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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B-Luv by B-Luv

단편입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 모아봤습니다. 온갖 실험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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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해당할 가정부를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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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B-Luv[minhee413]
조회 1212    추천 0   덧글 0    / 2012.08.07 12:38:42
 살다보면, 어느 순간에 '울컥' 하고 찾아오는 감정이 있다.
 남들은 모르겠지. 나는 이 거대한 도시의 구석진 곳에 거대한 집 속에 살아가는 쓰레기 같은 남자다. 누군가는 말한다. 나는 역사를 바꿀 만한 거대한 힘을 가진 부호라고, 그게 아니면 인류 역사상 전무 후무한 재산을 지녔을 지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그러나 나는 그때의 기억을 잃었다. 지금은 세계 어딘가에 여기저기 퍼져 있을 나의 돈들이 각기 알아서 썩어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비밀이지만. 나는 새로운 이름을 지었고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길 원한다. 과거의 나를 잊기 위해서.

 사실은 그게 또 그렇지도 않다. 나는 누구도 나를 불러주길 원하지 않는다. 이 드넓은 집엔 나뿐이다. 누구도 나를 찾아주길 원하지 않는다. 나는 상처 입었는가? 그렇지 않다. 지쳤는가? 그렇지 않다. 나는 왜 이러는가? 모른다. 해서 혼자이기 때문에 행복한가? 그렇지 않다.

 나는 너무나도 외롭다. 세상엔 고통 뿐이다. 고통을 덜어내기 위해서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달려도 고통은 계속 내 앞에 서있다. 그래, 어느 가수가 말했던가? 태양처럼. 태양을 따라서 지평선을 죽어라고 달려도 나는 같은 시간을 살아 갈 수 없다. 전에는 내가 태양 보다 빠르다고 생각했고 나는 시간을 거스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게 아니었다.

 동화속 이야기처럼 이 세상은 미친듯이 달려야 제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숨이 끊어진 것 처럼 이 집 속에 틀어 박혀 있다. 왜 나는 고통 받는가. 참을 수 없다. 나만 고통 받는가? 열받아 미칠 것 같다. 숨쉬기 어려운 분노가 찾아 온다.

 "살인."

 살인. 비 인륜의 극치. 인간 쓰레기로 가는 직행버스다. 그 동안 새삼스럽게 살인을 저질러 왔던 내가 또 무슨 충동으로 이렇게 살인을 저지르려고 하는가? 예전의 살인과는 다르다. TV에서 나오는 범죄자들이 세상에 불만을 갖고 살인을 저지르는 것을 그저 방관만 하던 예전의 살인과는 다르다. 정말로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영역을 나는 개척하려고 한다.

 누군가를 죽이면 나는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누군가를 죽이면 나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가? 굉장히 참을 수 없는 충동이 밀려온다. 사실 이런 저런 말 붙일 것 없이 아주아주 아주아주 저열한 감정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짜증나 돌아버리겠다는 소리다. 너무나도 짜증나서 누군가를 죽여버리면 속이 후련해질까 하는 말이다.

 좋아, 이제 이유가 어찌 됬든 좋다. 누구라도 죽이자.
 나는 철저하게 계획을 짜기로 했다. 하지만 초장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이 집에서 나가기 싫다. 이 집에는 아무도 없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을 만나려면 나가야 한다는 소리다. 약 2년간 다른 어떤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내 나이 22. 빠른 속도로 성장을 마친 후 나는 여기에 잠들어 있다. 다른 누군가를 만나는건 역시 두렵다. 이젠.

 나는 용기를 냈다. 살인에 필요한 용기를 조금 나눈 것이다. 작은 A4 용지에 '살해당할 가정부를 구합니다.' 라고 썼다.

 "이런 미친 짓을."
 
 하고 다시 살해당할에 가로 세로로 줄을 쫙쫙 쳤다. 이정도면 안보이겠지. 그나저나 혼잣말이 늘었군. 나는 집의 육중한 철문을 열었다. 그리고 좌우를 살폈다.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다. 좋군. 나는  A4를 붙였다. 테이프를 조금 붙였다. 

 "이 정도면 된건가."

 종이가 바람에 휘날린다. 나는 종이가 뜯어질 것을 염려해 편집증 환자 처럼 테이프를 좍좍 뜯어서 종이를 벽에 붙였다. 이 정도면 핵폭탄이 떨어져도 안전할 거야. 라는건 오바고 아주 그냥 테이프로 코팅을 한 것 마냥 걸레처럼 누덕 누덕 붙어있다.

 "좋군. 좋아."
 "저기요."
 "흐아악!"

