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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인플루엔자(완) by 이원랑

갑자기 사람들이 내가 혐오하던 것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혐오하는 사람을 나는 사랑한다. 나를 지탱하던 혐오가 하나둘씩 사라져간다. 혐오를 주제로 묶인 세 단편 연작, 혐오인플루엔자! 많이 사랑해주세요! *본 글은 노블엔진 투고예정작입니다.

[공포]
총 편수 23 / 총 관심작 수 7 / 총 추천수 30 / 총 용량 339.982Kby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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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이원랑[xkqmfltm]
조회 1350    추천 1   덧글 6    / 2012.05.31 18:20:14

 띠리리리, 띠리리리.

 어둠 속으로 소리가 파고든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모기가 내게 말한다.

 웃겨?

 띠리리리, 띠리리리.

 

 눈꼽 잔뜩 낀 눈을 비비고 손을 이리저리 더듬었다. 어디서 전화가 오는거야? 가만히 있어보니 방향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이불 안에 숨겨진 스마트폰을 찾아냈다. 누구한테서 전화가 온 건지 봤다.

 강수연 선배였다.

 화들짝 놀라 통화버튼을 눌렀다. 늦게 받으면 혼날 지도 몰라.

 “, , 선배? 무슨 일로?”

 “한 일주일간 학교 안 나올지도 모른다며?”

 또 내가 그걸 말하지 않아서 혼나는 건가? 아냐! 난 어젯밤에 까먹지 않고 전화했어. 지금은 선배가 그냥 나를 떠보는거야.

 “. 어젯밤에 말했잖아요. 그러고보니, 지금 시간이.”

 눈을 돌려 네모난 현대풍의 벽걸이시계를 봤다. 1220. 딱 점심시간 시작했을 무렵이다.

 “점심시간인데, 혹시 핸드폰 안 걷었어요?”

 “아니, 아니. 지금부터 네 집에 가려고.”

 “? 뭐라고 했는지 잘.”

 “, , , ! 네 집에 도시락을 전해주러 간다, 이 말이야!”

 “, ! 죄송해요! 설마 학교를 안 간 건 아니죠?”

 “이런 바보. 그럴 리가 없잖아? 점심시간에 잠시 외출증 끓고 나가는 거야. , . 모처럼 도시락 가져가준다는데 이러기야?”

 딱히 뭐라 할 변명이 떠오르지않는다.

 “죄송해요.”

 “괜찮아, 괜찮아. 그러면 기다리고 있어!”

 뚝. 전화가 끓겼다. 언제나 그랬듯이 일방적인 통화다. 하지만 그런 점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다. 아니, 그러고 보니.

 사귄지 두 달 만에 처음으로 우리 집에 오는 거잖아?

 시간이 없다, 시간이! 학교에서 우리 집은 5분 거리밖에 안 된다. 적어도 선배가 우리 집까지 오는 시간을 3분으로 잡는다면, 그 안에 할 게 너무 많다. 일단 씻고, 적어도 지금보다는 나은 옷으로 갈아입고. 이 두가지만 해도 너무 촉박하다.

 어쩔 수 없이 일단 씻고 옷을 입느라 낑낑대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빨라! 마저 입던 옷을 입는데 초인종이 계속 울린다. 하여간 성질 급한 사람이다.

 “진앙아~? 안에서 뭐 하니?”

 “, 잠깐만요!”

 다 입었다. 나는 문을 열어주었다. 역시나 수연 선배의 속눈썹, 쌍꺼풀, 눈매의 환상적인 조합이 눈에 띄었다. 선배는 천진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안녕. 꽤 지쳐보이네?”

 “, . 이제 좀 괜찮아지기는 했어요.”

 “그럼, 들어갈게.”

 나는 문을 환짝 열어 들어올 수 있도록 해주었다. 선배는 일부러 그러는 건지는 몰라도 다소곳이 안에 들어왔다. 분홍색과 하얀색 선이 교차된 양말을 신었다. 매우 부드러워 보이는 양말이었다. 별 것에 눈이 다 가네.

