으로 돌아온다는 말이야? 그, 그 얼간이가 용케도 군대에서 살아남았네?”


“얼간이라뇨 레나 아가씨. 도련님처럼 강직하고 자기 일에 열심히 이신 분이 얼마나 된다구요.”


“나, 나도 알고 있어요…! 그냥 장난으로 해 본 소리다 뭐. 흥, 몰골로 안 돌아 오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생각해야겠네요. 그럼, 전 방으로 올라갈게요.”


“네, 아가씨.”


레나는 겉으로는 별로 안 기쁜 척 말했지만,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는 발걸음은 경쾌했고, 가는 동안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다. 레미나는 그런 레나의 모습을 보며 배시시 웃었다. 저녁이 되고, 교외의 커다란 저택에는 노란 머리의 성격이 밝아 보이는 남자와 새하얀 머리를 짧게 다듬고, 수염을 거칠게 이리저리 기른 노년의 나이에 맞지 않게 건장한 몸매의 남자가 현관으로 들어왔다. 레미나는 저녁 준비를 하다말고 밖으로 나와 두 남자를 맞이하였다.


“아, 아버님, 다녀오셨어요? 낚시는 재밌으셨나요? 닐, 다녀왔어? 아버님 방해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지?”


“당연하지 레미나. 내가 누군데 그래. 아버지를 방해하기는커녕, 아버지보다 몇 배로 많이 잡았어. 그리고 이건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의 표시.”


닐이 레미나의 볼에 가볍게 키스를 하자, 레미나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닐의 가슴을 그리 아프지 않을 정도로 내리쳤다. 닐 역시 쑥스러워 하며 뒤통수를 긁적이자, 노년의 남자가 닐의 등을 세게 내리치며 호쾌한 목소리로 웃었다.


“크하하! 역시 내 아들 답구나, 닐! 그래, 하루 종일 잘 있었느냐 레미나? 리비랑 레나는 어디 있지?”


“폴! 이제야 돌아왔군요. 하루 종일 밖에 나가 계시다니….”


“오! 엘리시아, 하루 종일 잘 있었소?”


노년의 여성이 현관으로 뛰어와 노년의 남자에게 말했다. 노년의 여성은 노년의 남자에 품에 안기더니 평화로운 표정을 지으며 눈을 살포시 감았다. 노년의 남자는 매우 쑥스럽다는 듯 그와 반대로 껄껄 호탕하게 웃으며 뒤통수를 매만졌다. 닐과 레미나는 두 사람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도록 잠시 자리를 비켜주었다. 레미나는 닐을 욕실로 데리고 가며 아침에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그러고 보니, 칼 도련님이 편지를 보내셨어요. 잘 지내고 계신데다, 이제 얼마 안 있어 집으로 오신데요. 휴가를 얻어서 다음 주 월요일쯤이면 온다고 하시던 걸요?”


“진짜? 흐음, 칼 녀석, 뭐 힘들다거나 짜증난다거나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용케 잘 버티고 있네.”


닐은 잘 지내고 있다는 동생의 소식에 씩 웃었다. 닐이 먼저 식당으로 간 사이, 레미나가 레나를 부르기 위해 레나의 방으로 갔다. 아무런 신호 없이 레나의 방문을 벌컥 열자 평소에도 매일 입던 먹색 군사 학교의 교복을 벗어던지고 형형색색의 옷들을 방안 가득 널브러뜨린 채 커다란 등신대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몸에 대 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레미나가 들어오자, 레나는 재빨리 옷을 뒤로 감추고는 레미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레미나는 레나의 방을 재빨리 살펴보고는 입을 가리며 쿡쿡 웃었다. 그러자 레나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양팔에 들고 있는 옷은 신경 쓰지 않고 연신 팔을 휘두르며 레미나에게 변명을 쏟아냈다.


“레, 레미나 언니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그, 그래! 나 남자친구가 생겼거든 하하! 그래서, 그, 걔랑 만날 때 뭘 입고 갈지 정하려고 그랬던 거야. 절대 칼 오빠가 오는 거랑은 관계없다구!”


