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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Seo[fudak]
조회 1003    추천 0   덧글 2    / 2010.08.23 11:00:25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무거운 정막만이 찾아왔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는 거지만 역시 나는 이 마을로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다. 나 하나 때문에 다른 누군가가 이렇게 까지 고통을 받는 다면 차라리 혼자였던 게 나았다.

 

“와~ 죽을상~ 마치, 인생 다 산 표정인걸.”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빙긋 미소 짓고 있는 여나가 식탁 앞에 앉아있었다.

 

그러고 보니 저 녀석도 있었지. 경황이 없다보니 여나가 있다는 것조차 잠시 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렇지 지금 상황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애가 저렇게 웃으면서 얘기하다니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하는 걸까?

 

“웃으면서 얘기 할 정도로 기분이 좋지는 않아.”

 

식탁위에 한쪽 팔을 얹은 여나는 턱을 괴며 나른해 보이는 눈동자로 날 지긋이 쳐다봤다.

 

“헤헤~ 그러겠지? 새나 네가 처한 상황 정도는 눈치 없는 나도 알 정도인걸. 그래도 자기 자책이 너무 심하지 않아? ‘인성’이 오빠가 죽은 건 단순히 사고였잖아?”

 

‘인성’ 이란 이름이 나왔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녀석이 또 다른 ‘나’ 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 시켜주는 말이었으니까.

 

가인성. 가씨 집안의 장남이자 슬비와 을비의 친오빠였던 사람이다. 하지만 내가 가씨 집안에 맡겨지기로 한 그날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단순하게 생각하자면 불의한 사고. 하지만 내가 가씨 집안에 맡겨지지 않았다면 살아있을지 모르는 인물.

 

“이곳에 있는 새나가 어땠는지는 나는 몰라. 하지만 내가 있던 곳에서는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어. 그 당시 이모가, 음~ 새나는 이사장님이라고 하지?”

 

자기가 있던 차원에서 겪었던 일을 천천히 설명해 주고 있는 여나의 말에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하튼~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그날 내가 그 집에 맡겨지기로 한 날이었거든. 이모가 학교가 끝난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날 데리러 오려다 그만 사고가 나버린 거야.“

 

그 당시의 일을 상상하며 차근차근 얘기해 주고 있던 여나의 말에 나는 초조함을 숨기지 못하고 다그쳤다.

 

“그래서?”

 

그러한 내 반응 때문인지 여나는 뜸들이지 않고 바로 말을 이었다.

 

“정면에서 오던 자동차가 중앙선을 침범했어. 놀란 이모가 급히 핸들을 꺾었는데, 운 나쁘게 조수석 방향으로 자동차가 부딪혔다나봐. 그 결과 인성이 오빠는 그 자리에서 즉사. 운전자석에 계셨던 이모와 뒷자리에 타고 있던 슬비와 을비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어.”

 

여나의 얘기는 여기서 끝이었다. 지금 이 얘기를 듣고 나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라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상황이 어찌 되었건 결과만큼은 나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럼 이번엔 새나 얘기를 들어볼까?”

 

“내 얘기?”

 

“응, 내 얘기도 해줬으니까 새나 얘기도 들려 줘야지. 보통 그렇지 않아? 그리고, 나는 을비의 저러한 행동을 도통 이해 못해 못하기 때문에 새나의 얘기를 듣고 싶은 거기도 하고.”

 

얘기를 하기 전 까지만 해도 분위기 파악 못 하고 싱글벙글 웃고 있던 애가 지금은 사뭇 진지한 분위기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쓰고 있던 안경을 벗은 나는 그것을 식탁 위에 올려놓으며 지끈 거리는 관자놀이를 오른손 엄지와 중지로 몇 번 눌렀다.

 

“너와는 조금 달라. 학교가 끝날 때 까지 비가 별로 내리지 않아 슬비는 먼저 집으로 돌아왔고, 을비는 일 때문에 학교에 남아 있었데. 빗줄기가 조금씩 거세질 무렵 인성이 형도 집에 도착했는데 을비가 학교에 남아 있다는 걸 알고 걱정이 돼서 학교로 다시 돌아갔다나 봐. 그러다 사고가 난 거고. 뭐, 나도 여기 까지는 슬비에게 들은 얘기지만 말이야.”

