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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과 검, 묶고 자르고, 콜로세움 by 이원랑

능력을 지우기 위해 능력을 쓴다.

[잔혹 이능배]
총 편수 23 / 총 관심작 수 6 / 총 추천수 51 / 총 용량 284.986Kby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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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이원랑[xkqmfltm]
조회 1492    추천 2   덧글 4    / 2012.08.14 16:33:20

 한 여자가 산꼭대기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MetallicaMaster Of Puppets이다.

 황소의 달음박질같은 서두가 카라멜 마끼아또처럼 생긴 하늘을 가른다.

 노래의 웅장한 날카로움과 안 어울리게 여자는 키가 작았다. 160cm를 간신히 넘었다. 하지만 키만 안 어울릴 뿐, 나머지는 헤비메탈에 미치도록 어울렸다. 왼쪽으로 삐죽삐죽 뻗치도록 쓸어넘긴 강렬한 검은 단발머리스타일, 유황보다 짙은 다크서클과 눈썹과 속눈썹이 감싸는 초록색의 눈동자, 그리고 하얀 피부가 놀라운 흑백대비를 이뤘다. 게다가 그 열광적인 록스타일에 미치도록 어울리는 미모를 가졌다.

 퇴폐적인 느낌의 눈동자에 빛이 나고, 어두운 보랏빛 입술이 열리자 노래가 시작됐다. 대단한 실력은 그렇다쳐도, 절대로 가만히 서서 노래를 부르지않았다. 마치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힘을 주체할 수 없는 듯했다. 머리를 위아래로 까딱까딱 흔들 때마다 해골귀걸이가 찰랑거렸다. 이리저리 움직일때는 이상하리만큼 주머니가 많이 달린 라이더 재킷이 휘날렸다. 그리고 어떨 때는 등을 한껏 구부려 검고 윤기나며 체인이 달린 바지를 본 채 노래했다. 단순히 소리지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노래는 훌륭했다.

 “Master! Master!”

 유하민은 록의 신으로부터 빙의된 것처럼 심취한 채 고개를 치켜올렸다. 왼 귀 옆에 용문신이 당장이라도 승천할 것처럼 꾸물거렸다. 잘 보면 목 근육이 경련하는 것이다. 또한 은색 십자가 목걸이가 우쭐댔다. 보통 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컸다.

 하민은 계속해서 말의 편자 모양을 닮은 기타를 쳤다. 너무 작은 입술이 찢어지는 건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노래했다.

 드디어 후반부이다. 헌데 그녀의 마음 속에 불안감이 깃들었다.

 이번엔 될까?

 그리고 아름다운 기타솔로가 시작되려는 순간, 손목이 꺾였다.

 “아욱!”

 하민은 무릎꿇은 채 손목을 문질렀다.

 “씹할, 이런 개좆같은!”

 내뱉는 욕마저 헤비메탈스럽다.

 하민은 눈물을 찔끔흘렸다. 젠장, 며칠 전에 했을 때는 기타 솔로에서 3초는 버틸 수 있었어. 근데 이제는 들어가는 것조차 못한다고? 망할, 망할 놈의 후폭풍같으니!

 능력 자체는 소유자가 원하던 것,

 그러나 후폭풍은 소유자가 능력을 지우도록 만드는 것.

 한참동안 손목을 매만지니 그나마 낫다. 하민은 입술을 최대한 일그러뜨린 채 자신의 바이크로 갔다. 지옥의 늑대를 박제한 후, 텅 빈 안에다가 기계덩어리를 우겨넣은 것처럼 생겨먹은 바이크였다. 하민은 신경질을 내며 바이크 옆에 달린 기타가방에다가 기타를 넣었다. 잘 본다면, 이 바이크도 하민의 라이더재킷처럼 이상하리만큼 주머니가 많이 달렸다. 아주 큰 주머니도 달려있다.

 하민은 바이크 위에 앉고 시동을 걸었다. 지금 막 출발하려던 순간, 석양을 충분히 감상하지 않고 떠나는 게 아까워졌다. 그래서 그녀는 안그래도 왼쪽으로 뻗친 머리를 더 넘기며 석양을 감상했다. 이러고보니, 고국의 동해바다에서 자매끼리 함께 본 석양이 생각났다. 태양이 바닷물결 위에서 빨간 탑으로 변한 풍경. 조개탕 냄새하며 자글자글한 모래사장 깊숙이 찔러넣은 발바닥. 그리고 하민이 항상 보살펴줬던 여동생.

 이제 다시는 그곳에 갈 수 없다. 조국으로부터 국적을 박탈당한 것은 둘째쳐도 말이다.

 또한 여동생과 함께 갈 일도 없을 것이다. 왜냐면 그녀는 이미.

 하민은 크디큰 십자가 목걸이를 반으로 쪼개서 열었다. 그 안에는 자매끼리 찍은 사진이 들어있었다. 어쩜 이리 자매면서도 안 닮았을까?

 갑자기 하민은 얼굴을 구기며 소리질렀다.

 “나때문에!”

 하민은 십자가를 콱 닫고 발진했다.

