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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006    추천 0   덧글 2    / 2011.03.01 12:19:15

PART.7

 

“크게 다치지 않아 다행이에요.”

 

내 이마에 붕대를 감아주고 있는 슬비는 안도하며 말했다.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나는 슬비의 말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사실 지금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렇게 살아서 집에 돌아왔다는 것이 말이다.

 

우리를 휘감은 그 빛 속에서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기억을 더듬어 봐도 좀처럼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다만 운동장 한 가운데서 눈을 떴을 때 남아 있던 것은 나와 여나 뿐이었다는 것이었다.

 

나와 여나를 없애려한 아인스는 어디로 사라져 버렸단 말인가? 정신이 없는 상태라 여나한테 자세한 상황을 묻지 못했지만, 지금이라면 어떠한 말을 들어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됐어요. 여기 안경이요~”

 

붕대를 다 감았는지 슬비는 테이블 위에 올려 두었던 내 안경을 건넸다.

 

“고마워.”

 

안경을 바로 쓰며 슬비를 바라보았다. 열어 두었던 구급상자를 정리하고 있는 슬비. 처음 집에 들어왔을 때는 꽤 놀란 표정을 지었는데, 나와 여나의 상태를 봐주면서도 그 이유는 묻지 않고 있었다.

 

상처투성이가 된 우리의… 아니, 내 모습을 보고 걱정스런 표정을 짓고 있던 슬비라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가장 궁금했을 텐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여기저기 긁히고 까진 나와는 달리 여나는 다친 곳이 없었다. 기껏 해야 오늘 새로 산 옷이 흙먼지 때문에 더러워지고, 찢긴 정도랄까? 나보다 더 다쳤으면 다쳤지 괜찮을 거라 생각은 안 했는데, 생체기 하나 없이 알맹이는 멀쩡한 상태라니…….

 

“여나도 샤워만 하고 금방 나온다고 했으니 저는 식사준비 할 게요.”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는 구급상자를 들며 자리에서 일어선 슬비가 부엌으로 향한다.

 

“미안해 아무런 얘기도 못 해줘서.”

 

잠겨있는 내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춘 슬비는 고개를 돌렸다.

 

“괜찮아요. 오빠가 얘기해 주지 못하는 건 그럴만한 사정이 있기 때문이겠죠?”

 

얕은 미소를 입가에 띠운 채 날 바라보고 있는 슬비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거듭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 하였다. 솔직히 내가 처한 상황을 그 누가 믿겠는가? 슬비에게 털어 놓아서 바보취급만 안 받으면 다행 일 것이다. 뭐, 슬비의 성격상 바보취급 까지는 하지 않겠지만, 이상한 방향으로 걱정 할 것은 틀림없을 테니까.

 

“미안.”

 

“아, 정말~ 또 ‘미안’ 하다는 말~!”

 

내게 성큼성큼 다가온 슬비는 소파에 앉아있는 내 시선에 맞춰 상체를 숙였다.

엄하고 단호해 보이는 얼굴로 날 바로 앞에서 마주보고 있던 슬비는 살포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

 

“무사히 돌아왔잖아요. 거기다~ 상대방이 말하고 싶지 않은 걸 억지로 캐물을 정도로 눈치 없는 여자는 아.니.에.요~ 알겠죠?”

 

“아, 으응.”

 

어색하게 웃어 보인 내가 고개를 살짝 무르자 슬비역시 자신의 얼굴이 나와 너무 가까이 붙어 있다는 걸 느꼈는지 양쪽 볼을 붉히며 다급히 떨어졌다.

 

“어, 어쨌든~! 그, 그런 거예요!”

 

“뭐가?”

 

구급상자를 품에 껴안은 채 말을 더듬고 있던 슬비는 자신의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나 또한 그 목소리에 반응해 무심코 시선을 슬비의 등 뒤로 던졌다. 그 순간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낯 뜨거운 관경에 턱이 밑으로 뚝-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꺄악~! 여, 여나야~!”

