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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달/무제 by 하프물범

휴전으로 끝나버린 발라카야 카탈루 대전 이후의 발라카야 최후방 국경마을 샬루트에 있는 1425부대의 9명의 평범한 이야기. 작가 曰 \'아, 왠지 하늘에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일상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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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477    추천 1   덧글 1    / 2010.08.08 03:22:55

area 7.

 

따뜻한 햇살이 길게 뻗어 칼이 누워있는 침대를 비추었다. 따뜻한 햇살이 연신 칼의 볼을 간질이자, 칼은 하는 수 없이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따뜻하고 폭신한 침대에는 막 빨래를 한 듯 향기로운 냄새가 배여 있었다. 칼은 잠시 동안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자신이 휴가를 받아 세냐르에 있는 집으로 온 것을 기억하고는 기지개를 크게 켰다. 굉장히 익숙하면서도 오랜만에 느껴보는 포근함에 왠지 모를 어색함마저 느껴졌다.


칼은 이부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 잠옷차림으로 일층으로 내려갔다. 복도 맨 끝에 있는, 1425 부대의 세면실과는 비교도 안 되게 큰 세면실에 혼자 멀뚱히 서서 세수를 한 뒤, 이를 닦았다. 초록색 컵에 차가운 물 한 컵을 받고는 입 안을 가볍게 행군 뒤, 칼은 세면실 옆에 붙어있는 드레스 룸으로 들어갔다. 깔끔하게 풀을 먹인 와이셔츠와 바지를 꺼내 입고는 식당으로 향했다.


칼이 가볍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아, 분주하게 움직이던 레미나가 칼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다.


“도련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잠자리는 편하셨나요?”


“네, 작은 형수님 덕분에요. 형수님도 안녕히 주무셨나요?”


“…아우 머리야. 네 형수는 어제 한숨도 못 잤을 거야. 내가 못 자게 했거든.”


닐이 한 구석에서 스프를 숟가락을 휘저으며 중얼거렸다. 레미나가 부끄럽다는 듯이 닐의 어깨를 살짝 치고는 칼에게 따끈한 토스트를 가져다주었다. 작은 형 부부의 애정행각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마멀레이드를 듬뿍 발라 크게 베어 먹었다. 진이 조용히 들어와 칼의 옆에 앉아, 레미나가 재빨리 일어나 진에게 토스트를 가져다주며 인사를 했다.


“아주버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네. 아침부터 수고가 많으시군요. 닐, 칼. 전부 잘 잤어?”


“뭐, 그럭저럭. 형은 잘 잔 것 같네. 나는 아직 찌뿌드드해서 말이지. 오늘 학교도 나가야하는데.”


“닐 형. 오늘도 학교 나가?”


칼이 말하자, 닐이 기지개를 쭉 켰다. 우둑거리는 조금 기분 나쁜 소리가 들리더니 한숨을 푹 내쉰 닐이 말했다.


“필요하다는 데 어쩔 수 없잖아. 이제 슬슬 애들 체력 검사일도 다가오니까. 제미나, 자기는 오늘 안 나가지?”


“응. 따라가 줄까?”


“그러면 고맙지 자기야. 나 커피 한 잔만 더 줘.”


“여기.”


닐이 한쪽 눈을 살짝 감으며 제미나에게 감사를 표했다. 칼은 토스트를 우적우적 씹어 먹으며 닐의 말에 몸을 살짝 뜰었다.


“체력 검사일이라니…. 듣기만 해도 소름이 돋네.”


“그거야. 칼 너는 만날 꼴지. 아니면 꼴지 바로 위였으니까. 큰 형이랑 레나는 만날 일등이었지. 물론 나는 적당히 했었고.”


진이 닐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미나가 진의 잔에 커피를 가득 부었다.


조용히 있던 식당 문이 조금 낡은 소리를 내며 열렸다. 허벅지 바로 위까지 올라오는 커다란 와이셔츠를 입은 레이나가 아직 졸린 얼굴로 하품을 크게 하고서는 식당에 들어왔다. 도도한 발걸음으로 천천히 걸어 진의 옆으로 가 앉더니 이내 고개를 진의 어깨 위에 떨어뜨렸다. 레미나가 제이나의 앞에 따끈한 홍차를 대령하며 말했다.


