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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망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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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온점[ghdwnsdl3]
조회 1704    추천 6   덧글 12    / 2012.07.03 15:15:11

 지윤은 학교 운동장 끝의 페인트칠이 잔뜩 벗겨진 벤치에 있었다. 눈물은 보이지 않았지만, 눈 주위가 빨개서 조금만 관찰하면 울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바보 같아. 도대체 나 뭐 하는 거야.’
 또 눈물이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지윤은 고개를 위로 젖혔다. 무슨 일만 있으면 금세 울려고 하는 자신이 조금 싫었다.
 ‘배신당했다고 생각해봤자, 배신당했다고 느낄 사이도 아니면서…….’
 무슨 일인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착각이었다고 믿고 싶었다. 최소한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해도 본인이 사과하며 잘못했다고 빌면 그냥 용서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혁의 태도는 생각과는 달랐다.
 부정할 거라곤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게 뭐가 문제야’라는 느낌의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다.
 그 반응으로 혁과 자신의 관계가 ‘뭘 하든 아무 상관없는 사이’라고 결정되는 것 같아서, 지윤은 가슴이 지끈거렸다. 지금까지 고민한 것도 모두 의미 없게 느껴졌다.
 혁에게 있어서 자신은 그냥 부실에서만 간혹 만나는 친구일 뿐이었다.
 “그,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중학생은 아니잖아! 어째서 그런 아이랑 그런 짓을 하는 거야! 완전 어린애랑, 그런 털도 안 났을 것 같은 어린애랑!”
 점점 우울해지는 기분을 어떻게든 하려고 지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그리고 허무해져서 다시 벤치에 주저앉았다. 그냥 질투하는 것 같았다.
 ‘혁, 몰랐는데 그런 취향인 걸까. 아무리 그래도 현실에서 그건 범죄잖아. 분명 잘못하다간 아침 뉴스에 나오는 취향이잖아, 그런 건…….’
 지윤은 혁의 취향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분명 몇 년 뒤, 아니 내일이라도 체포되어서 9시 뉴스와 포털사이트의 대문을 장식하는 혁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렇게 되는 것을 자신이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 해야 할까, 어떻게든 그럴듯한 명분을 떠올려내는 자신이 한심해서 한숨이 나왔다.
 벌써 혁이랑 알고 지낸지가 3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솔직해지지 못한다. 항상 어떻게든 그럴듯한 핑계를 지어낸다. 그러니까 이러는 거라면서, 자기 자신에게조차 거짓말을 한다.
 “……흐읏.”
 억지로 삼켜왔던 눈물이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아져 지윤은 무릎을 끌어안고 몸을 숙였다. 
 하지만 참지 못하고 결국 울어버렸다. 약한 소리 내면서 훌쩍거렸다.
 그렇게 자신이 참을 수 없이 싫어졌을 때,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늦은 시간에 왜 벤치에서 그러고 있어? 집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지윤이 무릎에 파묻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분명 지금 얼굴이 엉망진창일 거라고 생각하며 바라본 곳에는 꽤 익숙한, 조용한 인상의 문학 선생님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별로, 아무것도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마……”
 꾸루루룩.
 너무나도 타이밍 좋게, 지윤의 배에서 소리가 났다. 차갑게 거절하고 가려던 지윤의 얼굴이 화악 붉어졌다. 다른 의미로 울 것 같아졌다.
 문학 선생님은 웃음을 참기 위해 흠흠 헛기침을 한 다음, 뭐라도 먹으러 가자며 지윤에게 손을 내밀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시내의 떡볶이 포장마차 앞에 지윤과 문학 선생님이 서 있었다.
 지윤은 난처한 듯 볼을 긁적였고 문학 선생님은 어떤 조합으로 시킬지 위쪽에 붙은 메뉴판을 보며 고민하고 있었다.
 “튀김 좋아해? 음, 만두도 넣을까.”
 “저기, 안 사주셔도 괜찮은데…….”
 “배고픈 학생을 그냥 지나치는 건 교육자로써 옳지 못해. 신경 안 써도 괜찮아.”
 지윤의 거부에 문학 선생님이 고개를 휘휘 저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떡볶이 국물을 잔뜩 얹은 적당한 크기로 잘린 튀김과 만두가 나왔다. 분명 맛있어 보였지만 왠지 먹으면 패배한 기분이 들 것 같아서 지윤은 이쑤시개를 든 채 망설였다.
 “저기…….”
 “아, 네, 네? 왜요?”
 “침 흐르고 있어.”
 “읏?! 이, 이건 배고픈 게 아니라……! 으윽, 돼, 됐어요! 잘 먹겠습니다!”
 결국에는 패배한 지윤이었다. 오늘은 정신이 없어서 저녁은 물론 점심도 안 먹어서 엄청 배고팠다. 분하지만 튀김은 맛있었다. 너무 맛있어서 완패한 기분이었다.
 “맛있게 먹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 배고프면 뭘 먹어도 맛있지?”
 “벼, 별로 배고프거나 한 거 아니에요. 그냥 튀김을 좋아하니까 맛있게 먹는 것일 뿐이니까.”