 

가장먼저 당황해 비명을 지른 것은 슬비였다. 내가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고 있자, 자신의 몸으로 최대한 여나를 가리고 있는 슬비는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 차림으로 나오면 어떡하니~!”

 

“왜? 무슨 일 있어?”

 

"정말~!“

 

타월 하나로 몸을 겨우 가린 채 또 다른 타월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말리면서 나온 여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자색의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며 내게 말했다.

 

“가릴 곳 다 가렸는데?”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그런 꼴로 어슬렁거리면 보는 이쪽이 다 민망하단 말이야!”

 

“아우~! 속옷가지고 들어가지 않았는 걸~ 사소한 거 신경 쓰지마~”

 

털털하게 웃으며 녀석은 한쪽 손을 흔들어 보였다. 혈압이 오른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쏘아 붙였다.

 

“신경 쓰이니까 하는 말이잖아~!”

 

복잡한 표정을 지은 여나는 결국 슬비에게 떠밀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아니, 막 들어가려던 찰나에 자리에서 멈춰서며 날 돌아봤다.

 

“서비스야~ 서비스~ 좋지?”

 

왼쪽 눈을 찡긋- 거리며 방으로 들어가는 여나. 굳게 닫힌 여나의 방문 앞에서 길게 한숨을 내쉰 슬비는 빙글- 몸을 돌렸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발그레한 얼굴로 어색한 웃음을 흘린 슬비는 부엌을 향해 종종걸음으로 사라졌다.

 

“그, 그럼 식사 준비하러~”

 

나 역시 지끈 거리는 이마를 한 손으로 짚었다. 붕대가 감겨져 있는 이마의 관자놀이를 꾸욱- 누르며 쓰러지듯 소파에 몸을 맡겼다.

 

‘피곤하다…….’

 

 

 

늦은 밤이 돼서야 식사가 끝났다. 12시가 넘은 시각에 식사를 했으니 오히려 저녁 보다는 야식이라고 해야 옳은 말일까? 뭐, 그거야 어쨌든 불과 몇 시간 전만해도 생과 사를 왔다 갔다 하던 내가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렇다고 슬비가 애써 준비해준 식사를 먹지 않는 것도 미안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늦은 식사를 마치고 슬비가 샤워를 하러 욕실로 들어갔다. 남은 식기의 정리를 끝낸 난 베란다로 나와 난간에 양팔을 걸친 채 고요함에 묻힌 밖을 내다보았다.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세상을 밝혀 주는 것은 인류가 만들어 놓은 인공조명들이었다. 차도를 따라 설치된 수은등이 어둠 속을 은은히 밝히고, 하늘에 떠있는 보름달이 흐르는 강물 속에 가라앉은 것 마냥 떠올라 있었다.

 

스산하게 불어오는 밤바람을 받으며 살며시 눈을 감은 나는 이렇게 살아 있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며 다시 한 번 실감해 보았다.

 

그저 하루하루를 무미건조하게 보내왔던 나날들과 달리 지금의 기분은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벅차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한쪽 손을 가슴에 얹으며 떨림을 진정시키기 위해 심호흡을 해보았다.

 

“새~ 나야~”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발랄한 목소리에 감고 있던 눈을 뜬 나는 상반신을 살짝 틀었다.

 

내가 빌려준 흰색 반팔 티셔츠를 마치 원피스마냥 입고 있는 녀석은 한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너, 그건 어떻게 알고 꺼내 먹은 거야?”

 

그것은 언제가 먹으려고 사놓았던 간식이었다. 작은 컵에든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는 여나는 입에 막대 스푼을 문 채 생글생글 거리고 있었다.

 

“냉동실에 있어서 꺼내 먹었어. 숨겨 둔 건 아니었잖아? 그치~”

 

녀석의 얄미운 말투에 나는 쓴 웃음을 지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혼자 살고 있던 내가 굳이 아이스크림을 숨겨둘 필요가 있겠는가? 뭐, 지금에 와서야 아이스크림 같은 걸로 괜히 티격태격 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말이다.

