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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소설따윈 쓰고 싶지 않아! by 라즈베리샤벳

네, 에로소설 쓰는 얘깁니다.

[에로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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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두근거리는 데이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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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라즈베리샤벳[negisisuki]  
조회 1268    추천 2   덧글 1    / 2012.04.19 23:19:46

울다가 웃으면 어떻게 된다던데.”

오빠 지훈의 실없는 도발에도 아랑곳 않고, 지혜는 연신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아주 입이 귀에 걸렸구만.”

내가 졌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방문으로 들어가 버리는 지훈. 지혜는 계속해서 거울을 들여다보며 옷매무새를 점검했다.

오늘은 영철과의 즐거운 데이트가 있는 날.

영철은 아직 지혜를 친구의 누나 이상으로 의식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지혜는 영철과 단둘이 어딘가에 간다는 것만으로도 설레었다.

며칠 전의 일이었다. 출판사에서 돌아와 침대에 엎어져 울고 있던 그 때,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받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하지만 받지 않으면 가족들에게 소음공해를 제공하게 된다. 이불 속에 넣어서 소리가 새어나오지 않게 할 생각으로 폰을 집어들었는데, 영철의 전화였다.

지혜는 서둘러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여보세요?”

[오랜만이에요, 누나. 어디 아픈 거 아녜요?]

? 아 아니, 별 일 없어. ?”

[목소리가 잠긴 것 같아서…….]

, 아니야. 괜찮아~! 아무튼 오랜만이야, 영철아.”

[누나, 소식 들으셨어요?]

무슨 소식?”

[핑크노벨 전 편집장님 있잖아요? 동화 작가로 전직하셨다던…….]

, 그래~! 그 편집장님. 그분이 왜……?”

[새로 옮긴 출판사에서 책을 내셨는데, 엄청나게 잘 나갔던 모양이에요. 이번에 광화문고에서 시리즈 후속작 출간 기념 사인회를 한다네요. 그래서 말인데……. 이번 주말에 같이 가 볼까 하고요. 축하 인사도 드릴 겸…….]

어머나~정말? 너무 잘 됐다~! 물론 가야지!!”

지혜는 진심으로 기뻤다. 별로 쓰고 싶지도 않은, 끈적끈적한 에로소설에 시달리던 터라 더욱 그랬다. 그러던 중에 들려온 옛 편집장에 대한 희소식은 그야말로 가뭄 끝의 단비. 지옥에서 부처님을 만난 기분이었다.

전 편집장과는 정말로 마음이 잘 맞았다. 이런 분에게 발탁되어 데뷔하게 돼서 정말 다행이라고,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라고, 지혜는 항상 생각해 왔다. 지혜가 마음속에 품어 오고 다듬어 왔던 하나의 이야기는, 그 편집장을 만나 마침내 완성되었다. 그 분과 함께 계속 갔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지혜는 사장의 변덕이 원망스러웠다.

동생 지원에게 같이 갈지 물어봤더니, 그날은 다른 친구와 약속이 있다고 했다. 오빠 지훈은 그 편집장의 책에는 별 흥미가 없는데다, 이번 주는 주말에도 일을 나간다고 한다.

요컨대, 사인회에 가는 사람은 지혜와 영철, 단 둘뿐이라는 얘기.

지혜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려고 애썼다.

생각지도 못한 이 기회를 살려서, 영철과 좀 더 가까워지고 싶다.

사인회가 끝나면 여기저기 놀러가야지. 카페에도 가고, 영화도 보고, 저녁도 같이 먹고. 그리고 밤이 깊어지면, 으슥한 곳에서 성추행을(어머나, 계서린 증후군이 옮았나 봐.) 아니 아니, 그런 짓은 안 할 거야. 하지만, 용기를 내서팔짱 정도는……. 살짝 끼워도 괜찮겠지. 영철이는 따뜻하고 폭신한 내 가슴의 감촉을 팔뚝으로 느끼면서, 서서히 날 여자로 의식을……. 꺄아~!

뭔가 에로에로한 망상을 하고 있는 모양이네요. 좋은 표정입니다. 성지혜 씨, 80.”

화들짝!

갑작스러운 () 편집장의 목소리에, 지혜는 정신을 차렸다.

