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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달/무제 by 하프물범

휴전으로 끝나버린 발라카야 카탈루 대전 이후의 발라카야 최후방 국경마을 샬루트에 있는 1425부대의 9명의 평범한 이야기. 작가 曰 \'아, 왠지 하늘에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일상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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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하프물범[tanatos04]  
조회 1229    추천 1   덧글 1    / 2010.07.29 00:23:42

“오랜만이다 엘리자베스.”


“응! 오빠도 잘 지내고 있었어? 그 사이에 키가 좀 큰 것 같은데…. 하하, 농담이야 농담. 오빠는 언제나 얼굴이 굳어있으니까.”


베티는 무뚝뚝해 보이는 거구의 남자와 함께 길을 걸으며 가벼운 농담조로 떠들었다. 그러나 남자는 얼굴에 그리 큰 변화를 주지 않은 채 베티의 옆에 꼭 붙어서 그저 묵묵히 길을 걸었다. 베티와 거구의 남자가 커다란 건물 앞에 도착했다. 미적인 아름다움 보다는 실용성을 중시하는 듯한 건물은 덩치에 걸맞게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건물의 입구에 서 있던 두 명의 헌병이 남자의 얼굴을 보더니 재빨리 라이플을 내려놓고는 거수경례를 했다. 남자는 가볍게 손을 올리고는 베티를 데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외부의 칙칙한 색감과 달리, 건물 내부는 외부를 디자인 한 사람과 다른 사람이 디자인했는지 밝은 베이지 색으로 화사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베티가 입은 군복보다 조금 복잡한 물건들이 치렁치렁 달린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모두 베티의 옆에 서 있는 남자에게 경례를 하였다. 남자는 모든 사람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건물의 1층 끝에 있는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안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남자는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방안에는 불꽃처럼 밝은 빨간 머리의 남자가 손님용 의자에 앉은 채 작은 큐브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베티와 남자가 방안으로 들어가자, 빨간 머리의 남자는 재빨리 일어나 베티의 옆에 서 있는 남자에게 인사를 했다.


“어, 이런, 이런. 미안하네. 중령님이 안 계셔서 말이지. …램퍼드, 옆에 계신 아리따운 아가씨는 누구지?”


“제 동생입니다, 사무엘 상사님.”


“아, 그렇군. 만나서 반갑습니다, 아가씨. 사무엘 필립스 상사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베, 베티 그리핀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베티? 그럼 풀 네임이 엘리자베스겠군요. 아가씨에게 딱 어울리는 아름다운 이름입니다.”


“가, 감사합니다.”


베티는 마치 중세의 귀족처럼 자신의 손등에 입맞춤을 하는 사무엘을 조금 힘들어 하며 겨우 웃음을 지은 후 말했다. 사무엘이 반짝이는 이를 들이 내며 매혹적으로 웃었지만, 베티에게는 그저 견디기 힘든 일에 불과했다. 베티의 얼굴에 슬쩍 흐르는 당혹감을 발견 했는지, 사무엘은 해맑게 웃으며 정중히 인사를 했다.


“이런, 제가 너무 오래있었군요. 그럼, 테오도어 중령님께 제가 왔다고 좀 전해주십시오. 이만.”


“안녕히 가십시오, 사무엘 상사님.”


“안녕히 가세요.”


“또 만나기를, 아름다운 아가씨.”


사무엘은 주머니에서 작게 접은 핑크빛 쪽지를 베티의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사무엘이 밖으로 나가자, 램퍼드가 베티에게 의자를 가져다주었다. 베티가 고맙다며 고개를 살짝 꾸벅 숙이고는 램퍼드가 가져다 준 의자에 앉았다.


“그래, 최후방 부대 생활은 어떻지? 조금 할 만한가?”


“응. 뭐, 모두 잘 대해 주시니까 힘들지도 않고, 오히려 거기 있는 게 더 좋아.”


“…아버지가 들으면 속상해 하시겠군. 편한 군대란 건 말도 안 되지만, 좋다니 다행이군.”


램퍼드가 베티와 함께 있는 동안 처음으로 웃으며 말했다. 베티도 오랜만에 웃는 오빠의 얼굴을 보며 웃었다. 오랜만에 만난 남매끼리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상당히 딱딱한 보수적인 이미지를 팍팍 풍기는 노년의 남성이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


베티는 노년의 남성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서서 고개를 꾸벅 숙였다. 램퍼드는 거수경례를 하였고, 남성은 편히 쉬라는 듯 손을 까닥 거렸다. 노년의 남성은 베티의 옷깃을 바르게 정리 한 후 푹신해 보이는 의자에 앉았다.


“오랜만이구나, 베티.”


