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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인플루엔자(완) by 이원랑

갑자기 사람들이 내가 혐오하던 것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혐오하는 사람을 나는 사랑한다. 나를 지탱하던 혐오가 하나둘씩 사라져간다. 혐오를 주제로 묶인 세 단편 연작, 혐오인플루엔자! 많이 사랑해주세요! *본 글은 노블엔진 투고예정작입니다.

[공포]
총 편수 23 / 총 관심작 수 7 / 총 추천수 30 / 총 용량 339.982Kby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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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아×방황 04 "바로 너야!"
0명 참여 별점
 
  18 이원랑[xkqmfltm]
조회 1581    추천 1   덧글 2    / 2012.06.14 18:58:52

 

 가는 길은 그야말로 혐오의 연속이었다. 혐오스러운 것들이 여기저기에 널려 나를 괴롭게했다. 나는 속으로 그것들을 욕하며 걸어갔다. 조금, 위험한 거 아닐까? 진앙도 나처럼 주변을 혐오스럽게 생각하다가 주변이 벌레로 변했다던데.

 백화점이 보였지만 또 그 역한 화장품 냄새를 맡을 걸 생각하니 꺼려졌다. 그래서 백화점을 돌아가던 도중 소문으로만 듣던 사람을 봤다.

 뻣뻣해보이는 검은 단발을 거꾸로 뒤집은 부채꼴 모양으로 쫙 편 헤어스타일, 하얀 손등과 함께 무릎 밑까지 내려오는 교복 치마를 입은 여자였다.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하연아. 두 번째 괴물 사건에 휘말린 사람.

 소문에 따르면 영윤이라는 사람이 방연을 죽이려하자, 갑자기 연아가 방연의 손을 잡고 도주. 영윤이 쫒아가자 연아의 친구였던 소명이라는 사람도 따라갔다. 다른 아이들은 따라갈 엄두도 못 냈다. 그러고나서 몇 분 뒤, 비명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돌아온 사람은 연아와 소명으로, 방연과 영윤은 없었다고 한다. 나중에 경찰이 와서 수색을 해서 영윤은 찾았지만 방연은 못 찾았다. 이런 걸 보고 방연은 증발했다고 한다.

 연아와 소명이 다시 돌아온 때로 돌아가자면, 그것을 지켜본 사람이 여려명이었다고 한다. 그들 중 한 사람은 연아와 소명 둘 다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연아는 기절했다고 한다. 어떻게 된 일인가? 그 두 명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방연의 시체는 증발했고, 그나마 발견된 영윤의 시체는 자기 손에 쥔 칼을 자기 이마에 박아넣은 상태였다. 왜 그랬을까? 그 와중에 자살을 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러면 누가 했는가? 애초에 방연은 시체도 없으므로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영윤의 칼에는 오직 방연과 영윤의 지문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소명과 연아는 혐의가 없다. 그런데도 이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경찰은 일단 지문만으로 방연이 그랬을 거라고 단정지어버렸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연아는 왜 방연의 손을 잡고 도주했는가?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연아가 방연을 좋아했다고 하는데, 확실한 건 모른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방연같은 괴물을 사랑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소명이 뒤쫒아간 건 자신의 친구가 위험에 처했으니까 당연한 행동이다.

 제일 큰 의문은 비명소리다. 우우우우우, 하며 들렸던 그 비명소리는 비명이라기보다 통곡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왜 통곡했는가? 누가 통곡했나? 영윤이? 그럴리는 없다. 그렇다면 방연이? 사라진 와중에 통곡했다고? 그러면 소명이? 아니면 연아? 사람들은 연아가 기절했다고 했으므로 연아가 통곡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통곡했나? 좋아하던 방연이 사라져서? 그렇다고 단정지을 수도 없다. 수많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건은 어영부영 끝나고 말았다. 경찰이 이 사건에서 손을 떼자 연아네 가족과 소명이네 가족은 함께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버렸다.

 근데 여기없을 연아가 여기에 있다니. 향수라도 느끼는 걸까?

