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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공호 by 계수

=전 세계의 명예로운 인류 여러분. 대통령…. 아니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감히 고하겠습니다. 도망치십쇼. 살아남아 주십시오. 결코 이 지구에 인간이 살았다는 것을 잊게 하지 말아 주십 시오… 그리고… 어… 그리고….= 대통령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후 tv가 꺼지고 평범한 광고가 흘러나왔다. 싸늘한 교실에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평범한 광고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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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계수[rla916]
조회 947    추천 0   덧글 0    / 2010.08.21 21:49:29

“탕!!”

진한 화약 냄새와 함께 보이지도 않는 탄알이 공기를 찢으며 날아왔다.

“경고입니다. 삼키세요.”

총알은 재원의 발 앞에 회색 연기를 연하게 피우며 박혀 있었다.

그런다고 삼킬 것 같아? 그게 독약인지 어떻게 알아, 우주인이라며, 그런 녀석들이 주는 약을 순순히 어떻게 먹어!

하지만, 그렇다면 좀 이상하다. 죽일 이유라면 총으로 머리를 쏴버리면 그만인데, 이 녀석은 그러지 않았다. 그렇다면 대체 저 알약은 뭐란 말인가.

이런 상황에서도 냉정하게 돌아가는 머리를 칭찬 하고 싶었다. 꿀꺽 침을 삼키는 재원. 약을 먹기로 한 것처럼 보였지만 재원은 알약을 받는 순간 A2에게서 권총을 빼앗을 계획을 짠다.

운동은… 그다지 못 한다. 격투기를 배운 적도 없고, 아는 거라곤 친척 형에게 잠깐 배운 유도인데, 그것도 그냥 기술 하나 주먹구구식으로 배운 것으로 화려한 것도 아니고 성공률이 높다고 볼 수도 없다.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다. 그런 간단한 것이지만 그것이 재원에게 할 수 있는 전부다.

그거라도 하자. 그렇게라도 해보자.

우주인과 조우한 하찮은 남자는 그렇게 결심하고 우주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눈치 챘다.

 

자신의 오른손은 소녀의 팔목을 잡고 있다는 것을.

 

병적으로 새하얀 머리카락과 소름끼치는 붉은 눈동자. 눈보다도 하얗고 부드러운 살갗은 차갑기마저 하다. 그런데도 그 살갗에 닿은 손은 뜨거워져만 간다. 이런 상황에서도 마음 한구석은 다른 이유로 두근거리고 있었다.

 

지금 여기서 재원이 죽는다면… 시화는 어떻게 되는 거지?

 

그 생각에 대한 공포는 상상 이상으로 컸다.

재원은 꿀꺽 침을 삼키고 손을 내밀었다. A2는 총을 거두고 또각 거리는 군화소리를 울리며 재원에게 다가와 검은 알약을 손에 올려주었다.

일순. 기술을 걸려면 지금이다. 지금 하는 거다!

하아. 하아.

메마른 숨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들린다.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다. 하지만 무엇보다 마음이 텅 비어버렸다. 이다지도 무력한 자신에게 화가 나는 것만 같았다.

서하람이었다면?

 

그녀석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IQ160의 천재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할까.

아니, 이런 생각 따위 해도 소용없다. 그는 절대로 승강기를 타지 않는다. 타서는 안 된다. 32명의 학생들의 중심이 될 카드는 절대 빠져서는 안 된다. 그건 더욱 붕괴하기 쉬운 사회를 야기한다.

그러니까, 서하람이 이 광경을 볼 리는 없다.

젠장, 꿈이었다면 좋겠다. 진득하게 들러붙는 땀도, 입에서 내뱉어지는 뜨거운 공기도, 폐에 들어가는 산소도 실감난다. 너무 현실감 있다. 그래서 더욱 절망에 빠지는 것이다. 이게 꿈이라면, 방공호가 아닌 지상에,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을 살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평화롭고, 행복했던 것인가. 별로 눈에 띄지도 않고, 의욕도 없는 나. 짜증나는 패거리인 강영호. 기분 나쁜 준권. 기분 나쁘진 않지만 왜인지 마음에 안 드는 서하람. 삼국지의 위, 촉, 오처럼 세 세력을 만드는 세 남자가 있고, 그 반 안에서 유일하게 붕 떠 있는 소녀….

아, 시화. 그래, 시화다.

젠장,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꿈? 그런 하찮은 희망을 품어서 뭘 하자는 거야. 옆에 시화가 있다. 자신을 의지하고 있는 내가 사랑하고 있는 시화가 있단 말이다. 현실도피 따위나 하고 무너져버릴 수는 없다.

재원은 마음을 굳게 먹고…

 

기분 나쁜 알약을 단숨에 입에 넣고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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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직시하지마 피하고 싶은 현실이라면 받아들이지 말고 부숴버리면 되는거야.

방공호 38편
인형이 되고싶은 인간 31편
클래스 전쟁 과 아이돌 29편
(가제) 계수나무 -월계- 29편
레루레루! 1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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