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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달/무제 by 하프물범

휴전으로 끝나버린 발라카야 카탈루 대전 이후의 발라카야 최후방 국경마을 샬루트에 있는 1425부대의 9명의 평범한 이야기. 작가 曰 \'아, 왠지 하늘에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일상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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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448    추천 1   덧글 1    / 2010.08.03 03:21:35

샬루트 가장 끄트머리에 있는 커다란 건물에서도 짧은 총성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벽돌로 지은 건물 위에 크림색 페인트를 발라 평범한 가정집처럼 보이는 건물은 샬루트에서 가장 큰 건물은 현재 1425부대원들의 숙소 겸 기지로 쓰이고 있었다. L자 형태로 생긴 건물의 마당에서는 쉴 새 없이 총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1425부대의 기지 안 부엌에서는 머리를 뒤로 모아 기다란 말총처럼 땋은 어린 소녀가 부엌 안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방금 구운 것 같은 빵이 모락모락 맛있는 김을 내는 것도 이제 얼마 후면 끝이지만, 아직 메인요리를 만들 재료를 구하러 간 부대원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소녀가 부엌 안을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고 있는 사이, 어깨 아래까지 내려오는 주황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젊은 여성이 부엌 입구 앞에서 고개만 빠끔히 내 민 채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베티, 저녁 심부름 나간 삼인조는 안 돌아왔어? 뱃가죽이 등에 붙을 지경이라구. 빵이라도 먼저 먹으면 안 될까?”


“안 돼요 글로리아 하사님! 데미무어 병장님이 맛있는 걸 사 오신다고 했어요,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그래도 말이지, 걔네들이 마을로 내려갔다고 해도 벌써 대 여섯 번은 왔다 갔다 할 시간 아니야. 그러지 말구 빵 하나만 먹자. 부탁이야.”


글로리아가 아양을 떨며 식탁위에 오른 빵에 손을 대려고 했다. 주방을 지키고 있던 베티가 글로리아의 손에서 빵이 담긴 바구니를 재빨리 낚아채 자신의 바로 옆에 놔두었다. 베티의 단호한 행동에 글로리아를 눈을 가늘게 흘겨 떴다.


글로리아는 베티의 얼굴과 멀어진 빵을 보더니 우는 소리를 내고는 부엌을 천천히 나갔다. 베티는 식탁 의자에 걸터앉아 팔짱을 낀 채 데미무어가 오기를 기다리는 사이, 베티의 눈에 먹음직스러운 빵이 보였다. 베티는 빵을 먹고 싶다는 욕구를 최대한 참으며, 자신을 다잡았다.


“안 돼…. 데미무어 병장님이 올 때 까지는 절대 먹을 수 없어. 반드시 모두 모였을 때 같이 먹어야 한다고. 나는 빵에 손 안 댈 거야. 절대로!”


“베티, 저녁이 너무 늦는 것 같은데. 엇, 여기에 빵이. 잘 먹겠다, 베티. 글로리아! 빵 먹으러 오게.”


베티가 빵을 먹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틈에 젊은 청년이 부엌으로 들어왔다. 베티에게 저녁식사가 늦어진다고 말하려던 중 바구니에 담긴 빵을 발견하고는 재빨리 빵을 꺼내 뜯어먹으며 글로리아를 부엌으로 불렀다.


베티는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그저 크게 입만 벌렸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서는 젊은 청년의 빵을 뺏으려 했지만 자신보다 몇 배나 덩치가 큰 남자의 손에서 빵을 빼앗는 것은 불가능 했다. 부엌 문 앞에서 안의 사정을 들여다보던 글로리아가 총총걸음으로 부엌으로 들어오자, 청년은 반으로 자른 빵을 글로리아에게 주고는 자신 몫의 반을 다시 반으로 나눠 베티에게 건네줬다.


베티는 청년에게 항의하려다말고 입 앞에 놓인 빵을 크게 베어 물었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빵이 입 안으로 들어오자 베티는 금방이라도 녹아버릴 듯 황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모두가 빵을 우물거리고 있는 사이, 청년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건 그렇고, 데미무어가 너무 늦는 게 아닌가 하는데. 클레어랑 이브, 다니엘은 지금 어디 있지?”


“다니엘은 지금 사격장에 있어요. 클레어랑 이브는 어젯밤부터 밀린 서류가 잔뜩 있다면서 정리하고 있을 거예요. 제가 지금 당장 불러오겠습니다.”


“아니, 아니. 그냥 놔 둬. 아직 데미무어도 안 왔는데 괜히 왔다간 나랑 도미닉 중사님이 먹을 빵이 없어지니까. 물론 네 몫도. 우린 그냥 조용히 있으면 되는 거야. 빵 부스러기 까지 말끔히 먹어치우고서 말이야.”


글로리아가 베티의 입에 검지를 대고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베티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글로리아가 의자에 거꾸로 걸터앉아서는 빵을 뜯어먹으며 발을 흔들었다. 도미닉은 양철 주전자에 물을 받았고, 베티는 글로리아의 옆에 앉아 조용히 부엌을 바라보았다.


해가 서서히 내려앉더니, 해의 몸이 완전히 눈울림 산을 넘어 가자 부엌에도 어둠이 찾아왔다. 베티가 부엌 천장에 붙은 전등을 켜고는 마음이 급한 듯 발로 바닥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글로리아가 고개를 의자 등받이에 기댄 채 조용히 물었다.