 연아가 나를 흘끗 바라보았다. 단지 흘겨보는 것인데도 위압감이 느껴졌다. 그녀의 눈동자는 많은 것을 담고있었다. 가장 뚜렷하게 보이는 건.

 혐오감.

 나는 눈을 돌리고 다시 갈 길을 갔다. 연아는 외모지상주의적이라고 했다. 그러면 내 비틀어진 입매를 보고 유쾌한 생각이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쩐지 연아라는 사람이 가엾게 느껴진다. 그 사건으로부터 1년이나 지난 지금도 그녀는 방연이 나오는 악몽을 꾸고 있을까?

 “내가 신경쓸 건 아니지.”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하는데 저 건너편의 성민이 보였다. 역시 잔뜩 움츠러든 어깨를 하고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실실 웃음이 나왔다. 저 놈을 가지고 오늘은 적당히, 아니 심할 정도로 가지고 놀아야겠다. 그래야 내 마음 속의 응어리가 풀릴테니.

 일단 놈이 어딘가로 가는 것 같으니 미행해보기로 했다. 그러다가 좋은 기회가 오면 놀래키는 거지. 당황할 놈의 모습만 봐도 정말 즐겁다.

 “어라.”

 놈은 갑자기 어떤 건물로 들어가버렸다. 뭐야, 하며 그 건물을 올려다봤다. 간판도 몇 개 없으면서 크기만 큰 건물이다. 왜 저런데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따라들어가봤다. 녀석은 계단을 통해 위로 올라갔다. 나는 놈이 한 층을 올라가면 살며시 놈의 발목을 보며 한 계단씩 올라갔다.

 덜컹, 하며 내가 발이 걸린 바람에 담배를 넣어두던 캔이 쓰러졌다. 이 조용한 곳에서는 꽤 큰 소리였지만 성민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 듯하다. 그냥 계속 걸어갔으니까. 녀석은 최고층까지 올라갔다. 이상하다. 최고층에는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나도 최고층까지 올라왔다. 문 밖으로는 깜깜한 어둠에 숨은 대리석 바닥이 보였다. 나는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몇 발자국 걸어가자 목소리가 들렸다.

 “나를 따라왔지?”

 성민의 목소리가 들리며 쾅 하고 문이 닫혔다. 성민이 문을 잠그는 소리가 똑, 하며 대리석 바닥을 울렸다. 나는 일부러 빈정대는 투로 말했다.

 “뭐야. 알고 있었어?”

 “그래. 건너편에 있었던 너를 보자마자 날 따라올 거라고 생각했거든.”

 “의외인데. 너같이 둔감한 놈이 알아챌 거라고는 말이야.”

 나는 숨 죽여 킥킥댔다. 그런데 놈은 평소와 달랐다. 원래대로라면 내 독설에 위축될텐데, 지금은 오히려 가슴을 피고 있다. 더욱 이상한 건 등에 매고있던 가방을 벗고 무언가를 꺼내고 있단 것이다.

 “뭐 하냐?”

 “재밌는 게 있어.”

 놈은 뭔가를 꺼내며 나를 향해 씩 웃었다.

 “네가 보면 깜짝놀랄 거.”

 “뭔데?”

 “글쎄다?”

 놈은 계속 히죽이죽 웃다가 손에 든 것을 내게 보였다.

 “작곡 공모전?”

 그런 것도 있었나, 생각하다가 그 밑에 적힌 것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대상?”

 나도 모르게 그 종이를 붙잡고 말았다.

 “작곡 공모전 대상 수상이라고? 네가?”

 “그래.”

 성민은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최우수상이라는 소리지.”

 성민의 얼굴에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자신감이 어려있었다.

 믿을 수 없어. 성민은, 성민은 이런 놈이 아니야. 성민은 그저 유약한 놈일 뿐이야. 그저 항상 어깨가 움츠리는 겁쟁이야. 친구라고는 하나도 없는 외톨이야. 혐오스러울 정도로 공부를 못하는 바보야. 국어시간에 교과서를 읽어보라면 그것 하나 못 해서 더듬는 멍청이야. 체육시간에는 단 한 번도 제대로 못하는 둔탱이야.