 누군가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굉장히 가녀린 손이다.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어린애 였다. 몇살 즈음? 약 14살쯤 되는거 같다. 하지만 이건 내 짐작이고 사실은 더 어려 보인다. 
 소녀의 앳된 얼굴을 하고 있지만 너무나 순결해 보이고 너무나 아름답다. 그렇기 때문에 죽인다면 정말로 나는 행복해 질지 모른다. 그녀는 순수해 보이는 하얀 치마와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뺨을 도톰하고 부드러워 보였으며 얼굴에 심지어 점 같은 것도 없는 말 그대로 티 없는 얼굴이다. 눈은 크고 맑았으며 코는 오똑 서있었다. 긴 생머리는 빛을 받아 반짝 거렸다. 나는 일찍이 만났던 수많은 여자 중 에서도 이런 아름다움을 지닌 여자는 본 적이 없다.
 
 "초…초등학생?"

 초등학생일지도 모르는 여자애를 상대로 말을 더듬었다. 이런, 내가 생각해도 바보 같다. 역시 너무 오래 동안 사람을 보지 못했나 보다.

 "중학생 이에요. 그보다 저 여기서 일해도 될까요?"
 "학교는? 그보다 일 할 줄은 알아?"
 "이미 졸업했어요."
 
 아무리 봐도 중학교를 졸업한 아이처럼 보이진 않는다. 그리고 일 할 줄 아느냐 마느냐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죽일 생각이니까. 그리고 학교를 다닐 것 같은데 안다닌 다는 건 이 애가 조금 문제 있는 아이라는 것이다. 죽여도 잘 모를지 모른다.
 내 물음에 소녀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그 미소에 나도 모르게 같이 미소 지어버렸다. 안되지 살해당할 녀석에게 정을 줄 필요는 없다. 나는 바로 표정을 굳혔다.
 
 "뭐, 좋아. 사실 누구든 상관 없다. 일 하고 싶으면 들어와."
 "감사합니다."

 그녀는 내 뒤를 쫄래 쫄래 따라 들어 왔다. 지금 보니까 커다란 캐리어를 들고 있다. 가출이라도 한 것일까? 신경 쓰지 말자. 나는 그녀를 죽일 뿐이다. 내가 나중에 사회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건 나중에 생각해야 하는 일이다. 어쩌면 안 받을 수도 있고.
 문에서 집까지 걸어가는 데도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렸다. 

 "집이 굉장히 크네요?"
 "쓸데 없이 크지."
 "이 집에 사람들이 많이 살 것 같아요."
 
 그녀는 조용히 말했지만 이 집이 흥미로운듯 종알 종알 거렸다. 곧 죽을 놈이 말이 많군. 어떻게 죽일까? 천천히 칼집을 내서 피를 흘려 쇼크사? 아니면 묶은 후에 끝에서 부터 조금씩 조금씩 토막 낼까? 아니면 바늘로 이곳 저곳을 찔러 죽일까? 이제야 말하는 것이지만 편히 죽여줄 생각은 없다. 그녀가 고통에 몸부림 치면서 눈물을 흘리며 나를 저주하는 것이 몹시 보고 싶다. 그래야 내가 살인을 해야만 하는 이유를 알게 될 것 같다.

 "아니, 이제는 나 혼자 살아."
 "왜요?"
 "글쎄다 그걸 내가 알면 이러고 있을 리도 없지."

 작은 소녀는 납득 했는지 끄덕 였다. 캐리어 바퀴가 바닥에 부딫혀 도르르륵 하는 소리가 난다. 시끄럽다.
 
 "그거 이리 줘, 내가 들어 줄 테니까."
 "예? 그, 그렇지만 이런 일을 하기 위해서 제가 고용 된건데."
 "아직 제대로 고용 안했잖아? 그러니까 지금 이라면 들어 줄 수 있어. 가방 이리 내."
 "예, 예에."

 미안하고 멋쩍은 듯 헤헤 하고 웃으면서 가방을 줬다. 나는 가방을 힘줘서 번쩍 들었다. 그러나 왠걸? 너무나 가볍다. 마치 속이 텅텅 비어있는 것처럼. 내가 '아'하고 입을 열었지만 바로 입을 닫았다. 어차피 안다고 해도 곧 내게 죽일 놈이다. 계획만 완료 된다면 가장 고통스럽고, 슬프게 죽여주지.

 "이름이 뭐에요?"
 "무정."

 나의 새로운 이름을 알려줬다. 

 "무정이라니, 이름이 쓸쓸하네요."
 "네가 신경쓸 필요는 없어."

 처음으로 누군가 나의 새로운 이름을 불러줬다. 이제서야 정말로 과거의 나와는 단절된 느낌이 든다. 나는 이런 걸 원했던 것인가?
 
 "제 이름은 사랑이에요."
 "어린애 같은 이름이다."
 "흥, 너무하시네요."

