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작 완결작

검색결과

아이크 빛과 어둠의 검사
연화홍란 전생을 했지만...
카미도 혼란스러운 거리
redbead 환생 뒤 전(前...
카미즈블러드 라그나로크 극
컨알 하얀 악마
카이테미요 천명을 힐러였...
Leafy 암흑면
AlwaysLaugh 설령, 당신이 ...
실버나라 나만 판타지 ...
wani [단편] Black ...
lyan15 검은 천사
rlight 지나가던 선비
갓카 내 모니터 속...
로드드라콘 구마록(驅魔錄)
보닝 신같은 포지션...
정상인임ㅎ 대마왕이 가출...
NAMIA 신이 죽은 세...
엽토군 블로그
부르프 낮으로 걸어오...
air05 하루아침에 마...
라쿠카라챠 츤데레 여친과...
잉여포돌이 Re:
9A 금경을 삼킨 용
살많은빼빼로 자유의 날개
노아카미 Heal Up
살많은빼빼로 억압의 사슬
요리코 이세계 소환! ...
적색소음 나는 결국, 아...
봄날상어 우리들의 일상...
호떡 밖으로 나가면...
건달프 After Memories
사가 성불사
노가리 미래에서 미래...
똑같은매일 강철 심장의 고동
승다르크 카르페 디엠
멘카로건 Let Us [Rise ...
살많은빼빼로 Life with dead
랑이초록 지구스토리: ...
joseu 생판 몰랐던 ...
쥐며느리 머그속 그녀의...
살많은빼빼로 학생의 반란
초록만두 창밖으로 뛰어...
joseu 생미부
박사능 흉터 새기는 남자
주렁이 이세계 직업에...
멜렌나 노 네임-제미니-
Enivia 하나뿐인 여동생
pwins 용사의 은퇴시기
호치 사랑하는 나의...
레드트리 반인반요
갓카 단편 모음
오얏 고코미의 모험
책갈피 오늘의 꽃을 ...
코노미카 우리 동아리에...
불닭 해골과 소년의...
서호란 살아간다는 것은.
이동규 마왕 따위 되...
이동규 죽음이 사는 숲
비익연리 나와 그녀의 ...
JG광합성 호텔! 마왕성!
레크리셔 빨간 망토 소...
Nehru CRISHA[크리샤]
별티끌 누리끼리
뚜뚜루 나의 작은 기사님
카샬 이제는 너무나...
갓카 Nostalgia
밤바다 이런 나지만 ...
즈잔 황폐한 땅의 ...
도토리x 망할 유령들 ...
두희 나와 호랑이님
나하린 프로 조연과 ...
pakpa 제목미정
9959 운명의 돌: 멈...
yooil 내 소꿉친구는...
리츠카 페퍼민트 카페인
샌니마 저, 오늘부로 ...
김리토 레스즈
1ron 나와 요정의 ...
미호 라노벨에 사용...
칠흑의카밀레 소인 세계에서...
HAlt 환생한 대주술사
깽깽이 이세계의 블랙...
xiix 암살법사
BLAZE ???
엘그나 정상 위에 소...
연역 롤플레잉!
W더블 진홍의 히스토...
형칠이22 팀 파이브 엔젤스
즐거운나날 신님은 우리들...
pe0000 이세계 용사와...
카사토리00 메이드 여동생...
피토휘 여동생과 나 ...
tg가로수 평소대로 살았...
라케리안 모형정원
실크라운 쿨데레X츤데레...
이부프로펜 이 동아리 뭔...
칠흑의대마왕 도적은 왕에게...
세하 Dreamland Online
강화중 주인공의 친구...
원치않는 행운과 달콤한 불행(完) by 에어피트

행복한 사람에게는 행운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행운이 있다고 해서 항상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모든 것은 시각의 차이.