 “, 물이라도 마실래요?”

 선배는 가방을 소파 위에 놓았다.

 “고마워.”

 긍정의 대답 대신 감사의 대답이 와서 잠시 당황했지만 곧 냉장고로 발을 옮겼다. 냉장고 안에서 차가운 물을 꺼내 컵에 따랐다. 토로로로. 귀여운 소리가 났다. 나는 컵을 들고 안방의 소파에 앉아있는 선배에게 갔다.

 “, 마셔요.”

 “. 잠깐, 이거 좀 다른데?”

 “정수기 물이 아니에요. 우리 집은 수돗물을 끓이고 보리차 티백을 넣은 뒤 물통에 넣고 냉장고에서 차갑게 해서 먹거든요.”

 “수돗물을? 하긴, 수돗물도 깨끗하다고 하니까. 그래도 꽤 서민적이네.”

 아마도 우리 집이 서민보다 몇십 배는 잘 사는 걸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하하. 예전부터 습관이 들어서요. 이상해요?”

 “. 조금 의외야. 너네 집, 엄청 화려할 줄 알았거든. 저택일 줄 알았는데 아파트이기도 하고. 40평 정도 밖에 안 되기도 하고. 40평 정도도 좋은 거기는 하다만. 또 인테리어들도 다른 집들에 비해 엄청 세련되기는 하지만, . 뭐랄까.”

 나는 씩 웃었다.

 “사치스럽지는 않다, 그 말을 하고 싶은거죠?”맞아! 그거야. 흐응. 적어도 너네 집은 활빈당한테 털리지는 않겠다.”

시시한 농담이라도 크게 웃어주라, 연애 가이드북에 그렇게 적혀있었다. 선배는 볼을 부풀리며 나를 노려보았다.

 “억지로 웃는 거 다 알거든?”

 “죄송해요.”

 나는 약간 몸을 움츠리며 선배의 얼굴을 보았다. 봉숭아물을 들인 듯한 볼이 먹이 먹는 다람쥐처럼 부풀어있는 게 어쩐지 귀여웠다. 그것뿐만 아니라 촉촉해보이는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 만져보고싶을 정도로 매끈해보인다. 왠지 엄마의 입술이 생각난다. 그래서 내가 선배에게 엄마에게 느끼는 호감을 그대로 느낀걸까? 아차. 얼굴이 빨개진 선배가 노려본다! 내가 너무 빤히 바라본 것 같다.

 “뭐니? 그렇게 빤히 쳐다보고? , 진앙아, 혹시.”

 갑자기 선배가 가까이 다가왔다.

 “날 유혹하는 거.”

 나는 황급히 일어났다.

 “, 아니예요. 그런 거.”

 나는 도망치듯이 내 방으로 들어갔다. 뒤에서 선배가 졸래졸래 따라들어왔다.

 “들어와봐도 돼?”

 “물론이죠.”

 선배는 흥미로운 듯 콧노래를 부르며 내 방을 구경했다. 어딘가 부끄러운 기분이 생겼다. 선배는 고딕풍의 책상과 책장, 옷장의 매끄럽게 튀어나온 굴곡들을 만져보며 감탄했다.

 “이런 느낌의 가구를 좋아하는구나?”

 “굳이 사려고 하는 건 아니고, 아빠가 사주는 게 맘에 들어서 그냥 쓰는 것뿐이에요.”

 “그러니? 맞다, .”

 수연 선배는 손뼉을 쳤다. 후다닥 달려 소파의 가방을 뒤졌다. 재빨리 당황하고 있는 내게 도시락을 건네주었다. 파란 통에 분홍색 손수건으로 감싸져있었다. 선배의 취향인지는 몰라도 고양이 캐릭터가 그려져있었다.

 나는 침대에 앉았다.

