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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Seo[fudak]
조회 987    추천 0   덧글 7    / 2010.09.27 12:58:28

그러고 보니 프레센티아를 봐주느라 시간 가는지도 몰랐다. 어느새 인가 허기도 사라졌고 말이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해 보니 20분이나 흐른 상태였다. CD 매장으로 내려가려고 에스컬레이터 앞까지 와서 멈춰선 나는 그냥 숙녀복 매장으로 올라가 보는 게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새나다~”

 

굳이 내가 올라가서 확인 해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타이밍 좋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여나가 내려오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뭘까 어렴풋이 느껴지는 신변의 불안함은?

 

“받아줘~ 에잇~!”

 

예감은 적중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반 정도 내려왔을까? 느닷없이 점프한 여나는 양팔을 활짝 벌린 채 내가 있는 곳을 향해 똑바로 떨어졌다.

 

해맑은 미소와 쏟아져 내리는 실내의 조명마저 부서져 내리게 만드는 탐스럽고 아름다운 은발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여나의 모습. 그래, 마치 애니메이션 클라이막스에 흔히 등장하는 헤어진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이 다시 만나는 신을 연상케 하는 상황!

 

하지만 역시 현실은 다르달까? 내 머릿속에는 그러한 감동은커녕 녀석과 부딪혔을 경우의 상황만이 빠르게 시뮬레이션 되고 있었다.

 

“미안, 역시 무리다.”

 

단 몇 초간의 시뮬레이션 결과는 처참한 상황에 다다랐기에 나는 몸을 틀어 여나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여나가 에스컬레이터를 뛰어 내려오면서 점프하기까지의 운동량과 낙하 속도, 그리고 녀석의 체중을 고려해 볼 때 그 충격량을 고스란히 받아야 하는 내 자신이 위험했으니 말이다.

 

“으아아아~ 바, 바보~! 피하지마~”

 

마치 내가 옆으로 물러설지 몰랐다는 듯 다급한 비명을 지른 여나는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다 결국….

 

“꺄앗-!”

 

지면에 큰대자로 낙하. 필사의 저항을 한 여나였지만 지구의 중력과 뉴턴의 가속도의 법칙을 무시 할 수는 없었다.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는 녀석을 무뚝뚝하게 내려다보고 있던 나는 하체를 숙인 후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봤다.

 

“살아있나~?”

 

“아으-”

 

꿈틀 거리며 부들부들 떨리는 상체를 바로 일으켜 세운 여나는 울상이 된 얼굴로 내 쪽을 돌아봤다.

 

“피하면 어떡해~! 죽을 뻔 했잖아!”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얼굴로 으르렁 거리는 녀석을 살짝 미안함이 섞인 표정으로 바라본 나는 힘없이 웃었다.

 

“죽을 짓 한 네 잘 못이지. 뭐, 그거야 어쨌든 네가 꽤 튼튼하다는 건 어제 알았으니까. 역시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네.”

 

녀석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 있는 나는 가볍게 쓰다듬으며 얘기했다.

 

“으아앙! 튼튼한 거랑 아픈 거랑 별개 문제란 말이야! 보통 거기서는 받아 준다고!”

 

양쪽 볼에 공기를 가득 넣은 상태로 땍땍 거리는 여나의 모습에 나는 정색했다.

 

“아니, 거기서 널 받았으면 내가 죽었을 거야.”

 

“에? 어째서?”

 

여나의 머리위에 얹었던 손을 뗀 나는 움츠렸던 하체를 바로 세우며 말했다.

 

“네 전신이 흉기니까.”

 

자리에서 일어선 날 붉어진 얼굴로 올려다보고 있는 여나는 씩씩거렸다.

 

“아우! 심술쟁이~!”

 

그러나 심통 난 어린아이와도 같은 모습도 잠시였다. 자리를 털고 일어서며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보란 듯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여나는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봐라~ 봐라~ 새나야~ 어때? 잘 어울려~?”

 

나는 그런 여나의 모습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한 내 노골적인 시선 때문인지 귀여운 포즈부터 섹시한 포즈까지 온갖 상황을 연출해 주던 여나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행동을 멈췄다.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면 아무리 나라도 창피해. 왜? 별로 안 어울려서? 이상해?”

 

“아니, 그건 아닌데….”

 

말끝을 흐린 나는 녀석과의 시선을 피하며 볼을 긁적였다. 유심히 보니 나름 잘 어울렸기 때문이었다. 전체적으로는 흰색이지만 라인과 로고만 주황색인 가디건과 다홍빛 미니스커트, 그리고 스커트 아래로 살짝 드러난 검은 스패츠 까지. 활발하고 명랑한 성격인 여나의 이미지를 가장 잘 살린 듯한 스타일이었다.

 

엄마의 원피스를 입은 것이 어울리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여나가 조용하고 수수한 성격은 아니니까. 오히려 활동적인 지금의 모습이 여나 답다면 여나 다운 차림처럼 느껴졌다.

 

“뭐, 나쁘지는 않아.”

 

뭐라 길게 할 말이 없었기에 무덤덤한 얼굴로 대답했는데, 여나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지면에 발을 한 번 굴려 보였다. 아무래도 자기의 생각과 다른 내 반응 때문인지 상당히 실망한 듯한 모습처럼 보여진다.