“대체 왜 그래, 베티. 보는 사람까지 정신 사납게.”


“너무 늦잖아요. 너무! 어라, 클레어, 이브, 미안하지만 아직 저녁은 준비 안 됐거든…. 조금만 더 기다려줘.”


베티가 초조한 마음을 밖으로 꺼내는 동안, 짧은 은색 머리를 가진 어린아이와 남색 머리를 짧게 묶은 아이가 이층에서 내려오며 칭얼거렸다.


“아직? 베티 누나. 나 너무 배고프단 말이야. 아직 써야할 보고서랑 보내야할 전보랑 정리해야 할 서류가 한 가득인데.”


“언니, 나도 배고파. 하루종일 클레어 도와서 일하느라 점심도 대충 먹어 버렸거든.”


글로리아는 힘없이 칭얼거리는 아이들을 품어주며 말했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빵을 하나 낚아채 아이들에게 나눠 주었다.


“흐음, 하루 종일 클레어를 도와줬구나. 잘했어, 이브. 아구구… 우리 귀여운 꼬마 아가씨. 여기, 빵 하나 먹으렴. 다른 사람에게는 비밀이다. 알았지? 클레어도 수고했고.”


“감사합니다, 글로리아 하사님. 클레어, 같이 먹자.”


이브는 빵을 받아 들고는 손으로 작게 나누더니 클레어와 베티, 글로리아와 도미닉에게 까지 빵을 나눠 주었다.


도미닉은 작은 도자기 컵에 커피와 크림을 넣고는 따뜻한 물을 부의 부엌 안의 모두에게 한 한 컵씩 나누어 주었다. 모두 잠시 동안 배고픔을 잊기 위해 적은 양의 빵과 커피를 마셨다. 그때 누군가 기지 안으로 들어오는 듯한 문소리가 났고, 이내 군화소리가 천천히 울렸다. 데미무어가 평소처럼 뚱한 얼굴을 부엌으로 들이밀며 고개를 푹 숙이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중사님. 조금 사고가 있었거든요.”


“사고? 누가 다치기라도….”


데미무어의 말에 도미닉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일어났다. 데미무어는 재빨리 손으로 총을 숨기라며 메데이아에게 신호를 보냈다. 메데이아는 주위를 살펴보고는 재빨리 세면실로 들어가 총을 숨기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능청스럽게 칼의 옆으로 걸어왔다.


“다친 사람은 없는가?”


“뭐, 그리 큰 사고는 아니니까 걱정하지는 마세요. 그리고 여기, 저녁거리로 토끼고기 좀 사 왔어요. 오늘은 왠지 스튜가 먹고 싶다고 애들이 그래서요. 그렇지?”


데미무어가 칼과 메데이아를 바라보며 말하자, 칼이 바짝 긴장한 얼굴로 똑바로 선 체 말했다.


“넵!”


“응. 이등병, 가자.”


칼과 메데이아는 말이라도 맞춘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른 이들과 최대한 시선을 마주치지 않은 채 재빨리 자신들의 군장을 관물대가 있는 탈의실로 갔다. 데미무어는 그대로 주인이 없는 빈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데미무어가 자리에 앉아, 글로리아가 날카로운 눈초리로 데미무어를 바라보며 웃었다.


자신의 옆에 놓인 클레어의 잔을 자연스럽게 들고서는 클레어의 커피를 마시던 데미무어는 글로리아의 눈초리를 살피고는 천연덕스럽게 물었다.


“실례지만,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습니까? 뭘 그렇게 빤히 바라보십니까, 글로리아 하사님.”


“아니, 오늘따라 데미무어 병장의 얼굴이 멋있게 보여서 말이지. 그 쪽은 왠지 심부름이라든가 남의 부탁은 잘 안 들어줄 것처럼 생겼거든.”


“왜 그러십니까. 이래봬도 꽤 좋은 사람입니다.”


글로리아가 데미무어를 떠 보듯 말하자, 데미무어는 인상하나 바꾸지 않은 채 말했다.


“뭐, 본인이 그렇게 말 하면 그런 거겠지…. 베티! 오늘은 토마토소스를 듬뿍 넣은 스튜가 먹고 싶어. 부탁한다.”


“네, 네, 글로리아 하사님. 토마토소스는 하사님이 원하시는 대로 듬뿍 넣을게요. 고추랑 매운맛을 내는 향신료, 피망도 잔뜩 넣고요. 최고로 매콤한 스튜를 만들어 드릴게요.”


글로리아가 배시시 웃으며 앞치마를 매고 있는 베티에게 말했다. 베티는 드디어 저녁을 먹을 수 있다는 기쁨에 잠겨 흔쾌히 수락하고는 토끼고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베티의 말에 조금 불만이 있는 지, 도미닉이 조용히 말을 꺼냈다.


“베티 일병, 내가 피망 싫어하는 건 예전에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니까 피망은….”


“중사님! 어린애처럼 편식하면 안 돼요! 피망은 몸에 좋으니까 절대 먹어야 해요! 그리고 당근도요.”


당근이라는 소리에 빵을 먹고 있던 클레어와 이브가 조금 움찔거렸다. 도미닉은 한숨을 크게 내 쉬고는 의자에 걸터앉아 커피와 크림을 듬뿍 넣은 새로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모두가 저녁을 기다리며 조용히 부엌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동안, 베티가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매콤한 스튜가 끓는 냄새 서서히 부엌 안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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