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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인플루엔자(완) by 이원랑

갑자기 사람들이 내가 혐오하던 것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혐오하는 사람을 나는 사랑한다. 나를 지탱하던 혐오가 하나둘씩 사라져간다. 혐오를 주제로 묶인 세 단편 연작, 혐오인플루엔자! 많이 사랑해주세요! *본 글은 노블엔진 투고예정작입니다.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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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이원랑[xkqmfltm]
조회 1569    추천 2   덧글 4    / 2012.06.08 21:30:29

 

 어떡하지?

 잠 자기 전 어둠과 고독 속에서 항상 고민하는 걸, 오늘도 한다.

 이대로 포기해야만 할까?

 아니야! 포기 못 해! 그러면 내가 미쳐버리고 말 거야. 그래도, 해 버리면, 소명처럼, 아니 그보다 더 심각하게 될 수도 있어. 이번에는 주먹으로 끝나지 않을 지도 몰라.

 무서워. 나도 내가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어.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망설이고만 있을 수는 없어. 이미 남동생은 나를 경멸하는 수준에 이르렀고, 아빠는 점점 나를 다그치는데 지치고 있어. 심지어 엄마마저도 의심의 눈길을 흘려. 게다가 소명은 점점 나를 궁지로 몰아가. 이대로 있으면 안 돼. 병신처럼 주저하고만 있다가는 모든 걸 망치고 말 거야. 그렇게 되면 모든 게 끝장이야.

 그래. 차라리 한 번 저질러버리자. 고백해버리는 거야. 칼로 배를 째이는 쳐맞든 목을 졸리든 눈알을 뽑히든 다리가 분질리든말든 일단 해버려. 그렇게해서 거부를 당한다면 나도 이제 포기하게 될 거야.

 상처 입을지라도, 내 사랑이 받아들여질지 말지는 내 눈으로 똑똑히 봐야겠어.

 갑자기 벨 소리가 울려서 황급히 스마트폰을 집었다. 밤 중에 이런 소리를 들으면 곤란하다고! 도대체 누구……. 소명? 소명이 이 시간에는 왠일로?

 또 꾸짖으려고 전화한걸까.

 “, . 소명아? 왜 전화했어?”

 “왜 전화했냐니? 역시, 너도 까먹었구나? 이번에 중간고사 끝났잖아. 그래서 수련회가잖아? 수련회 준비를 해야지. 나도 참 바보야, 이런 걸 다 까먹다니. 다음 주 월요일 날 가고, 오늘이 금요일이니까 주말에 만나서 같이 준비하자.”

 “, 근데. 이걸 굳이 밤 중에 말할 필요가 있었어?”

 “당연하지! , 전화랑 문자 먹는 기술 하나는 최강이니까! 밤 중에 기습하면 받을 거라고 생각했지. 그럼, 절대 까먹지 말아! 내가 아침에 너네 집 찾아갈테니까!”

 “, 어어. 알았어. 너무 큰 소리는 내지말고. 그럼 이제 끓을게. 자야되니까.”

 “그래. 잘 자!”

 큰 소리 내지 말랬는데! , 끓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침대에 도로 누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수련회간다는 걸 잊어버렸어. 그러면 고백할 기회가 사라지는 건 아닐까? 아니야. 오히려 평소보다 더 많아질 가능성이 있어. 잘 생각하면 가능성은 언제나 있어. 학교에서도 한 남자애한테 부탁해서 그를 어딘가로 오도록 하게 만들면 되잖아? 물론 주말에는 어쩔 도리가 없으니, 수련회 준비나 즐겁게 해야지.

 또 다시 아름다운 광경이, 언젠가 방연과 손을 맞잡을 순간이 내 가슴을 가득 채운다.

 

 주말은 빠르게 지나갔다. 토요일에 소명과 만난 나는 일단 카페에서 파르페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었다. 이것저것 수다도 곁들으며. 그런 다음에는 백화점으로 가 수영복을 사기로 했다. 수련회에서 물놀이를 하기 때문이다. 수영복을 사는 데는 우리 둘 다 매우 힘들었다. 소명은 좀처럼 보기 힘든 자연산 C컵에 맞는 사이즈에다가 복부의 상처를 가릴 전신수영복, 그리고 예쁜 디자인도 갖춘 수영복을 고르느라 얼굴이 온통 빨개졌다. 나는 한 가지 이유에서 힘들었다. 오리궁뎅이 때문이다. 고심하고 또 생각해서 결국 치마수영복 중에서 고르기로 했는데, 거기서도 어울리는 걸 고르느라 죽는 줄 알았다.