레나는 극도로 흥분하며 손에 들고 있던 옷을 던져버렸다. 레미나는 레나의 방으로 들어와 레나가 집어던진 옷을 주워들어 주름이 졌는지 확인하였다. 레나는 잔뜩 쀼루퉁해진 채 레미나와 얼굴을 마주보려 하지 않았다. 레미나는 옷걸이에 옷을 걸고는 레나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괜찮아. 오랜만에 오는 오빠한테 예쁘게 보이고 싶을 수도 있지. 칼 도련님은 레나 아가씨한테 평소에 잘해 줬으니까.”


“그, 그런 거 아니라니까! 흥! …그, 그러면 나 보다 언니가 더 잘 알 것 같으니까, 언니의 도움을 좀 받을게.”


레나는 레미나를 바라보지 않은 채 새침하게 말했다. 레미나는 널브러진 옷들 중에 파란색 레이스가 달린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들고 레나의 몸에 대 보았다. 레미나는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침대 위에 원피스를 던져 놓았다. 레나는 레미나가 골라놓은 옷들을 살펴보더니 다시 자신의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 등신대 거울에 걸어 놓았다. 레미나는 만족스러운 듯 밝게 웃는 레나를 보고는 식당으로 돌아갔다.


“뭐? 칼이 집으로 온다고? 생각보다 잘적응하고 있는 모양인데? 힘들다는 말은 없더냐?”


“네, 거기가 꽤 마음에 드셨나 봐요. 힘들다는 말은 하나도 없고 재밌다 는 말만 빼곡히 적혀있던걸요?”


“그거 참 다행이군! 그 녀석이 징징거리는 말만 써 놓으면 어떨까 하고 고민하기도 했는데. 그거 참 잘 됐어!”


레미나가 건네 준 편지를 읽던 폴은 호쾌하게 웃으며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폴의 압도적인 웃음소리에 잠잠해져있던 식당 안은 폴의 웃음소리가 그치자 다시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닐이 편지를 받아 들고는 건성을 읽어 본 뒤 레나에게 건네주었다. 닐이 가볍게 콧소리를 내더니 별 일 아니라는 투로 중얼 거렸다.

 

샬루트 너머의 작은 간이역, 여전히 짹짹거리는 높은 톤의 울음소리와 바람의 일렁임 밖에 들리지 않는 곳에 웬일인지 사람의 목소리가 잔뜩 들려왔다. 남색 군복 차림은 온데간데없었고, 갈색 코트를 입은 채 무거워 보이는 가방을 들고 있는 칼과 마찬가지로 갈색 코트자림에 칼의 가방에 비해 그리 무거워 보이지 않는 가방을 든 베티가 1425부대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 필요한 건 다 챙겼는가?”


“넵, 중사님. 샬루트 특산물인 사과주랑 제가 가지고 온 물건 중 필요한 것 몇 가지는 챙겨 두었습니다!”


“그래…. 베티는 이번에 두 번째니까 딱히 해 줄 말이 없군. 자네야 워낙 물건을 잘 챙기는 타입이니까.”


베티가 도미닉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도미닉이 검사가 끝나자 고개를 끄덕이며 매표소의 할머니에게 걸어가 표 두 장을 끊어왔다. 베티와 칼이 조용히 간이역 한 구석에 놓인 의자에 앉아 흔들리는 나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칼은 입 주위를 떠나지 않는 웃음을 감추기 위해 애를 썼으나, 웃음은 감춰지기는커녕 노력하면 할수록 입 주위를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기분 나쁘게 실실 웃고 있는 칼의 옆으로 글로리아가 조용히 다가가 귓가에 바람을 약하게 불어넣자, 칼은 등에 벌레라도 들어간 듯 재빨리 벌떡 일어나더니 온몸을 긁기 시작했다. 칼의 재미난 반응에 글로리아는 킬킬 거리며 웃고는 칼이 앉아있던 자리에 앉아 다리를 꼬고 있었다.


“지, 지금 뭣하시는 겁니까. 갑자기 귀에 바람을 불어 넣으시면 몸에 힘이 빠지잖습니까!”


“너무 들떠있는 것 같아서, 조금 진정시켜 주려고 한 건데. 왜? 마음에 안 들어? 마음에 안 들면 말구.”