이런, 내 정신 좀 봐. 영철이랑 데이트를 하는 상상을, 출판사에 와서까지 해버렸잖아.

항상 야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도록 더욱 정진하세요. ‘분홍토끼가 섹스 이외에 생각하는 것이란 제목의 무선공책이 출시될 정도로 말이죠. 그리고 그 망상을 소설로 구현화해 내기만 하면, 1권의 돌풍을 다시 재현할 수 있을 겁니다.”

전 그런 생각 안 했어요, 편집장님……! 그보다, 그런 노골적인 단어를 막 쓰셔도 되는 거예요?”

어머나? 전 그저 ‘6’이란 뜻을 가진 접두사를 말한 것뿐인데요? 야한 생각 한 거 맞구나!”

으으……. 됐어요. 퇴고나 계속 할게요.”

우후훗, 성지혜 씨는 언제 봐도 괴롭히는 맛이 있다니까. 귀여워.”

은근슬쩍 말 놓는다? 사실 존댓말 쓰는 편이 더 불편하긴 했지만.

, 그리고.”

하느님 부처님 텡그리 신님, 오늘도 무사히.

우리도 슬슬 준비할 때가 된 것 같네요. 광화문고에서의 사인회.”

철렁.

광화문고라면, 바로 그

전 편집장도 거기서 사인회를 한다죠? 아동도서 쪽이 천직인 모양이군요. 어쨌거나, 잘 돼서 다행이에요. 박힌 돌을 빼낸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한 것도 있었는데…….”

이런 면도 있었다니. 편집장도 결국에는 한 명의 인간이었나 보다.

그래서 장소를 거기로 섭외해 둔 거예요. 어린이들의 순수함 따윈 성지혜 씨 팬들의 변태력 앞에서는, 침몰한 유조선 앞의 행주조각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게 해 주기 위해서죠. 확인사살은 해 둬야 개운할 것 같아서 말이에요.”

대체 애들까지 보는 앞에서 뭘 시킬 생각이야. 비유도 이상해.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나? 태클 걸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야.

역시 편집장에게 인간적인 면을 기대하는 게 아니었다. 그보다 사인회에서 뭘 시킬지가 걱정이다. 설마, 전 편집장님 사인회에 바니걸 차림으로 작당난입을 해서, 아이들과 그 부모님들이 보는 앞에서 전 편집장님을 성추행이라도 하라고 하려는 건 아니겠지……? 같은 여자끼린 별로 내키지 않는데…….

? 성지혜 씨, 뭔가 기발한 아이디어라도 떠오른 것 같은 표정이네요.”

우와. 편집장 그만두고, 작두 타세요. ‘아이디어가 아니라 걱정거리이긴 하지만…….

질문할 게 하나 생각나서요. 장소를 섭외해 뒀다고 아까 그러셨는데, 그럼 사인회 날짜도 결정 됐나요……?”

.”

제발……. 이번 주말은 아니어야 할 텐데.

“6주 후입니다. 전 편집장년이랑, 실례. 전 편집장님이랑 같은 날이었으면 더 볼 만했겠지만, 서점 측 일정도 밀려 있어서 부득이하게 그렇게 됐네요. 2권 원고 손보면서, 여유 있게 준비하시면 되겠어요.”

, 그래요? 오히려 다행이네요. 열심히 준비할게요!”

지혜는 편집장을 향해 생긋 웃어 보였다. 그녀에게는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 표정이었다.

요즘 들어 점점 의욕이 붙는 것 같아서 보기 좋네요. 그래서 제가 말하지 않았어요? 에로소설도 쓸 만한 장르라고, 후후훗.”

지혜는 평소의 그녀처럼 부드럽게 웃고 있었지만, 속마음은

좋았어, 좋았어, 조오오~옿았어!!!!

영철이랑 데이트할 수 있어!! 꺄아아아~!!!!

전 편집장님께 이상한 짓 안 해도 돼! 영철이를 근처 카페에 앉혀놓고 카페쪽이 성지혜, 사인회 쪽이 분홍토끼~!!!” 라면서 정신없이 왔다갔다하지 않아도 돼!

광화문고, 고마워요! () 편집장님, 기다리세요!

날아갈 듯이 기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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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수 있어. 그 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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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지막 희망도 저 하늘 저편으로 날아가 버리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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