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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K i S!! (Knight in Seoul)完 by SB.K

폭주하는 모던 판타지 & 러브 코미디!

[모던판타지&러브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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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SB.K[eva0083]
조회 1016    추천 0   덧글 0    / 2010.08.04 19:58:49

* * *

 

이틀 전, 첨단의 인공섬 여의도.

 

군사용 비행장을 제외하면 모래뿐인 허허벌판이었던 이곳은 70년대의 개발붐을 기점으로 정부 청사 및 제국 유수의 기업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강철과 아스팔트로 만든 수도 제일의 마천루로 이름 높은 곳이었다. 그 빌딩 숲에서도 가장 높은 길이로 유난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초고층 빌딩.

 

아무런 장식 없이 철저하게 기능미와 높이만을 추구한 그 위압적인 건물의 옥상에 요란한 소음과 함께 헬리콥터 한대가 착륙했다. 은회색 동체의 문이 열리며 그 속에서 뛰어내리다 시피 땅에 발을 디딘 것은 한명의 작은 소녀였다. 그녀는 포슬포슬한 긴 갈색머리가 멋대로 흩날리는 것도 관여치 않은 채 그녀의 체구와는 대조적인 빌딩의 입구를 향해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소녀는 마치 제집 드나들듯 옥상과 직통으로 이어진 최상층의 긴 전용 복도를 따라가 단 하나 있는 비서실의 문을 열었다. 차분한 분위기 속, 데스크에서 전화 응대 중이던 여성 비서는 갑작스레 들이닥친 소녀를 보자마자 놀란 듯 굳어버렸다.

 

“아가씨? 어, 어서 오십......”

 

“그 사람은?”

 

“회장님은 지금 업무로 바쁘십니다. 아,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아가씨!”

 

비서의 다급한 목소리를 무시한 채 곧장 걸어간 소녀의 가녀린 손이 비서실 옆의 커다란 문을 부셔버릴 기세로 열어젖혔다. 말도 안 될 정도로 넓은 방에 들어선 그녀가 그 중앙의 집무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내를 향해 날카롭게 소리지른다.

 

“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재건이라니!”

 

중년의 사내가 그 레슬러처럼 탄탄한 몸을 천천히 일으켜 그녀와 마주보았다. 어린 소녀의 그것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투기와 적개심이 깃들어 있는 시선과 담담하게 대면하고 있는 사내의 긴 상처가 새겨져 있는 눈매 또한 이에 지지 않을 정도의, 아니 이를 압도하고 남을 정도의 박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 거대한 성의 주인이자, 제국내의 또 다른 작은 제국의 주인. 대륜 그룹의 정두만 회장은 자신의 단 하나 남은 혈육을 향해 친애도, 감정의 파편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세나야.”

 

후계자, 거대 재벌가의 외동딸 등 항간에서 수많은 별칭으로 불리곤 했던 소녀, 세나가 몸서리치듯 회장의 말을 잘랐다.

 

“친한 듯이 내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 그보다 어서 말해봐, 어떻게 된 일이야?”

 

“오래 전부터 예정된 일이었다.”

 

“언제나 그런 식으로 아무런 설명도 없이 마음대로 정해 버리지. 나에겐 한마디 말도 없이.”

 

“설명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뿐이다. 아직 어리고, 사리분별이 미숙한 너를 배려한 조치야.”

 

“변명이야! 결국 돈 때문 인거지? 당신이 언제 한번 가족을 먼저 배려했던 적이 있었어?”

 

팽팽하게, 그러나 평행선을 그릴 뿐인 대화 아닌 대화들이 오고 간다. 몇 년간 얼굴한번 제대로 맞댄 적이 없는 부녀간에 생겨난 골은 상상이상으로 깊었다. 잠시간의 공백 후, 회장은 타이르듯 세나에게 말했다.

 

“......너는 여전히 아버지인 나에게 보호받아야 할 존재다.”

 

“시끄러!”

