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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용사 아스트씨 by 제르훼일

세계는 판타지, 때는 용사의 시대!
용사전설의 상업화로 인해, 세계는 급변했다.
용사들의 소설화부터 시작해 연극에, 캐릭터 상품에,
아무튼 기타 등등에 이르기까지.
이것은, 이 용사의 시대에 용사파티소개소의

<판타지 제일의 말 많은 아저씨>

아스트씨의. 꿈도, 희망도 없이, 패러디만 조금 있는, 그런 아무래도 좋을 이야기다!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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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제르훼일[zerwhale]
조회 892    추천 0   덧글 0    / 2012.05.24 20:00:02
어느 낡은 고성이 있는 마을. 꽤나 한적한 곳에 위치한 마을임에 불구하고, 장인전쟁의 여파는 여기까지 닿아있어 마치 마을이 불타는 것처럼 마을 곳곳에서 대장간의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특히 이날은 연기가 한층 더 짙었는데, 이 일대를 지배하는 영주에게 무기를 상납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한참 분주하게 움직이던 그때, 마을의 입구에서 한 소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충 열다섯에서 열여섯쯤으로 보이는 소년은 허름한 망토를 두르고 있어, 꽤나 먼 곳에서 찾아온 것임을 간접적으로 보여줬다.
가장 특이한 것은 소년의 허리에 묶여있는 대검이었는데, 그것은-
“검이라기엔 너무 거대하군······.”
마침 길가에 있던 외눈의 용병이 말한 것과 같이, 무서울 정도로 크고, 두껍고, 조잡했다. 안 그래도 거대한 검은 조금 왜소한 체격의 소년과 비교되어 훨씬 더 커 보이고, 위협적으로 보였다.
그 검의 위세에 압도되어 마을에서 내로라하는 불량배들은 평소 그들이 하던 것과는 달리 조용히 그림자 뒤편으로 물러났다.
이 겁쟁이들을 대신하듯이, 소년의 배는 더 되어 보이는 덩치의 사내가 소년의 길을 막아섰다. 소년을 막아선 그는 이 마을의 경비대장으로, 그 권위뿐 아니라 맨주먹은 물론 검술실력도 굉장해, 사람들은 그를 ‘철퇴검 베어’라고 불렀다.
베어를 마주한 채, 소년은 전혀 물러설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적의를 불태우며 그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예상외로 베어가 아닌 소년이 먼저 도발을 걸자 주위의 공기는 당장이라도 끊어질 것 마냥 팽팽하게 당겨졌다. 싸움이 벌어지면 다들 말려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문제는 저 베어를 감당할만한 인재가 없다는 점이었다.
“베어아저씨.”
말한 것은 소년 쪽이었다. 소년은 여전히 베어에 대한 적의를 거두지 않고 허리에 묶인 대검을 풀어내고는-
“정말이지-! 이런 무식하게 큰 검을 주문했으면 직접 가지러 오란 말입니다! 장난 합니까 지금? 이거 들고 옆 마을에서 오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요?”
쾅! 대검을 땅에 내리 꽂으며 방금 전까지 길고 긴 서술을 통해 조성되었던 분위기를 한 번에 날려버리는 말을 내뱉었다. 이 허무하고 어이없는 상황에 몇몇 마을 사람들은 뒤로 넘어지기까지 했다.
베어는 미안하다는 얼굴로 껄껄 웃으며 곧바로 소년에게 사과했다.
“으하하하! 미안하구만. 사람을 보내려고 하긴 했는데, 요즘 영주님 쪽에서 받는 명령이 많아서 다들 정신이 없구나.”
그렇게 사정을 말하며 열심히 사과한 베어였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고, 소년의 원성만 배로 올라갔다.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는 애초에 사라진 채로, 주변의 시선은 ‘애한테나 시비거는 글러먹은 아저씨’로 서서히 변해가고 있었다. 거기에 위기감을 느낀 베어는 비장의 수단으로 아껴두고 있던 이 소년 한정으로 가능한 약점을 쓰기로 했다.
“너 말야, 마왕성에 들어가 보고 싶다고 했지?”
뚝. 귀가 아플 정도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던 소년이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입을 다물었다.
베어가 검을 고치러 옛날부터 드나든 옆 마을 대장간의 주인 할아버지의 손자인 이 소년의 꿈은 용사가 되는 것으로, 비명과 쇳소리가 사방에서 들려, 어려서부터 살인기술을 배우는 경우가 허다한  이 장인의 시대에 태어난 아이치고는 굉장히 순수한 꿈이었다.
그에 비해 소년의 할아버지인 장인은 굉장히 현실적인 인물이라 소년이 검을 배우면 어느 전장으로 가서 죽기 딱 좋다는 것을 알기에, 검을 잡는 것을 엄격히 금하고 소년을 지식인으로 만들기 위해 모진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베어의 생각은 조금 틀렸다. 이런 시대이기에, 이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사람은 검을 들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소년이 죽어라 싫어하는 공부를 억지로 쑤셔 넣는 모습도 조금 안쓰러워 보였다.
그렇기에, 베어는 할아버지에게 비밀로 한다는 조건으로, 그 옛날 검의 마왕이 버리고 간 마왕성을 출입할 수 있게 해주기로 했다.
지금은 단순한 문화재로 전락해 비상시가 아니면 관리자 외에는 군대조차 출입이 불가능 한 성이지만, 한때 검의 마왕의 성이었으니 분명 소년의 눈에 들을만한 검이 한 자루 정도는 있으리라 베어는 생각했다.
소년을 데리고 경비대 초소로 돌아온 베어는 성의 약도와 예비 열쇠를 빌려주며, 할아버지한테는 절대 말해선 안 된다고 몇 번이나 다짐을 받아냈다. 어찌나 끈질기게 다짐을 하게했는지, 서른 번째쯤엔 분노한 소년이 다짐을 하는 대신 베어에게 멋진 박치기를 선사했다.
“아이고야······. 거 자식 머리한번 더럽게 단단하네.”
소년을 보내버리고 얼얼한 코를 매만지고 있을 때쯤, 옆에서 상황을 쭉 보고 있던 베어의 부하가 낄낄거리며 다가와 말했다.
“어이 대장, 거 무슨 걱정이 그렇게 많으십니까? 거기다가 애한테 한 대 얻어맞기까지······. 철퇴검도 드디어 땅에 떨어지셨군요.”
하지만 부하의 마지막 말은 조금 틀렸다. 베어는 여전히 전성기였고, 소년은 애였기에 봐줬을 뿐이었다. 쓸 만한 구석이라곤 잔머리밖에 없는 부하에게 베어가 줄 자비 따위, 있을 리가 없었다.
“이 썩을 놈이.”
콰앙! 화가 난 베어는 이 상관에 대한 존경심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부하의 머리를 있는 힘껏 후려치고는, 오늘은 반드시 부하의 썩은 근성을 고쳐놓겠다고 다짐하며 수련장으로 부하를 끌고 갔다.

