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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Seo[fudak]
조회 1058    추천 0   덧글 7    / 2010.11.06 12:37:03

“뭐야, 그 우와~ 진짜로 왔네? 라는 표정은.”

 

내가 인상을 팍- 일그러뜨리자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고 있던 여나는 고개를 도리질 치며 배시시 웃어보였다.

 

“그런 표정 안 했어. 그냥 조금 아니, 응… 놀라서 그런 것뿐이니까.”

 

말을 우물거리며 얼빵한 표정을 짓고 있는 녀석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화낼 기력조차 싹- 가시는 것 같았다.

 

낮게 한 숨을 내리깐 나는 쭈뼛거리고 있는 녀석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때릴 거야…?”

 

잔득 주눅이든 아이처럼 내 눈치를 살피고 있는 여나의 말에 나는 딱- 잘라 말했다.

 

“어.”

 

그리고 살짝 쥔 주먹으로 녀석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렸다. 자라처럼 목을 움츠리고 있던 여나는 질끈 감았던 눈을 살며시 떠 보인다.

 

“화 안 났어?”

 

거의 어루만져주는 수준으로 툭- 건드렸기 때문인지 녀석은 의아한 듯 물어보았다. 솔직히 여나가 백화점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찾으면 한 대 콱! 쥐어 박아주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이렇게 찾아다녔지만, 녀석의 모습을 보고나니 다행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잠깐, 왜 안도 하고 있는 거야? 거기다….’

 

긴장이 풀어지니 자연스레 허기가 찾아왔다. 안 그래도 배고팠었는데, 녀석을 찾으러 사방팔방 뛰어다니다 보니 소비하지 않아도 될 열량 까지 소비해버렸으니 말이다.

 

내 뱃속에서 울리는 밥벌레들의 합창에 엷은 미소를 입가에 띤 여나는 품에 안고 있던 비닐봉지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게 건넸다.

 

“자, 식었지만 맛있을 거야.”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고만 난 살짝 쓴웃음을 지으며 녀석이 건넨 꼬치를 받았다.

 

“고마워.”

 

꼬치 하나정도 먹는다고 해서 슬비가 해준 식사를 먹지 못 할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고기를 베어 먹으며 입속에서 우물거렸다. 맛은 근처에서 흔히 파는 닭꼬치의 맛이었다. 아무래도 아래쪽에 있는 공원의 노점상에서 사가지고 온 모양이다.

 

“너 돈 있었어?”

 

자신이 들고 있는 봉지에서 닭꼬치를 하나 더 꺼낸 여나는 고개를 도리질 쳤다.

 

“아니,”

 

“그럼 이거 어디서 난거야?”

 

“아래쪽에 노점상 있는 거 알지? 팔이 불편해 보이는 아주머니가 정리하고 계시는 모습이 힘들어 보여서 도와 줬더니- ‘학생 착하구나.’ 하면서 남은 거 싸줬어. 어때~ 잘 했지~?”

 

“그래?”

 

뚱한 얼굴로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녀석의 모습을 빤히 쳐다본 나는 말했다.

 

“그건 그렇고, 굳이 거짓말 하면서 까지 야밤에 혼자 여기까지 올 필요는 없잖아. 가고 싶다고 말했으면 내일 학교 끝나고 같이 와 줄 수도 있었는데.”

 

나와 마찬가지로 닭꼬치를 우물거리고 있던 여나는 입안에 있는 내용물을 꿀꺽- 삼키며 질문에 답해줬다.

 

“나도 그러고 싶었지만, 오늘 오지 않으면 안 됐어.”

 

녀석의 미소에 틈이 생긴 것은 그때였다. 계단 쪽으로 다가간 여나는 그 자리에 앉으며 고개를 돌려 뒤에 서있는 내게 얘기했다.

 

“새나는 내가 걱정 돼서 여기까지 찾으러 온 거지? 그렇지 않으면 보통 이런 곳 까지 일부러 올 일은 없을 테니까. 그치?”

 

정곡을 찌르는 녀석의 대답에 잠시 망설인 나는 뻘뻘거리며 부정했다.

 

“누, 누가 네가 걱정 돼서 찾으러 온 줄 알아?! 슬비가 부탁하니까 할 수 없이 찾아봐 준거야!”