 “고마워요. 지금 먹어도 돼요?”

 선배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내 옆에 앉고서 젓가락도 건네주었다. 나는 씩 웃으며 뚜껑을 열어보았다. 당근과 양파가 섞인 계란말이, 그 안에는 김도 들어가있었다. 보온 도시락통이었는지 꼬들꼬들한 밥들의 따스한 김이 얼굴에 닿아 촉촉해졌다. 더욱이 내가 좋아하는 멸치조림과 오리주물럭도 있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선배에 대한 감사의 말도 잊고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안그래도 시장기가 있었다.

 한참 그렇게 먹다가 옆을 보니, 선배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보고 있었다. 밥은 너무 맛있었지만 문득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만날 도시락을 만들어 주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닐텐데. 더구나 선배는 단 하루도 도시락을 안 준 날이 없다.

 “선배, 선배는 왜 만날 도시락을 싸주는 거예요?”

 내가 묻자 선배는 화들짝 놀랐다. 왜 그렇게 놀라지?

 “, 왜냐니? 물론 내가 해주고 싶으니까 그러는 거지.”

 부끄러운 모양인지 선배는 이불을 어루만지며 시선을 내렸다.

 “그런 것말고도 더 깊은 이유가 있을 것 아니에요? 한 번 말해봐요.”

 선배는 고양이처럼 눈을 부라렸다.

 “자꾸 그렇게 물어볼거야?”

 “, 물론, 싫으면 안 하셔도 돼요!”

 나는 몸을 움츠리며 다시 먹기 시작했다.

 “알았어! 말해줄게.”

 나는 다시 빤히 선배를 바라보았다. 시선이 너무 의식되는지 선배는 입을 삐죽내밀며 얼굴을 붉혔다.

 “정말 부끄럽게.”

 선배는 눈을 한 번 감고 떴다. 뜨면서 한숨을 한 번 크게 내쉬었다.

 “미래에 결혼생활 준비하는 거야! , 지금부터 착실히 해놔야지 나중에 좋을 거 아니야?”

 나는 깜짝 놀랐다. 설마 선배가 그렇게 멀리까지 생각하고 있을줄은 몰랐 다. 나는 찬 물 끼얹는 건 아닌가 싶었지만, 굳이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선배, 솔직히 말하자면 결혼까지는 무리가 아닐까요? 지금까지 약 십년 가량을 기다려야 하는데 말이죠.”

 “으응.”

 선배는 자신없는 눈치가 되었다.

 “네 말이 맞아. 우린 아직 두 달 밖에 안 된 사이잖아? 내가 너무 멀리까지 생각하는 걸지도 몰라. 영원히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환상에 사로잡혔을 지도 모르지.”

 선배가 이런 말을 꺼내는 건 처음이다. 나는 점점 집중했다.

 갑자기 선배가 주먹을 불끈쥐며 일어났다.

 “그래도! 비록 영원히는 아닐지 몰라도, 얼마 안 가 끝날 사이일지 몰라도! 나는 항상 영원을 생각하며 사랑을 해야한다고 생각해!”

 뭐랄까, 상당히 오글거리는 대사여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 웃겨서 미안하게 됐네.”

 뾰루퉁해진 선배는 다시 침대에 앉았다.

 웃음이 나오기는 했지만, 코 끝이 찡해지는 기분이다. 선배는 예상외로 진심을 다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 마음가짐은 너무 약했던 것 같아 부끄러움마저 느껴진다. 이제부터는 좀더 성실하게 사궈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선배가 곁눈질로 내 눈치를 봤다. 또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그러고보니, 우리 벌써 두 달이나 됐네.”

 “.”

 선배는 몸을 움직여 내 가까이로 다가왔다. 할 말이 있으면 그냥 거기서 해도 될 텐데. 가까이 다가와서 할 만큼 비밀스러운 이야기일까? 주위에 아무도 없는데?