 

그러나 그의 진심이 무엇이었던 간에 이는 온전히 딸의 가슴에 닿지 못했다. 세나는 고개를 숙인 채 필사적으로 참아내듯 어깨를 떨었다.

 

“그 사건 이후, 당신을 내 아버지라고 생각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 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그곳은......”

 

그녀가 결국 가슴속에 쌓여있던 울분을 토해낸다.

 

“그곳은 엄마의 마지막 흔적이 남아 있던 곳 인데. 평생 잊혀지지 말아야 할 상처가 남아 있던 곳 인데!”

 

체구 작은 소녀의 물기 어린 목소리가 넓은 집무실에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하지만 회장의 표정에는, 그 어떤 것 변화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것이 나에게 반항하는 이유냐. 그래서 나의 뜻도 어긴 채 멋대로 칼리오페에 들어간거냐.”

 

세나는 자신보다 몇 배는 될법한 체구의 회장을 노려보았다. 그녀의 눈은 증오로, 입가는 비틀린 조소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 맞아. 난 당신의 뜻대로, 당신이 깔아놓은 길대로 걸어가고 싶은 생각 따윈 없어. 아니,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내 의지로 직접 그곳에 걸어 들어간 거야. 어땠어? 당신의 복수심만을 채우기 위해 만든 도구로서의 그곳에, 어느새 자신의 딸조차도 소속되어 있었을 때의 기분이? 애지중지 하며 꽁꽁 싸매고만 있던 당신의 딸조차도 사실은 가장 뛰어난 도구 중 하나였던 거야! 재밌지 않아?”

 

회장은 꿈쩍도 하지 않은 채 그녀의 말을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그가 창밖을 향해 몸을 돌리며 넌지시 입을 열었다.

 

“광묘반, 이라고 했나.”

 

그에게서 튀어나온 뜻밖의 단어에 세나의 어깨가 흠칫했다.

 

“지금 왜 여기서 그 얘기가 나오는 거야? 광묘반이랑은 상관없는 문제잖아.”

 

“네가 정 홀로 서기를 원한다면 나도 뜻대로 해주마. 이사장 명령이다. 이후 지시가 있기 전까지 광묘반의 모든 대외 활동을 금한다.”

 

“뭐, 라고......?”

 

세나는 회장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해하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

 

“그게 뭐야! 말도 안 되는 장난치지 마. 어째서? 어째서 그런 짓을 하는 거야!”

 

회장은 그녀를 무시한 채 책상위의 인터컴을 눌러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비서, 회사와 상관없는 외부인이 있다. 보안을 불러.”

 

얼마 되지 않아 두 사람을 갈라놓을 검은 양복의 사내 두 명이 회장실에 들이닥쳤다. 회장의 눈짓 한 번에 그들은 지체하지 않고 세나의 양 어깨를 잡고 그녀를 끌어낸다.

 

“겨우 마련된 장소야. 나만의 장소라구! 당신이 멋대로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세나는 거칠게 반항하면서 목소리가 갈라질 때까지 소리치고, 또 소리쳤다. 그러나, 그런 그녀에게 돌아오는 것은 회장의 엄숙하고도 무정한 한 마디 뿐이었다.

 

“소꿉장난은 이제 끝이다.”

 

회장실의 밖에서, 천천히 닫히기 시작하는 문 너머로 보이는 그의 뒷모습을 향해 세나는 지쳐버린 목소리로 그저 작게 속삭였다.

 

 

“......당신 따위, 정말 싫어.”

 

 

그리고 곧 문은 닫혔다. 그와 함께, 그들을 아슬아슬하게 이어주고 있던 소통의 길도 굳게 닫혀버리고 말았다. 텅 비어버린 방 안에서, 회장은 눈가의 상처를 매만지며 그녀가 내뱉었던 말을 천천히 되뇌었다. 마치 처음 듣는 이질적인 단어를 말해보듯이.

 

“‘도구’라.”


eva0083 님에 의해 2010.08.13 07:32 에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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