 

그래도 녀석이 먹은 양을 생각하면 아이스크림 까지 들어간다는 게 신기하다. 자신의 몫의 오므라이스는 물론, 먹다 남기면 아깝다고 내가 먹던 양의 반 정도를 대신 먹어줬으면서 말이다. 뭐, 일단은 예의상 한 마디 정도는 딴죽을 걸어주는 게 좋겠지?

 

“그렇게 먹고 아직 더 들어갈 공간이 남아 있냐?”

 

내가 검지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자 아이스크림을 떠먹던 스푼을 입에 문 여나는 동그랗게 뜬 자색의 눈동자를 몇 번이고 깜빡 거렸다.

 

“괜찮아~ 괜찮아~ 단 거 들어가는 배는 따로 있다고 하잖아.”

 

입에 물었던 스푼을 자신의 얼굴 앞에서 흔들어 보이며 화사하게 미소 짓고 있는 녀석. 그런 낙천적이며 순수한 모습을 보고 있으니 괜히 장난이 치고 싶어진다.

 

“군것질 참지 못하는 녀석들은 자기위로랍시고 다들 그렇게 말해.”

 

내가 피식 웃으며 말하자 또 한번 아이스크림을 떠먹던 여나는 스푼을 문 채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조금은 신경 쓰고 있었는데, 아우~ 심술쟁이~!”

 

잔뜩 심통이 나 토라진 그 모습을 보고 엷게 미소 지은 나는 녀석의 머리위에 한쪽 손을 얹었다.

 

“장난이야.”

 

“아으으으~”

 

자신의 머리카락을 거칠게 헝클어뜨리자 울먹이는 소리를 낸 여나는 내가 손을 떼자 날 물끄러미 쳐다봤다.

 

“왜?”

 

내가 의아한 듯 물어보자 입에 물고 있던 스푼을 아이스크림 위에 꽂아 둔 여나는 다른 한 손을 내게 뻗었다.

 

“많이, 아…”

 

녀석의 손길이 얼굴 가까이로 다가왔다는 걸 인식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흠칫- 거리고 말았다. 그런 내 미묘한 반응을 알아차린 여나는 붕대가 감긴 이마에 가져가려던 손을 멈추었다. 그리고 조심스레 자신의 손을 거두며 하려던 말을 이었다.

 

“미안, 나 때문에 다친 이마 많이 아플 거라 생각해서…….”

 

말끝을 흐린 녀석은 자신 때문에 분위기가 어색해 졌다고 생각 했는지 애써 미소 짓고 있었다.

 

내게 ‘공포’ 라는 단어를 심어주었던 녀석. 그것이 연기라 했다고는 하지만, 그 존재감과 불길한 인상은 하루아침에 잊혀 지지 않을 정도로 강렬했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난 여나의 손이 내게 다가오자 나도 모르게 피하려 했다. 머릿속으로는 이번 일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 했지만, 가슴 한 구석에 새겨진 손톱자국은 역시 치유되지 않은 것이었다.

 

“방금 그건 말이지.”

 

나 역시 뭐라 해야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묘한 분위기 속에서 말만 우물거리고 있을 뿐. 그건 녀석도 마찬가지 인 것 같았다.

 

‘뭐라고 말 좀 하라고!’

 

그렇게 말 잘하던 녀석이 지금은 입을 꾹- 다문 채 내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녀가 고백을 하지 못 해 안절부절 거리는 것처럼 보였기에 더더욱 답답하고 짜증이 났다.

 

“너 바보냐?”

 

보다 못한 나는 여나의 손을 낚아채듯 잡으며 붕대가 감긴 내 이마를 향해 가져갔다. 그런 내 행동에 깜짝 놀란 녀석은 자신의 손가락을 움찔거리며 커다래진 눈망울로 날 바라보았다.

 

“새, 새나야?”