베어가 부하를 수련이라는 명목 하에 신명나게 구타하고 있던 그때, 마왕성 안으로 들어선 소년은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낡아빠진 벽, 복도를 가로지르는 거미줄, 양탄자마냥 바닥에 두껍게 깔려있는 먼지들. 검은커녕 장식물이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아, 삭막하기 그지없는 풍경이었다.
 이는 검의 마왕이 얼마나 완벽하게 본진을 이사했고, 그로부터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를 잘 대변해주고 있었으며, 바꿔 말하자면 어린이들과 꿈에 부푼 보물사냥꾼들의 희망을 철저히 파괴하고 배신한 것도 모자라, 그 위에 다시 침을 뱉으며 어린이들에게 세월의 흐름에 대한 교훈을 전해주고 있었다.
소년은 고성이 주는 쓸모없는 없는 교훈을 온몸으로 느끼며, 성의 절반을 돌았을 즈음 베어를 향한 원한이 용사가 되려고 했던 소년의 꿈을 압도했다.
그럼에도 그냥 돌아가기엔 뭔가 굉장히 억울했기에, 소년은 어떻게 해서든 검 비슷한 거라도 찾기 위해 방이란 방은 모조리 뒤지고 다니며, 반드시 베어에게 검의 대금을 두 배로 받아내겠다는 원한어린 상인정신을 불태웠다.
그렇게 세월 속에 쌓인 먼지와 함께 성안을 돌아다니던 소년은 복도 한가운데에서 멈춰 섰다. 분명 벽으로 막혀있는데도 그 사이로 스며들어오는 붉은 금빛의 저녁노을이 눈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소년이 받은 지도에는 표시되어 있지 않았지만, 그곳은 검의 마왕이 제국에 비밀로 하고 벽으로 메워버린, 투명마검이 잠들어있는 검의 마왕의 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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