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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인플루엔자(완) by 이원랑

갑자기 사람들이 내가 혐오하던 것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혐오하는 사람을 나는 사랑한다. 나를 지탱하던 혐오가 하나둘씩 사라져간다. 혐오를 주제로 묶인 세 단편 연작, 혐오인플루엔자! 많이 사랑해주세요! *본 글은 노블엔진 투고예정작입니다.

[공포]
총 편수 23 / 총 관심작 수 7 / 총 추천수 30 / 총 용량 339.982Kby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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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아×방황 03 "내가 고작 그런 존재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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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이원랑[xkqmfltm]
조회 1596    추천 1   덧글 2    / 2012.06.13 21:06:40

 

 포갠 두 손 안에 물을 가득 받아 내 얼굴을 씻었다. 차가운 물 기운이 부루퉁한 아침의 찜찜함을 날려주었다. 그리고 거울에도 끼얹었다. 이제야 내 얼굴이 잘 보인다. 자연 갈색, 약간만 펌을 해서 끝이 조금 굽은 게 포인트다. 이제 그 머리카락은 물에 젖어 내 눈 앞을 가린다.

 “빌어먹을.”

 왼쪽 입 꼬리가 기이하게 비틀린 걸 보자마자 구역질이 난다. 망할. 저것만으로도 내 입지를 반은 깎아먹었어. 엄마도, 아빠도 내 입 꼬리를 수술해주려고 하지 않고. 젠장. 내가 지금까지 조금씩 모은 돈이 백 만 원 가량. 그건 기타가방 안에다가 몰래 숨겨 놨다. 근데 그 정도 가지고 도대체 언제 수술을 할 수 있을까?

 이게 다 그 자식들 때문이야.

 엄마, 아빠.

 아빠.

 어젯밤의 일이 생각난다.

 “아빠! 엄마는 어디 갔냐고! ?”

 아빠는 귀찮다는 눈길로 날 쳐다보더니 몸을 돌렸다.

 “나는 모르는 일이다.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더 이상 신경 쓰지 마.”

 정말로 화가 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걸 아직도 모르겠어? 당신이란, 아빠라는 작자가 어째서 엄마가 사라졌는데도 이렇게 담담한 거야? ? 사이 안 좋다는 건 인정해도 조금은 당황해야 하지 않아? 근데, 근데, 근데 왜!

 “왜 안 놀라는 거냐고!”

 나는 식탁에 밑에 들어가 있던 의자를 들어 내던졌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나는 벽을 쾅쾅 차고 주먹으로 때리며 울부짖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망나니처럼 구는데도 아빠는 혀를 칫, 차더니 애써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다.

 “알았다, 알았어. 내가 다 잘못했다.”

 원래 평범한 아빠라면 날 때려야 되는 거 아니야? 근데 왜 나한테 사과하는 건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작위적이야.

 이 망할 자식은 나를 어떻게 대해야할지 전부 계산하고 있어.

 “집어 쳐! 내 몸에 손대지 말라고!”

 나는 그대로 아빠를 밀쳐버렸다. 그리고 내 방으로 들어 가버렸다. 들어가서 베개로 내 얼굴을 모조리 감싸고 소리쳤다. 숨이 막혀 고개를 들자 창문에 붙어있는 성모 마리아의 얼굴이 보였다. 마리아여, 당신은 다 보고 있죠? 그럼 말해 봐요.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는지.

 

 “젠장!”

 나는 세숫대야를 내리치고 화장실에서 빠져나왔다. 식탁은 휑하니 비어있다. 아빠는 나를 위한 아침식사, 적어도 계란프라이 하나도 준비 안 했다. , 언제는 안 그랬냐마는. 나는 전기밥솥을 열고 밥을 한 가득 퍼 담았다. 냉장고에서 김치, 연근 같은 반찬을 잔뜩 꺼내 우걱우걱 먹어댔다. 오늘은 중요하고, 힘든 날이 될 터이다.

 엄마를 찾는 날이다.

 식사하며 조용히 계획을 정리했다.

 우선 모든 항공사에 전화를 해봤다. 엄마가 해외로 갔을 수도 있으니까. 대부분 별 의심 안 하고 알려줬다. 최근에 엄마는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 그러면 예약을 했냐고 물었더니, 예약도 없다고 했다. 엄마가 몰래 경비행기를 탈 만큼 부자는 아니라서 이만하면 해외로 나갔을 가능성은 없다.

 그럼 남은 건 국내다. 어디일까?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할머니가 사는 곳이다. 전까지만 해도 시골에서 살다가 이쪽 부천으로 이사를 왔다. 물론 엄마가 그렇게 가까운 곳에 숨었을리는 없지만, 일단 무언가를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엄마가 왜 사라졌는지 실마리는 알 수 있겠지.

 배도 든든하겠다, 나는 평범한 캐주얼을 입고 집을 나섰다.