 이 이후로 노래방, 영화관같은 갈 곳이 있었지만 진이 다 빠져서 도저히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대신 우리는 소명의 집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결심했다. 소명의 부모님은 어디 가셨고, 오빠만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고 있었다. 덕분에 우리는 그 오빠가 애용하는 엑스박스란 것으로 재밌는 게임을 즐겼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지겨워져서 서로 수영복 입은 몸매를 대결해보기로 결정했다. 내가 질 게 뻔했다. 그 사기적인 가슴 크기하며 매일같은 운동으로 유지되는 탄탄한 몸매에 비하면 나는 좀 살결이 부드럽고 하얗고 배만 안 나왔을 뿐이다. 장점이라면 엉덩이가 큰 거? 엄마는 나중에 애기 잘 낳겠다고 하는데 이게 좋은건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오기가 생겨서 그나마 할 수 있는 걸 했다. 수영복을 딱 맞춰 입지 않고 약간 헐렁하게 입어서 섹시하게 보이는 작전이다! ! 소명은 이걸 할 수 없다. 바로 복부의 상처 때문에. 나는 일부러 놀리려고 소명의 수영복을 벗길 작정으로 난동을 피웠다.

 시끄러워서 밖으로 나온 듯한 그 오빠는 우리들이 거의 나체가 된 체 뒹굴고 있던 걸 보고 벙찌고 말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온갖 의심스러운 점들을 나열하며 우리보고 사귀는 게 아니냐고 열띤 음모론을 펼쳤다. 둘이 너무 붙어다닌다, 애정행각으로 보일 짓을 많이 한다, 뭐다 하면서. 그 오해를 푸느라 또 밤이 와버렸다. 나는 집에 가기 싫어서 소명이네 집에서 자기로 했다.

 일요일도 그저 그렇게, 별 다를 것 없이 지나갔다. 나는 왠지 두려웠다. 지금까지 소명이 방연에 대해 말하기않기를 바랬지만, 오히려 이번 2일 동안 아무런 말도 안 하니 오히려 불안해졌다. 그 웃는 얼굴 아래에 뭐가 숨겨져 있을지 전혀 드러나지 않으니 말이다.

 아, 까먹을 뻔 했다. 한 여섯 달 만에 머리를 단발로 잘라버렸다. 소명은 오랫동안 기른 그 머리가 아깝지않냐고 했지만 이제 여름이니까 수영 할 일도 많을텐데 머리는 자르면 좋다고 해버렸다. 사실 나는 단발도 잘 어울린다. 일단 목까지 오게 자른 뒷머리를 거꾸로 놓은 부채처럼 쫙 핀 스타일로 펌했다. 처음엔 반신반의하던 소명도 예쁘다고 해줬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그렇게해서 지금 나는 수련회장에 왔다.

 이따금 머리 위에 손을 올려보면 너무 뜨거워서 계란프라이를 만들고 싶을 정도다. , 정말 짜증나! 수련회 놈들은 대체 뭐하길래 사람을 이런 땡볕아래에 시골집 옹기 마냥 모여 앉게 하는 거야? 소지품 검사? 정말 어이없다. 소지품 검사를 시작한지가 언젠데 아직도 나는 검사 못 받았다. 이러다가 늦어지겠다 싶으면 형식적인 검사는 대충 끝낼테지.

 “, 학생 여러분. 괜히 나중에 담배나 술 같은 거 걸려서 고등생활 처음부터 꼬이지말고, 순순히 내십시오.”

 아, 망할! 그 입 닥쳐! 안 그래도 짜증나는데 더 지랄이야, 돼지 새끼가.

 “비일어먹을.”