 

놀란 듯 내 이름을 부르는 녀석의 모습에 눈살을 찡그린 나는 혀를 차며 말했다.

 

“피가 난 것도 아니잖아.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으니까 살짝 부은 것 가지고 수선 떨지마 멍청아.”

 

“누, 누가~! 새나가 걱정 돼 이런 줄 알아!”

 

“어이쿠~ 내 걱정 하셨던 거예요~?”

 

입 꼬리를 말아 올리며 비아냥거리자 뻘뻘거리던 여나는 ‘아차’ 싶었는지 금세 입을 다물었다.

 

녀석의 그런 모습이 우스꽝스러워서 더 골려주고 싶었지만,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뜨릴 것만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기에 참았다.

 

잡고 있던 여나의 손목을 놓아주자 손가락을 꿈틀거린 녀석은 내 이마를 천천히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희미한 떨림이 느껴지는 따스한 손으로 말이다.

 

“미안해. 내가 새나에게 한 말 진심이 아니었으니까.”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다. 네가 진심이었다면 나는 벌써 죽었겠지.

 

고개를 들어 여나의 얼굴을 마주본 나는 낮게 탄식했다. 촉촉이 젖어있는 녀석의 눈가에 아롱져 맺히기 시작한 이슬이 이윽고,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

 

살짝 당황한 내가 자신을 부르자 움찔 몸을 떤 여나는 내 이마를 어루만지고 있던 손을 다급히 뗐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슬프지도 않은데 왜 갑자기? 눈물이…? 아하하~ 이상하네~”

 

허둥지둥 거리고 있는 녀석은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지 않은 손으로 자신의 눈가를 훔쳤다. 하지만 눈물이라는 게 참는다고 해서 안 흐르겠는가? 완전히 돌아가 버린 수도꼭지처럼 눈물 셈은 여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쉴 새 없이 눈물을 흐르게 하고 있었다.

 

"울보야. 사람이 슬프다고만 해서 눈물을 흘리는 건 아니잖아.“

 

얕게 웃어 보인 나는 손을 들어 녀석의 뺨을 닦아 주었다.

 

“우, 우는 거 아니야. 아니란 말이야….”

 

히끅- 거리며 겨우겨우 목소리를 짜내고 있는 녀석은 힘겹게 말을 이었다.

 

“바보 같이 왜 참아? 울고 싶을 땐 울고 웃고 싶을 땐 웃으란 말이야. 뭐, 워낙에 활발한 것도 문제가 되지만. 일부러 밝은 척 하면서 까지 약한 모습을 숨길 필요는 없잖아.”

 

“응….”

 

내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여나를 바라보며 힘없이 미소 지은 나는 얘기를 계속했다.

 

“네가 다른 차원에서 저지른 일 때문에 힘들어 한다는 건 알고 있어. 그 죄책감이 얼마만큼 무거웠는지. 그 공포가 얼마만큼 두렵고 견디기 힘들었는지… 겪어보지 못한 나는 알 수 없을 거야. 하지만 너 역시 녀석들이 사라지는 걸 원치 않았잖아? 도와주고 싶었잖아? 혼자서 필사적으로 노력 했잖아?”

 

“나, 난…….”

 

“알아. 혼자서는 힘이 부족했다는 걸. 널 이해해 주는 녀석들이 없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다다랐다 건 알고 있어. 뭐, 처음에도 말했잖아. 다른 녀석들이 뭐라 하던 간에 나는 널 이해 못하는 건 아니라고. 이해 할 수 있기 때문에 네가 가진 모순 정도는 끌어안을 수 있는 거니까.”

 

“새나야…”

 

밤바람에 실려가버릴 듯한 조그마한 목소리로 여나는 내 이름을 불렀다.

 

나름 녀석을 위로해 준다고 신경을 써봤는데, 나답지 않게 너무 말이 많았던 것 같다. 뻘쭘하게 서서 얼굴을 붉힌 나는 오른손으로 볼을 긁적이며 분위기를 완화할만한 얘기를 생각해 보았다.

