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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달/무제 by 하프물범

휴전으로 끝나버린 발라카야 카탈루 대전 이후의 발라카야 최후방 국경마을 샬루트에 있는 1425부대의 9명의 평범한 이야기. 작가 曰 \'아, 왠지 하늘에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일상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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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하프물범[tanatos04]  
조회 1135    추천 2   덧글 1    / 2010.08.09 13:14:49

“베티, 이건 어때요?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아, 저기 있는 원피스도 괜찮아 보이네요. 저기요! 죄송하지만 저기 있는 원피스 좀 입어 볼 수 있을까요?”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마음에 드는 옷 있어요? 골라만 봐요. 램퍼드 중사님이 자기 이름으로 달아 놓으라고 하셨으니 까요.”


베티는 클라우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베티와 클라우스는 중앙 군사본부에서 나와 벌써 의류점만 다섯 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쇼핑을 꽤 좋아하는 베티였지만,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클라우스의 체력에는 도저히 따라 갈 수 없었다. 베티는 클라우스가 건네주는 옷들을 받아 갈아입은 후 밖으로 나와 조금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마, 마음에 드는 데요? 이걸로 하면 안 될까요?”


“음, 생각보다 옷이 좀 기네요. 무릎 위로 살짝 올라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기, 저것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는 없나요?”


“죄송합니다, 손님. 저 옷은 사이즈가 하나 밖에 없어서요.”


“그럼 다른 옷으로 갈아입어 볼까요?”


“아뇨! 그, 그냥 이걸로 하고 싶은데요. 어, 어서 포장 해 주세요. 계산은 중앙 군사본부의 램퍼드 그리핀 중사님 앞으로 해 주시구요! 여기 신분증이에요.”


“자, 잘 알겠습니다.”


베티는 탈의실로 들어가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나와 원피스를 점원에게 건네주었다. 클라우스는 여전히 마음에 안 든다는 얼굴로 옷을 바라보고 있었다. 베티는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 클라우스가 점원에게서 가방을 받아 들고는 베티에게 다시 한 번 더 물어 보았다.


“정말 이걸로 괜찮아요? 중사님께서 오랜만에 사 주시는 것 같은데… 좀 더 둘러보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사, 사실은. 조금 지쳐서요. 이렇게 많이 돌아다니는 것도 오랜만이구요.”


“아, 미안해요…. 저 혼자 들떠서 이리저리 끌고 다녔군요. 그럼 어디 가서 잠시 쉬다가 갈 까요?”


클라우스가 가게를 나서며 베티에게 말했다. 베티는 당연 고개를 크게 끄덕였고, 클라우스는 인파를 해치며 당당히 걸어 나갔다. 베티는 전혀 지친 기색이 없는 클라우스는 따라잡기 위해 재빨리 최대한 움직였지만 먼저 앞서나간 클라우스를 따라잡는 것은 역부족 이었다. 베티가 겨우 클라우스를 따라잡고 숨을 고르고 있는 사이, 클라우스는 작은 카페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는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


베티가 겨우 자리에 앉아 땀을 식히며 숨을 돌렸다.


“아이스커피랑 체리주스 주문했는데, 체리주스면 되나요? 따로 먹고 싶은 거 없어요?”


“네…. 그냥 시원하게 마실 거면 충분해요. 클라우스 씨는 체력이 엄청나시네요. 다섯 곳이나 돌아다녔는데 전혀 지치는 기색이 없군요.”


“뭐, 저 같은 하급 서기관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매일같이 방 안에 앉아서 기록하는 일 밖에 없으니, 딱히 힘을 쓸 곳이 없거든요. 그리고 외출 할 수 있는 기회도 적어서, 한 번 나오면 여기저기를 빨리 돌아다녀야 하거든요. 그것 때문에 적응 한 거죠.”


“아….”


베티가 고개를 끄덕였다. 베티와 클라우스가 방금 전에 산 옷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사이, 누군가 베티의 옆으로 쭈뼛쭈뼛 다가왔다. 정작 베티는 클라우스와의 대화에 집중한 나머지 아무런 인기척도 느끼지 못했다. 클라우스가 베티와의 대화를 잠시 끊더니, 베티의 옆에 서 있는 사람을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가리켰다. 그제야 베티가 고개를 살짝 돌려 옆에 서 있는 사람을 바라봤다.


칼이 드디어 눈치를 채 준 베티에게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베티는 조금 얼떨떨했지만 칼의 인사에 답해주었다.


“안녕하세요. 베티 이등병 님. 여기서 다 만나게 되네요.”