 나는 이름을 기억했다. 그리고 소녀의 얼굴도 기억했다. 곧 나에게 살해 당할 사람이기 때문에 연민을 느꼈기 때문인가, 나는 절대로 잊지 않아야 한다는 기분이 든다. 그녀와 나는 다시 한동안 말없이 걸었다. 그녀는 내 뒤에 있기 때문에 잘 몰랐지만 이곳 저곳을 두리번 거리며 걸었던 모양이다. 나는 단 한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으니까 장담 할 수 없지만.

 "연못에 물고기들이 죽어있네요?"
 "음, 관리를 안했더니 한마리씩 죽어가더라고, 썩은 냄새 나니까 근처에 가지마."
 
 이 작은 소녀도 죽으면 이 곳에 묻어야 겠다. 이런 무서운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왠지 기특해서 속으로 쿡쿡대며 웃었다. 이런, 나 정말 또라이 같잖아. 그래서 또 웃었다.
 30분쯤 길을 따라 이리저리 걸으며 집으로 들어왔다.

 "뭔가 계약서를 써야 하나요?"
 
 아, 그렇지. 하지만 안해도 괜찮겠다. 준비도 안했고.

 "아니, 귀찮으니까 관두자. 걱정마. 난 돈이 많으니까 꼬박꼬박 너에게 급료를 줄 수 있다. 설마 내가 돈을 떼먹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걱정마세요. 그렇게 생각안해요."
 
 작은 소녀는 활짝 웃었다. 이런 성격의 사람이라면 굳이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에게 살해당할 것 같은 놈이다. 그렇다면, 내가 죽여도 상관 없겠지? 나는 그녀가 고통스러워 하며 눈물과 피를 짜내는 상상을 하며 전율했다. 그리 기분 나쁜 상상이 아니다. 적어도 그녀의 마지막 순간에는 내가 강하게 기억 될 수 있겠지. 그것도 영원히.

 "그래, 이걸 입어라."
 "이쁜데요? 만화속에나 나올 법한 옷이네요."
 
 소녀는 기뻐하며 입었다. 물론, 만화속에서나 나올 법한 메이드 복이다. 왜 이런걸 갖고 있느냐 라고 말하면 그저 취미 였다고 해두자. 그저 만들기만 할뿐 누구에게 주지는 못했지만 왠지 이 녀석이라면 좋다고 입어줄 것 같이 멍청해 보인다. 후후, 곧 죽을 줄도 모르고 기뻐 날 뛰는 꼴이라니. 아, 이런 쓰레기 같은 나에게 만세! …사실 변태라고 생각하지 않는게 다행인가.

 "좋아요, 그럼 무슨 일 부터 시작할까요?"
 "아, 청소부터 해줘."
 "알겠습니다."
 
 소녀에게 청소기와 걸레가 있는 곳을 알려준 후에 나는 아무 방이나 들어갔다. 역시, 소파를 배치되어 있다. 전에 이 방에 온적이 있었던가. 책이 먼지가 쌓인채 탁자위에 놓여 있다. 적당한 책을 집어 들고 소파에 누웠다. 역시 최근에 온적이 있었나 보다. 소파에 먼지가 없다는 말은 내가 누웠다는 말이다. 그나저나 이 백치녀를 어떻게 죽인다? 목을 졸라 죽이는 상상을 한다. 왠지 흥분되는 비명을 지르는 소녀를 상상한다. 바늘로 찌르는 상상을 한다. 그녀는 아파하며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살려 달라면서 비명을 지른다. 세게 묶은 줄이 그녀의 하얀 살을 파고 들어가서 붉게 물들인다. 그녀는 나로부터 도망치지만 결국 나에게 잡혀 다시 고통을 받다가 살해 당한다. 어느 상상이든 유쾌하다. 빨리 밤이 되어서 그녀를 죽였으면. 그녀의 눈물이 보고 싶다.






 "하아암, 잠이 들었던 건가."

 시간을 보니까 저녁시간이 한참을 지나있다. 약9시쯤. 그러니까 5시간을 잤다는 말이다. 그 소녀,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그래, 사랑은 여태 뭘하고 있지? 벌써 일을 때려 쳤을리는 없고. 여태 청소라도 하는 건가? 저녁은? 저녁은 먹이고 잠시 안정을 찾은 후에 반전처럼 죽이는게 좋겠지?

 나는 문을 열었다. 좁은 복도에 난 창문과 나뭇잎 사이로 달빛이 새어들어온다. 그래, 공포영화속의 한 장면이 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울음 소리가 들려온다. 사랑인가? 나는 미로처럼 얽힌 복도를 걸어가 울음 소리가 닿는 곳까지 걸어갔다. 그녀는 빗자루를 쥐고 바닥에 주저 앉아 울고 있었다. 

 "왜 징징 짜고 난리야, 밤중에. 무섭게 스리."
 
 나를 발견하고서 빗자루도 팽개치고 냅다 달려와 안겼다. 청소긴 어따 갖다 버린거야?

