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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치않는 행운과 달콤한 불행(完) by 에어피트

행복한 사람에게는 행운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행운이 있다고 해서 항상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모든 것은 시각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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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에어피트[btydntjddls]
조회 1341    추천 0   덧글 0    / 2012.01.12 01:44:29

 


병원에서의 일을 모두 끝마치고 난 후 집에 돌아왔다. 무척이나 피곤했다. 경찰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물어보게 된 것 외로도, 오늘 사건의 피해자들의 보호자분들과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무척 늦은 시간이 되어버렸다. 안수이 선생님이 나 대신 뒤처리를 도맡아주셨기에 이 정도로 끝나서 다행일지도. 정차미는 어느새 병원에서 모습을 감췄다. 마침 안수이 선생님이 도착하던 그 때. 정차미가 선생님을 꺼려하는 것인지, 또 무슨 일이 생겨서 갑작스럽게 모습을 감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자신을 믿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고, 이것저것 설명해주기도 했지만 이렇게 의심쩍은 면이 남아있는 이상 역시 아직은 확실히 믿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당장에라도 소파에 드러눕고 싶었지만, 할 일이 남아있었기에 데스크탑 컴퓨터 앞에 앉아 전원을 켰다. 그리고는 메일로 보내져 온 정보를 찬찬히 곱씹어봤다. 신생 정보업체라 조금 못미더웠지만, 지불한 만큼의 정보는 확실히 물어다 준 모양이다. 조사해 달라고 한 것은, 지금껏 의식불명에 빠진 이들의 최근의 네트워크 활동 내역 및 신상정보 조사.
요 며칠간 갑자기 연락이 끊긴 사람들은 대부분 학생으로, 그 연령층은 중학생부터 고등학생 사이의 청소년이 대부분. 약간의 기간 차이는 있지만, 다들 분명 1주일 전까지만 해도 활발히 인터넷 활동을 하고 있었으며, 특별히 건강 문제라든가 질병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했다. 게다가 그들의 주거지는 우리 지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뭔가 이상한데.]

 

역시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활발히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다가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었다니. 게다가 한두 명도 아니고, 열여섯 명이나 그렇다는 걸 보면 단순한 우연이라고 생각하기에도 꺼림칙했다. 또한 그들의 나이대가 우리 또래인 고등학생 정도의 나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더더욱 그랬다. 단순히 신문이나 뉴스에서 들었던 객관적인 정보보다 훨씬 와 닿았다. 그만큼 사건의 심각성도 현실로 부딪쳐 왔다. 하지만 그들의 특이한 공통점은 유추해 낼 수 없었다. 피해자는 우리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이 대부분이며, 특정 주기마다 일정 인원이 의식 불명에 빠진다는 점 외로는. 무언가 놓친 점이 있는 걸까.

 

[그럼 이제…….]

 

나는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을 모두 끝마친 것을 확인하고, 마지막 일에 착수하기로 했다. 일단 커튼을 치고, 문이 모두 잠겨있는지를 확인했다. 어딘가 소리가 새나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여기저기 신경을 써 본다. 완전히 시야를 차단하고, 방음이 되는지를 확인한 후에야 즐겨찾기에 있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한다.
처음에는 어떤 글자도 그림도 떠오르지 않은 공백의 화면만이 비쳤다. 에러가 발생해서 접속이 되지 않은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나는 그대로 몇 분간을 잠자코 기다렸다.
이윽고 화면에 떠오른 이니셜 두 글자. F.T. 처음에 봤을 때는 무슨 뜻인가 했지만, 지금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

 

포츈 텔러(Fortune Teller)

 

점쟁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뜻은 그런 뜻일 텐데, '그 녀석'은 꼭 특정한 해석을 강조했다.
운명을 말하는 자. 행운을 관장하는 자.
이런 뉘앙스로.

이윽고 이니셜이 사라지고, 조그마한 채팅창이 떠올랐다. 입실자는 나, 류서영. 그리고 FT라는 대화명의 누군가. 단 둘만이 있었다.

 

<FT : ㅎㅇ>

 

먼저 대화를 걸어왔다. 온라인 게임에서나 할 법한 인사다. 뭔가 장난을 치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나는 분위기에 맞춰주기보다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나는 키보드를 두드려 말을 입력했다.

 

<류서영 :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FT : ㅇㅇ?>
<류서영 : 중요한 일이야.>
<FT : 'ㅅ'?>

 

끝까지 장난칠 작정인지, 이모티콘까지 사용하면서 이야기를 똑바로 들으려 하지 않는다.