“칼! 여기는 어쩐 일이야? 아, 이쪽은 클라우스 하인츠 상병님. 중앙 군사본부의 5급 서기관이셔. 클라우스 씨, 이쪽은 칼 프레드릭슨. 저희 부대의 이등병입니다.”


“안녕하세요? 프레드릭슨이면. 그 폴 프레드릭슨 준장님의 가족이신가요?”


클라우스가 조심스럽게 묻자, 칼이 긍정의 표시를 보였다. 클라우스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칼을 위 아래로 살펴보았다. 베티와 칼이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에스메랄다가 아이스크림을 먹다말고 돌아오지 않는 칼을 찾아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자신의 시야 안에서 한 소녀와 떠들고 있는 칼의 옆으로 다가가 칼의 어깨를 갑자기 붙잡았다.


“저기! 뭐하고 있어요? 잠시 갔다 온다고 해 놓고 귀여운 아가씨랑 시시덕거리고 있고. 받아라!”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자, 잠깐! 에스메랄다 씨! 갑자기 목을 조르시면!”


“그쪽은… 누구신지?”


베티가 칼의 목을 조르고 있는 에스메랄다를 바라보며 조금 당혹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에스메랄다가 베티의 말에 칼의 목을 놓고는 옷을 가볍게 정리 한 뒤 손을 내밀었다.


“에스메랄다 리브스예요. 저희 형부들의 막내 동생 분 마음을 사로잡은 아가씨의 이름은 뭔가요?”


“아. 베, 베티 그리핀입니다. 칼 이등병과는 같은 부대 소속이죠. 잘 부탁드립니다.”


“흐음, 그러고 보니 군복을 입고 계셨네요. …진짜 그냥 같은 부대 소속이에요?”


“네? 지, 진짭니다! 다, 단순히 같은 부대의 동료….”


에스메랄다의 장난기 가득한 말에 베티가 당황하며 절대 그럴 리 없다는 소리를 했다. 베티의 재미난 반응에 에스메랄다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클라우스가 에스메랄다의 행동을 빤히 바라보다 얼빠진 칼에게 물었다.


“정말 특이하신 분이네요. 그런데….”


“네?”


“진짜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제가 보기에는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


“어머, 그쪽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에스메랄다 리브스. 란트베르그에 있는 785부대에서 행정병으로 복무하고 있습니다.”


“클라우스 하인츠. 중앙 군사본부에서 5급 서기관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클라우스와 에스메랄다는 무엇인가 통한 듯 눈을 반짝이며 악수를 했다. 클라우스와 에스메랄다가 열띤 토론을 나누는 사이, 베티와 칼은 잠시 동안 아무 말 없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주문한 것들을 전부 먹어치운 에스메랄다와 클라우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를 나섰다. 둘이 가게를 나가려 하자, 정신을 다른 곳에 팔고 있던 칼과 베티가 가방을 챙겨 가게를 빠져나갔다.


“저기, 이제 어디로 가시려구요?”


“다시 돌아다녀야죠, 베티 양. 우선은 제가 아는 옷가게를 중심으로 돌아다니다가, 전부 다 돌아다니면 클라우스 씨가 잘 아는 액세서리 가게를 전부 돌아다니려구요.”


“그, 그걸 하루 종일?”


칼이 입을 떡 벌리며 말하자, 클라우스와 에스메랄다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베티 역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수많은 인파들을 헤치고 지나, 클라우스와 에스메랄다와 함께 둘은 약 네 곳의 옷가게를 더 들렸다. 베티는 옷의 모델로, 칼은 그저 짐꾼으로 돌아다녔지만, 서서히 체력이 떨어지는 두 명에게는 그저 힘든 행군과 같았다.


“이제 조금만 더 돌아보면 되니까요.”


“하아, 하아… 나, 다음에 휴가 받아서 내려오면, 절대로 중앙 군사본부 사병 실에서는 안 묵을 거야. 비싼 호텔 방을 얻어서라도 나가서 잘래.”


“저두요….”


“어머, 둘이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속닥속닥 나눠요? 아직 젊으니까, 힘들다고 불평하지 말고 어서 걸어요, 어서.”


에스메랄다가 뒤처지는 칼과 베티의 등을 떠밀며 걸어갔다. 에스메랄다가 베티와 칼의 등을 떠밀어 도착한 곳은 그렇게 크지 않은 옷가게였다. 미리 들어간 클라우스는 다양한 종류의 옷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고, 에스메랄다 역시 바로 클라우스에게 동참하였다. 베티와 칼은 잠시 멍하니 가게를 둘러보고는 재빨리 쉴 수 있을 만한 곳에 가서 앉았다.