[신전기]
총 편수 25 / 총 관심작 수 6 / 총 추천수 5 / 총 용량 556.171Kbytes
관련글
  실패투성이의 결말 (1)
0명 참여 별점
 
  16 에어피트[btydntjddls]
조회 1261    추천 0   덧글 0    / 2012.10.13 22:07:28

 

원점 회귀(포츈 제로섬) 계획의 목적이라는 것은 무척 단순했다. 불행한 이에게는 행운을, 과욕을 부리는 이에게는 약탈을, 모든 이에게는 평등을. 하지만 이런 단순명쾌한 이념과 달리 실제 계획을 시행하는 데에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을 필요로 했다. 천문학적인 인력과 기술력, 자본이 들어간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애초에 그들이 대상으로 삼은 건, 간섭 불가능한 현상에 억지로 규칙을 만들고 체계를 세우려 한 거니까.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대상을 손쉽게 수집하거나, 나누어주거나, 빼앗거나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본래라면 사상누각과 같은, 탁상공론밖에 되지 않는 이 계획은 조용히 사라져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계획이 현실감을 띄게 된 것은 두 명의 인간이 협력을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개념적, 정신적 물체를 현실세계의 규칙과 체계로 끌어내린 세기의 천재 교수.
그리고 행운(포츈)이라는 존재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고 끌어당기는, 저주받은 소녀.

 

두 사람의 참여는 최고의 행운이기도 하면서, 최악의 불운의 시작이기도 했다.


그 두 사람의 첫 만남이다.

 

 

“나는 이번 원점회귀(포츈 제로섬) 계획의 총 책임자인 수 교수야.”

 

 

차미가 수 교수라는 사람과 만난 건 그 해 초 1월의 일이었다. 뒤쪽 세계에서 온갖 기묘한 사건 사고를 겪으면서 사람을 판단하는 안목을 키운 차미는, 어째서인지 쉽사리 수 교수에 대해 파악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쪽 세계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추고 있을 가식, 위선, 혹은 거짓됨이 수 교수에게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잘 부탁드립니다.”

 

 

고개를 꾸벅 숙이고, 차미는 잘 부탁한다는 의미로 악수를 청하였다. 하지만 그녀의 오른 손은 수 교수 옆의 한 소년에 의해 곧바로 여지없이 찰싹 소리를 내며 내쳐졌다.

 

 

“어디 감히 너 따위가…….”

 

 

또 이런 취급인가, 하고 차미는 체념하듯 한숨을 쉬었다. 항상 있는 일인지라 이제는 그러려니 했다. 행운독식(포츈 이터)의 이명이 유명해 진 이후부터는 늘 괴물 취급에, 핵폐기물 수준의 위험인자 취급이었다.

 

 

“무슨 짓이야? 처음 만나자마자 버릇없게!”

 

 

정말 의외였던 것은, 수 교수가 자신을 감싸고 그 소년에게 큰 소리를 친 것이었다. 이미 차미의 사전 프로필을 읽어봤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무 거리낌 없이 수 교수는 차미의 오른 손을 양손으로 꼭 쥐었다.

 

 

“수 교수님, 하지만 그 녀석은 저주받은 질병 같은 녀석인데…….”
“사람을 앞에 두고 저주받았다느니, 질병이라는 소리 하지 마. 사사로운 점 가지고 그런 식으로 사람을 무시하거나 멸시하거나 하면 안 돼.”

 

 

태어나서 처음 받은 순수한 호의였다고 차미는 생각했다. 두려움이나 경멸 없이 손을 내밀어 준 그 상냥함과 호의는 차미에게 있어 수치가 맞지 않는 거추장스러운 예복을 입은 것 마냥 어색하고 불편하기만 했다.

 

 

 

“잘 부탁할게 차미야. 모두를 행복하게 하기 위한 이 계획에 동참해줘서 정말 고마워. 앞으로 잘 부탁해.”

 

 

활짝 웃는 그 미소는 절대 뒤쪽 세계의 더러움이 묻은 것 같지 않았다. 들었던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게 무척 앳되어 보이는 사람이었으며, 들었던 프로필과는 어울리지 않게 무척 따뜻한 사람이었다.

 

 

 

“차미, 이제부터 신체검사 받으러 가니? 잘 다녀와.”
“어, 차미 혹시 배 안 고파? 사과 깎아놨는데 좀 먹을래?”
“차미 너 피곤해 보이는데 안 쉬어도 괜찮겠어? 몸이라도 상하면 어쩌려고…….”