 

<류서영: 장난칠 기분 아니라고.>
<FT : 헐 ㅡㅡ>
<류서영: 어차피 사정 다 알면서 그렇게 딴청 피우는 거 다 알아. 정도껏 좀 해.>
<FT : 거참 농담이 안 통하는 놈일세.>

 

그 말을 끝으로 FT는 갑자기 채팅방에서 사라졌다. 퇴실을 한 모양이었다. 그 녀석이 사라지자마자 인터넷 창이 저절로 종료되었다. (예전에 확인한 바로는 방문 기록도 곧바로 사라지는 모양이었다. 일정 주기로 주소까지 바뀌는 것 같다. 무슨 원리인지는 전혀 알 수 없다.) 갑자기 이 녀석은 왜 나간 걸까 하고 생각하고 있을 무렵, 갑자기 휴대전화가 울렸다. 난생 처음 보는 번호였다. 노린 것 같은 타이밍이다. 안 받을 수도 없어서 통화를 연결한다.

 

<거참, 속 좁은 놈이네. 조금은 장단에 맞춰줄 수도 있잖아?>

 

카랑카랑한 여성의 목소리. 어른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어린 티가 남은 목소리였다.

 

[너 내 번호는 어떻게 알고 걸었냐?]

 

나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녀석에게 물었다.

 

<그냥 알고 있었던 것뿐인데?>

 

빈정거림 섞인 목소리. 나는 한숨을 쉬었다. 이 녀석 앞에서는, 누구든 프라이버시가 사라져버린다. 이 녀석은 모든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그걸 그대로 입으로 말해버리니까, 나는 그 모습을 질리도록 확인해 왔다.

 

직업상 명칭은 FT. 이름을 물어보니, 시아리라고 했다. 가명인지 진짜 이름인지는 모른다. 성별은 여성. 나이는 말해주지 않았지만, 아마 내 또래가 아닐까 싶다. 어차피 녀석과는 직접 만날 일은 아마 없을 테니, 녀석의 신상 정보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은 없지만.
이 녀석의 정체는 정보 상인.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면 원하는 정보라면 무엇이든 알려준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 상인 중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인간.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정보상 같은걸 할 수 있나 하고 의심을 품었던 적도 있지만, 이 녀석에 대해 여러 가지 알게 되면서 그런 의심 따위 품지 않게 되었다. 애초에, 그녀는 정보 상인이 되기 위해 노력을 할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재능은 선천적인 것이었으니까.
단적으로 말하자면. 그녀는 모든 것을 안다.
모든 것의 정답과 진실을 안다.
잡지식이 많다거나, 경험을 많이 겪었다거나 하는 그런 개념이 아니다.
정말 모든 것을 안다.
각 국가들의 군사기밀도,
풀리지 않은 7대 불가사의의 실체도,
세계 경제의 흐름의 예측도,
운석 낙하의 시기도,
인류의 종말의 때도,
세상의 끝도.
어느 하나 대답이 막히는 것이 없다.
세상에서 알려진 별명으로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
이야기의 결말.
인과의 파괴자.
알 리가 없는 사실을 알고 있고, 개입할 수 없는 사건에 억지로 개입할 수 있다.
내가 살면서, 무섭다고 생각한 몇 안 되는 인간들 중 한 명이다.
이 녀석, 시아리와 이야기를 하면 벌거숭이가 된 느낌이 드니까.
마음 속 어떤 것도 숨길 수가 없고, 모든 것을 꿰뚫어본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경외감이나 혐오감밖에 품을 수 없다.

 

[너랑 직접 이야기하면 영 껄끄러워서 가능하면 채팅으로 이야기를 끝내고 싶었는데…….]

 

나는 녀석에게 투덜거리며 소파에 비스듬히 몸을 눕히고는 다리를 꼬았다.

 

<껄끄럽기는. 네까짓 게 나 같은 미소녀랑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흔히 있는 줄 알아? 배부른 소리 하기는.>
[의외로 흔해. 네가 미소녀인지 아닌지는 한참 뒤로 미뤄두기로 하고.]

 

일단 내 주위에 있는 것만 해도 벌써 두 명이다. 물론 그 두 명 다 내게 호의적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선생님은 미인인 건 확실하지만 소녀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논외.