“오랜만이에요, 아버지. 그 동안 안녕히 계셨어요?”


“이것저것 처리해야 할 일이 잔뜩 쌓인 것만 빼면 전부. 도미닉 녀석이 잘 대해 주고 있겠지?”


노년의 남성은 책상 서랍에서 작은 안경을 꺼내 걸치더니 조용히 말했다.


“…아버지가 굳이 그렇게 말 안하셔도, 모두들 친절히 대해 주시니까 걱정 마세요.”


“그런 가. 램퍼드 중사, 내 방에 자네들 말고 따로 다녀간 이가 있나? 의자들이 조금 지저분하게 놓여있군.”


노년의 남성이 의자들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램퍼드가 의자에 조용히 앉아 말했다.


“방금 사무엘 상사님이 다녀가셨습니다. 이야기를 전해 달라는 걸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테오도어 중령님.”


“그래? 흐음, 사무엘 그 녀석이 여길 왜…. 뭐, 나중에 따로 만나 이야기해야겠군. 베티, 미안하지만 집이 공사 중이라 여기서 잘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미안하다.”


“아뇨, 아버지. 어차피 어디서 자든 똑같거든요. 방은… 오빠가 안내 해 주는 거죠?”


베티가 재빨리 일어나더니 가방을 들고 문 앞에 섰다. 테오도어는 안경을 살짝 추켜올렸다. 램퍼드가 천천히 일어나 테오도어에게 경례를 하고는 베티를 데리고 밖으로 발을 내 밀었다.


“그럼, 오늘 밤에 저녁식사라도 함께 갖지.”


“네, 아버지.”


베티가 조용히 대답하고는 램퍼드를 따라 복도를 걸어갔다.


“칼! 오랜만이다! 이 녀석, 어째 이 아버지한테는 편지 한 통도 안 보내는 거냐! 시간도 많은 녀석이!”


“아, 아버지! 아파요!”


폴이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칼의 머리를 조르며 호쾌하게 말했다. 칼은 폴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애를 썼지만, 폴의 엄청난 힘 때문에 빠져나가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엘리시아가 겨우 폴을 말려 칼을 빼내었다. 칼은 뻑뻑한 목을 붙잡고는 얼굴을 돌렸다. 폴이 칼의 등을 두드리고는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칼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는 엘리시아를 따라 식당으로 갔다.


식당에는 이미 진수성찬이 식탁 가득 차려져 있었다. 노릇노릇하게 튀겨진 닭과 각종 비싸 보이는 빵 종류, 여러 과일들을 푹 재워 끓인 잼과 고급 버터, 푸릇푸릇한 야채들로 만든 샐러드와 비스킷, 견과류들이 여럿 놓여있었다. 칼은 식탁 위 가득 차려진 음식들의 위용에 조금 천천히 걸어 자리에 앉았다.


가족들이 모두 모이고, 뒤늦게 도착한 폴이 가장 상석에 앉더니, 손을 싹싹 비빈 후 소리쳤다.


“그럼, 모두 먹도록 할까?”


폴의 말에 모두 포크를 들었다.

 

조용한 클래식이 은은히 흘러나오는 커다란 식당. 베티와 램퍼드, 테오도어는 작은 테이블에 앉아 부드럽게 구운 양 뒷다리 스테이크를 썰고 있었다. 베티가 비싸 보이는 포도주가 담긴 잔을 입으로 가져가 한 모금 마신 후, 양 뒷다리 스테이크를 입에 넣고 우물거린 후 삼켰다.


“맛있네요. 오랜만에 먹는 비싼 요리라서 그런 걸까요. 와인도 꽤 비싸보이구요.”


“네가 온다기에 며칠 전부터 예약했지.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다. 웨이터! 잠시 이리로.”


테오도어가 지나가던 웨이터를 불러 세웠다. 웨이터가 정중히 인사를 하며 다가오자 무엇인가 적힌 작은 종이를 팁과 함께 웨이터에게 건네주었다. 웨이터는 종이를 받아 들고는 고개를 꾸벅 숙인 후 연주자들에게 종이를 가지고 갔다. 연주자들은 즉시 연주를 멈추고, 다른 분위기의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낮게 깔린 안개 같은 지루한 클래식이 아닌 조금 방방 뛰고 밝은 느낌의 곡이었다. 베티는 귀에 익숙한 곡인지 연주에 귀를 기울였다. 연주가 끝나자, 연주자들은 뒤이어 다른 분위기의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마치 흐르는 개울물 마냥 빠르면서도 경쾌한 곡. 베티는 두 곡 모두 지긋이 듣더니 은은하게 웃으며 테오도어에게 말했다.


