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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인플루엔자(완) by 이원랑

갑자기 사람들이 내가 혐오하던 것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혐오하는 사람을 나는 사랑한다. 나를 지탱하던 혐오가 하나둘씩 사라져간다. 혐오를 주제로 묶인 세 단편 연작, 혐오인플루엔자! 많이 사랑해주세요! *본 글은 노블엔진 투고예정작입니다.

[공포]
총 편수 23 / 총 관심작 수 7 / 총 추천수 30 / 총 용량 339.982Kby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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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고백 02 "정말 너무해"
0명 참여 별점
 
  18 이원랑[xkqmfltm]
조회 1529    추천 2   덧글 2    / 2012.06.05 18:06:20

 입 안에 달콤함이 콩콩이를 뛰게 만드는 작업이 하나 있는데, 바로 종이학 접기다. 종이학을 접어서 빈 병에 넣는다. 이제 반절 정도를 채웠다. 이 병을 채우면 이제 6개 째가 되는 거다. 어차피 할 일도 별로 없으니 스마트폰을 책상에 세워놓고 영화를 보며 같이 종이학을 접으면 딱 좋다. 집중력이 분산되지는 않는다. 저절로 손이 움직이거든.

 “우웅!”

 일부러 애교스러운 목소리를 내며 몸을 쫙 폈다. 옷이 걸릴만큼 가슴이 크지 않다는 게 갑자기 큰 슬픔으로 다가왔다.

 “피유우.” 또 일부러 바람 빠져나가는 소리를 낸다. 별로 귀여운 척 하려는 건 아니다. 이제 그냥 습관이 됐을 뿐이다. 어릴 때 아버지가 말하길, 여자아이는 귀엽게 애교를 떨어줘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쭉 이런 걸 연습해왔다. 그 결과로 지금처럼 몸에 익어버렸다.

 “후후. 결과만 좋으면 돼지,

 나는 보들보들한 뺨에 왼 손을 대고 오른 손으로 다 접은 종이학을 병 안에 집어넣었다. 애교 연습의 효과는 좋았다. 이 덕분에 내게 매력을 느낀 남자들이 대거 고백을 해댔으니까. 하지만 다 필요없었다! 고백을 아무리 해봤자 내게는 운명의 상대가 있단 말이야, . 그런 놈들은 모두 내 왕자님의 시종일 뿐이야.

 안 좋은 건 방연은 내 매력을 조금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너무 아쉬워! 독사과를 먹은 백설공주는 왕자의 키스로 눈을 뜨지. 그런 것처럼 내가 종이학을 정성들여 접으면 방연의 병도 나을거야! 그러고나서는 찐한 키스를…….

 덜컹! 내 심장이 떨어지는 소리인지 방 문이 열리는 소리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고개를 뒤로 돌려봤다. 허락도 없이 문을 연 남동생이 서 있었다.

 “누나, 나와서 수박 좀 먹으라는데. 엄마가.”

 “, 뭐니이! 노크도 없이 들어오면 그건 숙녀에 대한 실례야, 알겠니?”

 일부러 과장된 몸짓을 해보였다. 이러면 많은 남자들은 당황하면서도 내게 눈을 뺏기고만다. 오호호. 근데 이 남동생은 다르다. 무표정하면 그나마 좋을 텐데 피식 웃다니!

 “헛소리하지 말고, 어서.”

 남동생은 갑자기 말을 멈췄다. 눈 주변이 경직되었다. , 아아. 실수했어! 저 종이학 병을 치워야 하는 건데. 그제서야 벌떡 일어나 부산스럽게구니 남동생이 성큼성큼 다가온다.

 “이런 거 그만 하라고 했지!”

 남동생은 내 종이학 병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 마!”

 “누나, 진짜 제정신이야? 왜 이딴 걸 하냔 말이야!”