 

“남자가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그래도 이 세계에는 나란 존재를 걱정해 주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은 나쁘지 않은데~”

 

웃음 속에 서려있는 절박함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을 자신도 깨달은 것일까? 정면을 향해 고개를 돌린 여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내려가는 계단에 걸터 앉아있는 녀석의 뒷모습을 우두커니 서서 지켜보고 있던 나는 허공을 향해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뭐야, 뜬금없이.”

 

“음~ 그냥. 그런데, 새나는 내가 왜 여기에 왔다고 생각해?”

 

“멍청아 그걸 알면 내가 이렇게 찾아 왔겠냐.”

 

“아우~ 조금은 고민이라는 것을 해 볼 줄 알았는데, 다짜고짜 멍청이라니 새나 바보!”

 

심드렁한 표정으로 얘기한 날 다시금 돌아본 여나는 한쪽 볼에 공기를 가득 담아 부풀렸다. 그러나 내게 보여준 뾰로통이난 표정은 잠시 뿐이었다. 이윽고 힘없이 웃으며 내게서 시선을 떨어뜨린 여나는 입을 열었다.

 

“사실, 내 존재를 부정하는 새나가 있는 차원에서는 이곳에서 생활했거든. 마땅히 돌아 갈 장소가 없었으니까 헤헤~”

 

녀석의 얘기를 듣고 나는 뒤쪽에 위치한 교사를 돌아봤다. 이런 음침하기 짝이 없는 곳에서 잠을 잤다고? 본인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담담하게 얘기하고 있지만, 웃는 게 웃는 것이 아닐 것이다.

 

확실히 수중에 금전이 없다면 이런 폐교에서라도 생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밤에 여자 혼자서 길거리를 배회하는 것 보다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폐교가 그나마 안전 할 테니까.

 

‘그래도 그렇지 무슨 여자애가 여기서 잘 생각을 다 해? 겉보기와는 다르게 독 하구나 이 녀석.’

 

그래도 지금의 얘기는 다른 차원에서의 일이 아닌가? 나는 녀석이 생활 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방을 하나 내주었다. 굳이 여기까지 올 필요가 있었을까?

 

“뭐, 예전일 때문이라면 이제 됐잖아? 지금은 돌아갈 장소가 없는 것도 아니고.”

 

계단에 앉아있는 여나의 가까이로 다가간 나는 가녀린 녀석의 어깨위에 손을 얹었다.

 

“내가 있어야 할 장소는 내 스스로가 버렸는걸. 더 이상 내가 돌아갈 장소는 없어.”

 

내려앉은 침묵 속에 묻혀 버릴 것만 같은 작은 목소리였다, 그리고 녀석의 어깨에 얹은 손을 타고 희미한 떨림이 전해져 왔다.

 

“야… 야, 갑자기 왜 그래?”

 

아까부터 녀석의 상태가 조금 이상하다고는 생각했다. 내게서 등을 돌린 후부터 자신의 불안감을 무리하게 숨기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어제 새나가 말했지? 죽음의 근원인 날 받아 줄 수 있는 건 자신 밖에 없다고. 어째서? 보통 그렇지 않잖아. 단순히 그 말만으로 수상하기 그지없는 날 이렇게 쉽게 받아줄 수 있는 거야? 그런 거야?”

 

앉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세운 여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언성을 높여 얘기했다. 녀석이 느끼고 있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은 내게도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전신을 휘감으며 뼈 속 까지 시큰거리게 만드는 그러한 느낌이 말이다.

 

여나는 내가 있는 곳을 돌아보지 않고 있지만 나는 애써 웃어 보이며 말했다.

 

“뭐, 아무렴 어때. 이제 와서 그다지 상관없는 일이잖아. 그보다 이제 그만 가자 슬비도 기다리고 있으니까.”

 

“대답해줘.”

 

가라앉은 여나의 목소리에 나는 하려던 말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듣고 싶어서 저러는 것일까? 단순히 고집 때문에 저러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이지만….

 

이어지는 침묵 속에서 잠시 동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던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네가 있기 때문에 내 목숨이 위험하다면, 차라리 가까이에 있는 편이 낫지 않나 싶어서.”