 

“바보~ 새나는 바보야~ 네가 확실히 말하지 않으니까 이렇게 되는 거잖아.”

 

나긋한 여나의 목소리에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확실히 맞는 말 일지 모른다. 사람인 이상 얘기를 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 게 있으니까.

 

“그치만, 그치만 생각해 보면 얘기가 이상해. 보통 을비가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거 아닐까? 인성이 오빠가 학교에 남아있는 을비를 데리러 나간 거잖아.”

 

“을비는 그 사실을 몰라. 자기 오빠는 하교 도중 사고가 났다고 알고 있어. 이사장님이 날 데리러 가지 않았으면 자기 오빠가 죽었을 리 없다- 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나는 그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던 사실을 씁쓸하게 내뱉었다.

 

“모르겠어. 괜한 원망을 받으려는 새나나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 얘기를 하지 않는 슬비나 이해 못하겠어. 보통 그렇게 까지 하려고 하지 않잖아?!”

 

여나의 언성이 높아졌다. 자신의 머리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다보니 화가 나는 모양이다. 뭐, 무리도 아닐 것이다. 뭐가 좋다고 타인에게 원망을 사고 싶어 하겠는가?

 

“있잖아. 나는 내 잘못으로 부모님이 돌아 가셨다고 말 했어. 너 역시 나와 같은 처지니 잘 알 거 아니야? 그 기분이 어떤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그 기분이 어떤지 절대로 알 수 없을 것이다. 자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다는 걸 알았을 때의 죄책감은 말로 표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죄책감에서 오는 자기혐오. 그렇게 되면서 정신은 피폐해져 가고 결국 혼자가 돼버려. 나는 그걸 알고 있으니까 슬비에게는 지금의 일을 을비에게 얘기하지 말라고 한 거야. 자기 자신을 탓하고 원망하는 것 보다는 나 하나 원망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거든.”

 

혼자였던 내게 손을 내밀어준 가씨 집안과 슬비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정도 밖에 없었다. 나 하나 원망 받는 걸로 을비가 자신을 탓하지 않고, 평범한 일상을 생활해 간다면 그걸로 만족하니까.

 

“아으으~ 흑~”

 

훌쩍 거리는 소리에 식탁 위에 올려 두었던 안경을 집어 고쳐 쓴 나는 여나를 바라봤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큰 눈망울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녀석의 모습이 부담스럽기 까지 하다.

 

“뭐, 뭐야 갑자기?”

 

“으아앙~ 바보~ 멍청이~ 천치~!”

 

요상한 울음소리와 함께 눈물을 터뜨린 여나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서며 양손으로 날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때리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아 그다지 아프지는 않았지만, 이것도 한 방 두 방 쌓이기 시작하니 무시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만해 바보야~!”

 

자리에서 일어선 나는 가녀린 여나의 양팔을 붙잡아 진정시켰다. 자기 일도 아니면서 묘하게 감정적으로 변한 녀석은 아직까지 눈물을 흘리며 히끅- 거리고 있었다.

 

“흑흑~ 이곳에 있는 내가 이렇게 멍청한 녀석일 줄 몰랐어. 흑~ 사람 좋은 것도 어느 정도지. 완전히 국보급이잖아. 으아앙~”

 

“남이사. 내가 결정한 일 가지고 네가 왜 난리야?”

 

“그치만, 그치만~ 불쌍하잖아~ 새나가… 아우으, 새나가 불쌍하잖아~”

 

나는 잡고 있던 여나의 팔을 놓아 주었다. 그러자 자신의 눈가에 양손을 붙이며 어린아이처럼 훌쩍거린다. 그러한 녀석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난처한 기분이 든 나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다 문득 미묘한 알코올의 냄새에 끌려 식탁 위에 놓여있는 맥주 캔을 내려다보았다.

 

‘설마?’

 

불길한 느낌에 이사장님이 마셨던 맥주 캔을 든 나는 양옆으로 살짝 흔들어 봤다. 아주 소량이지만 캔 안의 내용물이 출렁거린다.

 

“너 이거 마셨냐?”

