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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Seo[fudak]
조회 999    추천 0   덧글 5    / 2010.08.13 11:40:53

이사장님께서 나가신 후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면서도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 이유는 나 말고도 모두가 언짢은 모습으로 앉아있는 을비 눈치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하하~ 다 먹었으면 정리하자. 계속 앉아 있기도 그렇잖아.”

 

웃으면서 먼저 자리에서 일어 선 것은 슬비였다. 나나 월한이 같은 경우 을비를 의식하는 면이 있었고, 여나는 오늘 을비와 처음 만난 사이이다. 그나마 분위기를 읽고 가장 자연스럽게 행동 할 수 있는 것은 쌍둥이 언니인 슬비 밖에 없었다.

 

“그럼 나도~ 뒷정리 도와 줄 게~”

 

생글생글 거리며 한 쪽 손을 자신의 머리위로 번쩍 치켜든 여나는 밝은 분위기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월한이 녀석도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앉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너희 집에 딱히 할 만한 것도 없잖아. 계속 놀 거면 집에 가서 보드 게임이라도 가지고 올까 해서.”

 

월한이의 말을 들은 나는 잠시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집에는 다수가 같이 즐길만한 접대용 게임 같은 것이 없었다. 나야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니 말이다.

 

어차피 계속 있을 거면 같이 즐길만한 놀이라도 해야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겠는가? 이런 상황에 월한이 녀석의 제한이 썩-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뭐, 나야 상관없지만 다른 애들은?”

 

식탁을 정리하고 있던 여나는 게임 얘기를 듣자 촐싹거리며 얘기했다.

 

“나, 나~ 게임이라면 다 좋아하는 편이야. 그러니 찬성~ 찬성~”

 

싱크대 앞에서 여나가 옮겨주는 식기들을 정리하고 있던 슬비 역시 우리들이 있는 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도 괜찮아요. 모두 같이 게임하면 즐거우니까. 물론, 을비도 할 거지~ 그렇지? 응~?”

 

슬비의 말에 뭔가 반문을 하려던 을비는 하고 싶었던 말을 삼키며 짧게 대답했다.

 

“알아서해.”

 

모두의 의견을 들은 월한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가기 직전에 내 어깨를 툭- 두드렸다. 뭔가 해서 고개를 슬쩍 돌려 녀석을 올려다보니 턱으로 바로 옆에 앉아있는 을비를 가리킨다.

 

녀석이 내게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 알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씁쓸한 표정을 감출 수밖에 없었다.

 

내가 자신에게서 시선을 떼자 월한이는 손을 얹고 있는 내 어깨를 가볍게 주물렀다.

 

“그럼 갔다 올 게. 20분 정도 걸릴 것 같다.”

 

그 말을 남기고 월한이 녀석은 집을 나섰다. 나 역시 계속 껄끄러운 분위기로만 있을 수 없었기에 자리에서 일어나 식탁위에 있는 것들을 정리했다.

 

이미 슬비와 여나가 거의 다 정리해 놓은 상태라 남은 거라고는 전기불판 정도 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오빠 제가 할 테니까 그냥 놔두세요.”

 

이제 막 전기 코드를 뽑은 상태였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뭐한 상황이었기에 식탁을 정리하려고 했는데, 내가 정리하려고 하는 모습을 본 슬비가 쪼르르 다가온다.

 

“괜찮아. 식탁 정리 정도는 내가 할 테니까.”

 

“됐.어.요~! 여나랑 둘이서 해도 충분해요. 오빠는 을비랑 같이 거실에 나가 계세요.”

 

“아니, 그래도.”

 

단호하게 딱- 잘라 얘기하는 슬비의 말에 당황한 나는 바로 옆에 앉아있는 을비의 눈치를 슬쩍- 살폈다. 가슴 앞으로 팔짱을 낀 채 기분 나쁜 티를 팍팍 내고 있는 을비가 나를 찌릿- 노려본다.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다고~!’

 

나는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리며 그렇게 외쳤다. 이윽고, 꼴도 보기 싫다는 듯한 표정으로 눈을 감은 을비가 굳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선다.

 

“갈래.”

 

을비는 그 말과 함께 내 옆을 스쳐 지나갔다. 갑작스런 그 아이의 행동 때문에 놀란 슬비가 다급히 을비의 손을 붙잡는다.

