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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달/무제 by 하프물범

휴전으로 끝나버린 발라카야 카탈루 대전 이후의 발라카야 최후방 국경마을 샬루트에 있는 1425부대의 9명의 평범한 이야기. 작가 曰 \'아, 왠지 하늘에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일상물]
총 편수 31 / 총 관심작 수 9 / 총 추천수 36 / 총 용량 508.986Kby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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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하프물범[tanatos04]  
조회 1398    추천 2   덧글 2    / 2010.08.03 03:22:59

글로리아가 좋은 냄새라며 감탄하는 사이, 상당히 냉철해 보이는 청년이 부엌으로 천천히 들어왔다. 청년은 도미닉과 글로리아, 클레어와 이브에게 인사를 하고는, 얼굴 가득한 땀을 제복 소매로 쓰윽 닦고는 스튜 냄비를 한번 들여다봤다.


“이제 저녁 짓고 있는 거야? 저녁 짓기에는 많이 늦은 시간인 것 같은데. 요즘 너무 느슨하게 일하고 있는 거 아니야?”


“느슨하게 일하고 있다고? 흥! 하루 종일 밖에서 놀다 온 사람은 신경 끄시지요! 이제 거의 다 되어 가니까, 그 냄새나는 몸 좀 씻고 와서 밥 먹어. 온 몸이 땀범벅인 채로는 여기 앉을 생각 하지 마.”


“응. 병장님, 잘 다녀오셨습니까?”


“그래, 다니엘. 매일같이 열심이군. 며칠 전에 재미있는 녀석을 만들었는데, 조만간 그 재미있는 녀석의 테스트를 부탁하지.” 다니엘은 데미무어에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중앙 거실을 지나 욕실로 갔다. 그 후 메데이아와 칼이 돌아와 클레어와 이브의 옆에 나란히 앉았다. 클레어와 이브가 칼과 메데이아와 수다를 떨고 있는 동안, 베티는 완성된 스튜가 담긴 냄비를 식탁 중앙에 내려놓고는 스튜를 담기 용이한 오목한 그릇을 부엌에 있는 사람 수 대로 꺼내와 앞에 내려두었다. 그리고는 국자로 계급 순서대로 스튜를 떠주었다.


“오늘도 고맙다, 베티. 여전히 수고가 많구나.”


“뭘요. 딱히 할 일도 없으니, 자기가 할 일을 찾아야지요. 글로리아 하사님, 많이 드세요.”


베티가 도미닉의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글로리아에게 스튜를 덜어주었다.


“베티, 나 고기 좀 더 주면 안 돼? 요즘 영양분이 부족한지 밤에 자꾸 졸려. 그리고 당근은 빼 주세요. 부탁이야.”


“그거야 밤이니까 졸린 거죠. 일찍 일찍 주무세요. 데미무어 병장님, 맛있게 드세요.”


글로리아가 어린아이처럼 칭얼거렸지만, 베티는 단호하게 말을 끊고는 데미무어에게로 자리를 옮겼다. 데미무어는 향이 좋은 스튜를 바라보더니 베티를 칭찬했다.


“응. 고맙다. 냄새가 상당히 좋네. 고향에 계시는 어머니가 생각나는 걸.”


베티는 자리가 빈 다니엘의 몫과 가장 어린 이브에게 까지 스튜를 전부 떠 주고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몫을 그릇에 담았다. 베티가 자리에 앉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수저를 들어 스튜를 먹기 시작했다.


“베티! 나 빵 좀 건네줄래? 그리고 매운 소스랑 향초, 후추도 같이 말이야. 생각보다 안 맵네, 이거. 그렇다고 맛없다는 건 아니야. 베티의 요리는 언제나 맛있거든. 아, 고마워.”


“글로리아 하사님, 그렇게 맵게 드시다간, 언젠가 위에 구멍이 생길 거예요. 전번에 만들어드린 매운 생선찜에도 소스를 마구 뿌려 드시더니. 여기요.”


베티가 싱크대 아래 찬장에서 새빨간 소스가 담긴 병을 꺼내 글로리아에게 건네주었다. 글로리아는 행복하다는 얼굴로 소스를 스튜에 잔뜩 뿌렸다. 아직 어린 이브에게는 조금 먹기 힘든지 혀를 쏙 내 밀고는 조금 괴로운 얼굴을 지어보였다.


“아, 이브. 물마시고 싶어? 잠시만. 자, 여기 있어.”


“고마워, 베티 언니.”


저녁식사를 하는 동안 화기애애한 대화가 오고가는 부엌으로 땀을 말끔히 씻어낸 다니엘이 천천히 부엌으로 들어오더니 자연스럽게 빈자리에 앉아서는 빠른 속도로 스튜를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베티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는 다니엘이 얄미웠는지 그가 스튜를 먹는 동안 그를 계속해서 노려봤다.


“칼, 거기 있는 빵 좀 건네줘.”


칼이 허겁지겁 스튜를 먹던 중, 데미무어의 부탁을 듣자마자 재빨리 빵을 건네주었다. 도미닉은 빵을 뜯어 스튜국물을 살짝 찍어 입으로 가져가는 칼에게 말했다.


“칼 이등병. 이제 여기 생활은 할 만한가? 한 달 전 보다는 표정이 많이 좋아진 것 같군. 다행이야.”


“넵! 도미닉 중사님!”


“…이등병, 미안하지만 소리 좀 줄여줘. 그렇게 크게 소리지르면 귀가 멍멍해지거든.”


“앗, 죄송합니다. 메데이아 병장님. 깜빡했습니다.”


