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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여고생 탐정서(완결) by 드래곤소녀



[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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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045    추천 1   덧글 1    / 2010.08.10 23:38:49
정확하게는 치우고 싶어도 치우지 못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바닥으로 흘러내린 피가 카펫에 물들였고 그것이 방 전체를 아우르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모르게 치운다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차선책은 무엇일까?

오래 생각할 필요도 없이 답은 간단했다. 흔적을 지울 수 없다면 어느 누구에게도 그것을 보이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보지 못했다는 것은 곧 그것이 없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그들 역시 설마 처음 사건이 발생한 곳이 방금 전까지 모여서 함께 밥을 먹었던 이곳이라고는 전혀 생각도하지 못하였다.

단순한 우연이었지만 처음으로 수연은 사건에 대한 단서를 발견한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토록 고대하던 단서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얼굴은 기쁘다기보다는 반대로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도영 역시 한숨을 내쉬고는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더 복잡... 해 졌군...”

“아우... 그러네요.”

수연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나름대로 단단히 각오를 하고 사건에 참가하였지만 상황은 점점 더 복잡해질 뿐이었다. 총수가 살해된 장소가 그 방이 아닌 바로 이곳이라는 것이 밝혀졌다고 해도 상황은 어느 것 하나 바뀐 것이 없었다.

도리어 밀실이었던 그 방보다도 식당이 사람들의 접근이 자유로운 만큼 어느 누구든지 살인을 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었다. 지금까지 조사했던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생각에 수연은 풀이 죽어버렸다.

“왜 그렇게... 풀이 죽...었지?”

“그러시는 탐정님은 괜찮은 건가요? 사건을 해결하기는커녕 제대로 된 단서도 찾지 못하고 있잖아요.”

“단서라면... 지금 찾았...잖아...”

“이런게 무슨 단서가 되겠어요. 도리어 밀실이었던 그 방보다도 사람들이 자유롭게 왕래가 가능한 이상 어느 누구라도 범행이 가능하다는 말이잖아요. 이 상황에서 어떻게 범인을 찾을 수 있겠어요.”

“......”

‘생각보다는 잘 하고 있지만 모든 단서를 하나로 아우르는 것까지는 아직 무리인가보군.’

“......”

마치 서로를 노려보듯이 바라보던 두 사람. 조언을 해줄 거라고 생각했던 도영이 아무런 말도 없자 수연은 불안한 얼굴로 눈가에 눈물이 맺힌 체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이 마치 먹이를 바라는 강아지와도 같아 도영은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푸흣...”

“앗, 너무해요. 전 진지한데 웃기나 하시고...”

도영이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자 수연은 볼을 부풀리며 그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도영은 그녀의 시선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배까지 움켜쥔 체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수연이 거의 폭발할 지경이 되어서야 도영은 몸을 일으켰지만 여전히 크큭거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아이, 참! 그만 웃으시라니까요. 왜 자꾸 웃으시는 거예요.”

“크큭... 미, 미안하지만... 이쪽 보지...마...”

“뭐예요, 진짜!”

투덜거리면서도 수연이 그의 말대로 고개를 돌리자 간신히 진정할 수 있었다. 덕분에 수연은 완전히 삐진 것인지 뿌루퉁한 표정을 지은 체 도영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었다. 도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저으며 그녀의 화를 풀어주기 위해 다가갔다.

“웃어서... 미안해... 그리고 그만... 화 풀어... 확실히 도와... 줄 테니까...”

“...이제 안 웃을 거죠...”

“약속...할게.”

“그러면... 좋아요. 그런데 방금 전에는 왜 웃은 거예요?”

“그건... 비밀...”

차마 그녀의 모습이 강아지 같았다고는 말할 수 없었기 때문에 도영은 대답을 회피했고 수연 역시 딱히 궁금했던 것은 아닌 듯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다시 관점을 사건으로 돌려 도영이 입을 열었다.

“왜... 단서가 없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그렇지 않나요? 이 단서가 말해주는 것은 기껏 살인현장이 이곳이었다고 말해 줄뿐 어느 것 하나 변한 것이 없잖아요. 누가 범인인 것인지 더욱 모르게 되었어요.”

“결과론적으로...는 그렇지...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뭐가요?”

“이곳에서... 총수의 시체를... 옮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누구인... 지를...”

“에, 그게 무슨... 앗!”

순간 수연은 도영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이해할 수가 있었다. 그녀의 빠른 이해력에 도영은 미소 지었다. 지금만 해도 이정도인데 미래의 그녀가 과연 어디까지 자신을 따라올 수 있을지 점점 기대가 되고 있었다.

“그러네요. 확실히 총수님이 그렇게 무거워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성인 남성인데 꽤 무게가 많이 나갔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가능한 사람은 두 사람 밖에 없는데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연미 씨나 나라양이나 메이드 분들 같은 경우에는 전부 여성분들이라서 힘이 없는데다가 교수님 역시 그날 보았던 것처럼 테이블을 드는 것조차 버거워 보이셨으니 마찬가지인 이유로 범인에서 제외해야하지 않을까요? 그러면 탐정님이나 진수 씨밖에 남지 않잖아요.”

확실히 수연의 말대로 였기 때문에

“확실히 그 말이 맞아. 범인이 한명이라면...”

도영의 말에 수연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범인이 한명이 아니라는 말씀이세요?”