 “난 남자친구 있는 애들이랑 얘기를 많이 해봤어. 생각보다 걔내들은 진도가 빠르더라?”

 나는 천장을 보며 곰곰이 생각했다. 진도?. 놀이동산에도 놀러가고, 해변에도 놀러가고, 여러 가지 이벤트를 하는 걸 말하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해 본 이벤트 중에서 변변찮은 건 없었던 기분이 든다. 남자인 내가 먼저 어디어디에 가자고 말해야 할 텐데. 선배는 내가 그렇지 않아서 은근히 핀잔을 주는 걸지도 모른다.

 “그러면 우리도 좀 어딘가로.”

 놀러가자고. 그 뒤에 말을 더 잇고 싶었다. 그러나 고개를 옆으로 돌려 선배를 봤을 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나른해보이는 눈매와 야릇한 눈길, 전보다 더 도드라져보이는 촉촉한 입술이 함께 모여 알 수 없는 분위기를 느끼게 만들었다. 선배의 부드러운 손이 내 허벅지 위에 올려진 게 느껴졌다.

 “, 왜 그래요?”

 “말했잖아? 우린 진도가 느리다고.”

 허벅지에 올려진 손이 서서히 움직였고 미약한 숨결이 목젖에 닿았다. 머릿 속이 모호함으로 뒤섞여버렸다.

 알겠다. 왜 선배가 이런 말을 하는지.

 나도 나의 둔감함이 왜 이렇게 심각한지 짜증이 날 지경이다.

 어제 학교에서 방민이 내게 말한 그 이상한 농담, 도대체 무슨 의미로 한 건지 이제야 확실해졌다. 그래, 이젠 전부 알겠어.

 하지만……. 싫다는 기분이 들어. 뭐든지 간에 일단 마음 깊은 속 어딘가에서, 조금이라도, 도덕적으로 거부감이 든다. 그야 그렇잖아? 만날 그렇게 말하잖아. 항상 19세이용가로 지정되고, 항상 학생들은 그런 걸 지양해야 한다고 말하고, 그것과 멀리하도록, 그것에 거부감을 느끼도록 어릴 때부터 세뇌당하듯이 교육당하는데 나보고 어떡하라고?

 잠깐.

 설인이 심장을 움켜쥔 기분이다.

 설마, 설마 그럴 일은 없겠지. 안 그래? 설마.

 고개를 돌리려는데 먼저 기다랗고 뾰족한 털들이 목을 간질였다. 시야가 협소해지고 사물을 분간하는 능력이 순간적으로 퇴화되어버렸다. 내가 지금 비명을 지르는 건지, 침대에서 일어나 벽에 딱 달라붙는건지 뭔지 그것들은 전부 무의식적으로 일어났다. 내 마음을 장악한 건 오직 공포뿐이다.

봐 버리고 말았다. 순간적으로 엉덩이 쪽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다리가 풀려버렸다. 쓰러질 뻔한 것을 옷장덕분에 간신히 살았다. 하지만 내 시야를, 울렁거리며 이리저리 뒤틀리는 시야를 차지한 건 그것이다.

 그것은 이리저리 삐져나온 회색의 털들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아예 온 몸을 빽빽이 두르고 있었다. 길쭉하고도 물렁물렁한 몸에 검은 목도리가 둘러져 있는 듯했으며, 군데군데마다 빨간 구멍이 열리다가 닫혔다. 그것의 몸은 한 시도 가만있지 않았다. 계속 꿈틀꿈틀, 계속 그랬다. 마치 기어가고 싶다는 것처럼. 구토가 쏠렸다. 보는 것만으로도 온 몸에 소름이 돋아 이 세상에 있는 건 그것과 나 자신뿐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선배가 송충이로 변해버렸어.

 “, , , .”

 불판에 물을 쏟는 듯한 소리가 날 때마다, 음절이 딱딱 끊어졌다.