칼이 도미닉의 말에 큰 소리로 대답하자, 커다란 소리를 싫어하는 글로리아가 귀를 틀어막고는 괴로운 듯 중얼거렸다. 베티는 식탁을 둘러보던 중, 클레어가 당근을 남긴 채 그저 포크로 쿡쿡 찌르고 있는 걸 발견하고는 호통을 쳤다.


“클레어, 당근은 남기지 말라고 언니가 말했잖아. 그런데 여기 한 쪽으로 치워 놓은 건 뭐야?”


“다, 당근. 그, 그렇지만! 이브도 같이 남겼잖아! 여기, 피망이랑 으깬 감자 아래에 숨겨놓으면 누나가 모를 줄 알아?” “이브, 클레어. 당근 남기지 말고 싹싹 먹고 나가. 알았지?”


“네.”


당근을 남기려는 클레어와 이브에게 베티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두 명은 어린아이답지 않게 한숨을 푹 내쉬고는 숟가락으로 당근을 떠 입으로 가져갔다. 복잡 미묘한 표정이 클레어와 이브의 얼굴위로 떠올랐다.


아직 당근에게 고전하고 있는 클레어와 달리 간신히 당근을 다 먹어치운 이브가 빵으로 스튜그릇을 싹싹 닦은 후 싱크대 쪽으로 걸어가 그릇을 내려두었다. 그리고는 부엌의 입구로 천천히 걸어가더니, 입구 앞에서 아직 스튜에 남은 당근을 처리하지 못한 클레어를 향해 말했다.


“잘 먹었습니다. 클레어, 먼저 서류정리 하고 있을 게. 천천히 먹고 와.”


“응? 이브! 기다려…. 나 아직 덜 먹었단 말이야! 큭! 하, 하사님… 물 좀 주세요.”


“클레어 이등병, 꼭꼭 씹어 천천히 먹어라. 이브 이등병, 명령이다, 클레어 이등병이 스튜를 다 비울 때 까지 여기 앉아 있어라.” “어머, 도미닉 중사님. 우리 귀염둥이에게 꼭 그렇게 무섭게 명령하는 투로 말해야 하시는 건가요? 이브, 클레어가 급하게 먹다가 체할 것 같으니까, 여기서 조금만 기다리려주겠니? 서류 정리는 천천히 해도 되니까.” 


“네, 글로리아 하사님.”


도미닉 중사는 조용히 스튜그릇을 싱크대에 가져다 놓고서는 빵 한 덩이를 들고서 부엌 옆에 붙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올라갔다. 글로리아는 싱글싱글 웃으며 도미닉이 사라지는 곳을 바라봤다. 이브는 허겁지겁 수저를 퍼 올리는 클레어를 다독이며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릇을 싹 비운 다니엘이 스튜 냄비에 걸린 국자를 들더니 스튜를 자신의 그릇에 조금 더 옮겨 담았다.


“다니엘, 다른 사람도 생각해서 적당히 먹어. 너만 그렇게 많이 먹으면 다른 분들은 어떡하라고.”


“어차피 아무도 안 먹는 것 같은데. 이등병, 조금 더 먹을래? 내가 직접 퍼 주지.”


“아, 아뇨, 다니엘 상사님. 저는 한 그릇으로 충분 합니다.”


“봤지, 베티. 그럼 잘 먹겠습니다.”


“다니엘!”


다니엘은 무뚝뚝한 얼굴로 수저를 들더니 조용히 말하고는 스튜를 먹었다. 글로리아와 클레어가 싱크대에 스튜그릇을 놔두고는 먼저 부엌을 떴다. 이어 데미무어가 조용히 빵을 뜯어 스튜그릇을 싹싹 닦아서 입에 넣더니 그대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메데이아는 조용히 데미무어의 그릇을 들고는 자신의 그릇과 함께 싱크대에 집어넣고는 베티에게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


“…맛있게 잘 먹었어.”


“맛있게 드셔서 다행이에요.”


“…매번 미안하지만, 설거지 부탁해.”


메데이아는 데미무어를 따라 천천히 부엌을 빠져나갔다. 베티는 자신의 빈 그릇을 싱크대에 넣고는 작은 펌프를 움직여 싱크대에 물을 받았다. 칼은 조용히 그릇을 놔두고는 베티에게 큰 소리로 경례를 하고는 부엌을 빠져 나갔다.


칼이 부엌으로 나가자 베티가 그릇을 천천히 들더니 조용히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물소리와 그릇이 달그락 거리는 소리만 남게 된 부엌은 아까의 시끌벅적함이 마치 환상인 듯 보였다.


다니엘은 깨끗이 비운 빈 그릇을 들고 묵묵히 설거지를 하는 베티의 옆으로 오더니, 정신없이 설거지를 하고 있는 베티에게 물었다.


“혼자하면 안 힘들어?”


“이 정도는 혼자해도 안 힘드니까, 넌 나가는 게 도와주는 거야. 자, 다 먹었으면 나가서 뛰어 놀든가, 데미무어 병장님의 공방으로 내려가든가 해. 방해하지 말고.”


“쳇….”


베티가 다니엘에게 쌀쌀맞게 말하자 다니엘이 조용히 빈 스튜 냄비와 그릇을 싱크대에 넣더니, 베티의 손에서 수세미를 뺏어 그릇을 닦기 시작했다. 베티는 잠시 놀란 얼굴로 다니엘을 바라봤다.


“도와 줄 테니까, 나중에 내 몫으로 빵 하나 빼 줘. 맥주에 절인 육포도 남아 있으면 같이 주고.”


“흥! 먹을 거랑 사격 훈련밖에 모르는 바보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좋은 구석도 있었네. 그래도 빵이랑 육포는 못 빼줘. 모두 먹을 것도 부족하다고.”


“쪼잔 하긴.”


다니엘이 뚱한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베티가 다니엘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고는 웃으며 그릇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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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선호수야 08/08/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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