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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달/무제 by 하프물범

휴전으로 끝나버린 발라카야 카탈루 대전 이후의 발라카야 최후방 국경마을 샬루트에 있는 1425부대의 9명의 평범한 이야기. 작가 曰 \'아, 왠지 하늘에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일상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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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ea 0. 토끼와 스튜 (수정판.)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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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하프물범[tanatos04]  
조회 1407    추천 1   덧글 1    / 2010.08.03 03:18:54

Area - 0. 토끼와 스튜

 

눈이 소복이 덮인 산 위에도 생물은 움직이고 있다. 작은 토끼 한 마리가 굴속에서 뛰쳐나오더니 뒷다리로 몸을 지지한 채 일어서 주위를 살펴보았다. 주위는 자신의 털색과 같은 새하얀 백색의 평원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혹시 맡아보지 않은 냄새가 바람을 타고 오지 않을까, 싱그러운 풀의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토끼는 코를 킁킁거렸다. 바람에 실려 온 나무와 이끼의 부드러운 냄새가 토끼의 코끝을 살짝 간질였다. 그제야 안심한 토끼는 굴에서부터 총총 뛰어가며 멀어졌다. 토끼는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인 설원을 달렸다. 토끼가 다시 냄새를 맡기 위해 멈춰 섰을 때 토끼는 자신의 옆구리를 때리는 육중한 충격에 쓰러지고 말았다.


토끼가 쓰러진 눈밭 위에는 핏자국이 흥건해져 분홍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토끼에게서 꽤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한 남자가 작은 망원경으로 토끼를 바라보더니 혀를 가볍게 찼다. 토끼를 동정한다는 의미로 혀를 찬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옆에서 비슷한 크기의 대물 망원경으로 토끼를 노리고 있던 여자에게 보내는 찬사의 의미 비슷한 것이었다.


“제대로 명중했네. 여전히 꽤 하는군, 메데이아. 칼, 가서 주워와.”


“아? 네, 넵! 데미무어 병장님! 쏜살같이 달려갔다 오겠습니다!”


망원렌즈로 들여다보던 남자의 옆에 누워있던 조금 젊은 남자가 벌떡 일어나 거수경례를 하고는 소리쳤다. 데미무어라고 불린 남자는 망원렌즈를 내리고는 반대쪽 손으로 달리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순간, 짧은 총성이 또 한발 산을 크게 울렸다.


“그세 한 마리 더 잡았군. 빨라 갔다 와서, 저기 있는 녀석도 주워 와. 얼른.”


“아, 넵!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너무 무리하지는 마, 이등병.”


“걱정하지 마십시오! 금방 찾아서 가지고 오겠습니다!”


발라카야 공화국에서도 가장 먼 곳에 있는 평화로운 샬루트 마을너머에서 짧은 총성이 울려 퍼졌다. 산 전체를 뒤 흔들 정도로 거대한 총성이었으나 아무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저녁거리 장보기 내기 가위 바위 보에서 진 세 사람을 빼고는.


지면보다 살짝 낮게 땅을 파고, 그곳을 임시기지로 삼은 세 사람 중, 망원렌즈로 토끼를 바라보던 남자가 담배를 입에 물었다. 이등병이 달려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남자는 옆에 있는 대물 망원렌즈를 장착한 하운드-4 저격라이플을 들고 있는 여자에게 조용히 칭찬의 말을 날렸다.


“메데이아, 잘 했다.”


“…고마워.”


자연스레 내린 눈들이 아무런 물리적인 힘없이 자연스레 소복이 쌓인 눈밭 위에 빠끔히 고개를 내 밀고 있는 갈색 바디의 저격용 라이플은 왠지 그곳과 눈 덮인 산을 다른 세계로 나누는 물건이었다. 저격용 라이플에 부착된 망원렌즈로 이등병이 달려가는 모습을 같이 바라보고 있던 메데이아는 조용히 라이플을 참호 한으로 밀어 넣고는 참호 외측에 마련된 작은 정사각형 공간에 이곳으로 오기 전 준비해 온 장작을 꺼내고는 불을 붙였다.


“…이등병이 활발해서 좋아. …여기 온 지 얼마 안 된 것 치고는 적응을 잘하는 것 같아.” 


“뭐, 아직까진 군기가 바짝 들어있으니 보긴 좋네. 왜? 마음에 들어?”


데미무어는 은근히 메데이아를 떠보듯 물었다. 메데이아는 방아쇠에 건 손가락을 조금 움찔하더니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여세를 몰아 데미무어가 조금 사악하게 웃으며 메데이아를 몰아붙였다.


“부럽네. 여기 온지 얼마 안 된 신병 주제에 운이 좋구만. 까다로운 메데이아 병장님에게 인정을 받다니.”


“…까, 까다로운 거 아니야. …그, 그냥 적응을 잘 한 것 같아서 칭찬 한 것뿐이야. …데미무어, 하사님에게 담배 끊는다고 약속 한 거 아니었어? 그런데 지금….”