베티가 욱신거리는 다리를 주먹으로 두드리며 말했다.


“이렇게 하루 종일 돌아다니는 것도 힘드네. 부대 청소하는 것 보다 힘든 일이 있을 줄이야….”


“그러게요. 죠죠한테 끌려 다니는 것만큼 힘드네요.”


“하하. 뭐 그렇지. 아, 저기요. 저 원피스 좀 입어 볼 수 있을까요? 저기 있는 하늘색 톤에 하얀색 물방울무늬가 있는 걸로요.”


베티가 벽에 걸린 옷들을 바라보다 한 원피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점원이 재빨리 기다란 막대로 원피스를 내려주자, 베티가 옷을 받아들고는 탈의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등이 많이 파인 소매가 없는 화사한 원피스를 입고 나왔다. 베티가 거울 앞에서 원피스를 구경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칼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베티가 마음에 쏙 드는 지 얼굴에 미소를 띠며 칼에게 총총걸음으로 다가와 물었다.


“어때? 어울려? 조금 큰 것 같은데….”


“잘 어울려요.”


칼이 발그스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자 베티가 기쁜지 제자리에서 한 바퀴 가볍게 돌아보았다. 그리고 자신도 마음에 드는 지 탈의실로 달려 들어갔다. 멍하니 탈의실을 주시하고 있던 칼의 옆으로 에스메랄다가 살금살금 다가오더니 입을 열었다.


“뭘 봤기에 얼굴을 그렇게 붉히고 계신가요?”


“네? 아, 아닙니다! 아무것도….”


“호오, 방금 전에 베티 양이 입고 나온 원피스를 얼핏 봤는데. 꽤 잘 어울리던데요?”

“그, 그렇죠.”


“한 벌 사 드리는 게 어때요?”


에스메랄다가 조용히 쿡쿡 웃으며 말했다. 칼은 깜짝 놀라 에스메랄다를 바라보며 자신을 가리켰다. 에스메랄다는 얼빠져 있는 칼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분명 베티 양도 기뻐 할 거예요.”


“아, 아뇨. 저흰 사귄다거나 하는 사이가 전혀 아니라니까요. 저런 걸 사 드려 봤자, 부담스러워 하실 거라고요.”


“그건 모르는 일이죠. 여기서 자기 마음을 가장 잘 이해 해 줄 것 같은 사람은, 같은 부대에 있던 칼 씨 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할걸요? 원피스를 입자마자 달려온 이유도 바로 그거일 거구요.”


“그, 그런 억지 같은 말이 어디 있습니까, 클라우스 씨. 괜히 부담스럽다니까요. 저나 베티 이등병님이나요.”


“흐음, 그래요? 베티 양. 칼 씨가 옷 사준다는 데, 어때요? 그 옷 마음에 들어요?”


에스메랄다가 칼의 말에 동조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군복으로 갈아입고 나온 베티를 향해 재빨리 소리쳤다. 칼은 깜짝 놀라 에스메랄다를 막으려 했지만, 이미 에스메랄다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베티를 향해 날아갔다. 베티는 칼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이내 활짝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칼, 고마워. 두고두고 아껴서 입을 게.”


“아, 아뇨! 평소에 잘 대해 주신 것에 대한 보답입니다!”


“딱딱하게 굳었네요, 칼 씨.”


“그러게요?”


에스메랄다와 클라우스가 차례대로 칼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칼은 새빨개진 얼굴을 들지 못했다. 결국 베티가 고른 원피스는 칼의 돈으로 계산이 되었고, 에스메랄다와 클라우스는 다음을 기약하며 이쯤에서 헤어지기로 했다.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클라우스 씨! 휴가 받으면 여기로 곧장 달려 올 테니까요!”


“넵! 언제든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두 여성의 우정은 하루 만에 뜨겁게 달아올랐다. 베티는 아까 고른 원피스가 마음에 들었는지 품에 꼭 끌어안은 채 싱글벙글 웃으며 칼을 바라봤다. 반대로 칼은 고개를 살짝 떨어뜨린 채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칼, 오늘 옷 사 줘서 고마워. 그리고 오늘 즐거웠어.”


“따, 딱히 한 건 없지만 즐거우셨다니 다행입니다! 베티 이등병님도 들어가셔서 푹 쉬십시오! 그럼.”


“안녕.”


베티가 뻣뻣하게 뒤로 돌아 선 칼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칼이 고개를 푹 숙이고 걸어가자, 에스메랄다가 클라우스와 베티에게 인사를 하고는 재빨리 칼에게 달려와 어깨에 팔을 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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