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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공호 by 계수

=전 세계의 명예로운 인류 여러분. 대통령…. 아니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감히 고하겠습니다. 도망치십쇼. 살아남아 주십시오. 결코 이 지구에 인간이 살았다는 것을 잊게 하지 말아 주십 시오… 그리고… 어… 그리고….= 대통령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후 tv가 꺼지고 평범한 광고가 흘러나왔다. 싸늘한 교실에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평범한 광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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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901    추천 0   덧글 0    / 2010.09.04 19:58:54

“시화는 어디 갔어?”

“집에 갔거나, 혹은 병 때문에 특별히 관리를 받거나. 둘 중 하나다.”

“집에 갔다고 하는 게 후폭풍이 없어서 좋겠네. 누군가 시화를 끔찍이 아끼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연화가 피식 하고 비아냥거리며 가늘게 뜬 눈으로 재원을 쳐다보았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데.”

재원은 붉어지는 얼굴을 애써 눌러버리며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 시화는 좋겠네. 그래도 너무 난폭한 거 갑자기 끌고나가다니.”

“보고 있었냐?”

“의식을 공유하면 자고 있어도 우주인이 보내는 정보는 들어와.”

호오, 그건 쓸 만한 정보다. 아… 하지만 우주인은 저 위… 가 아니라 옆에 틀어박혀 있을 뿐이니 감지기 같은 걸로 쓰기엔 무리인가.

“…그나저나 여긴 조금 소름 끼치군.”

그렇게 중얼거리며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리빙룸의 전경을 둘러보는 재원. 위…가 아니라 옆의 그 방으로 치면 우주인이 있어야 할 구조의 리빙룸은 가운데의 커다란 기둥 대신 둥근 벤치가 있었고 사람이 앉아서 쉴 수 있도록 만들어진 구조가 훌륭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소름끼치는 이유는 우주인이 있는 그 장소와 너무나도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벤치로 둘러싸인 동그란 공간에서 기둥이 올라와 그 안에 있는 우주인이 말을 걸 것만 같았다.

뭐, 그런 건 감성에 젖은 의견에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따지자면 재원의 생각은 지낼 만 하다는 것이었다. 옆에 식당도 있으니까, 배가 고파지면 들어가야지.

재원은 천연덕스럽게 기대하며 시장해지기를 기다렸다.

“너는 어떻게 하다가 우주인을 본거야?”

침묵이 오래가는 걸 막기 위해서, 또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 재원은 입을 열었다.

“….”

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의아해진 재원이 옆을 돌아보자 연화는 눈을 감은 채 고른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자는… 척이다.

“그렇게 대답하기 싫냐. 됐어. 그런 것보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 뚜렷하게 정한 게 있나 묻고 싶다.”

“응? 무슨 뜻일까?”

언제 그랬냐는 듯이 눈을 번쩍 뜨고 의욕 충만한 얼굴로 물어오는 연화.

이렇게 단숨에 분위기가 바뀌다니. 여자는 무섭다. 기억해 둬야겠군. 재원은 그렇게 다짐했다.

“우리는 32명 중에 선택됐다고 봐도 될 3명이야. 그 중 한 사람으로써, 뭘 해야겠다고 생각해?”

“…반장 선거 공약 같은 거? 나 그런 거 못 하는데.”

아이들을 잘 뭉치게 할 것 같은 이미지 때문에 반장으로선 재격인데, 그런 하찮은 감상은 내려놓고.

“진지하게.”

“흠, 진지하게 말이지. 솔직히 말하면 별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

연화는 전혀 표정은 진지하지 않지만 또박또박 말에 설득력을 심어 말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다 함께 하나가 되는 건 마찬가지고.”

하나가 된다는 건 즉, 전원 블랙홀에 들어가 이 우주인의 기억으로써 다시 태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원은, 그 것을 끝 이라고 생각했지만, 뭐, 관점은 사람마다 다른 것이니 별달리 끼어들지 않고 들었다.

“혹시 위험해지면 리셋하면 그만이고, 게다가 32명 청소년들이 심각해봐야 얼마나 심각하겠어. 그냥 우는 애들 달래는 것 정도. 그거면 되지 않을까?”

차분하게 말한 연화의 설명엔 일리가 있었다. 확실히, 지금까지 지내왔던 32명의 아이들은, 전부 불량한 녀석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름대로 모두들 착하다면 착한 녀석들이지 인간쓰레기 같은 녀석들은 아니다. 날라리 패거리인 강영호를 포함해서 그랬다. 담배나 술 같은 것엔 손을 댄 것 같지만 그래도 도둑질이나 폭행 같은 것을 하는 장면은 본 적 없다. 그냥 조금 거친 패거리일 뿐인 것이다.

하지만,

“그건 지나치게 낙관적 인거 아닐까. 여기엔 아무 통제가 없다고. 제한이 없으면 고삐 풀린 말처럼 폭동이 이러나는 상황도 생각하지 않으면….”

“그럼 리셋 하면 되잖아.”

“…그렇지.”

하지만 재원은 싫었다. 게임처럼 죽으면 다시 살아나는 캐릭터들처럼 행동하는 자신의 모습이 싫었다. 그런 만행으로 자신은 인간인 채로 마지막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인가.

아, 이미 우주인을 받아들였으니, 인간이 아니었지.

웃음이 나올 일인데도 전혀 미소가 지어지지 않는 자신을 보며 재원은 씁쓸하게 두 손을 맞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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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직시하지마 피하고 싶은 현실이라면 받아들이지 말고 부숴버리면 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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