“언니, 잘 잤어? 많이 피곤해 보이네? 잠자리가 별로였나 봐?”


“아니, 잠자리는 언제나 최고야. 아, 물론 네가 말한 그 의미의 잠자리는 아니지만. 그, 뭐랄까 다른 의미의 잠자리 있잖아. 그래, 그거.”


“…제이나 언니.”


“왜? 이제 다 큰 어른들 밖에 없는 데. 이렇게 말 한다고 해서, 딱히 얼굴 붉힐 사람은 없잖아. 그치, 진?”


“그럼.”


진은 제이나의 말에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그러나 제이나의 장담과 달리 칼은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치렁치렁한 머리가 이리저리 얽힌 에스메랄다가 조금 신경질적인 발걸음으로 식당 안으로 들어오더니, 닐의 옆에 앉았다. 이번에도 역시 레미나가 에스메랄다의 앞에 토스트를 내려 주며 아침 안부 인사를 했다.


“에스메랄다. 안색이 조금 안 좋은데? 어젯밤에 많이 불편했어?”


“아니! 저기 두 사람! 애들은 내 방에 데려다 놓고, 밤새도록 시끄럽게 굴더라? 내가 애들 깰까봐 얼마나 걱정한지 알아?”


에스메랄다가 서로 정답게 잼을 발라주고 있는 진 부부를 바라보며 눈을 흘겼다. 보라색 포도잼과 함께 토스트를 한 입 베어 문 제이나가 별 일 아니라는 얼굴로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어머, 그게 그렇게 격하게 반응할 필요 있는 일인가? 애들이 막내 이모랑 자고 싶다기에 가서 자라고 했더니.”


“그리고. 작은 언니도 똑같아! 아래층에서는 벽을 쿵쿵 치지, 위층에서는 천장을 쿵쿵 치지! 애들 깨면 내가 대체 어떤 식으로 변명을 해야 하는 거야?”


“미안, 에스메랄다. 앞으로는….”


레미나가 에스메랄다 앞에 꿀이 담긴 작은 단지를 내려놓으며 사과를 하려 했으나, 커피 잔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며 제이나가 레미나의 말을 끊어 먹은 뒤 말했다.


“전에 말 했잖아. 그렇게 부러우면 남자친구를 만들어 오라고. 여기 온 목적도 그거잖아? 꼭 이루길 바란다.”


“이이익! 이 집에서 내 마음을 이해해 주는 건 레나 밖에 없을 거야!”


에스메랄다는 꿀을 잔뜩 바른 토스트를 한입 베어 문 채 식당을 뛰쳐나갔다. 레미나는 닐의 옆에 앉아 그저 피식 웃었고, 레이나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커피를 홀짝였다. 칼은 무덤덤하게 앉아있는 진과 닐과는 달리, 큰 형수의 음담패설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레미나가 칼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마멀레이드가 입에 안 맞으세요? 아니면 자리가 불편하신가요? 도련님 얼굴이 새빨개지셨네요.”


“아, 아뇨! 그게 아니라…. 그, 그냥 좀 더워서요. 하하.”


“아! 빨리 말해주시지…. 그럼 창문 열어드릴게요.”


레미나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닐이 재빨리 일어나 창문을 열고는 자리로 돌아왔다. 시원한 바람이 식당을 스쳐 지나가자, 레이나가 조금 바르르 떨었다. 딱히 이렇다 할 대화가 오고 가지 않는 사이, 에스메랄다가 이제 막 일어나 아직 정신이 없이 부스스한 레나를 데리고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에스메랄다는 아직 정신도 못 차리는 레나를 진과 제이나를 향해 시선을 고정 시킨 채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것 봐 레나! 저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해? 아침부터 서로 껴안고 있는 거 말이야!”


에스메랄다의 폭주에도 진과 제이나는 그저 흘깃 바라 볼 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레나는 크게 하품을 하더니 눈을 비비며 말했다.