 이빨을 부득부득 갈던 소명이 욕설을 내뱉었다. 하도 음산해서 그 옆에 있던 남학생이 흠칫할 정도였다. , 진짜 짜증나! 발을 뻗고 싶어도 가방들이 있어서 제대로 뻗을 수도 없고! 이 바닥은 뭐야? 뭔 초록색 부직포같은 게 쫙 깔려있다. 온갖 쓰레기와 먼지들. 이건 대체 뭐야? 잡초랍시고 여기다가 깔아놓은건가? 미친 놈들 같으니라고.

 냄새도 너무 역겹다. 모두들의 짜증과 욕지기가 치밀어오르는 분위기와 함께 온갖 과자 냄새와 땀 냄새, 이상한 비릿한 냄새, 그리고 화장품 냄새가 섞여서 그야말로 감각이 정지해버릴것만 같다. 그 중에서도 화장품 냄새만 없으면 정말 쾌청하겠다. 개념 없이 사는 년들이 예뻐보이겠다고 아무런 요령없이 분을 덕지덕지 바르는 꼴하며, 웃음이 나올 정도로 부자연스러운 아이라인, 이것저것 붙인 게 분명한 부조리한 외모, 이상하게 칠한 홍조. 역겨워 죽을 것만 같다. 아서라, 얘들아. 돼지 목에 진주를 건다고 돼지가 예뻐보이니? 그건 아니잖니? 차라리 나랑 소명을 본받으라고. 별로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잖니. 물론 나는 아이라인을 했지만, 나는 전문가의 솜씨란다. 대충 칠하는 너희들과는 달라.

 그렇게 남을 깔보는 상상을 하며 그나마 기분이 좋아지려고 하는데, 일이 터졌다. 당연하지만 나한테 일이라고 할 만한 것은 방연에 대한 것밖에 없다.

 “, 왜 그러니? 어서 가방 열어!”

 한 여자 수련원 선생이 방연을 다그치고 있었다. 여자를 인식 못 하는 방연은 당연히 무시, 아니 무시도 아니다. 아무것도 못 느끼니까. 그저 그게 사람이고, 여자, 암컷이라는 모호하면서도 추상적인 개념만 느낄 뿐이니까. 그리고 파괴적인 욕구를 느끼니까.

 학교 선생님이 미처 말리기도 전에 방연은 그 수련원 선생의 얼굴을 후려갈겼다. 꽤 후련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수련원 선생에게 쌓인 게 많걸랑. 그나저나 학교는 뭐 한 거야? 방연에 대한 건 미리미리 알려주지도 않은거야?

 다행히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무사히 끝났다. 당황한 수련원 선생들은 일단 우리 모두를 밥 먹으라고 보내버렸다. 담배와 술을 걸리지 않아 조용히 기뻐하는 쓰레기들의 환호가 여기까지 들린다.

 

 정말 마음에 안 든다. 좀처럼 방연에게 고백할 기회를 못 잡는 것도 그렇지만, 수련원이 너무 엉망이라 열불이 치민다. 진짜 음모론뿐이 아니라 정말로 돈 받아 처먹는 게 아닐 정도로 너무하다. 정말. 어떻게 급식이 이럴수가 있나? 한 사람당 4000원 정도 내는 급식비로 이것밖에 못 만드나? 미연 범벅이 분명한 배추김치. 국은 너무 짜다. 건더기도 형편 없다. 그 안에 무슨 면 같은 걸 넣어놨는데, 한 젓가락질이면 사라진다. 밥이야 뭐 그렇다 쳐도, 주 반찬의 맛도 그저그렇고 양도 조금이다. 아니, 이런 젠장맞을?

 숙소도 쓰레기장이 따로 없다. 수련원 겉모습이 교도소같다고 내부마저 교도소같으면 도대체 말이 안 되지. 우릴 무슨 범죄자 취급하는 것도 아니고. 딱 봐도 청결하지 못 한 노란 마룻바닥에 더러워보이는 파란 이불과 매트릭스. 게다가 방충망도 제대로 안 되어있다. 심지어 돈벌레도 나왔다. 이건 인간의 기본권 심해라고 할 말한 수준인데?

 우리 방에는 소명과 나, 그리고 연림, 다른 두 명이다. 솔직히 연림과 같은 방이라는게 마음에 안 들었다. 그런 덜렁이랑 같은 방이라니. 하지만 덜렁이라는 것만 빼며 괜찮은 애니까 아량 넒은 내가 참아줘야지. 오호호.