 그런데, 그런데. 이럴 수는 없어. 이건 거짓말이야.

 “있을 수 없어!”

 나는 소리 지르며 그 종이를 북북 찢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소용없어. 내게는 한 장 더 있거든. 게다가 그걸 찢는다고 해서 내가 최우수상을 받지 않았다는 건 아니니까.”

 성민은 눈을 부라리며 나를 봤다.

 “난 네게 할 말이 있어. 지금까지는 자신감이 없었지. 네가 보던 것처럼 나도 내가 한심하다고, 잘 하는 건 그 무엇도 없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자신감이 없었지. 그래서 네게 하고 싶었던 말도 할 수 없었어. 하지만, 이제는 할 수 있어.”

 그 자식은 내 몸을 밀쳤다.

 “넌 애송이야!”

 뭐? 애송이? 애송이라고. 성민이, 나보고 애송이라고?

 “왜 그래? 엄청 놀란 표정인데. 맞아. 나에대한 고정관념이 깨져서 지금 혼란스러운 거겠지? ? 하지만 난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야! 넌 항상 모순적이었어. 넌 나보고 친구라고는 하나도 없는 놈이라고 말했지! 잘 하는 건 하나도 없다고! 그 누구도 나를 높게 평가해주지 않는다고! 나는 관심 받지 못하는 놈이라고!”

 성민은 잠시 멈추고 다시 말했다.

 “하지만 그건 너잖아? 안 그래? 너야말로 그렇잖아! 너도 나처럼 친구가 하나도 없어! 너도 잘 하는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안 그래? 학교 공부를 좀 잘 한다고? 웃기지 마! 아무리 학교공부를 잘한다고 해봤자, 네가 가지고 있는 실력은 그 학문의 최고 경지에 비하면 하잘 것 없어! 수박 겉핡기랑 다를 게 없다고! 그러면서 네가 공부를 잘 한다고 멋대로 착각하는건, 네 주변에 있는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뿐이야. 전 세계와 비교해보면 넌 끝자락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야. 이렇게 되면, 넌 잘 하는 게 하나도 없어. 친구도 못 사귀고, 네 부모와도 관계가 나쁘고, 근거 없는 자긍감에, 온통 남을 깔보는 데서 오는 즐거움. 넌 그 즐거움 만으로 살아가는 역겨운 놈이야! 생각해 봐! 도대체 누가 널 사랑하는지!”

 다리가 떨려서 그만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성민은 그런 내 위로 올라와 내 멱살을 부여잡았다. 그리고 외쳤다.

 “우리 학교에는 두 명의 괴물이 있다고 했어! 진앙과 방연! 그리고 세 번째 괴물은 바로 너!”

 놈은 검지로 날 가리켰다.

 “바로 너야!”

 ……주제에.

 주제에, 주제에, 주제에.

 네 주제에!

 “괴물이라고.”

 나는 손을 뻗어 성민의 목을 잡았다.

 “하지 마!”

 나는 괴성을 지르며 성민을 밀었다. 내가 한 번 세게 밀자 녀석은 뒤로 밀려났다. 난 그 사이에 잽싸게 일어나서 더 강하게 밀었다. 내가 무서운 속도로 밀어내자 녀석은 엉성한 뒷걸음질을 하다가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난 그런 녀석 위에 올라타 계속 목을 졸랐다.

 “네놈은 그럴 수 없어, 그럴 수 없다고!”

 녀석은 켁켁대며 몸을 이리저리 뒤틀었지만 내 힘을 꺾을 수는 없다.

 “네가, 네가 그럴 리가 없어. , 너는. 넌 단순한 멍청이야! 내가 깔보는 그런, 그 정도밖에 안 되는 놈이라고! 근데, 근데! 네가 내 멱살을 잡아? 낼 삿대질 해? 나보고, 나보고 괴물이라고? 웃기지 마!” 목이 졸리면서도 성민은 킥킥 대기 시작했다.