“…말이 되고 자시고, 아침부터 이렇게 끌고 오시면 어떡해요. 아직 일어날 시간이 한참 남았는데.”


“에스메랄다! 너 주무시고 계시던 아가씨를 마음대로 깨우면 어떡해! 오늘 학교도 가셔야하는데!”


레미나가 레나의 양 뺨을 거칠게 고정 시킨 채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에스메랄다의 머리를 쥐어박고는 레나를 빼내었다. 레나는 레미나의 품에서 빠져나와 조용조용히 말했다.


“아니, 레미나 언니. 괜찮아. 제이나 언니, 오랜만이에요. 에스메랄다 언니두요.”


“오랜만이야 레나. 그세 가슴이 꽤 자랐구나. 축하한다. 에스메랄다랑은 달리 좋은 아가씨가 될 수 있겠어.”


제이나가 냉철한 눈빛으로 아직 잠옷차림의 레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연히 옆에 서 있던 에스메랄다도 레나를 내려다 봤고, 레나는 재빨리 양 손으로 가슴을 가리고는 에스메랄다를 째려보았다. 레나는 조용히 빈자리에 앉더니 턱을 괴고는 창밖으로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나 먼저 일어나볼게. 학교에 일이 있어서 말이지. 큰 형수, 처제. 아침 밥 맛있게 먹어요. 그럼, 안녕.”


닐이 자리에서 주섬주섬 일어나더니 제미나의 볼에 살짝 키스를 한 뒤 아침인사를 하고는 식당을 빠져 나갔다. 레미나는 닐을 따라가 현관까지 배웅해 주었다. 제이나는 남은 커피를 모조리 마시고는 레미나와 닐이 나간 문을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제이나도 천천히 일어나 식당을 나갔다.


“아침부터 시끄럽네.”


진이 조용히 말을 하고는 입을 우물거렸다.

 

“칼! 이 아버지는 군사본부에 다녀오마! 너도 같이 가지 않을 테냐? 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얼굴을 비추는 건 꽤 중요한 일이야!”


“아, 아뇨 아버지. 나중에 시간 내서 가 볼게요. 다녀오세요.”


“그러냐? 그럼. 다녀오겠소, 엘리시아.”


폴은 거구에 어울리는 묵직해 보이는 군복을 갖춰 입고는 현관에 서서 폴과 엘리시아의 배웅을 받으며 직장으로 향했다. 엘리시아는 폴을 따라 밖으로 나와 폴이 사라지는 모습을 끝까지 바라보았다. 칼은 조용히 한숨을 쉬고는 2층으로 올라갔다.


여태껏 떠올린 이야기를 자신의 방에 앉아 하루 종일 쓸 생각을 하자, 잔뜩 들뜬 칼은 콧노래 까지 흥얼거리며 방문을 활짝 열었다.


그리고 방안에 있는 사람들이 칼의 시야에 들어오자 칼은 콧노래를 서서히 멈출 수밖에 없었다. 군사학교 군복으로 갈아입은 레나야 금방 나가겠지만, 진과 큰 형수가 데리고 온 조카들이 방의 주인처럼 칼의 침대를 차지하고 있었다.


칼이 낙담한 얼굴로 문 앞에 서 있자, 남자아이인 류진과 여자아이인 레미와 함께 놀아주던 무표정한 얼굴의 제이나가 아이들의 눈을 살짝 피해 힐끔 칼을 바라보고는 칼이 들으라는 투로 소리쳤다.


“어머, 류진, 레미. 저기 들어오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겠어? 엄청 오랜만에 만나지?”


“응? 누구, 누구? 우와! 삼초온!”


“칼 삼촌! 보고 싶었어!”


“하하하… 류진, 레미. 잘 지내고 있었어? 전에 봤을 때 보다 많이 컸구나. 류진은 남자다워졌고, 레미는 아가씨 같은데?”


“그렇게 칭찬 할 필요 없어요. 아이들은 전부 그렇게 크는 건데요, 뭐.”


“혀, 형수님한테 한 말 아니에요.”


“알아요.”