 그리고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 반에서 미녀 삼인방 하면 나랑 소명과 연림으로 인정받는다. 내가 들어간다고 공주병이라고 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건 순전히 남자아이들의 잡담을 엿듣고 얻은 정보다. , 정말이다!

 돈이 없어서 설비도 제대로 못 갖춘 건지 이상할 정도로 작은 목소리가 천장에서 나왔다. 잘 들어보니 소집 명령이었다. 이것만 들었을 때 우리는 모두 한숨을 내쉈다. 그러나 5반은 수영복을 지참하라고 했을 때, 저절로 방방 뛰게 되었다.

 방장인 소명을 따라 수영복이 든 가방을 지고 걸어가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나도 모르게 흥이 겨워서 그만 소명이는 국수 소면을 좋아한다네~.”하고 말았다. 소명이 슬쩍 쳐다봐서 헤헤 웃어보였다.

 두 개로 나뉜 수영장에 도착했다. 한 쪽에만 물이 차 있었다. 물이 찬 수영장 옆에 교관이 서 있었다.

 “그럼 전부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뒤 인원파악을 하겠습니다.”

 피사의 사탑에서 떨어지는 추보다 빠르게 갈아입었다. 이미 소명의 집에서 질릴 정도로 소명의 수영복 몸매를 봤지만, 이 땡볕 아래에서 빛에 드리운 그 모습을 보자니 탄성이 나왔다. 옷감에 가려진 사타구니 아래를 지나 선이 보일 정도로 잘 빠진 허벅지가 기막힐 정도로 굴곡 있었다. 하얀 햇빛을 밭아 더 빛나보인다. 이외에도 나는 정강이 하며 목 선하며 수영복 위로 튀어나온 쇄골에 주목했지만 남자 애들은 그 가슴만 보는 듯하다. , 무리도 아니지.

 하지만 기분 나쁜 게 하나 있다. 남자 애들이 날 주목한다면 당연히 그 엉덩이 하나밖에 없는데, 시야에 가려서 그 광경을 볼 수 없었다. 봐야지 화를 낸다는가 할 수 있을텐데. 대신 나는 여자 애들이 내게 다가와 내 하얀 살결을 여기저기 꼬집어보고 만지는 걸 참는 걸로 만족했다.

 연림은, 으음. 도대체 발육부진 몸에서 어떤 매력을 느끼는건지는 모르지만, 인터넷으로 소아성애에 대해 조사해 본 결과 귀여운 얼굴과 그 천진난만한 분위기에 빈약한 몸매가 더해져 롤리타를 만드는 모양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 그럼 이제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그 게임은 바로 바나나 보트 게임!”

 교관이 갑자기 외치며 후루라기를 불자 창고에서 다른 교관들이 바나나 보트를 들고 나왔다. 정말로 바나나처럼 생겨먹어서 신기했다. 그 바나나 보트가 수많은 별빛이 일렁이며 흩어지는 수영장 위에 퉁퉁거리며 떨어졌다. 반 애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면 이제 게임을 설명하겠습니다! 이 게임은 바나나 보트 하나당 남자 여섯, 여자 다섯. 이렇게 11명이 올라탑니다. 바나나 보트는 모두 3개로 이 반 인원 수에 딱 맞네요. 이제 각 바나나 보트마다 대장을 정합니다. 대장은 등 뒤 수영복 사이에 깃발을 넣습니다. , 이제 알겠지요? 바로 깃발을 뺏고 살아남는 팀이 이기는 겁니다! 꼭 깃발을 뺏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노로 물을 튀겨 적을 방해해도 되고, 노로 상대 팀원을 밀어서 물에 빠트려도 됩니다! 대신 때리는 건 안 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승리 조건은, 적의 바나나 보트를 뒤집어버리는 겁니다! 그럼 이제 각 팀원을 발표하겠습니다.”

 정말로 기이하다. 첫 번째 팀에는 내가 있고, 두 번째 팀에는 소명이 있고, 세 번째 팀에는 연림이 있다. 반 애들은 이에 착안해서 바나나 보트 팀 이름을 정했다.

 “우리 팀은 오리궁뎅이 팀이다!”

 “그럼 우리 팀은 왕가슴 팀!”

 “우리는 로리 팀이다!”

