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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941    추천 0   덧글 2    / 2007.05.20 21:38:18
흘러나오는 기계음의 지시에 따라 음성을 인식시켰다.

그리고 잠시. 엄청난 빛이 소녀를 감쌌다. 다음 순간에 소녀는 완전히 변신 해 있었다.

다홍색의 플레어스커트에 세일러칼라가 달린 하얀 블라우스. 검은 가죽 장갑, 굽이 높은 붉은 구두. 거기 속옷까지.

물론 거울이 없는 소녀는 그 모든 것을 제대로 살필 수는 없었다. 다만 어처구니없는 스커트의 길이와 손에 쥐인 삼십센티 길이에 끝 부분에 펜던트와 같은 센스의 장식이 커다랗게 붙은 스틱에 이르러서 소녀는 아연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마음에 드는 것은 구두 였는데, 굽이 거의 십센티에 달하는데도 전혀 불편하지가 않았다. 리본이 달린 게 예쁘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도대체 복장이 바뀌어서 어쩌자는 걸까. 이 오브제 같은 스틱으로 때리라는 걸까? 한심하게 생각하면서도 그러나 그나마도 무기 같은 것이 이 스틱이었다. 설명서를 뒤져, 간신히 이 스틱이 에일리언들의 실드를 중화하는 기능이 있음을 알아낸다. 그제서야 안 것이지만 이 설명서 지면은 대부분 이 스틱의 기능을 설명하는데 할애되고 있었다. 설명서를 좀 더 읽어 보고 싶었지만 더 이상은 시간이 없는 것 같았다. 비트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집 주위를 선회하기 시작한 비트들이 점점 속도를 높이고 있었다. 움직임의 뜻을 알 수 는 없었지만 소녀가 느끼는 압박감은 점점 심해져 갔다. 게다가 기다린다고 유리해질 상황도 아니었다. 소녀는 심호흡을 한 번 했다.

“누군 영원히 사나.”
중얼 거린 소녀가 일어섰다. 지하로 들어가 탄약을 챙기는데 내내 스커트의 길이가 신경 쓰였다. 오랜만에 입는 스커트다 보니 다리가 좁 춥기도 하고, 갈아입고 싶었지만 생긴건 이래도 옷감도 좋았고 황당하게 솟아난 만큼 의외의 전투력을 지니고 있을지도 몰랐다. 옷장을 뒤져 추리닝 바지를 하나 꺼내 받쳐 입었다. 전투 준비 완료.

작전은 간단했다. 스틱으로 후려쳐 실드를 중화시키고 레밍턴을 먹인다. 이걸 네 번 반복하면 승리. 이 스틱으로 정말로 에일리언들의 실드가 해체 된다 해도 레밍턴이 먹힐지 안 먹힐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게 안 먹히면 애당초 수가 없었다.


한 손엔 레밍턴 한 손엔 요술봉. 거기에 탄띠를 두른 소녀는 현관으로 나왔다. 비트들은 반응이 없었다. 점점 속도를 높여 갈 뿐이었다. 몇 걸음 걸어 꽤나 다가갔는데도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이대로라면 그냥 걸어 나가도 될 것 같았지만 그러기에는 아직 너무 위험한 것 같았다.
시험 삼아 소녀는 다가오는 비트를 향해 힘껏 스틱을 휘둘렀다.
믿을 수 없는 힘과 속도였다. 소녀는 자신에게 그런 운동 능력이 있는지 몰랐다. 비트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반응성으로 소녀의 스틱을 피했지만 방금 그 힘은 16살짜리 소녀가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흠.”
아무래도 이 옷은 겉치레가 아닌 것 같았다.
너무 긴장한 탓에 눈치 채지 못했지만 총의 무게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시험 삼아 힘껏 점프해 보니 거의 오미터는 뛰어오른 것 같았다. 거기에 착지할 때도 전혀 충격이 느껴지지 않았다.