 

<그렇게 소파에 누워서 다리 꼰 채로 말하니까 거만함이 천공을 드릴로 뚫을 기세네. 하렘 구축의 밑 준비라도 하는 거야?>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보다, 영상 통화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어떤 자세로 어디에 누워있는지조차 알고 있다는 점이 소름이 끼친다. 감시 카메라가 집안 구석구석에 숨겨져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의심했던 적도 있지만, 이 녀석은 그냥 알고 있었던 것뿐이겠지. 구역질난다.

 

<그나저나, 네가 이렇게 접촉해온 것도 오랜만이네. 그 성질이 뾰족뾰족한 계집애 건 이래로 처음이지? 이름이 이시아라고 했던가?>
[어.]

 

나는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요즘 잘 지내고 있대?>
[너는 뭐든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주제에 뭐 하러 물어보냐?]
<흔히 하는 안부 인사 같은 거지. 너희 평범한 인간들이 하는 거 있잖아.>

 

시아리의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전화 건너에서 들려왔다.

 

<지금껏 봤을 때 심각한 부작용은 없는 것 같은데, 네가 봤을 땐 어때?>
[뭐, 처음 봤을 때보다 많이 둥그렇게 됐다, 그 정도지.]
<사이도 꽤 좋아진 것 같던데, 오늘은 또 왜 그런 일 가지고 상처주고 그랬어?>
[참나……. 너는 프라이버시라는 것도 모르냐?]
<남 일이니까 막말하지, 내 일이면 이렇게 참견이라도 할 것 같아?>

 

뻔뻔함의 극치를 달리는 말로 비웃어댄다. 이젠 아무래도 좋아.

 

<참고로 궁금해 할까봐 말하는 건데, 그 계집애 지금 샤워 중인 것 같은데.>
[안 궁금하거든?]
<아, 지금 비누 거품 묻은 손가락이 쇄골을 지나서 봉우리로…….>
[……야.]
<다른 손가락은 허리에서 배꼽을 지나 그 아래로…….]
[…….]
<아, 신음소리를 내면서 류서영 네 이름 부른다.>
[정도껏 해라?]

 

짜증이 나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쳤다. 능글맞은 중년 아저씨의 영혼이 깃들기라도 한 걸까. 정말 쓸데없는 재능이, 어울리지 않는 인간에게 부여되어 버린 듯하다. 대체 신이란 작자는 어떻게 생겨먹은 거야.

 

<뭐 진실이 조금 섞이긴 했지만 장난은 이정도로 해 두고. 일단, 이번 일에 대해서나 말해 봐. 안 들어도 알긴 하지만, 일단 이 업종은 형식이라는 게 중요하니까.>

 

녀석은 능글맞은 말투로 내게 말머리를 돌렸다. 정말 모든 진실을 아는 인간은 이런 태도밖에 취할 수 없는 건가. 카드 게임에서 자기의 패를 모두 보여주고 시작하는 것 같다. 운이 아무리 좋은들 언제 어떤 패가 나올 지 모두 알고 있는 녀석에게는 이길 수 없는 것처럼, 나는 이 녀석의 앞에 서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지불은 어떻게?>
[항상 하던 방식대로.]
<오케이.>

 

나는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경쾌한 목소리에 이어 입을 열었다.

 

[나는 지금 광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의식 불명 사건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어.]
<좋아.>

 

시아리는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자, 무엇이든 물어봐. 나는 그 답을 알고 있으니까. 아, 하지만 질문할 내용에 대해서는 고민 좀 해보도록 해. 제공해 줄 수 있는 정보에는 제한이 있으니까.>

 

시아리는 한 가지 정보에 대해서는 항상 제한을 걸어놓곤 했다. 어떨 때는 질문 수에 제한이 없더니, 어떤 때는 네, 다섯 번 정도로 왔다갔다 바뀌는 등 불규칙하게. 왜냐고 물어보니, 어느 한도 이상 정보를 제공하면 세상의 규칙을 어긋나게 해버린다나 뭐라나. 그 철칙에 대해서 당최 내가 이해를 못하자, 그녀는 혀를 차며 부연 설명했다.
너무 많은 것을 알려주면, 그 사람이 겪어야 할 운명의 흐름이 엉킨다고.
그게 그녀 자신의 장사 철칙이라니 어쩔 수 없다. 아쉬운 사람이 알아서 모셔야지. 일단 나는 어떤 질문을 해야 할 지를 고민했다. 사건을 일목요연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알아야 할 정보를 떠올린다.
범인, 목적, 수단, 결과.
내가 여기서 알고 있는 것은 '결과'. 광명시 내의 청소년들, 학생들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다.
그리고 오늘 정차미가 말했던 '수단'. 분명 행운을 이용한 범죄, 라고 했었다. 나는 곰곰이 생각한 후, 먼저 첫 번째 질문을 던졌다.