제이나가 얼굴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입을 살짝 가린 채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칼이 제이나를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자, 제이나가 고개를 살짝 돌렸다. 칼이 달려드는 류진과 레미를 양 팔에 매달고 있자, 어느새 뒤에서 달려온 제미나의 딸인 리비가 다리를 꼭 끌어안았다.


“칼 삼촌!”


“리비! 삼촌 힘드신데 그렇게 매달리면 안 되지! 도련님, 죄송해요…. 오랜만에 오셨는데 편히 쉬지도 못하시고.”


“저두요. 빈말이지만.”


“하, 하하하… 괜찮습니다. 형수님들은 평소에 더 힘드시니까, 오늘은 제가 애들을 봐 드릴 게요.”


칼이 진땀을 뻘뻘 흘리며 어쩔 수 없이 말했다. 그러자 제이나가 재빨리 침대에서 일어나더니 류진과 레미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칼의 이마에 키스를 했다. 칼은 아이들을 안은 채 그대로 굳어버렸고, 제이나는 유유히 방을 빠져 나갔다. 레미나도 재빨리 리비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칼에게 고개를 꾸벅 숙인 후 방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방에 아이들과 함께 남겨진 칼은, 평소보다 더 힘든 뒤처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전부 들어주는 것은 기본이고, 말 타기, 목마, 간질이기 놀이 등. 비교적 어린아이들에 비해 어른 쪽의 체력 소모가 어마어마한 놀이를 연이어했다. 드디어 지쳐버린 류진과 레미, 리비가 잠이 온다고 칭얼거리며 책을 읽어달라고 하자, 칼은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칼은 자신의 침대에 아이들을 앉혀 놓고는 딱딱한 하드커버의 동화모음집 책장을 넘겼다. 이야기는 토끼와 거북이가 서로 경주를 하는 이야기. 아이들은 토끼가 빨리 달리는 장면 까지 흥미진진한 얼굴로 이야기를 듣다, 서서히 이야기가 지루해 지자 눈을 감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거북이는 그렇게 열심히, 열심히 걸어 언덕을 넘어 갔습니다. 토끼는 거북이보다 먼저 올라와 나무 아래에서… 잠 들었네. 으아! 이제 해방이다….”


칼은 기지개를 크게 켜고는 책장을 조용히 덮었다. 제멋대로 쓰러진 채 잠에 취한 아이들을 안아 침대에 나란히 눕히고는 이불을 덮어 주었다.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시끄럽게 떠들고 보채던 아이들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평화로운 얼굴로 누워있는 아이들을 보자, 칼은 저도 모르게 저절로 웃음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칼은 잠시 아이들을 바라보더니, 이내 자신이 계획했던 일들을 해치우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았다.


아까 끊었던 콧노래를 이어 부르며 책상 서랍에서 볼펜과 원고지를 올려놓고는 본격적으로 글쓰기에 돌입할 준비를 했다. 아이들과 노느라 뭉친 온몸을 풀기위해 기지개를 켜자, 두둑거리는 거친 소리가 어깨에서 들려왔다.


시원하게 기지개를 켠 칼은 짧은 신음소리를 내고는, 일의 선을 때기 위해 원고지에 손을 올렸다. 원고지 위를 흘러가는 볼펜이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다른 이의 방해는 전혀 없을 것 마냥 평화로운 분위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칼이 막 한 줄의 문장을 완성했을 무렵, 누군가 문을 빠끔히 열고는 고개를 들이 밀었다.


굉장히 심심해 보이는 얼굴을 한 에스메랄다가 방 안을 둘러보던 중,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자신을 멀뚱멀뚱 바라보는 칼을 향해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에스메랄다는 천천히 칼의 방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집에 계셨네요? 전, 저 혼자만 있으면 어떡하지 하고 생각했는데. 레나도 학교에 가 버리고…. 칼 씨라도 있어서 다행이네요. 흐음, 지금 뭐 하고 계셨어요?”


“소, 소설이라도 써 볼까 해서요…. 부대에서는 좀처럼 손대기 힘들어서 잠시 접어두고 있다가.”