 

 사자 조형물 입 안에다가 손을 넣으니 초인종이 울렸다. 할머니를 보는 게 얼마만이지? 기억 도 안 난다. 아주 어릴 때 봤거나, 아니면 아예 못 봤거나.

 “누구세요?”

 내가 이름을 말하기도 전에 문부터 열렸다. 뒤에 아기를 매고 있는 여자였다. 30대 중반처럼 보이니 적어도 할머니는 아니다.

 “유강이라고 하는데요.”

 “유강?”

 그 여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강이라고?”

 “김유강. 한효운의 아들입니다.”

 여자의 눈썹이 조금 비틀린 걸 난 놓치지 않았다.

 “시어머니! 시어머니 딸내미의 아들되는 사람이 왔는데요.”

 안쪽에서 쿵쿵대며 누가 뛰어왔다. 거뭇한 피부에 검버섯이 피고 온데 간데 주름이 진 전형적인 할머니였다. 엄마도 늙으면 저렇게 되는 걸까?

 “유강? 유강이라고 했냐?”

 “, 시어머니. 여기.”

 그 여자는 나를 흘겨보며 말했다. 할머니는 퍽이나 감동한 눈빛을 내며 자기의 두 손으로 내 얼굴을 어루만졌다.

 “, 유강아. 정말 너냐? 네 애미가 네가 좀 크니까 전혀 널 보여주려고 하지 않더구나. 난 정말 속이 상하더구나. 그래, 그래. 모처럼 왔으니 안에 와서 소파에 좀 앉아라. 내 과자라도 가져오지.”

 “.”

 나는 적당히 몸을 숙이며 안으로 들어가 소파에 앉았다. 구식적인 텔레비전에서 시시껄렁한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다. 할머니는 곧 과자가 담긴 접시를 들고 오셨다.

 “그래, 그래. 여기는 무슨 일로 왔느냐?”

 이상하다. 할머니의 말투가 너무 밝아. 설마 모르는 건가?

 “할머니, 어제 엄마가 갑자기 사라졌어요. 집에 있는 엄마 물건도 전부 가지고 사라져버렸어요. 우리 아빠도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요. 할머니는 알아요?”

 할머니의 입술이 떨렸다.

 “사라졌다고? 네 애미가?”

 “. 말도 없이.”

 애기를 뒤에 업은 여자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 어머님. 그 분이 항상 말했잖아요? 자기는 도저히 이렇게 살아갈 수가 없다고 말이에요. 그리고 항상 불만뿐이었고. 그러고서는 이제 조금의 배려도 없이 사라진거예요.”

 나는 그 여자를 봤다.

 “항상, 불만이 있었어요?”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 이런 말 해주기는 싫지만, 너를 싫어했던 것 같아.”

 할머니는 안 그래도 흉한 얼굴을 찌푸리며 눈물을 흘렸다.

 “미안하구나, 유강아. 다 내 탓이다. 이게 다 내가 딸내미를 잘못 키운 탓이야. 내 업보의 댓가가 네게 돌아가다니, 정말 미안하구나. 정말 미안해.”

 나는 이빨을 꽉 눌렀다. 고함이 튀어나오려다가 말았다. 미안하다고? 뭐가 미안해? 당신이 왜 울어? 울어야 할 건 나잖아? 언제나 나를 싫어하는 부모를 둔 나의 슬픔이잖아?

 “미안하다.”

 할머니는 내 어깨에 손을 올리려고했다. 기분 나빠져서 뒤로 한 발자국 걸어 그 손을 피했다. 그리고 이 집에서 나가려고했다.

 “미안하구나.”

 “시어머님, 이제 그만해요. 울어서 어쩔 수도 없잖아요?”

 할머니의 울음과 여자의 다그침을 뒤로 하고 문을 닫았다. 쾅 하는 소리가 나고는 아주 조용했다. 나는 엘리베이터를 봤다. 맨 위 층에 있었다. 나는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 문 안 쪽을 바라보았다. 군데 군데 녹이 슬고 네모나며 긴 통이다.

 더러움에 바랜 내 얼굴이 보였다.

 그 얼굴은 무표정이었으나 일그러진 입매 때문에 비웃는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아빠, 엄마가 나를 싫어했대요.”

 나는 밥을 먹고 있는 아빠의 뒤통수에다가 말했다. 부엌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벌써 밤이었다. 아침에 나가서 밤이 되어 집에 돌아올 때까지 바깥을 싸돌아다녀서 매우 지쳤다. 더욱이 가을임에도 더워서 땀이 질척질척했다.

 “그러냐?”

 조금의 몸짓도 없이 그저 밥을 입에 넣으며 말했다.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말았다.

 “그러냐? 그게 뭐에요. 뭐가 그렇게 당연하다는 듯이 말해요, 아빠? 아빠! 엄마가 나를 싫어했다고요! 왜 싫어했냐고요! 내가 한 말에 숨겨진 뜻도 이해 못 해요?”