 

[행운이라는 게 대체 뭐야?]
<인간의 운명 기복을 결정하는, 수량화될 수 있는 추상적 개념체.>

 

시아리는 망설이지도 않고 곧바로 대답했다.

 

<질문은 그걸로 끝? 다음으로 넘어갈까?>
[쩨쩨하게 굴지 말고 자세하게 설명을 해.]
<뭐야, 류서영. 너는 그 인간 같지도 않은 행운수치를 지닌 주제에 이런 것도 지금껏 몰랐단 말이야?>
[인간 같지도 않아서 미안하게 됐네. 설명이나 빨리 해.]

 

피식, 하고 코웃음 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시아리는 설명을 시작했다.

 

<조금 시적인 표현이 될지 모르겠는데, 행운이라는 건 영혼의 혈액 같은 존재야.>
[…….]
<설마 내 말이 허튼 소리 같다는, 그딴 미친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
[이제 와서 그런 소리 할 생각 없어.]

 

그냥 좀 어이가 없었을 뿐이다.

 

[네 시적 재능은 아무래도 좋으니까 어떤 뜻인지나 설명해.]
<예에, 알겠습니다요.>

 

시아리는 정떨어진다는 듯 툴툴대면서도 말을 이어나갔다.

 

<사람의 육체에는 혈액이 흐르지? 만약 신체가 무언가에 의해 관통되거나, 절단되거나 분해되거나 하면 혈액이 빠져나가서 죽어버리거나 하잖아.>

 

예시가 불건전하다. 말하는 이의 정신 상태를 알 만 하다.

 

<그거랑 비슷해. 행운이, 즉 영혼의 혈액이 빠져나가면 정신적으로 죽어버리는 거야.>
[그건 무슨……?]
<간단히, 식물인간이나 그런 걸 생각하면 편할 걸. 하지만 뭐, 실제 혈액이야 수혈을 받으면 되겠지만 영혼의 혈액은 그러기도 쉽지 않으니 훨씬 질이 안 좋나?>

 

빈정거리듯, 남의 이야기를 하듯 말하는 시아리의 말투는 사람의 속을 살살 긁어댔다. 당장에라도 욕지거리를 내뱉고 싶었지만 속으로 억눌렀다.

 

[잠깐. 식물인간이라면…….]

 

멀리 생각할 필요도 없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의식불명 사건의 피해자들의 증상이랑 일치한다.

 

<안심해. 적어도 그 의식불명 환자들은 정신적 사망은 아니고, 가사상태에 머물러있는 수준이니까.>
[전혀 안심이 안 되는데.]
<그럼 안심하지 말던가,>

 

눈앞에 있다면 이 계집애를 사정 안 봐주고 힘껏 쥐어박고 싶었다.

 

<네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 같으니까 이 상냥한 정보 상인 시아리님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지.>

 

시아리는 으스대듯 큰소리를 쳤다.

 

<앞으로는 일단, 행운을 나타내는 개념을 포츈(Fortune)이라고 하겠어.>

 

설명은 약간 추상적인 느낌이 있어 당황스러웠지만 이해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었다. 그녀의 설명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랬다.
포츈이란, 정신의 조율을 위한 (for, tune) 필수 불가결의 개념체라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날 때마다 일정량의 포츈을 갖고 태어난다. 이 포츈의 양에 따라 사람의 운명의 기복이 결정되는 것이다. 포츈의 양이 많으면 행운이 따르고, 반대의 경우엔 불행이 따른다. 즉, 포츈을 가진다는 것은 확률의 승부에서 상대적인 우위를 갖는다는 뜻이다.
포츈은 사람마다 그 양의 격차가 조금씩 존재하지만, 이 개념체는 상당히 변칙적이기에 어느 시기마다 갑자기 폭등하거나 폭락하거나 한다고 한다.

 

<그니까, 평생을 지질하게 살던 인간이 갑자기 복권 1등에 당첨되거나, 떵떵거리며 잘 살던 부자가 회사랑 집이 넘어가서 쪽박을 차거나 하는 일이 존재하기도 하는 거지. 또, 가끔씩 변칙적으로 신에게 미움을 받고 있다고 할 정도로 극소량의 포츈을 지닌 인간이 태어나거나, 신의 축복을 받았다 할 정도로 대량의 포츈을 지니고 태어난 인간이 있기도 하고.>

 

누구를 염두에 두고 말하는지는 당연히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일로 불쾌해하거나 그럴 때가 아니다.