 “왜 그, ! 그래? 무섭냐? 무서워?” 놈은 지금까지 본 적 없었던 모멸감을 그 눈동자에 가득 담았다.

 “네가 나보다 못하다는 게?”

 “닥쳐!”

 나는 녀석의 목을 더 세게 부여잡으며 앞 뒤로 흔들어 녀석의 대가리를 땅바닥에 박고 박고 박고 떼어내며 또 박고 피가 터져나올 때까지 박아댔다.

 “닥쳐! 닥쳐! 닥쳐! 닥쳐! 닥쳐! 이런 것따위, 난 인정 못 해!”

 나는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지금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항상 반에서 겉돌며 괴롭힘 당하는 널 봤어.

 언제나 학교 뒤쪽에 가면 양아치 녀석들에게 손과 다리를 벌벌 떨며 돈을 주는 널 봤어.

 학교에서 아이들이 놀리거나 하면 반항하지 못하고 울음만 터뜨리는 널 봤어.

 급식 시간만 되면 무력하게 자신의 몫을 빼앗기는 널 봤어.

 선생님에게 꾸중을 들으면 그저 입 다물고 어깨만 움츠리는 널 봤어.

 시험 날 은근슬쩍 네 책상 위를 보면 작대기만 그어진 네 시험지를 봤어.

 그런 주제에 뭔가 해보겠다고 만날 독서실을 들락거리는 널 봤어.

 근데 작곡이라고? 작곡에서 성공을 거두었다고? 거짓말이야!

 넌 하찮은 놈이야, 넌 보잘것없는 놈이야, 넌 질 낮은 놈이야.

 그리고 나는 네 초등학교, 중학교 졸업식날 부모님이 안 와서 혼자 외롭게 서 있는 널 봤어!

 아니.

 그건 나야.

 나는 지금까지 딱히 괴롭힘을 당한 건 아니지만, 항상 그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 했어.

 나는 학교에서 애들이 나랑 놀려고하면 항상 냉담하게 거절했어.

 급식 시간만 되면 아무도 내 옆에 앉아주지 않았어.

 선생님에게 꾸중을 들을 때마다 비틀린 입매 때문에 곤욕을 치렀지.

 시험 날 내 시험지는 언제나 동그라미, 그러나 설문지에 지금 행복하냐는 질문에는 언제나 작대기가 그어진 내가 있었어.

 그런 주제에 언제나 남들을 깔보기만했어.

 나는 뭐지?

 난 하찮은 놈이야, 남 보잘것없는 놈이야, 난 질 낮은 놈이야.

 그리고 초등학교 졸업식에도, 중학교 졸업식에도, 엄마랑 아빠는 한 번도 와주지 않았어.

 그래서 나는 항상 멍청하지만 그런 졸업식날 만은, 엄마와 아빠 품에 안겨 함박웃음을 터뜨리는 널 봤어.

 난 네가 부러웠어.

 그래서 네가 널 괴롭혔던걸까.

 언젠가부터 멈춰 있었던 내 두 손에 눈물이 떨어진다.

 “성민아?”

 나는 녀석의 몸을 흔들어봤다. 반응이 없다. 녀석의 눈은 부릅 뜬 채로 멈췄다. 텅 비었으면서도 강렬한 그 눈은 날 노려보고 있다.

 “죽은거야?”

 소용없어. 죽었어. 나 때문에.

 몸을 멈추고 주변에 소리가 나는지 귀를 기울였다.

 계단의 문도 다 닫았으니까 건물 내부로 소리가 새어나가지는 않았을 거야. 문제는 건물 바깥이다. 소리가 나갔을지도 모른다.

 좋은 방법이 하나 생각났다.