 너무나도 혐오스러웠다. 왜 혐오스러운 지는 모른다. 혐오를 느끼는 특정 부분도 없다. 그냥 그저 그게 혐오스러울 뿐이었다. 그걸로 족했다. 그냥 그 존재 자체가 혐오스러워, 전부 없애버리거나 아니면 도망쳐버리고 싶어졌다.

 도망치는 건 무리야. 내 다리가 안 떨어져.

 더 이상 외부의 도움은 없어. 그 운이 또 효력을 발휘할 거라고 할 수는 없어.

 그럼, 죽여버리는 것만이 답이야? 하지만 저건 선배였어. 선배잖아? 아니야. 선배는 아니지. 선배의 상체는 환상 속으로 빨려들어가버렸어. 그리고 이 환상이 현실을 잠식했지. 그래! 이건 선배가 아니야! 그저 괴물, 환상일 뿐이야!

 죽여버려도 분명 괜찮을 거야.

 “, , ?”

 내 이름을 알고 있어. 이건, 이건 분명히 내 눈에만 이렇게 보일 뿐. 분명히 선배야. 괴물로 보이는 건 내가 이상하기 때문이야. 이성이 그렇게 말한다.

 그러면 나보고 도대체 뭘 어떡하라고?

 난 저게 너무 혐오스러워서 견딜수가 없고,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 돼. 그래! 이 본능이야말로 진짜 나야.

 혐오스러워서 죽이고 싶다고!

 나는 옷장 안에 숨겨둔 삼단봉을 꺼내 치켜들었다. 그것만으로도 접힌 봉이 쫙 펴졌다. 그리고 온 몸을 비틀며 아래로 휘둘렀다.

 금속무기여서 굉장한 소리가 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너무 물컹해가지고 소리는 나지 않았다. 하지만 타격은 엄청났을 것이다.

 인간이었다면 두개골이 깨졌을 정도로.

 송충이 선배가 비명을 지를 것 같아 귀를 막았다. 송충이 선배의 까맣고 매끈한 대가리에서 듣기 싫은 잡음이 터져나왔다. 귀를 막아도 너무 세서 손등을 타고 들어온다. , 더더, 더더욱 혐오스러워졌다. 나는 다시 한 번 삼단봉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머리가 아닌 몸통을 가격했다. 때릴때마다 타격감과는 다르게 심하게 몸을 꾸물거리며 고통스러워했다. 이곳저곳에서 초록색 진물이 빠져나왔다.

 서서히 때리는 것마저 혐오스러워진다. 길고 빽빽한 털들이 닿는 게 너무 더럽다. 의자로 때리면 좀 더 나을거야. 그 생각이 들어 당장 의자를 집어들었다. 패버리려고 번쩍 들었는데 송충이 선배가 걷고있었다. 맞아. 상체만 송충이로 변한거지. 근데 하체가 영락없이 인간이라서, 내가 무언가를 잘못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냐, 아냐. 나로서는 어쩔 수 없었어. 날 비난하지 마! 너희들도 방 안에 연쇄살인마와 함께 있게되면 날 이해할 수 있을테니까!

 송충이 선배는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는 다리로도 잘만 걸어갔다. 연두색 진물이 다리에 흘러 아주 범벅이 되어있었다. 그래서 걸을 때마다 진물이 바닥에 덜어졌다. 아주 기분 나빴다. 꺼질거면 빨리 좀 꺼져줬으면 좋겠다.

 나는 진물을 요리조리 피하며 송충이 선배의 뒤를 따랐다. 현관문에 다다른 송충이 선배는 상체를 문에 밀착시킨 재 이리저리 꼼지락거렸다. 잘 안 되는 듯 끙끙대다가 검은 대가리를 하늘로 치켜들며 사나운 비명을 질러댔다. 격렬하게 움직일수록 진물이 터져나왔다. 나는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기만 했다.

 왠지 웃음이 나왔다. 손이 없는데 어떻게 손잡이를 돌릴 수 있겠어?