 

“하아~ 지금 이 모습을 새나에게 1분 1초라도 빨리 보여 주고 싶어서 수많은 고난을 겪으면 겨우겨우 아래층 까지 내려왔는데, 정작 본인이 이렇게 까지 애매한 대답을 내놓을 줄이야. 쇼크.”

 

속사포처럼 재잘거리던 여나는 마치 비운의 히로인이라도 된 듯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버렸다.

 

녀석이 바라고 있는 대답이 뭔지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렇지 그런 말을 쉽게 할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나쁘지 않다고 말 해 줬으면 됐지 뭘 더 바래? 일단 일어나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잖아.”

 

우리들 옆으로 지나가면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사람들이 소근 거리면서 웃는다. 아무래도 나와 여나의 모습이 상당히 닮았기 때문인지 사람들은 남매간에 싸움이라도 했나 라는 식의 호기심 어린 시선만을 던질 뿐이었다.

 

‘나 참, 어린애도 아니고 이게 뭐하는 건지.’

 

창피함에 얼굴이 후끈 달아오른 나는 앉아서 꿈쩍도 하지 않고 있는 여나를 억지로라도 일으켜 세우려고 팔을 잡았다.

 

“보통 예쁘네~ 라던가, 귀엽네~ 라던가 해 주잖아.”

 

입술을 삐쭉 내밀며 불만사항을 투덜거리고 있는 여나는 음울한 기운을 스멀스멀 뿜어냈다.

 

“크윽~ 그런 말을 어떻게 하냐?!”

 

부정적인 반응 때문인지 내 팔에 엉겨 붙은 여나는 애처로운 표정으로 호소했다.

 

“에에~ 뭐 어때 말 한다고 닳는 것도 아니잖아. 한 번만 해 줘~”

 

애교 섞인 목소리로 징징거리고 있는 여나를 질렸다는 표정으로 바라본 나는 완고하게 거절했다.

 

“사양하겠습니다.”

 

“아우~ 그렇게 나온다면 여기서 나 울어 버릴 거야!”

 

나의 돌부처 같은 완고함에 금이 가는 순간이었다. 이 지지배가 이렇게 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내 입에서 낯간지러운 말이 나오는 걸 어떻게든 듣고 말겠다는 X고집을 부리는 것 같았다.

 

집이였다면 울던 말던 상관 안 하겠지만, 유동인구가 많은 백화점 안에서 여나가 울면 나쁜 놈 취급 받는 것은 두말 할 것도 없이 내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그런 말을 하자니 남자로써의 나의 위엄이-!’

 

내 팔에 안긴 채 똘망똘망한 눈동자로 날 올려다보고 있는 녀석의 시선에 흠칫 한 나는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팔에서 떨어져.”

 

헤쭉 웃으며 내 곁에서 떨어진 여나는 말했다.

 

“자~ 말해 주시라~”

 

떨떠름한 얼굴로 녀석을 흘끗 쳐다본 나는 혀를 차며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었다. 지금까지 이성에게 이런 창피한 말을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나다. 아니, 해볼 기회가 없었다고 하는 게 옳은 말이겠지. 그런데, 그 첫 상대가 또 다른 내 자신이라니!? 연못에 빠져죽은 나르키소스가 저세상에서 통곡하고 있겠다!

 

‘첫 키스도 모자라 이제는 별걸 다 시키는군.’

 

잔뜩 기대에 찬 얼굴로 내 대답을 기다리는 여나의 모습에 헛기침을 한 번 한 나는 마지못한 얼굴로 대답해 줬다.

 

“귀, 귀엽네.”

 

그러나 힘겹게 내뱉은 내 대답에 여나는 상심어린 표정 을 짓더니 길게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얼굴 바라봐 주면서 안 해줬어. 이런걸 보고 보통 무효~ 라고 말하지.”

 

그 말에 나는 한쪽 볼을 씰룩였다. 창피한데도 기껏 해줬더니만 얘기하는 꼬락서니 하고는! 녀석의 시선을 피해 돌렸던 고개를 바로하자 볼에 무언가 닿는다.

검지손가락으로 내 볼을 쿡- 찔러 보이는 유치한 장난을 한 여나는 얕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부끄럼쟁이 새나가 귀엽다고 해 줬으니까 봐줄게~ 응, 봐줄게, 봐줄게~”

 

옆구리 찔러 절 받은 주제에 좋단다. 그래도 그런 녀석의 순수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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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Seo 09/27/12:58
올려놓고 보니... 다음 편은 짧을 것 같네요 ㅇ.ㅇ;
1 Asca 09/27/11:58
오랜만의 한편~
전편의 내용이 기억이 안낭(....)
인상적인 철푸덕!
10 Seo 09/28/12:12
너무 늦게 올려서 그런걸까요 으음 ㅜㅜ~!
2 구덩이 10/04/06:51
아직 예상한 장면은 안나왔군요. 아마 조만간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ㅇㅂㅇ 건필하십시오!
10 Seo 10/05/12:14
ㅇ.ㅇ/ 아마 생각하시는 게 있으시다면~ 맞을 거라 생각해요 ~>~ 단순하게 글을써서 ^^ 감사합니다~
2 구덩이 10/05/11:41
단순하지 않아요~ ㅋㅋ 그냥 예상이 맞다면 조금 놀랄지도 <
10 Seo 10/06/12:50
윽~ 과연 구덩이 님이 예상하시는 것은 무엇일까요 ㅇ.ㅇ; 맞는 부분이 있다면 얘기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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