“아차차. 본능적으로 물어 버렸네. 메데이아, 보급품으로 나온 맛없는 초콜릿 바 말고 직접 구해 온 비싼 초콜릿 바 하나 줄 테니까, 내가 오늘 피운 담배는 지옥 갈 때 까지 못 본 걸로 하는 거다.”


멍하니 담배를 태우던 데미무어는 메데이아의 한마디에 재빨리 담배를 눈 위에 비벼 꺼 버리고는 주머니에서 비싸 보이는 초콜릿 바를 메데이아에게 던져줬다. 자신 쪽으로 날아와 엉겁결에 받아 든 초콜릿 바와 아직 불타고 있는 담배꽁초, 그리고 아무런 생각 없이 느긋하게 주머니에 접어 넣었던 망원렌즈를 꺼내 눈 속에서 허우적거릴지 모르는 이등병의 행보를 살피고 있는 데미무어를 번갈아 보던 메데이아는 매우 진지한 고민을 하는 듯 고개를 푹 숙이더니, 이내 초콜릿 바를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불이 어느 정도 활활 타오르자, 메데이아는 라이플을 잡고 있던 중 꽁꽁 얼어붙은 손을 따뜻하고 아늑한 장작불에 녹이기 시작했다. 데미무어는 칼의 행보를 확인 했는지 망원렌즈를 군장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군장에서 작은 냄비와 잘게다진 찻잎이 든 유리병을 꺼내 냄비에 새하얀 눈을 받은 후, 커다랗게 변한 장작불에 올려놓고는 눈을 녹이기 시작했다.


메데이아가 데미무어에게서 받은 초콜릿 바를 토끼처럼 아작아작 씹어 먹고 있는 동안, 이등병이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린 토끼 두 마리의 귀를 잡고는 헐떡거리며 참호 안으로 기어 들어왔다.


“메, 메데이아 병장님이 잡으신 토끼 찾아 왔습니다! 으으으, 춥다, 추워.”


“…잘했어, 칼. …여기로 와서 몸 좀 녹여.”


“감사합니다, 메데이아 병장님. 으으, 춥다. 아, 비켜 주시는 겁니까? 감사합니다.”


칼은 장갑아래에서 꽁꽁 언 손을 연신 비비며 따뜻한 모닥불의 열기를 받고 있었다. 메데이아가 조심스럽게 옆으로 비켜나 먹고 있던 초콜릿 바를 칼에게 조용히 건네주며 입을 열었다. 칼이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초콜릿 바를 받아먹는 사이, 메데이아가 말했다.


“…이렇게 잡을 바에 차라리 마을로 내려가서 사 오는 게 더 빠를 건데.”


메데이아가 손으로 차갑게 식은 토끼를 꾹꾹 찔렀다. 데미무어는 부드러운 향이 올라오는 차를 마시며 대답했다.


“마을에서 산 육류용 사육토끼 보다는, 자연에서 뛰놀면서 좋은 것만 먹고 자란 녀석들이 훨씬 더 맛있단 말이야. 이런 건 칼이 없었으면 아니면 다시는 먹어보지도 못 할 뻔 했다고.”


“…핑계는.”


“저 때문에 이런 것 까지 준비해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우으. 귀, 귀가….”


“칼, 소리 지르지 마. 메데이아가 싫어하니까. 어차피 바로 옆에 있는 거, 소리 질러봤자 좋을 거 하나 없다고.”


칼이 쩌렁쩌렁하게 소리치자 귀가 괴로운지 메데이아가 귀를 틀어막고는 얼굴을 조금 찡그렸다. 데미무어는 이등병에게 조용히 경고를 주고는 눈이 적당히 녹은 것을 확인하고는 유리병에서 찻잎을 양철 컵에 옮겨 담고는 그 위에 뜨거운 물을 부어 메데이아에게 건네줬다. 따끈따끈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양철 컵을 받아 들고서는 메데이아가 행복하다는 듯이 작은 미소를 짓고는 천천히 한 모금 삼켰다. 갑자기 올라간 체온에 외부 온도와 급격한 차이를 보이자 메데이아의 몸이 가볍게 떨렸다.


데미무어는 칼에게 차를 건네주면서 그런 메데이아의 모습을 보자 웃음이 쿡하고 났다. 칼은 차를 받아 들고는 양손으로 양철 컵을 쥐고는 그것의 온기를 몸속 가득히 집어넣었다. 마지막으로 데미무어가 자신의 컵에 차를 받고는 군장에서 식칼을 꺼내 뜨거운 물에 넣고 소독하기 시작했다. 펄펄 끓는 물에 칼을 넣자, 칼이 조금 새파랗게 질린 채 궁금한 듯 물었다.


“데미무어 병장님, 설마 여기서 해체해서 들고 가시는 건 아니겠죠?”