 늑대가 메마른 땅을 질주한다.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 싶더니, 아니었다. 그저 하얀 롱원피스를 입은 여자일 뿐이었다. 시체더미같은 폐허를 넘을 때마다 원피스가 하늘하늘거렸다. 너무 길어서 도망치는 데는 어려워보인다. 손에는 접은 우산이 들려있었는데, 역시 하얀색이었다.

 그러나 머리카락은 기이했다.

 으깨진 송충이 피 색깔을 지닌 장발이다.

 여자가 뛰어지나간 고철더미 위로 험상궂게 생긴 남자 네 다섯이 나타났다. 모두들 손에 총을 들고 있었는데, 어쩐지 쓸 생각이 없어보인다. 맨 앞에 선 남자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얀 원피스자락이 보였다.

 “저기다! 잡아!”

 남자의 목소리를 들은 여자는 혀를 차며 더 속도를 높였다. 그런데 갑자기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망할 놈들이 바로 뒤에 있다. 빨리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폐허에서 일어나는 건 평지보다 조금 더 버거웠다. 일어나려고 하는데 잽싸게 달려온 남자가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까슬까슬한 털의 감촉이 느껴졌다. 기분 나빴다.

 “.”

 여자는 한마디 했다. 그리고 히죽거리며 웃는 남자의 눈을 우산촉으로 찔렀다. 보통 우산처럼 뭉툭하지않고 아주 날카롭다. 당연하다. 칼날을 박았으니까. 남자는 피 흐르는 눈을 부여잡으며 비명을 질렀다. 여자는 그 사이에 일어나 다시 달렸다. 적당히 파손된 빌딩이 보였다.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났다. 손가락 모양으로 박살난 건물.

 “, 여기였구나.”

 감상에 젖을 시간도 없다. 여자는 빌딩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계속해서 정신없이 돌고, 가로지르고, 옆으로 틀고, 곧바로 직진을 쉼없이 반복했다. 그렇게 도달한 곳은 출구가 아니라 가로막힌 벽이었다. 여자는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벽을 올려다봤다.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뒤를 보니 뗏국물이 흐르는 남자들이 서있다. 모두 음흉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봐, 아가씨? 훔쳐간 건 돌려주셔야지?”

 여자는 품 속에서 통조림 하나를 꺼냈다. 그냥 평범한 복숭아 통조림이다. 호출한 공급이 너무 늦어서 훔쳤는데, 운 나쁘게 걸리고 말았다. 여자는 통조림을 땅에 던졌다. 통조림은 굴러갔다. 이윽고 남자의 손에 닿았다.

 “아주 착하군.”

 여자가 말했다.

 “그럼 이제 가주시지? 훔쳐간 건 돌려줬으니까.”

그 말에 남자 몇몇이 낄낄댔다. 복숭아 통조림은 가방에 넣은 남자가 응수했다.

 “그것보다 아가씨, 참 곱상하게도 생겼어.”

 남자들이 총을 들고 여자를 겨냥했다.

 “거기서 한 번 옷 벗고 춤이나 춰 봐. 혹시 우리가 적당히 해줄지도 모르잖아?”

 여자는 한숨을 쉬며 품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남자 한 명이 여자가 품 속에서 뭔가를 집는 거라고 직감했다. 생각 하기 전에 입이 먼저 움직였다.

 “수류탄!”

 그 말에 반응한 남자들이 일제히 총을 갈겨댔다. 마치 굵고 윤기나는 실이 연결된 것처럼 보이는 연사가 계속되었다. 안그래도 먼지가 잔뜩 앉은 폐허라서 흙먼지가 장난이 아니었다. 남자들은 콜록거리며 눈 앞을 휘저었다.

 “젠장, 아까워죽겠네.”

 아까워 죽겠다면, 착각이다.

 앞의 아까워는 빼는 게 좋을 것이다.

 여자는 멀쩡히 서 있다. 아까와 다른 게 있다면 쫙 펼친 우산이 그녀의 앞을 막고있다는 것 정도.

 그녀를 가리기에 우산은 너무컸다.

 남자가 경악하며 외쳤다.

 “검투사!”

 총알이 곰보처럼 박힌 벽 앞에 선 여자의 눈이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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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밍 좋게 끝느라 이번 화는 좀 분량이 적네요.

다음은 이것보다 좀 더 많을 겁니다~

그러면, 새로운 그룹의 두 명(하민, 소하)의 전투가 다음 화에 나옵니다

기대해주세요~!



태그
18 이원랑  lv 18 46.5263157895% / 17984 글 5888 | 댓글 17859  
TABRIS▷천령▷에르노▷이원랑
월오탱:Erno
롤:4번빠따이호성
확밀아:에르노

끈과 검, 묶고 자르고, 콜로세움 23편
혐오인플루엔자(완) 2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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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
9 MerSU 08/14/06:29
검투사!
18 이원랑 08/15/06:35
으아니 검투사라니!
9 석영 08/14/09:16
롺꺼. 욕이 찰집니다 ㅋㅋ
18 이원랑 08/15/06:35
조금 망설였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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