 아빠는 슬쩍 뒤로 돌아 나를 흘겨봤다.

 “그래, 이해 못 해서 미안하다.”

 “정말로 미안하긴 한 거에요? 그냥 귀찮아서 하는 말 아니고요?”

 “그래.”

 “좋아요.”

 나는 쑤시는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왜 엄마가 날 싫어했는지 뭔가 짐작가는 거 있어요?”

 “글쎄다, 난 잘 모르겠다.”

 “왜 몰라요?”

 아빠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빠도 날 싫어하죠?”

 나는 주먹을 아주 세게 쥐었다.

 “그렇죠?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아빠도 그렇고, 엄마도 그렇고. 둘 다 날 싫어해. 맞죠? 둘 다 날 싫어하니까 이럴 수 있는거야!”

 나는 아빠가 앉아있는 의자 대신 벽을 차기 시작했다.

 “내가 뭘 물어봐도 대답도 안 하고!”

 다시 한 번 찼다.

 “나에 대해 언제나 무관심, 무신경하고!”

 또 한 번 찼다.

 “어째서 날 봐주지 않는 거야!”

 보다 못한 모양인지 아버지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밥 먹는데 좀 조용히 해라!”

 “?”

 믿을 수 없다. 나는 아버지를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아들이 지금 이러고 있는데 아빠라는 작자가 밥이 중요해? ? 나보다 밥이 다 중요하다 그거야? 내가, 내가!”

 나는 아버지의 어깨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내가 고작 그런 존재냐고!”

 아빠는 뒤로 물러서며 내 팔을 쳐냈다. 내 움직임은 멈췄다. 나는 튕겨나간 팔을 보다가 아빠를 올려다보았다. 아빠는 이상한 눈빛으로 날 보고 있었다.

 마치 벌레를 보는 마냥.

 내가 혐오스러워?

 무언가가 볼에 흘러 닦아보니 눈물이었다. 우는 모습만큼은 보이기 싫어 내 방으로 도망쳤다. 문을 쾅 닫고 걸어 잠그고 이불에 누워 배게에 얼굴을 묻었다.

 

 

 사실 엄마는 어떻게 되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나를 어떻게 되든 좋다는 식으로 대하니까, 나도 그 이상으로 대할 마음은 없다. 오히려 부모가 어떻게 자식에게 그럴 수 있는지에 대한 원망감도 더해졌다.

 근데 어째서 이렇게 불안한걸까? 다리가 후들거리는 거에 그치지 않는다. 왼쪽 팔의 근육 안에 심장이 있는 것처럼 퉁퉁 튀어나온다. , , . 그러다가 템포가 빨라지면 퉁퉁퉁. 어떻게 되든 좋다고 생각했어. 그러니 엄마가 사라졌다고 해서 동요할 건 없어.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왜 그럴까. 아아. 그래. 아무리 싫다고 하더라도 내 인생에 있어 큰 부분을 차지했었어. 그 부분이 떨어져나가버리니 이렇게 불안한 거구나. 아니, 그것만 떨어져나간 게 아니야. 조금은 어머니에게 가지고 있었던 희망, 그리고 의문. 그리고 만약이라는 이름의 배신.

 그것들이 모조리 떨어져나가 버렸어.

 내가 디디고 서 있는 지반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금만 간 게 아니라 일부분은 벌써 떨어져나가 버렸다.

 나는 홱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아파트 출입구 계단에 앉아있는 내가 볼 때, 뒤에는 아무도 없다. 어쩌면 계단 위에 있을지도 모르지만 별로 거기까지 신경쓰기는 싫다. 하지만 께름칙한 기분이었어. 기분나쁜 것이 꿈틀거리는 느낌.

  “별 거 아니겠지.”

  “오오옵빠!”

  “우왁!”

 누가 내 등 뒤를 밀었다! 덕분에 앞으로 고꾸라질뻔 했다. 게다가 은근히 힘이 세 가지고 등이 욱신거린다.

 “뭐야?”

 나는 실실 웃고있는 민영을 보자 힘이 풀려버렸다.

 “또 너야?”

 “헤헤! 으응, 뭐야. 오빠. 또 우울한 표정 하고?”

 “.”

 내가 그렇게 보였나? 하긴, 어젯밤 일은 생각도 하기 싫다. 하늘을 올려다보자 햇빛에 눈이 바랜다. 여름도 아닌데 이게 뭐람.

 “또 대답 안 한다. 설마 나 따돌리는 거야?”

 “오늘은 정말 그럴 기분 아니거든.”

 나는 엉덩이를 털며 일어났다.

 “또 어디 가?”

 “글쎄다.”

 나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걷기 시작했다.

 “바보!”

 외침에 놀라 뒤를 보니 민영이 내 반대쪽으로 뛰어갔다.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이다.

 눈이 불편해서 비벼보니 눈곱이 나왔다.

 그럼, 뭐하러 갈까?

 스트레스나 해소하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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