“아, 그런가요?”


아직 에스메랄다가 익숙하지 않은 칼은 말을 조금 더듬으며 끝을 줄였다. 에스메랄다가 호기심 왕성한 눈동자로 칼의 방 안으로 들어와 원고지를 뚫어져라 내려다보았다. 아직 한 줄 밖에 없는 페이지를 내려다보더니, 지루하다는 얼굴로 원고지를 과감히 책상에 밀어 넣고, 에스메랄다는 칼의 어깨를 잡아 일으켜 세운 뒤 소리쳤다.


“우리, 외출해요!”


“네?”


“레나도! 언니도! 모두 없는 이 시점에서 도와 줄 수 있는 사람은 칼 씨 밖에 없어요!”


“자, 잠깐만요.”


칼은 에스메랄다의 억지스러운 말에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전 아직 여기 지리를 잘 몰라서요. 언니들은 자기네들 끼리 나갔고, 큰 형부도 어디로 가셨구…. 어머니는 집에 계셔야하니. 부탁할 사람이 칼 씨 밖에 없었죠.”


“아, 그렇겠네요.”


에스메랄다의 목소리가 문에 조금 막혀 작게 퍼져 나왔다. 옷을 갈아입느라 문을 잠가놓은 손님용 방 앞에 주저앉은 칼이 대답했다.


에스메랄다는 30분 째 방에 들어가 나오지 않고 있었다. 칼은 기다리기 조금 지치기라도 한 듯 고개를 푹 숙인 채 에스메랄다가 건네는 말에 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답 할 뿐이었다. 칼의 대답이 들리지 않자, 에스메랄다도 말을 멈추었다.


정확히 에스메랄다가 방에 들어간 지 45분 후. 에스메랄다가 세련된 밝은 갈색 가죽바지와 갈색 조끼, ‘I love♡army!'라고 적힌 새하얀 반팔 티셔츠를 입고 나왔다.


“미안해요, 오래 기다리셨죠? 옷 고르느라 조금 오래 걸렸네요. 그럼, 이제 나갈까요?”


“아, 예….”


칼이 당당한 에스메랄다의 목소리에 자신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칼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에스메랄다의 손에 이끌려 집밖으로 나갔다. 가을의 바람이 다가오자 날씨는 서서히 부드러운 미풍이 불며 선선해지기 시작했다.


시내까지는 걸어서 30분. 칼이 집 앞에 천천히 걸어갈 준비를 하고 있던 사이, 에스메랄다가 차고에서 작은 스쿠터를 끌고 칼의 앞에 나타났다. 새하얀 칠이 벗겨진 오래된 스쿠터였다. 에스메랄다는 자신의 헬멧을 쓴 후 후크를 걸어 잠그고는 남은 헬멧을 던져주며 뒷좌석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이건 작은언니한테 빌린 거예요. 어서 타세요. 빨리 가야지 더 많이 사고, 더 많이 볼 수 있으니까요. 어서.”


“네.”


칼이 헬멧을 쓰며 답했다. 칼이 스쿠터 뒤에 타자, 에스메랄다가 스쿠터의 지지대를 발로 걷어찬 뒤 액셀러레이터를 손으로 가볍게 두어 번 돌렸다. 엔진의 떨림과 굉음이 칼의 귀에 똑똑히 들어왔다. 에스메랄다는 자신감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이제 출발합니다! 제 허리 꽉 잡으세요! 제대로 안 잡아서 떨어지면, 그대로 버리고 갈 겁니다.”


칼은 에스메랄다의 말 대로 그녀의 허리를 꽉 붙잡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내 스쿠터의 엔진이 굉음을 울리더니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스쿠터가 지나간 흙길 위로 피어오른 먼지가 허공으로 올라가더니, 이내 스쿠터가 모래먼지에 파 묻혀 더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



궤변.


프레드릭슨 가 며느리들과 그녀들의 동생인 에스메랄다.


첫쨰인 제이나의 경우 아줌마 농담을,


둘째인 레미나의 경우 성실함을,


셋째인 에스메랄다의 경우... 셋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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