 나는 성민의 눈을 감겨주고 질질 끌었다. 꽤나 무거웠다. 역시 아무것도 안 들어온 층이어도 화장실은 있었다. 난 그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천장의 환풍구를 열었다. 이러고보니 그 옛날의 화이트데이라는 게임이라도 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 문제는 성민을 저 위에다가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지 고심하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조선시대 관군들의 갑옷은 한지로 만들었다고 한다. 아무리 얇은 종이도 수없이 겹치면 강해진다. 그래서 한지로 관군들의 갑옷을 만들었지. 나는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 모두 들어가서 두루마리 휴지를 전부 꺼내왔다. 일단 한 두루마리로 성민의 두 손을 묶고 묶고 돌리고 돌리고 또 묶고. 한 두루마리를 다 쓰면 또 다른 두루마리를 썼다. 휴지를 겹치고 겹치고 겹치고 꼬고 돌리고 하다보니 무슨 줄다리기 줄이라도 된 느낌이다. 몇 십분이나 걸린 지루한 작업이었지만 그 시간동안 아무도 이 위에 올라오지 않았다는 걸 확인했다.

 “됐어.”

 이제 내가 저 환풍기에 올라가야 한다는 게 문제다. 나는 뭔가 있을까, 싶어 성민의 가방을 다 털어봤다. 도움이 될 만한 건 하나도 없었다. 대신 나는 남는 휴지까지 전부 동원해서 성민의 손을 묶은 휴지 동아줄을 내 허리에도 동여맸다.

 “그럼.”

 높이 뛰어올라 환풍구 안에 손을 집어넣으려고 했지만 마음처럼 잘 안 된다. 빌어먹을, 한시라도 빨리 넣어야 하는데. 키도 큰 편인데, 이 정도도 못해서 이 시체를 들키고 만다는 건 너무 한심한 이야기다.

 “빌어먹을!”

 나는 간신히 환풍구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성민의 무게까지 합쳐졌지만 나는 온 힘을 발휘해서 나 자신과 성민을 끌어올렸다. 저절로 이빨이 꽉 닫히며 목 졸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겨우 허리까지 환풍구 안에 넣고 몸을 눕혔다. 이제 됐다. 나는 반대편에다가 발을 걸쳤다. , 네모난 통로에 겨우 들어왔다.

 “힘들어 죽겠네.”

 나는 엉금엉금 기어서 환풍구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됐다 싶을 때 몸을 뒤로 돌려 환풍구 천장을 보게 했다. 그리고 허리로 이어진 줄을 잡아 끌어당겼다. 근육이 저릿거리는 느낌이지만 멈출 수 없다. 결국 성민까지 끌어올리긴 했지만 죽는 줄 알았다. 나는 허리에 감은 휴지 줄을 풀고 숨을 몰아쉈다.

 됐다, 이걸로 오랫동안 성민의 시체는 숨겨질 것이다. 성민의 부모가 성민이 사라진 걸 눈치챌 때까지도 시간이 있고, 경찰이 이 사건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고, 찾는 데도 시간이 걸릴테고, 성민의 실종과 이 건물을 연관짓는데도 시간이 걸릴 것이며 시체를 찾는데도 시간이 걸릴테다. 시체만 찾으면 지문으로 내가 했다는 걸 금방 알아챌테지만.

 운이 좋으면 평생 숨길수도 있다. 이 건물에 가게가 안 들어온 채 몇 년 동안 쭉 그대로라면. 대신 가게가 들어온다고해서 사람이 많아지거나, 혹여나 철거라도 한다면 들킬 것이다.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그거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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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본격적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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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이원랑  lv 18 46.5263157895% / 17984 글 5888 | 댓글 17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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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과 검, 묶고 자르고, 콜로세움 23편
혐오인플루엔자(완) 2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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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6/14/11:17
저 반엔 들지 말아야지. 어휴 ㅜ.ㅜ

잘보고 가요~!
18 이원랑 06/15/07:05
그들이 다니는 학교는 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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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벌레×변신 05 "발작을 일으키고있어!" [4] 18 이원랑 12.06.01 1586 0
4 벌레×변신 04 "말했잖아? 우린 진도가 느리다고." [6] 18 이원랑 12.05.31 135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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