“할만한데?
소녀는 중얼거렸다. 기세가 오른 소녀는 달려 나가 비트를 향해 스틱을 휘둘렀다. 비트가 비켜 지나가자 소녀는 여새를 몰아 비트의 포위를 빠져나가려 했다. 그러나 무시무시한 속도로 다가온 다음 비트가 소녀를 선회의 안쪽을 쳐 밀어 넣었다. 넘어져 구른 소녀는 곧 다시 일어났다. 큰 충격은 없었지만 왠지 약이 올랐다.

뛰어서 넘어 보기도 하고 가속해서 굴러 보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밀려 안쪽으로 떨어질 뿐이었다. 도망치기를 포기한 소녀는 선회하는 비트가 그리는 원 바로 한발자국 안쪽에 섰다. 거기까지라면 비트들도 소녀를 건드리지 않았다. 레밍턴을 내려놓은 소녀는 거기서 다가오는 비트들을 향해 배팅 센타에 온 것처럼 스윙했다. 그러나 몇 번을 스윙해도 오브제의 삐져나온 장식에 비트에 스치는 정도가 전부였다. 비트들의 약올리는 듯한 움직임에 화가 난 소녀는 버릇대로 레밍턴을 난사했다. 비트는 급격희 선회하며 산탄을 피하려 했지만 전부 피할 수는 없었다. 놀랍게도 산탄에 맞은 비트의 표면에 수십개의 금이 가 있었다.

“어머나?”
소녀는 감탄했다. 스친 것만으로도 비트의 실드가 중화된 모양이었다.

“이걸 모르고 괜히 고생했네.”
소녀는 히히덕 대며 다가오는 비트를 향해 조준했다. 그러자 비트들은 움직임을 멈추더니 그대로 고도를 높여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기회였다. 소녀는 날쌔게 달려 그 자리를 벗어나려했다.

막 비트의 원을 벗어난 소녀는 어깨가 부서지는 듯한 충격을 느끼고 넘어졌다. 넘어진 자리는 다시 원 안쪽. 어깨를 때린 것은 예의 비트. 소녀가 고개를 들었다. 이제 비트들은 소녀의 주위를 돌고 있었다. 소녀가 어느 선을 넘으려 하거나 총을 조준하려 하면, 용서 없이 소녀에게 몸체를 부딪쳐 왔다. 그리고 그게 꽤나 아팠다. 이 옷은 5미터의 높이에서 떨어진 충격도 완벽하게 중화시키는 고성능이다. 그런데 비트의 돌격은 그 충격을 상회하는 모양이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수가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소녀는 설명서로 되돌아갔다.

“대체 이 따위로 어떻게 인류를 구하라는 거람.”
소녀는 불평하며 설명서를 뒤졌다. 비트들은 여전히 소녀주위를 돌고 있었지만 원안이라면 간섭하지 않았다. 몇 가지 스틱의 공격 기능을 알아낸 소녀는 설명서를 접어서 추리닝 허리 쪽에 끼워 넣었다. 아무래도 이 설명서는 계속 필요 할 것 같았는데 이놈의 옷은 주머니도 없었기 때문에 좀 불편해도 하는 수 없었다.
스틱의 기능은 음성으로 활성화 되었다. 좀 번거롭긴 해도 일일이 기술명을 외처 가며 쓰는 수밖에 없었다. 뭐 꼭 외칠 필요는 없었고 중얼거리기만 하면 되지만.
몇 가지 기술의 이름을 암기한 소녀가 일어섰다.

“좋아. 시작해 볼까?”
소녀는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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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아돌 05/20/09:50
음... 재미있네요. 생각했던것 보다 약간 하드한 SF인것 같아요. 건필하시길^^
0 카잠 05/23/09:58
비트라는 것은 혹시 건담의 비트를 대뇌에서 상상하고 묘사 안 해도 되겠지. 라고 생각하신 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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