글로리아가 주머니에서 껌을 꺼내 씹으며 말했다. 칼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바닥에 내려놓은 가방 위에 주저앉아 기차가 오는 곳을 향해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며칠 전부터 담배를 피우는 것을 허락받은 데미무어는 담배를 입에 문 채 턱수염을 긁적거리고 있었다. 데미무어가 새빨갛게 불타고 있는 담배를 발로 비벼 끄는 동안에도 기차는 오지 않았다.


이브와 클레어가 매표소 한편에 마련된 작은 매점에서 사탕 한 봉지를 사 들고 와 입에 우물거리며 칼의 가방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영원이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시간이 간이역을 감쌌고, 칼은 입안에 든 사탕을 이리저리 굴리며 초조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브가 조용히 칼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너무 초조해 하지 마. 기차가 안 온 적은 없었으니까. 늦더라도 반드시 올 거야.”


“아직 기차가 올 시간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는데… 이상하게 초조해지네요. 사탕하나 더 먹어도 될까요?”


“물론. 자, 여기 있어”


칼은 클레어에게서 주황빛의 사탕을 받아, 입에 밀어 넣고는 사탕의 맛을 음미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흘러갔지만 칼은 고개를 꾸벅꾸벅 떨어뜨리며 졸기 시작했다. 이브와 클레어도 기차를 기다리다 지쳤는지 칼을 따라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다니엘과 도미닉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메데이아가 칼에게 다가와 칼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칼은 화들짝 놀라 메데이아를 바라봤다.


메데이아는 조심스럽게 작은 쪽지를 칼에게 건네주고는 말했다.


“…미안한데, 여기 적혀있는 것 좀 부탁해도 될까? …그렇게 힘든 건 아니고, 필요한 게 있어서 부탁하려구.”


메데이아는 조금 쑥스러운 목소리로 말하고는 칼의 반대편으로 걸어가 등을 기대고 앉았다. 이제는 대화마저 끊어져, 더욱 수면의 유혹을 이기지 못할 때 쯤, 지평선 멀리서 굉음을 내 뿜는 낡은 기차가 달려오고 있었다. 이브와 클레어가 재빨리 일어나더니 안전선 뒤쪽 까지 달려가 고개를 쭉 빼들었다.


기차는 머리끝에서 새하얀 연기를 뿜어내며 서서히 속력을 늦춰 간이역에 멈춰 섰다. 기차가 완전히 멈추자, 문이 천천히 열리더니 몇 명의 사람들이 우수수 쏟아져 내려왔다. 사람들이 전부 내리자, 그제야 칼과 베티가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쭉 켜고는 기차에 올라타기 위해 천천히 움직였다. 칼과 베티가 기차에 발을 올리자, 마지막으로 도미닉이 둘을 세우고 말했다.


“몸 편히 잘 다녀오게나. 둘 다 같은 곳으로 가니 서로 잘 챙겨 주고. 그럼, 이제 올라타야지.”


“아, 넵! 다녀오겠습니다!”


“저도 다녀오겠습니다. 클레어, 이브, 글로리아 하사님. 도미닉 중사님 말 잘 듣고 계세요. 메데이아 병장님도요. 그럼, 갖다 올게요.”


“언니, 맛있는 거 많이 사 와!”


모두가 밝은 얼굴로 칼과 베티를 배웅 해 주었다. 칼과 베티가 기차에 오르고, 문이 서서히 닫히자 기차는 다시 굉음을 내며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칼과 베티가 마주앉아 창밖으로 손을 흔드는 글로리아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기차가 서서히 속도가 오르고, 글로리아의 얼굴이 사라지자 둘은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흘러가는 쪽빛 하늘과 솜을 풀어 놓은 것 같은 백색구름이 계속해서 지나갔고, 칼은 창가에 턱을 괸 채 지나가는 풍경들을 바라봤다. 베티는 가방에서 조심스럽게 사과주스 한 병을 꺼내 칼에게 건네주었다. 칼은 고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베티가 꿀을 바른 토스트를 꺼내 오물오물 먹고 있는 사이, 칼은 턱을 괸 채 그대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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