“아니긴. 여기서 해체해서 들고 갈 수 밖에 없어. 밖에서 잡아 왔다고 하면서 털이 붙어있는 녀석을 덜렁 덜렁 들고 갔다간, 하사님이나 중사님에게 혼나는걸.”


“…오리는 괜찮았는데.”


메데이아가 고개를 갸우뚱 하며 지나간 일을 회상했다. 데미무어는 그럴 필요 없다면서 뜨거운 물에 넣었던 칼을 차갑게 다시 식히고는 말했다.


“오리야, 환영회 때 쓰려고 했던 거고. 얘는 몰래 잡는 거니까. 적당히 해체해서 가져가지 않으면 된통 혼난다고. 그래서 메데이아, 칼. 이 녀석들은 지금부터 정육점에서 사 온 녀석들이 된 거다. 알겠나?”


데미무어는 얼버무리듯 대충 말하고는 토끼를 불에 살짝 그슬리기 시작했다. 토끼털이 타면서 나는 특유의 비릿한 냄새와 고기의 냄새가 섞이자 칼과 메데이아는 자연스럽게 코를 막을 수밖에 없었다. 털이 전부 타올라 냄새가 사라진 후, 칼이 무엇인가 떠올랐는지 재빨리 입을 열었다.


“넵! 알겠습니다! 그런데… 심부름 값은 어디다가 쓰실 생각이십니까?”


칼이 눈치 없이 말하자, 데미무어는 칼을 노려보고는 진지하게 고민 하는 척 했다.


“넌 딱히 돈 같은 거 걱정 할 필요는 없어. …그래도, 거기까진 아직 생각 안 해 봤군. 나중에 군것질이나 하지 뭐.”


“…군것질.”


데미무어가 차를 홀짝이더니 잠시 허공을 바라보고는 말했다. 그러자 메데이아가 조용한 목소리로 데미무어가 내 뱉은 단어를 다시 곱씹었다. 데미무어는 얼굴을 살짝 찌푸리더니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는 남은 차를 단숨에 마셨다. 그리고는 펄펄 끓는 물속에서 식칼을 꺼내 토끼 두 마리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사탕, 먹고 싶어.”


“응? 메데이아, 뭐라고 그랬냐?”


“…아니, 딱히 아무 말도.”


데미무어는 메데이아의 반응이 싱겁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토끼들을 메데이아와 칼의 바로 앞에서 토끼를 조각내기 시작했다. 꽤 흥미롭게 바라보는 메데이아와는 반대로, 칼은 두 눈을 손으로 꼭 숨기고는 토끼의 최후를 보지 않기 위해 애를 썼다.


데미무어는 우선 토끼의 내장을 전부 제거하고는 아직 남아있는 토끼의 털을 불에 그슬렸다. 토끼의 내장은 눈 속에 고이 묻어두고, 칼을 들어 순식간에 가죽과 고기를 분해 한 뒤 토끼의 속을 눈으로 박박 씻고는, 마지막에는 갈색 종이로 속을 깨끗이 닦아냈다.


칼은 무덤덤하게 핑크빛 살덩어리를 깨끗하게 손질하고 있는 데미무어를 보며 조금 겁을 먹은 듯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순진한 칼의 모습을 보자 조금 한심해 보였는지 데미무어가 가볍게 피식하고 웃었다.


데미무어는 깨끗한 천을 밑에 깔고 토끼고기를 올리더니 군용 나이프로 뼈와 고기를 깔끔하게 나누고는, 포장용 종이로 토끼고기를 돌돌 말았다. 모닥불을 눈으로 덮어 끈 뒤 데미무어가 가방에 고기를 집어넣자 메데이아와 칼이 수풀에서 나와 자신들의 물건을 챙기고 나서 방수담요를 걷어 낸 후, 파 놓은 구덩이를 깔끔하게 덮었다.


“다음에 여기 들릴 일 있으면, 종종 와서 한 마리 정도는 잡아먹어. 어차피 일 년에 몇 십 마리씩 새끼를 놓는 녀석이니까, 한두 마리 정도 먹는다고 해서 큰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니까.”


“알겠습니다! 데미무어 병장님!”


“…으윽.” 


“죄, 죄송합니다, 메데이아 병장님.”


칼의 우렁찬 외침에 옆에 있던 메데이아가 놀라 귀를 살짝 막았다. 데미무어는 그 모습을 보고는 살짝 웃더니 반사적으로 주머니에서 담배를 뽑아 입에 물자, 메데이아가 그것을 지긋이 바라봤다. 그러나 데미무어는 메데이아가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서도 담배를 집어넣지 않았다.


데미무어가 담배연기를 내뿜자, 마치 그들이 있었던 장소를 표시하는 방향표처럼 길게 꼬리를 끈 채 그들을 따라왔다.



궤변:


어머나 놀라워라! 16페이지가


9페이지로 순삭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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