 

[네 설명을 정리해 보자면, 정차미 말대로 이 사건은 행운……즉, 포츈을 악의적으로 이용한 사건이라는 건데.]
<정확히는 포츈의 강탈이겠지. >
[강탈?]
<보통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일정량의 포츈을, 어떤 수단을 이용해 야금야금 긁어모아 어딘가에서 한 곳에 수집하는 거겠지. 상당히 악질적인 일을 꾸미고 있는 것 같은데? 아, 이건 진실이 아니라 내 개인적인 추측이니까 그리 알고.>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하는 거야!]

 

나도 모르게 큰 소리를 질러버렸다. 강탈이라니, 우연적인 사고도 아니고 틀림없는 고의적 범행이라는 거다. 그것도 한두 명도 아니고 벌써 반 백 명 단위의 인간을 대상으로. 물질이나 금전적인 것도 아니라 인간의 생사가 달린 문제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다른 이들의 생명을 빼앗아 가는 거랑 다를 게 없다. 무슨 목적이 있어서, 누가 이런 짓을 저지르고 있는 건가. 어떤 대의명분이 있건 간에, 아무 관련 없는 이를 끌어들여서 벌인 행위는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 아니, 내가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귀청 떨어지겠네.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더 듣고 싶으면 대가를 더 지불하던가.>
[돈독 오른 계집애.]
<돈 따위 됫박으로 퍼낼 정도로 많은데? 그냥 규칙에 철저한 거라고.>

 

그냥 나를 놀려먹고 싶어서 이러는 모양이다. 성격 한번 배배 꼬였군.

 

<서비스 정신을 좀 베풀어주자면, 이 사건은 포츈에 관해 잘 알고 있는 인간들이 벌이고 있는 사건이야.>
[거야 이런 일을 벌일 정도의 인간이라면 당연히 잘 알고 있겠지.]
<그런데 그 중에는……아차차, 나도 모르게 입을 놀릴 뻔 했네. 여기까지.>

 

시아리는 실수했다는 듯 말을 아꼈다. 일부러 그러는 느낌이 물씬 난다. 내가 추궁을 하려고 입을 열자마자,

 

<캐묻더라도 대답 안 할 거니까 그리 알고.>

 

단칼에 선을 그어놓는다. 참 남의 속을 읽는다는 것도 짜증난다. 일단 이렇게 선을 그어놓은 이상, 범인을 특정 짓는 질문도 안 받아줄 것이 빤하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불안요소로 여기고 있는 그녀에 대해 묻는 것이 좋겠다.

 

[정차미는, 대체 어떤 인간이야?]
<……흠.>

 

평소에는 어떤 질문에도 즉각 대답하던 녀석이, 웬일인지 대답하는 것을 망설이는 듯 했다.

 

[뭐야?]
<아니, 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말해줘야 할지가 좀 애매해서.>
[왜 그래?  네가 제일 싫어하는 게 애매한 거 아니었냐?]
<입 좀 쳐 다물고, 얌전히 있어 줄래?>

 

누가 성격 파탄자 아니랄까봐. 조금만 심기에 거슬리면 이 꼴이다.

 

<뭐라도 말 한마디 잘못 말했다간, 네 인생 자체가 완전히 끝장날 수도 있다고.>
[인생이라니, 뭘 그렇게 과장스럽게 말하냐.]
<과장이 아니야.>

 

시아리는 요란할 정도로 성대한 한숨을 내쉬었다.

 

<뭐, 좋아. 대충 간단하게 설명해 줄게. 일단 정차미는, 네 적은 아니야.>
[적이 아니라면, 걔가 했던 말이 거짓말은 아니라는 거지?]
<뭐 그렇게 되려나. 하지만 알아 둬. 그 아이는 네 적도 아니지만, 아군도 아니라는 거.>
[너 지금 나랑 말장난 하냐?]
<내 말 듣기 싫으면 지금 당장 전화 끊고 다신 나한테서 정보를 얻어낼 생각 하지 마.>

 

목소리에 담긴 독기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세였다.

 

<정차미는 위험인자야. 너랑 동급 수준으로.>

 

평소처럼 빈정대는 말투가 아니었다. 감정을 한껏 죽이고 담담하게 책을 읽는 것 같은 말투.