 

훌쩍 거리던 여나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피고 있는 엄지와 집게손가락의 사이를 좁혀 보였다.

 

“아주 조금~ 밖에 안 마셨어~ 헤헤~”

 

고개를 풀썩 떨군 나는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흘렸다. 어쩐지 얘기 할 때부터 얼굴이 살짝 상기되고, 혀 꼬부라지는 소리를 낸다 했다.

 

“아~! 취했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런 거지?! 괜찮아~ 괜찮아~ 취하지 않았는걸~”

 

떨궜던 고개를 든 나는 울다 웃다 가지가지 하는 녀석을 힘없이 쳐다봤다.

 

“취한 녀석들은 다 그렇게 말해.“

 

이미 취기가 오를 대로 오른 얼굴로 양쪽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 여나가 내가 있는 쪽으로 해롱해롱 거리며 다가왔다.

 

“취하지 않았단 말이야~ 어라라~? 바닥이 흐물흐물 거리네~?”

 

가까이 다가와 날 때리려고 했는지 들고 있는 한쪽 손을 꾹- 움켜쥐고 있는 여나. 그 모습을 어이없는 얼굴로 지켜보고 있던 나는 뒤로 슬쩍 물러섰다. 그런데 위험스럽게 휘청 거리는 여나의 모습을 보니 그럴 필요도 없었던 것 같다. 지발에 자기가 걸려 내 쪽을 향해 몸이 기우뚱 거렸으니까.

 

내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주르륵- 미끄러져 내리는 녀석을 부축한 나는 한 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았다.

 

“흐에에에~ 어지러워~ ”

 

골칫덩이 동생을 돌보는 느낌이 이러할까? 내 무릎 위에 머리를 올려 둔 채 어느 샌가 쌔근쌔근 잠이든 녀석을 내려다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녀석 덕분에 조금이나마 울적했던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았다.

 

“그 보다 무릎베개 같은 건 여자들이 많이 해 주던데, 반대가 돼 버렸네.”

 

혼잣말을 중얼 거리던 나는 고개를 들어 거실 천장을 올려다 보다 옆으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내 시선이 돌아간 현관 쪽에는 슬비가 서있었다.

 

‘언제, 돌아왔지?’

 

여나를 피하려다 거실 안쪽에 위치한 부엌에서 조금 벗어난 상태였다. 지금까지 사각이었던 현관도 눈동자를 살짝 돌린 것만으로 확인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여나와의 얘기에 너무 신경을 쓰고 있던 탓인지 슬비가 언제 들어왔는지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설마 여나와 내가 하고 있던 얘기를 들었다거나…?

 

“다녀왔어요.”

 

입가에 엷은 미소를 살포시 지은 슬비가 현관에서 신발을 벗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어머, 여나 자고 있는 거예요?”

 

바로 내 옆까지 다가온 슬비는 살짝 상체를 굽히며 여나의 모습을 확인했다.

 

“이사장님이 마시다 남긴 맥주를 조금 마신 것 같아.”

 

“여나도 참. 그래서 여나가 깰까봐 계속 이러고 있던 거예요?”

 

“아니, 그게….”

 

내가 말끝을 흐리자 흘러내린 자신의 머리카락을 옆으로 살짝 쓸어낸 슬비는 상체를 바로 세웠다.

 

“방에서 베개랑 이불 가지고 올 게요.”

 

내 옆을 지나친 슬비는 한동안 자신이 생활하기로 한 방으로 향했다. 그러한 슬비를 불러 세우려 했던 나는 목구멍으로 넘어오려던 말을 삼켰다.

 

슬비의 모습이나 행동을 보아하니 을비와의 얘기는 잘 된 것 같아 보인다. 거기다 지나간 을비의 얘기를 꺼내봤자 괜히 서먹해질 뿐일 테니까.

 

“그보다, 들어서 방으로 옮기는 편이 나을 것 같은데.”

 

그러한 내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은 내 무릎위에서 잘도 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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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구덩이 08/29/11:06
왜 리플이 없을까요… 잘 보고 갑니다~
10 Seo 08/30/12:10
아무래도 취향을 타는 글인지라 ^^; 비정기적으로 올리는데도 기다려 주셔서 감사할 따름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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