 말하고 나니 바보 같은 소리인 것 같아 지윤이 쪽팔린 듯 고개를 숙였다. 정말 어째서 이렇게 된 거냐고 작게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 남아서 뭘 하고 있던 거야? 집에 무슨 일이라도 있어?”
 “……아무래도 상관없잖아요. 그러는 선생님이야말로 퇴근 안 하고 있었으면서.”
 “수업이 일찍 끝나서 양호실에서 자다 보니 그만. 요새 잠을 제대로 못 자서 피곤해.”
 문학 선생님이 멋쩍어하며 대답했다. 이미지에 비해 안 어울리는 짓을 한다고 지윤은 생각했다. 사실 지금 이렇게 데리고 와서 먹을 것을 사준다는 행위도 평소 문학 선생님의 이미지와는 동떨어진 것이었다.
 “의외로 착하네요. 문학 선생님.”
 “그거, 그냥 보기엔 착할 것 같지 않은 인상이라는 소리 아니야?”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그게…….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문학 선생님은 피식 웃으며 농담이었다고 한 뒤 튀김을 우물우물 먹었다. 정장 차려입은 모습으로 그러는 모습은 어딘가 언밸런스해서 재밌었다.
 “어쨌든, 왜 늦은 시간까지 그러고 있던 거야? 알려줬으면 해.”
 “……별로 아무 일도 없었어요.”
 “아무 일도 없는데 이 시간에 거기에 앉아서 울고 있을 리가 없잖아? 다른 사람에게 말하나 그런 짓은 안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지윤은 대답하지 않고 종이컵에 오뎅 국물을 받아서 문학 선생님에게 내밀었다.
 “아, 고마워. 마침 조금 매웠는데.”
 “아무튼, 아무 일도 없었어요.”
 이성 관계에 대한 문제라든지 그런 걸 어른에게 상담한다니, 죽어도 싫었다. 분명 다 안다는 태도로 나오면서 되도 않은 충고를 하며 만족해할 것이 뻔했다. 경험담이다.
 “흠. 무슨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혼자 울 정도면 꽤 큰일인 것 같은데. 선생님을 위해서라도 말해줄 수 없을까.”
 “……선생님을 위해서라니, 무슨 소리에요?”
 지윤이 되묻자 문학 선생님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그게, 요새 자살하는 학생이라든지 뭐 그런 게 잔뜩 있잖아? 그런 걸 볼 때마다 선생님은 누군가 그 아이들의 사정 같은 걸 들어줬다면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하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선생님은 아이들이 뭔가 힘들어하는 기색이 있다면 꼭 이야기를 들어주자고 결심했어. 뭐, 우리 학교는 평화로운 편이라 그런 아이들은 거의 없었지만……. 아무튼, 그렇게 되었으니 이야기가 듣고 싶다…… 고나 할까. 대충 이래.”
 “……저, 별로 뛰어내리거나 할 생각은 없는데요.”
 “그래도 들어두고 싶어. 그냥 넘어가면 찝찝할 것 같아. 선생님의 꿈에 나올지도 모른다고?”
 할 말을 다 한 문학 선생님이 좀 전에 지윤이 따라준 오뎅 국물에 입을 가져갔다. 그리고 아뜨뜨하고 허둥지둥했다.
 ‘보기와는 달리, 꽤 괜찮은 사람이구나. 문학 선생님. 덜렁대지만.’
 지윤이 오뎅 국물을 후후 불어서 식히는 문학 선생님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리고 이 정도라면 한 번 정도는 말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저녁도 얻어먹었고, 그럼 말할게요. 부끄럽지만.”
 “후우, 후우. 아, 말해주는 거야? 믿어주니 기쁘네. 그래서 무슨 일이 있던 거야?”
 지윤은 한숨을 내쉬고 문학 선생님에게 며칠 전에 일어났던 일을 이야기했다.



 “……이성 문제였을 줄은 몰랐는데. 이거 예상 외로 조금 두근두근.”
 “어디가 두근거려요? 정말. 기껏 이야기했더니.”
 “아, 미안. 그래도 현역 고등학생의 연애상담이라니 뭔가 엄청 설레어서……. 선생님, 옛날부터 이런 거 해주는 게 꿈이었어!”
 문학 선생님이 눈을 반짝이며 소리쳤다. 지윤은 역시 괜히 말했다고 생각하며 으으 신음했다. 먹을 거에 낚여서 경솔한 짓을 해버렸다.
 “그러니까 이야기를 다시 정리하면, 옛날부터 좋아했던 애가 있는데 최근 그 애가 어떤 불여우 같은 여자애랑 모텔에 들어가는 것을 봐버렸고, 본인에게 따지니까 오히려 생색을 내더라는 이야기인 거지. 음, 과연. 그거라면 우울해질 법도 하네.”
 “그,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지 마요! 주변에 사람도 있는데!”
 일단 너무 상세하게 말하거나 했다간 누구인지 알아버릴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지윤은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가능한 간결하게 문학 선생님에게 설명했다.