 다들 파렴치한 성회롱이야! 그 중에서도 마지막은 뭐야? 로리라니? 설마 저렇게 노골적인 성회롱을 할 줄을 몰랐다. 마지막 성회롱의 당사자인 연림은 로리가 뭔지 모르는 모양이라서 다행이다. 하여튼, 성회롱이야! 전부 고소해 버리겠어!

 결국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게임이 시작되고 말았다. 심지어 여자애들도 팀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남자애들이 오리!”하면 여자들이 궁뎅이!” 남자애들이 !”하면 여자들이 가슴!” 하지만 마지막 팀은 너무 노골적이라서 몇몇 변태만 구호를 외칠 뿐이다.

 “!”하며 !”하는 꼴을 보자니 소름이 다 돋는다. 으으, 내 손이 이렇게 구부러져서야 어떻게 깃발을 잡지?

 그런 의문은 뒤로 한 채 나도 모르게 게임에 빠지고 말았다. 팀 이름과 구호의 주인공인 나와 소명은 저절로 팀의 대장이 되어, 연합 전선을 구축해 연림 팀부터 공격했다. 불쌍한 피해자인 연림은 놔두고 다른 애들, 특히 남자애들부터 밀어서 물에 넣어주었다. 그 다음은 여자들이다. 시작한지 1분도 안 돼서 연림 팀은 죽었다. “? 뭐야? 벌써 끝이야? 헤에?”거리며 혼자 바나나 보트에 앉아있는 연림의 꼴이 우습다.

 다음은 치열한 접전이었다. 나는 노를 젓는 대신 그걸로 우리 팀원의 머리를 때리며 사기를 북돋았다. , 세게! , 빨리! , 가깝게! 그렇게 외쳤다. 내가 이 무식한 짓을 멈춘 건 나 때문에 한 여자애가 떨어졌을 때이다. 그러나 이미 전세는 기울었다. 우리 팀은 남자 넷과 나, 소명 팀은 남자 다섯과 여자 셋이 남았다. 이건 가능성이 없다.

 “, 젠장. 포기해야겠네.”

 한숨을 쉬며 말하자 남자애들이 나를 돌아보며 씩 웃었다.

 “이런 지경이 된 건 너 때문이니까 책임을 져야지?”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도 전에 남자 넷이 날 번쩍 들어올렸다. , 오오, 오오오! 뭐야, 이거! 이렇게 뜬 건 아빠가 비행기 태워 준 이후로 오랜만이다! , 떨어져!

 “, 그럼 간다! 눈 꽉 감아! 깃발 잡는 것 잊지 말고.”

 “잠깐 기달.”

 하늘을 날게 되자 말이 멈췄다. 시간이 느려지는 기분이다.

 “! 이건! 대단한 전개! 마지막 도박인가요!”

 교관이 멍청하게 떠드는 소리가 끝나자 어느새 하늘을 날고 있는 나와 보트에 앉아있는 소명의 눈이 마주쳤다. 어쩔 수 없어, 우린 맞부딪힐 운명이야. 그러나 깃발을 가져가야겠어. 눈을 꽉 감자 강한 수압이 느껴졌다. 그리고 물 속으로 들어가더니 곧 멈췄다. 나는 두 손 두 발을 다 휘저으며 떠올랐다. 그리고 승리의 표시인 깃발을 치켜올렸다. 물을 먹어 멍멍한 귀 사이로 반 아이들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이건! 교관 생활 오 년 만에 처음 보는군요! 멋진 작전이 아쉽지만, 대장이 물에 떨어지면 아웃입니다! 그러므로 이 게임은 무승부! 그러나 이 멋진 승부를 보여준 댓가로, 제가 여러분 반에 과자를 쏘겠습니다!”

 쾌거다! 이것이 바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아닐까? 나도 모르게 두 팔을 빙빙 돌리며 환호했다. 크게 웃으며 주변을 둘러보는데 방연이 보였다. 방연도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반바지처럼 생긴 수영복이었다. 내가 관심있는 건 그게 아니다. 그의 표정이다. 방연의 표정은 뭐라 할 수가 없었다. 저건 멍때린다고도 할 수 없고 노려본다고 할 수도 없다. 아무런 것도 그 얼굴에 떠올라있지 않다.