 

“흑, 으아앙~”

 

녀석은 지금까지 억눌러온 슬픔을 터뜨렸다. 그와 동시 내 가슴에 자신의 얼굴을 묻는 여나. 돌발적인 행동에 어안이 벙벙한 채로 당황해 버리고만 난 처연하게 울고 있는 녀석을 그저 지탱해 줄 수밖에 없었다.

 

“차원이동 같은 거 하지 말았어야 했어. 그럼, 다른 애들이 불행해 지는 일도… 이렇게 상처 받으며 괴로워하는 일도 없었을 텐데. 나 같은 게 왜 태어 난거야? 왜 이렇게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태어나지 않는 편이 좋았어. 나 같은 거 처음부터 없는 편이 좋았어. 나 같은 거…….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바닥에 떨어뜨리며 내 품에서 주르륵- 미끄러져 내린 여나는 힘없이 주저앉아 버렸다.

 

자기 자신 때문에 사라져간 또 다른 ‘나’ 에 대한 속죄인 것일까? 흐느낌 속에서 연거푸 ‘미안해’ 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는 여나의 그 한 마디가 아련한 고통이 되어 내 가슴을 찔렀다.

 

바닥에 주저앉아 버린 녀석의 높이에 맞춰 한쪽 무릎을 꿇은 나는 양손을 들어 눈물로 범벅이가 된 여나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그런말하지마.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 자체가 살아가는 이유니까. 난 널 보고 그걸 깨달았어. 나보다도 삶에 대한 집착이 더 강했던 네가 그렇게 냐약한 소리 하면 안 되잖아.”

 

“나, 난 강하지 않은걸. 새나가 알고 있는 것만큼 강하지 않단 말이야.”

 

굳은 얼굴로 녀석을 마주보며 고개를 가로저은 나는 입을 열었다.

 

“아니, 넌 강해. 지금 이렇게 살아 있는 게 그 증거잖아? 몇 번도 아니야. 수 십 번이나 자기 자신이 죽는 걸 봐왔어. 그게 만일 나였다면 미쳐버렸을 거야. 하지만 넌 어때?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잖아. 그 정신력을 지금까지 지탱해 준건 뭐야? 하나밖에 없잖아? 날 보면서 똑바로 말 해봐.”

 

내 다그침에 질끈 물고 있던 입술을 달삭거린 여나는 흐느끼는 목소리를 힘겹게 짜냈다.

 

“살고 싶어.”

 

굳은 표정을 누그러뜨리며 온화하게 미소한 나는 여나를 마주보며 부드러운 어투로 말했다.

 

“그래, 그거면 돼. 사라져간 ‘새나’를 위해서라도 넌 살아가야해. 녀석들이 찾지 못한 답을 네가 대신해서 찾아야 하잖아? 뭐, 나 역시 그 답을 찾기 위해 ‘내일’을 필요로 했으니까. 너와 나 남은 시간동안 이 세계에서 함께 찾아보자. 필요로 하는 답을 말이야.”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는 눈을 살며시 감으며 여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결 편안해 보이는 표정으로 엷은 미소를 입가에 띤 여나는 내 손을 자신의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 잡았다.

 

“고마워 새나야. 정말로 고마워…….”

 

----저, 저번 편이 완결이라고 한 건 훼이크다 ㅇ.ㅇ~!

라는 건 농담이고. 사실 이걸 에필로그라고 썼는데 떡밥 회수가 안 됐군요~!

그럼 정말~ 다음 편이 에필로그랍니다 >,<~! 내일 중으로 업로드 하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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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구덩이 03/01/06:03
첫 리플입니다~ 진퉁(?) 에필로그를 기대할게요~
10 Seo 03/02/05:42
연재주기가 일정치 않은 데 끝까지 기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ㅜ.ㅜ~ 마지막 에필로그~ 금방 올리도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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