 그런고로, 문학 선생님은 그 같이 간 불여우 같은 여자애가 자신을 말하는 것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지윤 또한 문학 선생님이 그 때의 그 여자애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조금 비슷하지 않은가 싶기도 했지만,  상식적으로 선생님이 세일러복을 입고 제자와 모텔에 간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었습니다.
 “어쨌든, 처음에는 잘못했다고 빌면 그냥 참아줄 생각이었는데……. 인정도 하지 않고 오히려 왜 그렇게 그러냐는 태도로 나올 줄은 몰랐어요. 거기서 정말 나랑 걔는 아무 사이도 아닌 거란 생각이 들어서 엄청 우울해졌고요. 바보 같은 녀석이.”
 “그렇구나. 그거라면 확실히 좀 열 받을 것 같네. 그런데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문학 선생님이 잠시 뜸을 들이고 말했다.
 “진짜 착각이었다든지, 정말 아무것도 안 했다든지 같은 경우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모텔에 그렇게 둘이서 나오는데, 그건 좀 아니잖아요. 빼도 박도 못하죠.”
 지윤이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문학 선생님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의외로 정말로 아무 짓도 안 하는 경우도 많이 있으니까 말이야. 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무튼 섣불리 판단하는 건 좋지 못해. 의외로 복잡한 사정이 얽혀있을 가능성도 있고. 평소에 그 애는 어떤 분위기였어?”
 “어떤 분위기냐고 하면……. 음,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거기에만 집중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하나만 바라보면 주변의 다른 건 전혀 신경도 안 쓰는 바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런 녀석인데요.” 
 “그래? 내가 아는 사람이랑 조금 비슷하네. 어쨌든 너는 그 애에게서 좋은 부분을 잔뜩 발견해서 좋다고 생각하게 된 거잖아? 그러니까 좀 더 믿어도 괜찮다고 생각해. 만약 정말 그런 가볍고 뻔뻔한 남자라면 그 때부턴 그냥 연을 끊어버려. 단호하게 정리해버려!”
 문학 선생님이 지윤을 삿대질하며 기세 좋게 소리쳤다. 지윤은 문학 선생님은 이런 화제 진짜 좋아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확실히 혁이 그런 짓을 할 거라곤 잘 상상되지 않긴 하지만……. 그래도 잘 모르겠네요. 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응? 자, 잠깐. 좀 전에 혁이라고 했어?”
 “네. 혁…… 아, 실수. 그, 아니에요!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지윤이 당황해서 손을 휘휘 저으며 부정했다. 이랬다가 괜히 문학 선생님이 혁에게 뭐라고 한다든지 하면 다음에 고개를 들고 혁을 만날 수 없다. 큰 실수를 해버렸다.
 ‘……위험. 이거 위험해. 그랬던 건가, 이거 위험해……!’
 한편 문학 선생님도 대위기. 지윤이 말하던 그 애가 설마 혁이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게다가 어쩌다 보니 이런 상담까지 받아버린 상태. 일이 너무 꼬여서 뭘 어떻게 풀어야 할지 상상도 안 갔다.
 어색한 침묵 속에 있던 지윤과 문학 선생님은 두 번째로 추가 주문한 튀김이 바닥나는 것을 끝으로 헤어졌다.
 ‘……좋아. 앞으로 혁의 뒷조사를 해보겠어. 진짜인지 아닌지는 내 눈으로 확인한다!’
 ‘위험해, 이거 위험해. 엄청 위험해! 혁과 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해……!’
 그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실’을 겨루는 싸움이, 지금 시작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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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곤하다! 방학인데 오히려 학기중보다 텐션이 떨어진 기분. 힘내자 ㅠ



ghdwnsdl3 님에 의해 2012.07.03 03:15 에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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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7/03/03:33
문학선생님ㅋㅋㅋㅋㅋㅋㅋ 털도 안난 중학생이라니.....

이번편은 지윤이가 지윤지윤하네요 ㅋ
25 온점 07/03/10:56
제일 연장자면서 로리 담당이라는 기묘한 문학 선생님..
지윤이 지윤지윤!
0 07/03/05:11
뭔가 대사가 좀 오래 끌면서 착각으로 인한 개그도 몇 번 쳐주구 피차 아무것도 모르는 사이의 기싸움도 해주구 그래야되는데 너무 금방 끝났긔 ㅇㅅㅇ-3 고려고구려 해주세요
25 온점 07/03/08:42
신라신라할거에여 흥
9 MerSU 07/03/10:09
지윤과 ♡문학 선생님♡의 데스노트도 울고 갈 두뇌 싸움의 시작!!
25 온점 07/03/10:53
항상 정성들여 하트를 넣는 모습에 감동을 받곤 해요...
86 산바람 07/05/11:29
드디어 시작된 혁이를 둘러싼 두뇌 싸움! 하지만 그 싸움의 행방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부, 부장! 당신이 어떻게...!"
25 온점 07/05/11:45
는 다음 편의 부장(..)
10 영모군 07/05/06:24
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 .. 우오오오! 불타오른다!!
25 온점 07/05/06:29
저, 저도 불타도록 하겠습니다! 열심히 써야지!
0 07/14/05:14
의외로 드라마가...!
25 온점 07/14/05:15
이제 기승전결의 전이니, 슬슬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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