 점점 동생의 언성이 높아진다. 평소에는 조용한데 화가 북받치면 아빠를 닮아 이렇게 소리가 커진다. 당연히 엄마를 닮아 연약한 나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러지 마! 내가, 내가 알아서 할게!”

 “그 말을 도대체 몇 번 하는 거야? 그럼 지금 당장 쓰레기통에다가 갖다 버려!”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왜 그래! , 나가! 나가라고!”

 주방 쪽에서 아버지의 고함이 들려왔다.

 “이게 웬 소란이냐!”

 , 하이에나끼리의 싸움에 사자가 끼어드는구나. 게다가 그 하이에나 중 하나는 사자의 충실한 심복일지니.

 “아빠! 누나가 또 그 종이학을 접어요! 도대체 몇 번이나 하지 말라고 했는데.”

 “뭐라고!”

 아버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투박한 인상과 근육이 불끈거리는 팔이 합쳐져 보기만 해도 더 약해지는 기분이다.

 “연아야. 지금 당장 그 유리병 깨부시기 전에 전부 버려!”

 “아빠! 그것 만으로는 안 돼요. 누나가 아예 쓸데없는 마음을 버리게 만들어야 한다니까!”

 “넌 좀 가만히 있어라!”

 나와 남동생 사이의 갈등이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심화되더니 이제는 아버지와 남동생도 나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말다툼을 벌여서 완전히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 언제나 그렇듯이 갑자기 눈물이 치고들어왔다. 유일한 아군인 엄마도 없는 지금 이 상황에서 유일한 돌파구는 하나뿐이다.

 “정말 왜 그러는 거야! 내가, 내가 좋아서 이러는거란 말이야! 정말 너무해!”

 나는 종이병을 품 안에 끌어안고 무작정 돌진해 방을 빠져나왔다. 재빨리 문을 열고 집을 나왔다.

 “연아야! 어디가냐!”

 “누나! 또 도망치지 마!”

 짜증나는 아빠와 가증스러운 남동생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계단을 내려갔다. 이상하다. 발바닥이 너무 차가워. 아차, 너무 급해서 신발로 못 신었나보네. 하지만 돌아가는 건 싫어. 이 아파트에서 나가버릴거야.

 집 밖으로 나오자 한 밤 중이었다. 하늘 위 어두운 망망대해에 하얗고 둥그런 섬과 그 주변에 닺을 내린 조그마하면서도 빛이 여기까지 내려오는 점들이 있었다. 시선을 내리니 내 앞에 밤 하늘만큼이나 어두운 아스팔트 도로가 있었다. 여기로는 만족할 수 없다. 일단 여기서 좀 멀리, 그러면서도 도시의 불빛과 멀지 않은 곳이 좋다.

 “정말 너무해.”

 나는 눈물을 흘리며 종이학 병에 볼을 비볐다. 이럴 때 왕자님이 짠! 하고 나타나서 구해주신다면 정말 좋을텐데.

 사실 알고있기는 하다. 아니, 쭉 알고 있었다. 불가능하다. 나의 이 달콤한 상상들은 전부 망상, 헛것이다. 그리고 방연의 병은 불치병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나는, 내 감정은 그럴수록 용솟음 쳐. 그래서 점점 멈출 수 없게 되어버린다.

 나는 줄리엣이야. 로미오와의 사랑을 가문의 장벽이 막아버려도, 맺어지는게 불가능하더라도, 그럴수록 더 좋아하게 되어버리는 가련한 여자.

 비록 모두가 그를 혐오할지라도,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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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짧게 짧게 올리게되네요. 다음 편은 기니까 기대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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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이원랑  lv 18 46.5263157895% / 17984 글 5888 | 댓글 17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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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과 검, 묶고 자르고, 콜로세움 23편
혐오인플루엔자(완) 2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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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6/05/08:27
ㅠㅠㅠㅠㅠㅠㅠ 어쩜 ㅠ.ㅠ
18 이원랑 06/06/10:32
불쌍한 연아를 쓰담쓰담 해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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