“고마워요 아버지. 일부러 제가 좋아하는 곡을 신청 해 주셔서요.”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 정도는 해 줘야하지 않겠냐. 그건 그렇고… 진짜 돌아올 생각이 없느냐?”


“…네.”


“…어쩔 수 없군. 이제 더 이상 설득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난 너를 믿으니, 네가 하고 싶다는 것을 하는 것도 말리기 싫구나. 그 대신, 마지막으로 여기 참여해 줬으면 하는 구나.”


테오도어가 주머니에서 초대장을 꺼내 베티에게 건네줬다. 베티는 테오도어가 준 초대장을 쭈욱 읽어나가더니 고개를 살짝 떨어뜨린 채 한숨을 내 쉬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베티는 초대장을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아버지. 이 정도는 어떻게 해 보도록 노력 할 게요.”


“고맙다.”


테오도어가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 식당 안에는 다시 잔잔한 음악이 흐르기 시작했다.

 

“크하하! 사실 난 네놈을 군대에 보내놓고 많은 생각을 했다! 네가 탈영하면 어떡하지? 혹시 끔찍한 일이라도 저지르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근데, 근데 이렇게 건강하게 돌아오다니!”


“저두요! 어렸을 때부터 어수룩하고 멍청했던 애가 어떻게 군대를 갈까 했는데… 결국 사람은 있어봐야 아는 거군요, 아버지.”


“말 잘했다 닐!”


“여보! 닐! 이제 그만들 마셔요. 벌써 몇 병째 마시는 지 아세요!”


저녁식사가 깔끔하게 비워진 식탁 위에는 여러 종류의 와인병과 사과주병, 양주병들이 이리저리 구르고 있었다. 이미 벌겋게 달아오른 폴과 닐은 저택이 떠나가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칼은 귀를 막고 불평하는 부자들의 대화를 듣지 않기 위해 애를 썼다. 레나는 폴이나 닐, 둘 중 하나가 호기심을 레나의 호기심을 자극시켜 술을 마시게 했는지 눈이 뱅글뱅글 돌고 있었다. 레미나만이 그저 웃으며 부자들의 대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리비가 잠들었으니 데려다 놓고 올게요.”


“응, 그러려무나. 아이고, 머리야…. 나이를 먹어도 하는 짓은 똑같아. 칼, 엄마는 이만 들어가서 자마. 푹 쉬어라.”


“네, 어머니.”


“이거 꽤 맛있는 데? 사과로 술을 만들다니! 그 쪽 사람들은 분명 천재가 틀림없어!”


“그래요 아버지…. 우리, 거기가서 살까요?”


“좋은 생각이다 닐!”


“아버지…. 작은 형님….”


이미 얼큰하게 취할 대로 취한 두 사람의 주사를 온 몸으로 받고 있던 칼은 초인종 소리에 식당 입구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레미나와 함께 익숙한 얼굴들이 초토화 된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이미 잠든 아이들을 업고, 안고 있는 진과 여전히 도도한 얼굴의 제이나, 그리고 비서의 느낌에서 탈피해 밝은 아가씨 같은 느낌의 에스메렐다가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진이 잠든 아이들을 제이나에게 맡겨 두고는 잔뜩 취한 폴에게 다가갔다.


“아버지,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오오! 이거, 진이냐? 진! 여기 앉아라. 칼 녀석이 엄청 끝내주는 술을 가지고 왔어! 자, 자 한잔 마셔라.”


“어라? 큰 형님 아니야? 오랜만이야 큰 형니임~! 형수님, 오랜만입니다.”


“여전하군, 아버님이랑 서방님도. 고생이 많겠다, 레미나.”


“아니, 모두 즐겁게 노시는 걸. 에스메렐다, 오랜만이야. 그간 많이 예뻐졌는데?”


“정말? 우후후, 이 날을 위해서 갈고 닦았지. 이번에는 꼭 남자친구를 만들어서 갈 거야!”


세 자매가 오랜만에 모이자 이야기꽃을 피웠다. 진은 칼의 옆에 앉아 폴이 건네 준 사과주를 홀짝이며 칼에게 인사했다.


“오랜만이다, 칼. 편지는 받았다. 그래, 군대생활은 좀 할 만하다며? 다행이군.”


“큰 형님까지…. 가서 적응하니까 괜찮더라구.”


“그래….”


진이 은은하게 웃으며 말했다. 식당에서 밝은 불이 끊임없이 새어나오고, 시끌벅적한 소리가 밖으로 크게 울려도 달과 별은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고 밤하늘에서 빛나고 있었다.



궤변


웹툰 화 작업은 수조롭게..


진행 중 일겁니다.


하하.


이겼다! 4주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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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것과 밀리지않을 정도로 캐릭터가 많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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