 

“조금 있으면 월한이가 게임 가지고 올거야. 같이 하기로 했잖아 을비야. 응?”

 

잔뜩 심통이 난 어린아이 달래듯 슬비는 부드러운 어조로 얘기했다.

 

“한다고 안 했어.”

 

신경질 적인 목소리로 대답한 을비는 잡고 있는 슬비의 손을 떨쳐내며 몸을 돌렸다.

 

“언니 정말 이런 곳에 있을 거야?”

 

감정이 실린 을비의 되물음에 슬비는 깜짝- 몸을 떨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 거리고 있는 슬비의 양손을 감싸 잡은 을비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겨우 가족끼리 생활 할 수 있게 됐잖아. 돌아가자 언니. 엄마 때문에 괜히 저딴 녀석이랑 친하게 지낼 필요 없으니까.”

 

“으, 을비야 오빠한테 저딴 녀석이라니….”

 

을비의 발언에 적잖게 당황한 슬비는 말을 우물거리며 자신의 바로 뒤에 우두커니 서있는 날 돌아봤다.

 

“누가- 오빠야! 누가?!”

 

집안 전체가 울릴 정도로 격한 감정이 실린 을비의 외침이 퍼진다.

 

양손으로 감싸 잡고 있던 슬비의 손을 놓으며 참고 있던 눈물을 터뜨린 을비가 지독한 원망과 분노가 서린 눈동자로 날 노려봤다.

 

“언니나 내게 있어 오빠는 한 명이잖아?! 저딴 녀석이 아니란 말이야! 제발 정신 차려 언니!”

 

슬비의 양 어깨를 부여잡으며 미친 듯이 소리치는 을비. 지금까지 슬비의 앞에서 눌러온 나에 대한 악감정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것 같았다.

 

“으, 을비야 잠깐.”

 

갑작스런 상황의 악화에 슬비도 어찌 할 바 몰라 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나서봤자 상황이 더욱 악화 될 뿐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너 같은 거! 너 같은 거-!”

 

을비가 마음속에 담아 뒀던 나에 대한 원망과 분노, 미움, 질투 들이 한 대 뭉쳐 뒤섞인다. 거실 전체에 휘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는 잦아들지 않았다.

 

분노에게 이성이 먹혀버린 이상 흥분은 더욱더 가속되어 갔고, 차마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든 폭언과 독설 들이 나올 정도로 상황은 나빠져 갔다.

 

“어제! 차라리 어제 그대로 죽었어야-?!”

 

격노한 그 외침이 끝나기 전에 날카로운 울림이 감정의 소용돌이를 잠재웠다.

한 순간의 침묵. 슬비에게 뺨을 얻어맞은 을비는 멍한 얼굴로 돌아간 고개를 들어 올렸다.

 

“언니…?”

 

붉어진 자신의 뺨을 부들부들 떨리는 한쪽 손으로 감싸 잡은 을비가 입술을 달삭거린다.

 

“아?”

 

때린 본인도 당황스러워 하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그러한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나 역시 아차- 싶었다.

 

고개를 숙이며 아랫입술을 질근 깨문 을비는 싸늘하게 식은 시선으로 나와 슬비를 직시했다.

 

“그래?”

 

코웃음을 흘린 을비는 냉소적인 미소를 입가에 띠며 낮게 내리깔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 빌어먹을 소꿉놀이 끼리끼리 잘들 즐겨봐.”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린 을비는 부엌 귀퉁이를 돌아 내 시야에서 사라져 갔다. 물론 슬비 역시 집에서 나가려 하는 자신의 동생의 뒤를 다급히 쫓았다.


fudak 님에 의해 2010.08.13 11:41 에 수정되었습니다.
fudak 님에 의해 2010.09.27 04:23 에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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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sca 08/15/08:23
을비 폭주 ㅇ.ㅇ!
26 뷁스러 08/19/07:09
오오 정주행완료. 잘봤습니다. 이거슨 악플!
10 Seo 08/23/11:01
asca//무서운애임 ㅠ.ㅠ;
쀍스러 // 이런~ 악플이라니 ㅇ.ㅇ/
2 구덩이 08/23/08:44
대략 10일만의 연재인가요? 잘 봤습니다~
10 Seo 08/29/12:24
언제나 감사합니다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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