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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공호 by 계수

=전 세계의 명예로운 인류 여러분. 대통령…. 아니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감히 고하겠습니다. 도망치십쇼. 살아남아 주십시오. 결코 이 지구에 인간이 살았다는 것을 잊게 하지 말아 주십 시오… 그리고… 어… 그리고….= 대통령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후 tv가 꺼지고 평범한 광고가 흘러나왔다. 싸늘한 교실에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평범한 광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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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159    추천 0   덧글 0    / 2010.08.29 19:11:33

7월 15일. 7월 18일

방공호에 들어왔다. 기분 나쁜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러기에 앞서 친구들을 살핀다.

정신 차려야 한다.

 

의식을 공유한 재원은 여러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먼저 이 공유란 것은 분명 쌍방향이지만 자신이 원하면 뇌에 있는 정보는 우주인에게 흘러가지 않는다. 그리고 우주인과 의식을 공유한 사람들의 생각 역시 마치 메신저처럼 수신하거나 보낼 수 있지만, 이 역시 본인들이 내키지 않으면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또한, 이들의 생각은 전화처럼 들을 수는 있으나 과거의 기억, 사람에 대한 마음 등은 전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은 완전히 다른 것이 아니까.

공유한 사람들은 그냥 느껴졌다. 허나,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두 명, 네 명… 인가?

“저기, 두 명은 뭔가 이상한데?”

재원이 컴퓨터라면 다섯 개의 랜 선이 있는데 그 중 세 개에서 밖에 신호가 들어오고 있지 않은 느낌이다. 그 질문에 우주인은

=그들은 ‘폐기’된 개체들이다.=

라고 대답했다.

“폐기?”

=다른 공유자들로부터 쓸모가 없거나, 위험하다고 판단된 자들을 폐기한다. 그들에게서 ‘나’를 빼앗고 기억을 지웠다.=

‘나’라고 하는 것은 물론 A2가 가져다 준 검은 알약일 것이다.

그나저나, 다른 공유자들로부터 의견을 듣다니, 민주주의가 따로 없군.

“기억도 지울 수 있어?”

=그렇다.=

굉장하군, 역시 외계인이다. 라고 감탄하는 사이 재원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잠깐만, 여기에 온지 6시간도 안 지났는데, 네 명이나 공유됐다는 것은, 뭐야? 전부 널 찾아 낸 거야?”

=그렇지 않다. 나는 두 번. 너희들 모두의 기억을 지웠다. 그러는 과정에서 공유자가 나오고, 폐기처분이 나왔다.=

“뭐…?”

재원은 입이 쩍 벌어졌다.

“기억을 지웠다고? 나도?”

=그렇다.=

그런… 전혀 그런 기억은 없는데. 굉장한데 우주인.

“왜 두 번이나 기억을 지워야 했던 거야?”

=서하람이 날 발견했다.=

“…서하람?”

서하람이? 서하람이 어떻게 우주인을 발견한 거지? 그럴 수는 없다. 그럴 방법은 승강기를 타는 것뿐인데, 서하람이 그럴 리가 없다. 그래서는 안 된다.

일말의 책임감이 있다면. 그가, 재원의 반 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권력의 정점인 그에게 자각이 있다면 그런 짓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겨우 서하람 하나 때문에 모든 아이들의 기억을 지웠다고?”

=그렇다.=

“왜 그런 귀찮은 짓을….”

=나에겐 귀찮은 일이 아니다. 또한 서하람은 의식 공유를 거부했다.=

“?!”

재원은 아득 하고 이를 갈았다.

“어째서?”

=…모른다. 그는 아무래도, 날 이겨 지구로 돌아갈 생각인 듯 했다.=

미쳤다.

재원은 단숨에 그렇게 말할 뻔했다.

지구에 돌아간다고?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멍청이였단 말이야? 그 서하람이? 자만이다. 자기를 너무 과대평가 하고 있는 것이다. IQ160이니까 그따위 소리를 짓거릴 수 있는 건가? 웃기는 놈이다.

마구 솟구치는 감정에 이를 물었다.

“슬슬 내려간다.”

재원은 시화의 손을 놓고 그렇게 선언하며 뒤로 돌아섰다.

“그녀를 보호해줘. 부탁한다.”

시화 본인의 의사는 전혀 물어보지도 않은 채 재원은 그 말만을 남긴 뒤 승강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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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계수  lv 3 99.25% / 997 글 97 | 댓글 2  
현실을 직시하지마 피하고 싶은 현실이라면 받아들이지 말고 부숴버리면 되는거야.

방공호 38편
인형이 되고싶은 인간 31편
클래스 전쟁 과 아이돌 29편
(가제) 계수나무 -월계- 29편
레루레루! 1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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