“그 때, 마혁이 죽기 전에 했던 말 기억나? 범인을 밝히는데 부족한 것은 증거가 아닌 범위의 문제라고...”

수연 역시 기억이 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그렇게 말했었어요. 그래서 범인이 누군지 말할 수 없다고요. 아 그 말은 혹시...”

“마혁은 이미 알고 있었던 거야. 공조자 혹은 공범이 있었다는 것을...”

“화, 확실히 누군가가 도와주었다면 시체를 옮기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러면 여전히 누가 범인인지는 알 수 없는데요...”

“그것에 대한 단서 역시 가지고 있잖아.”

도영이 그녀의 오른손을 가리켰다. 그 안에는 방금 전 주웠던 유리조각들이 들려져있었다. 확실히 투명한 유리조각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새하얀 도기 조각에는 피까지 묻어있었으니 사건과 관계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저, 저 주방에 한번 가볼게요. 혜영양이나 나영양에게 물어보면 이것이 뭔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아니, 그건 하지 마. 조사는 어디까지나 아무도 모르도록 해.”

“왜요? 설마 탐정님은 그녀들을 의심하는 건가요?”

“부정하지는 않겠어. 방금 전에 발견한 핏자국이 있던 자리가 누구의 자리인지 생각해보면 당연한 조치가 아닐까.”

“그... 그건... ”

수연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사실 도영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 총명한 그녀는 이미 깨닫고 있었다. 도영이 하고 싶은 말은 분명했다. 나라의 자리에서 증거가 발견된 이상 그녀 역시 용의자라는 것과 그녀의 곁에 언제나 붙어 다니는 메이드들 역시 충분히 공범자 일 수도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었다.

세창과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상황적 증거가 그녀가 범행과 관련되어 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날 그녀가 보였던 쓸쓸한 눈빛은 절대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런 수연의 모습에 도영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 가지 충고를 하지. 추리를 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의심한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에 휩쓸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없으니까. 살인이 벌어지면 상대가 설마 친구라도 가족이라도 의심을 해. 그것이 탐정이라는 것이다.”

도영의 말에는 그의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렇기에 수연은 그의 말에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말을 반박하기에 그녀는 어떠한 경험도 없는 그저 평범한 여고생이었기에... 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믿지 못한다니... 그것은... 그것은 너무나도 슬픈 일이었다.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수연의 표정에 도영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잘못이었다. 그녀가 순수하면서도 눈물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 그런 냉정한 말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도영은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거부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수연은 딱히 기분이 나쁘지 않은 듯 그의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내 말은 잊어버려라. 너에게는 너에게 맞는 방법이 있을 테니까. 미안했다.”

그 말을 끝으로 돌아서는 도영에게 수연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goldking2000 님에 의해 2010.08.13 04:18 에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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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8/11/10:02
자유로운 부분은 좋습니다. 캐릭터가 드러나는 것도 좋습니다.
전 추리소설마니아입니다. 그래서 님의 글을 정주행했습니다. 그리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 참을성도 있는 편은 아닌 저지만 그래도 오지랖이 넓다고 해야할까요? 그래서 님의 추리 소설을 총평하겠습니다. (그럴만한 자격은 없지만요) 이건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글입니다.
기본적으로 추리소설에는 몇가지 규약이 있습니다. 라이트노벨이라고 해도 추리소설일 경우 이 규약을 지킵니다.
네가 이 규약들을 말로 다 표현하기는 그렇고요. 세계 3대 추리 미스터리 명작들을 읽어보면 자연스럽게 느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환상의 여인] [Y의 비극] 미스터리 혹은 추리 작품 작가들이라면 이 세가지 작품을 포맷으로 잡고 글을 적어내려갑니다.(예외 : 시마다 소지, 미야베 미유키, 스티븐 킹 등등 ; 그렇지만 이것은 어느 정도의 필력이 갖추어졌을 때나 가능합니다)
제 생각을 덧붙이자면 님의 글이 따라가야 할 이 중에 애거시 크리스티 여사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입니다. 일단 그 이유로는 클로즈드 써클이 이야기의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고 두번째 이유로는 자유로운 결말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여기에서 클로즈드 써클이란, 그대로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말합니다. 중간에 시체가 분리되는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두 이야기는 밀실에서의 이야기입니다. 밀실 살인이 아니라, 밀실에서의 사건일 경우를 말하는 겁니다.
분명히 단순한 서술이라는 것은 서술적 트릭을 쓸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는 해도, 한가지 문제점은 필자의 필력이 없을 경우 글의 텐션이 낮아져서 독자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죠.(너무 기분 상하지 않기를) 그래서 서스펜스적 구성을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건 한 번 찾아보시는 게 좋을 듯 하네요)
그리고 자유로운 결말이라는 것은 제가 만든 말인데, 라이트노벨에서는 추리소설이 가질 수 없는 가벼움과 기상천외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개와 결말의 측면에서 다른 소설들의 비해서 자유로운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님은 추리소설을 쓴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결말에서는 뭔가 색다른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 번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라는 소설을 참고해보라는 것입니다. 이 소설은 당시에는 생각도 할 수 없었던 구조와 결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 구조를 님의 소설에 잘 대입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정말이지 추리소설을 쓰기 전에 단 한권이라도 다른 추리소설을 읽으셨으면 합니다. 평소에 추리소설을 많이 읽어야 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이런 말을 올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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