 

<단적으로 말하자면, 정차미는 네 체질과 정 반대의 체질을 지니고 있어.>
[정 반대?]
<그래. 너도 네 이상한 체질을 안다면, 그게 어느 수준인지는 잘 알겠지?>

 

내 이상한 체질, 즉 죽을 정도로 행운에 사랑받는다는 그것. 음료수를 따고 보면 항상 경품으로 '한개 더'가 나오고, 노래방 가면 항상 추가 서비스가 두 시간 이상 더해지고, 들어가는 가게마다 10주년 기념행사인가에 당첨되고, 온라인게임 같은 걸 시작하면 항상 서버에서 몇 개 없는 레어 아이템을 획득하고.
죽을 위기에서도 간단하게 벗어나고.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대단한 능력을 지닌 소중한 친구들을 사귀게 되고.
이런 나와 정 반대의 체질이라. 나는 오늘 정차미가 주머니칼로 자해했을 때의 상황을 떠올렸다.
날이 완전히 녹슬어버린 그 주머니칼. 설마…….

 

<아마 숱하게 지옥을 보고 살아 왔을 거야. 사는 것을 포기 안한 게 용할 정도로 끔찍한 일도 많이 겪었을 거고.>
[그래서, 정차미는 대체 이 지역에서 뭘 하려는 건데?]

 

나를 만나서 권총을 겨누고, 의식불명 사건에 관여하고, 자신의 신상기록을 지워가면서까지.

 

<지금의 사태를 해결하려는 거야. 그녀한테 협력할지, 말지는 네 자유지만. 걔 체질을 이해한다면, 정차미가 뭘 하려고 할지는 류서영 네가 제일 잘 알지 않을까?>

 

시아리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지금까지 한 말은 다 틀림없는 거지?]
<말했잖아? 나는 모든 진실을 알고 있다고.>

 

이제는 평소와 같은 여유에 찬 말투가 아니라 신경질적인 반응이었다.

 

<자,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건 이 정도야. 오늘 영업은 여기서 끝.>
[뭐? 야, 잠깐만. 아직 질문 몇 개밖에 안 물어봤다고.]
<이 이상 말하면 운명이 뒤틀리거든.>

 

단칼에 딱잘라 말한다.

 

<이게 내 역할이야. 류서영, 너희 인간들의 인생이라는 흐름에서, 나는 표지판 역할 정도는 해 줄 수 있지만 직접 너희를 끌고 데려가 줄 수는 없어. 특히 이번 같은 일에 있어서는. 뭐, 자세한 건 정차미한테 직접 물어봐. 내가 안 말해 줬던 내용도 다 알고 있을 테니까.>

 

흠, 하는 소리와 함께 잠시 말이 없더니,

 

<그래서? 류서영, 너는 이제부터 뭘 어쩔 셈이야?>
[몰라서 물어? 당연히 주동자를 찾아내서 이 사건을 해결해야지.]
<오지랖도 넓으셔라. 누가 너한테 이런 일 하라고 시키지도 않았고, 네가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이유도 없는데?>
[누가 억지로 해결하라고 하지도 않았지만, 또 누가 나더러 나서지 말라고 말린 적도 없어.]

 


이건 그저 내 마음의 문제일 뿐이다. 가만 보고 있을 수가 없다. 더 이상 누군가가 내 근처에서 불행해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의식불명 사건의 피해자뿐만 아니라, 그 피해자의 소중한 사람들 또한.

 

<너를 말리려고 하는 사람이야 있어. 네가 네 주변을 둘러보지 않을 뿐이지.>

 

시아리는 그 말을 하고는 코웃음을 쳤다.

 

<너는 정말, 자기 자신을 사정없이 대하네.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아가페를 실현하려는 건지, 아니면 단순한 마조히스트인 건지>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시아리라는 인간은, 내가 둘 중 어느 쪽인지조차 알고 있을까?

 

[맘대로 지껄여라. 네가 뭐라고 하던 무슨 말도 안 들을 거니까.]
<그래, 그래. 네 맘대로 하세요. 아, 마지막으로 충고 두 개만 해 줄게. 우선 하나. 너는 너 혼자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거 명심하기를.>
[언제부터 그렇게 남한테 충고하기를 좋아했냐?]
<둘. 네 근처의 소중한 이들을 잃고 싶지 않다면 망설이지 말고, 서둘러.>

 

전화는 거기서 끊어졌다.

 

그리고 끊어지자마자 문자가 한 통 왔다. 모르는 번호였지만, 말투로 판단해 볼 때 정차미 외로는 생각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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