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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소설따윈 쓰고 싶지 않아! by 라즈베리샤벳

네, 에로소설 쓰는 얘깁니다.

[에로코미디]
총 편수 16 / 총 관심작 수 7 / 총 추천수 27 / 총 용량 90.425Kby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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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임 편집장이 이렇게 에로할 리가 없어! (2)
0명 참여 별점
 
  19 라즈베리샤벳[negisisuki]  
조회 1893    추천 2   덧글 4    / 2012.01.11 02:11:55

다녀왔습니다…….”

늦은 저녁. 성지혜는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왔다.

새 편집장이 들어온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성지혜의 소설은 대수술을 거쳐, 완전히 새로운 소설로 탈바꿈한 채로 출간됐다. 캐릭터는 거의 그대로 사용됐지만, 세계관이나 기타 설정에는 대폭 수정이 가해졌고, 장르는 에로코미디로 바뀌었다.

표지에는, 금발 머리를 양 갈래로 땋아 내린 벽안의 소녀가 요염한 포즈로 서서 해맑게 웃고 있다. 살짝 비스듬하게 정면을 향하고 있긴 하지만, 누드 에이프런 차림이라는 건 분명히 알아볼 수 있었다. 이 아이가 이 소설의 히로인이다. 독일인과 한국인 사이의 혼혈로, 이름은 로렐라이. 박은애라는 한국 이름도 가지고 있다. 원래는 외계인이고 남자 주인공과 함께 외딴 행성으로 잠시 사랑의 도피를 한다는 설정이었지만, 출간된 책에는 토종 지구인에, 남자 주인공과는 아버지가 다른 동복남매지간이라는 사이를 모른 채 매일 아슬아슬한 시추에이션을 연출한다는 막장드라마같은 관계로 개정되었다.

표지 한켠에는 <부와아앜 박은애>라는 제목이 달달한 서체로 찍혀 있었다. 작가는 분홍토끼. 편집장이 지어 준 성지혜의 필명이었다. 정작 본인은 실명을 쓰고 싶었지만, 굳이 이런 소설까지 실명으로 펴내고 싶지는 않았기에 고분고분하게 편집장님께서 하사하신 그 필명을 사용했다. 일러스트레이터는 섹시타이거. 에로와 모에의 포인트를 포착할 줄 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신예 일러스트레이터였다. 같은 작품을 만드는 사이인데, 성지혜는 아직 그의 얼굴을 본 적도 없었다. 극신비주의 컨셉인 듯. 출판사 게시판이나 채팅에서는 자주 이야기를 나누는 편인데, 거기서 얻은 단서로 보아서는, 기분 나쁘게 생긴 오타쿠일 확률이 99.9%일 것 같다. , 그림 퀄리티는 꽤 좋은 편이니 별 상관은 없지만.

출간이후 독자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좋았다. 판매고도 좋은 편이어서, 발매된 지 일주일 만에 증쇄. 덕분에 사장도 흡족해 했다. 높은 표현수위 때문에 학부모 단체 같은 곳에서 컴플레인이 들어오지나 않을지 걱정도 되었지만, 다행히 아직까지는 별 일 없었다.

달리는 말에게 채찍을 가하는 성격의 소유자인 편집장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오늘도 성지혜를 출판사로 불러내 다음 권에 대한 아이디어를 짜도록 닦달했다.

~유한도전 볼 시간 지났어.’

DMB도 안 나오는 구형 폰을 5년째 쓰고 있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성지혜는 신발을 벗고 집으로 들어왔다.

, 누나 어서와! 오늘 유한도전 진짜 재밌었는데.”

성지혜를 맨 먼저 반겨주는 사람은 남동생, 성지원이었다. 누나와는 세 살 차이인 고등학교 2학년. 중학생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귀엽게 생긴 미소년이었고, 성지혜와는 어릴 적부터 항상 붙어 다니며 베프처럼 지내 온 사이었다.

좋았겠다.”

녹화해 뒀으니까, 보고 싶을 때 보면 될 거야.”

어머나, 정말? 역시 우리 지원이밖에 없다니까~!”

지혜는 지원에게 와락 달려들어 볼에 키스를 퍼부었다.

으아, 그만해 누나!”

그치만, 지원이가 너무 귀여워서 그만둘 수가 없는걸~!”

으앙~도와줘, ~!”

방문이 열리면서 20대 후반의 청년이 나온다. 지혜의 오빠이자, 이 집의 장남인 성지훈이다. 올해로 28. 덥수룩한 장발 머리. 약간 처지고 쌍꺼풀진 눈매에 치켜 올라간 짙은 눈썹. 조지 해리슨과 폴 매카트니를 반반씩 섞은 듯한 인상에, 항상 장난기가 어려 있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1년 남짓한 건설 일용직 생활로 다져진 탄탄한 근육을 후줄근한 흰색 러닝셔츠가 감싸고 있다.

엔간히 좀 해라. 내 손발이 다 퇴갤할 것 같다.”

지훈은 팔뚝으로 지혜의 목을 감싸며 지혜를 지원에게서 떼어냈다. 여기서 이두근에 조금만 힘을 줘도 지혜는 켁켁거리며 항복, 항복을 연발하기 일쑤였다. 지훈은 이렇게 동생들에게 가끔 심한 장난을 치곤 했다.

그보다, 네 책은 아직 볼 수 없는 거냐? 금방 나올 것처럼 말하더니.”

, 으응……전에도 말했지만 편집장님이 바뀌고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소설을 많이 뜯어고치게 됐거든……. 이제 곧 나올 거야.”

지혜의 데뷔작이라, 기대되는데.”

나도 누나 소설 빨리 읽어보고 싶어.”

, 나도 그래. 아하하…….”

책은 이미 나왔다.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출판사에서 몇 부 받은 책들이 숄더백 안에 들어있다.

하지만, 이 책을 보여줄 엄두가 도저히 나지 않는다.

살짝 웨이브진 긴 생머리를 찰랑거리며, 항상 하늘거리는 파스텔 톤의 투피스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청순함의 아이콘.

모두가 성지혜를 그렇게 알고 있다. 실제로 성지혜 본인의 취향이 그렇다.

그런 그녀가 모두를 배신하고, 심지어 자기 자신까지 배신하고 에로소설을 쓴 것이다.

도저히 이런 소설을 썼다고 말할 수는 없어! 더군다나 가족들한테는 더더욱!!!


negisisuki 님에 의해 2012.01.11 03:43 에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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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수 있어. 그 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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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목각인형 01/11/05:47
이야, 이거 진짜 색다른데요.
12 ADMINㅡP 03/13/07:37
이름봐랔ㅋㅋㅋㅋㅋㅋ'부와아앜 박은애'랰ㅋㅋㅋㅋㅋㅋ엌ㅋㅋㅋㅋㅋㅋㅋㅋ존나웃긴데?ㅋㅋㅋㅋㅋ
0 베들군 09/13/12:54
그렇게 멘탈이 무너지고 가정이 무너지고 국가가 무너지고 세계가 무너지고 뭐래는거야 나(멘붕
2 지나간추억 09/24/10:14
지혜 누님은 책을 출판하고 싶다는 생각에 에로 소설을 썼을지 돈이 궁해서 에로 소설을 썼을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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