 거짓말처럼 끼릭하는 소리가 나며 문이 열렸다. 송충이 선배는 비명을 토해내며 빠져나갔다. 그건 방금과의 비명과 다른게, 어쩐지 지옥에도 빠져나와 안심이 되어 내뱉는 한숨같기도 했다.

 사실, 내가 아니라 선배의 관점에서 보면 이건 끔찍한 일이네? 그럼 나는 살인미수범이 되는거고? , , 그 빌어먹을 송충이를 패버린 걸로?

 이제 어쩌면 좋을까.

 나는 삼단봉을 땅에 던지고 방으로 돌아왔다. 방은 초록색 진물로 온통 칠해져있었다. 바닥에 도시락 통과 엎어진 밥들과 젓가락이 어질러져있었다.  

 그것 역시 초록색이 점령해버렸다. 이걸 빨간색으로 바꾸면 어떻게 될까.

 전부 지워야지. 밖에 나가서 선배가 흘린 피까지도. 엄마, 아빠가 오기 전에 이 모든 것을 없던 것처럼 꾸며야한다.

 선배가 날 경찰에 신고하면 어쩌지?

 그건 어떻게 되든간에 나중의 일이야. 지금은 이것부터 먼저 하자.

 근데 선배가 어떻게 문을 연거지?

 모르겠어.

 울컥하며 통찰이 머릿 속을 치밀고 들어온다.

 누나는 나를 진심으로 대해줬는데.

 나뭇잎에 맺힌 이슬처럼 눈물이 똑똑 떨어진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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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앙(님)이 미쳐날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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엌...........
18 이원랑 06/01/08:11
지금부터입니다...
0 06/05/10:15
뭔가 불쌍하네요ㅜ 진앙이나 수연이나 ;
18 이원랑 06/05/05:03
쓰담쓰담...
0 06/06/10:55
어...........어어어어어??!?!?!?!?!??!?
18 이원랑 06/06/10:58
?! 스텔라님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여기라서 저도 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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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자아×방황 07 "쓰레기 버리러 가자." [2] 18 이원랑 12.06.17 1330 0
19 자아×방황 06 "실수야!" [2] 18 이원랑 12.06.16 1454 1
18 자아×방황 05 "나 좀 따라올래?" [2] 18 이원랑 12.06.15 1319 1
17 자아×방황 04 "바로 너야!" [2] 18 이원랑 12.06.14 1580 1
16 자아×방황 03 "내가 고작 그런 존재냐고!" [2] 18 이원랑 12.06.13 1596 1
15 자아×방황 02 "엄마." [2] 18 이원랑 12.06.12 1492 1
14 자아×방황 01 "삐로롱!" [2] 18 이원랑 12.06.11 1437 1
13 여자×고백 07 "사랑해, 방연아." [8] 18 이원랑 12.06.10 1274 3
12 여자×고백 06 "너 정말 짜증나!" [2] 18 이원랑 12.06.09 1638 1
11 여자×고백 05 "마지막 도박인가요!" [4] 18 이원랑 12.06.08 1531 2
10 여자×고백 04 "인간을 지키기 위해 태어난 혐오라는 감... [6] 18 이원랑 12.06.07 1527 2
9 여자×고백 03 "걔한테 다가가면 정말로 죽을지도 몰라." [2] 18 이원랑 12.06.06 1568 1
8 여자×고백 02 "정말 너무해" [2] 18 이원랑 12.06.05 1486 2
7 여자×고백 01 "아니야, 알아. 알지만, 알지만." [2] 18 이원랑 12.06.04 1521 1
6 벌레×변신 06 "춥다." [2] 18 이원랑 12.06.02 1586 1
5 벌레×변신 05 "발작을 일으키고있어!" [4] 18 이원랑 12.06.01 1585 0
4 벌레×변신 04 "말했잖아? 우린 진도가 느리다고." [6] 18 이원랑 12.05.31 135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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