 

여나의 존재는 내게 있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것이니까. 녀석의 존재와 내게 했던 자신의 일들을 무시해 버리는 것 보다는 만약을 위해서라도 눈에 보이는 곳에 두는 게 안전할거라 생각했다. 만일, 여나를 무시해버렸다면 녀석의 한 얘기들을 쉽게 떨쳐 버리고 평소처럼 생활할 수 있었을까? 그러지는 못했을 것이다.

 

가령 내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가장 처음으로 떠오르는 인물은 수상한 말만을 남긴 여나 였을 것이다. 그리고 사소한 일에도 괜한 과민반응을 보이며 하루하루를 불안에 떨면서 생활할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새나에게 한 말들이 모두 진실이라고 해도 목숨에 관련된 말을 거짓 일 거란 생각은 안 해봤어? 보통 그렇잖아?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내가 새나의 집에 얹혀살 수 있는 방법은 기껏 해야 그 정도 밖에 없을 테니까.”

 

자신이 지금까지 내게 얘기한 것을 부정 하는듯한 여나의 말에 나는 표정을 굳혔다.

 

“그럼, 그 얘기는 거짓이라는 거야? 내 하기 나름에 살 수 있다는 말도?!”

 

“아~ 그런 말도 했었지 참.”

 

녀석이 흘리는 기분 나쁜 조소가 밤바람에 실린다. 잠깐, 그렇다는 건 녀석이 있어도 내가 죽을 일은 없다는 것인가? 잠시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지금까지 내게 등을 돌렸던 여나가 내 쪽을 향해 전신을 틀었다.

 

“미안해, 괜한 말장난으로 기대감만 가지게 만든 것 같네. 걱정마~ 내가 있음으로 새나는 확실히 죽으니까.”

 

화를 내기 이전에 어이가 없어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무슨 소릴 하나 싶더니 그냥 말장난이었나? 그래도 그렇지 사람 기분에 따라 듣기 좋은 농담과 나쁜 농담이 있다. 아무리 녀석이 무신경 하더라도 방금 전 발언은 내 이해 범위 안에서 벗어나는 말이었다.

 

“고마워.”

 

녀석에게 한 소리 하려고 했던 나는 바람결을 타고 전해져 오는 희미한 울림에 목구멍으로 넘어 오려던 말을 삼켜야 했다.

 

고개를 하늘로 향해 들어 올린 여나가 양팔을 가볍게 펼쳐든다. 광활하게 펼쳐진 밤하늘 위로 촘촘히 박혀있는 별들의 무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한 동안 침묵을 유지하고 있던 여나는 한쪽 손을 자신의 가슴 언저리에 얹으며 입을 열었다.

 

“오늘 하루 정말 즐거웠어. 지금까지 이런 세계는 없었으니까. 내게 이렇게 까지 해준 세계는…….”

 

“설마… 너…?”

 

눈물을 흘리고 있는 여나의 모습에 놀란 나는 짧게 숨을 들이 킬 수밖에 없었다.

 

“새나와 슬비랑 이 세계에서 계속, 계속 함께 있고 싶지만 이제 무리야. 그러니까…”

 

“무슨?!”

 

그 순간 거센 바람이 불어 닥쳐왔다. 한쪽 팔을 들어 눈가를 가리자 정면에 있는 여나의 모습이 내 팔에 의해 가려진다. 단지 들려오는 것은 기분 나쁘게 흔들리는 나뭇가지들의 술렁임 뿐. 이윽고, 사납게 물어 쳤던 돌풍이 잦아든다.

 

들고 있던 팔을 내려서 정면을 확인한 나는 아직 그 자리에 서있는 여나를 볼 수 있었다. 바람에 의해 휘날렸던 장발이 자신의 등 뒤로 차분히 가라앉자 여나는 감고 있던 눈을 서서히 떠보였다. 그리고 닫혀 있던 녀석의 입가가 반달을 눕혀 놓은 듯 깊게 호가 파여 갔다.

 

“여기서 죽어줘. 새나야.”

 

차갑게 식어버린 녀석의 눈동자에 이채가 스쳐지나간 것은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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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Seo 11/11/01:17
헉... 주인공이 달리 주인공이 아님 ㅇ.ㅇ!
3 시드 11/10/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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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Seo 11/11/01:18
그대가 나의 마스터인가...
2 구덩이 12/16/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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