 "무서웠다구요, 불을 어떻게 키는지도 모르겠고 길은 복잡하고 사람은 없이 고요하고."

 아무래도 내가 생각하는 가정부로써는 능력이 부족할지도 모르겠다. 좀 어둡긴 해도 집이 복잡해봤자 그게 그건데, 뭐 설계하는 사람에게 집이 질리지 않도록 다소 어지럽게 설계해달라고 하긴 했었다고 한다. 이 집을 내가 지은게 아니라서 모르겠지만.

 "그래, 그래, 알았다."

 나는 작은 소녀의 등을 쓰다듬고 부엌으로 데려갔다. 의자에 잠시 앉혀 두고 내가 밥을 짓기 시작했다. 가만있자, 왜 내가 밥을 하고 있지. 라고 생각했지만 습관이란 무서운 것이고 이미 밥이 완성되어 가고 있다. 까짓거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곧 죽일사람 한테 밥도 못해주겠냐. 

 소녀는 배가 고팠는지 빠른 속도로 먹어 치웠다.

 "…너무 맛있어요."

 눈을 반짝 반짝 빛내며 내게 말했다. 혼자 살다보니 이런 저런 시도를 했다. 창고에 수많은 재료가 보관 되어있지만 어쩌다가 필요한 재료는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집안 깊숙히 재료들을 공수해준다. '헬기'로……. 처음엔 내가 생각해도 바보 같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꽤 무감각 하다. 사람을 직접 만나느니 이게 좋다.

 "정말 요리 잘하시네요, 후후 저도 요리 하면 자신이 있는데."
 
 그녀는 정말로 행복한듯 웃으면서 나에게 말했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살려둘까… 그래야 죽일때 더 흥분 될 것 같다.

 "오늘은 적당한 곳에 들어가서 자둬, 먼지가 쌓여 있을 지도 모르지만. 내일은 방을 하나 정하지."

 살아있다면 내일 이 녀석은 거대한 자기 방을 만끽 할 수 있겠지. 나는 제2 식당이라고 써있는 식당을 나와서 옆방문을 열었다. 그 녀석은 더 먹고 싶었는지 고민하다가 찔끔찔끔 나와서 식당 에서 고개만 내밀고 나를 쳐다본다.

 "난 곧 잘거니까, 너도 알아서 잘자라."
 "안녕히 주무세요."

 소파에 앉아 노란 불을 키고 근처에 널브러져 있던 책을 하나 주워들어 읽었다. 전에 읽은 기억이 나는데 자세히는 모르겠다. 처음 부터 다시 읽었다. 벽 너머로 와장창 하고 깨지는 소리가 난다. 소녀의 소리도 난다.
 
 "이 이걸 어떡하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볼에 따뜻한 무언가가 타고 흐르는 촉감에 눈을 떴다. 내 가슴이 무언가에 짓눌려 답답하다. 어둠속에서 나는 차차 사물을 구별 할 수 있었다. 사랑이다. 그녀는 내 가슴팍 위에 올라가며 눈물을 흘리며 울고 있다. 무슨일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꿈일까. 이건 꿈일까.

 "죽여주세요."

 대답하지 않았다.

 "살해당할 가정부를 구하신다고 했잖아요?"

 역시 보였던 것일까. 더 박박 지웠어야 했나. 아니 이렇게 직접 나에게 살해당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찾아왔으니 결과적으로 다행일까. 소녀는 날이 선 작은 칼을 양손으로 쥐고 있다. 그녀는 눈물을 마구 흘리면서 말했다.

 "이상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살해당했으면 좋겠어요. 이런 충동. 정말 참을 수 없어요. 저 이상하죠?"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죽여 주세요."

 마음 속 무언가가 울컥하고 끓어 올랐다. 나는 벌떡 일어나서 그녀를 침대위에 눕히고 눌렀다. 워낙에 작은 몸이다 보니 그리 힘이 들지 않았다. 그래, 이제 이 소녀를 죽일 순간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소녀의 하얀 살을 쓰다듬었다. 손이 점점 아래서 부터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손이 얼굴로 올라왔다.

 찰싹.

 하는 소리, 내가, 나도 모르게 소녀의 뺨을 후려 쳤다. 왜 그랬을까? 목을 졸라서 높은 음의 비명과 신음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 하얗고 가녀린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보아야 했다. 나는 이 소녀가 고통에 몸부림 치면서 나를 원망하는 눈물을 보고 싶었던게 아닌가? 이 소녀의 모든 것을 심지어 생명까지 내가 가지고 싶었던게 아닌가?

 "졸리군, 난 잘거니까 너도 잠이나 자둬. 시간이 나면 죽여주지. 네 눈물은 그때 흘려야해. 나를 위해서 흘려야 하니까 아껴둬. 기억해라. 네 목숨도 눈물도 이젠 내꺼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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