 이런, 안 돼! 지금 여기서 이상한 낌새를 보이면 분위기를 다 망쳐버려. 억지로라도 웃자. 그러고 있으니 한 교관이 지금까지 게임을 진행한 교관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 진행교관의 표정이 미묘하게 움직였다.

 “그럼 이제부터 자유시간입니다! 원래는 한 수영장에 모두 들어갈 예정이었는데, 남녀 따로따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레이디퍼스트로, 남자 분들은 잠시 기다려주세요!”

 교관이 유쾌하게 외쳤지만 그 누구도 레이디퍼스트는 공정하지 못하다며 장난식으로 외치지 못 했다. 여기서 뭐라고 항의하면, 분명 거기에는 방연에 대한 원망도 들어있다. 반 아이들은 방연의 비위를 거슬리고 싶지 않았다.

 이 이상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소명이 주도하여 여자들이 물에 풍덩 풍덩 놀기 시작했다. 남자애들은 반 정도는 불평하며, 반 정도는 방연을 힐끗거리며 물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 부담스러운 눈길을 눈치 챈 방연은 께름칙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왕따당하고 싶지 않고 그 누구도 그를 왕따시키고 싶지 않지만 왕따 가까운 처지가 되어버린 게 조금은 가엽다.

 그의 움츠려진 어깨 뒤로 숙소인 한무관을 넘어 산 위를 덮은 녹음이 보인다. 바람도 안 불고 햇빛이 주구장창 내리쬐니 마치 이끼처럼 보이기도 한다.

 초록색은 사람의 마음을 진정시켜준다는데, 지금은 전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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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고 가요 ^^.
18 이원랑 06/08/09:51
우옷. 빠르당...
1 애니메이트 06/08/10:03
로!!!리!!!<<<퍽
다음편을 꼭 보고야 말겠습니다!! 이미 선작도 해 놨으니까 도망칠 수 없/퍽
18 이원랑 06/09/11:09
!!
다음에도 로리로리한 연림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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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퇴고본 완성! 18 이원랑 12.06.27 2510
23 최종퇴고본 완성! 18 이원랑 12.06.27 2510 0
22 작가후기 18 이원랑 12.06.24 1413 0
21 [에필로그]Good Bye & No, Thank You [6] 18 이원랑 12.06.18 1496 2
20 자아×방황 07 "쓰레기 버리러 가자." [2] 18 이원랑 12.06.17 1369 0
19 자아×방황 06 "실수야!" [2] 18 이원랑 12.06.16 1493 1
18 자아×방황 05 "나 좀 따라올래?" [2] 18 이원랑 12.06.15 1359 1
17 자아×방황 04 "바로 너야!" [2] 18 이원랑 12.06.14 1624 1
16 자아×방황 03 "내가 고작 그런 존재냐고!" [2] 18 이원랑 12.06.13 1644 1
15 자아×방황 02 "엄마." [2] 18 이원랑 12.06.12 1533 1
14 자아×방황 01 "삐로롱!" [2] 18 이원랑 12.06.11 1479 1
13 여자×고백 07 "사랑해, 방연아." [8] 18 이원랑 12.06.10 1318 3
12 여자×고백 06 "너 정말 짜증나!" [2] 18 이원랑 12.06.09 1680 1
11 여자×고백 05 "마지막 도박인가요!" [4] 18 이원랑 12.06.08 1570 2
10 여자×고백 04 "인간을 지키기 위해 태어난 혐오라는 감... [6] 18 이원랑 12.06.07 1562 2
9 여자×고백 03 "걔한테 다가가면 정말로 죽을지도 몰라." [2] 18 이원랑 12.06.06 1614 1
8 여자×고백 02 "정말 너무해" [2] 18 이원랑 12.06.05 1530 2
7 여자×고백 01 "아니야, 알아. 알지만, 알지만." [2] 18 이원랑 12.06.04 1565 1
6 벌레×변신 06 "춥다." [2] 18 이원랑 12.06.02 1631 1
5 벌레×변신 05 "발작을 일으키고있어!" [4] 18 이원랑 12.06.01 1626 0
4 벌레×변신 04 "말했잖아? 우린 진도가 느리다고." [6] 18 이원랑 12.05.31 139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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