 

 

항상 이런 식이었다. 그 폐공장에서 스쳐 지나갈 때마다 수 교수는 항상 차미에게 말을 걸어주었다. 먼저 인사해 주고, 간식거리를 챙겨주고, 걱정해주고……. 수교수의 기묘한 태도는 늘 차미를 혼란스럽게 했다. 지금껏 차미가 봐왔던 뒤쪽 세계의 인간들은 업무와 무관하다면 정을 나누기는커녕 눈빛조차 타인과 주고받지 않는 기계 같은 인간들이 전부였다. 그런데 스스로 나서서, 심지어 위험인자 취급받는 실험체인 차미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경우는 처음 보았다. 먼저 말을 꺼내지는 않았지만, 나름 차미도 성실하게 수 교수의 말에 답했다. 수 교수가 싫은 건 아니었다. 오히려 좋아하는 편에 가까웠을 것이다. 감정이 마모되어버린 차미는 드물게도 한 가지 의문을 떠올렸다. 저렇게 밝고 눈부신 인간이 어쩌다 이쪽 일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는지.

 

 

 

본격적인 계획 시행 이전의 어느 날이었다.

 

 

“이번 원점회귀(포츈 제로섬) 계획의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지하 17층의 넓은 공간. 그곳에 빼곡하게 앉은 청중들은 박수도, 호응도 하지 않았다. 수 교수는 그런 냉랭한 반응을 신경 쓰지 않고 무덤덤하게 브리핑을 시작했다.

 

 

“우선 확실히 명시해 두겠습니다. 이제부터 저희가 시작할 이 계획은, ‘행운의 평준화’를 그 목적으로 합니다.”

 

 

세상은 불행에 차 있다.
다양한 사연을, 슬픔을, 고통을, 비극을, 고뇌를, 절망을, 눈물을, 마이너스를, 불완전을, 한계를 가진 수많은 불행들로.
세상에 정의와, 평등과, 질서와, 균형과, 온정과, 희망과, 신이 있다면 절대로 그럴 리가 없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넘칠 정도로, 지나칠 정도로, 방탕할 정도로, 탐욕스러울 정도로 행운을 누리는 이들이 있으니까.
균형이 맞을 리가 없다. 부익부 빈익빈, 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쪽으로 극심하게 기울어져버린 저울은 쓰러질 수밖에 없다.
불행해진 이들은 이유도, 영문도, 가해자도 모른 채 자신의 행운을 빼앗긴 것이다.
행복한 이들도 이유도, 영문도, 피해자도 모른 채 타인의 행운을 빼앗은 것이다.

 

자각은 없을 것이다. 빼앗은 이나, 빼앗긴 이나.

 

하지만 자각이 없다면 그것으로 괜찮다.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다. 행운을 빼앗아간 이들에게서 다시 빼앗아 오면 된다.
그렇게 빼앗아 온 행운을, 행운을 빼앗긴 이들에게 다시 되돌려주면 된다.
그러면 아무 문제도 없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새에,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다.
모두가 함께 행운이 넘치는 삶을 살 수는 없지만, 적어도 누구 하나 불합리할 정도로 불행한 삶을 살지 않아도 된다.
그것이야말로 모두의 평등이자 모두의 행복을 만드는 길이다.

 

 

 

“행운의 평준화를 위해서 저희가 갖추어야 할 조건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비 실재 물질인 ‘포츈’을 현실의 물리법칙으로 이해하고 분석할 수단과, 직접적으로 포츈에 접촉 및 간섭할 수 있는 존재.”

 

 

그저 수 교수의 말을 듣고만 있던 이들의 시선이 일순 차미에게 쏠렸다.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전자의 경우 이전 저의 개인 연구팀들이 앞서 포츈을 탐지 및 해석하는 실험에 성공한 바 이 계획에서 그 실험에 사용된 첨단 기기를 이용한 해석을 이용하도록 하였습니다. 후자의 경우는, 이번 실험의 협력자인 차미 양의 특수한 체질을 통해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들의 시선은 관심이나 흥미보다는 주로 경멸어린 시선이 대부분이었다. 기껏해야 실험용 생쥐나 모르모트를 보는 것 정도밖에 안 되는 시선을 차미는 가볍게 무시했다.

 

이후, 수 교수는 본격적인 계획의 상세 내용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계획 실행 일자와 사전 실행 지역의 설정, 계획 투입 인원과 역할 분담. 필요 장비와 예산 등.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계획 시행의 개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수단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수 교수가 그 설명을 시작하기 전 꺼내든 것은 한 장의 얇은 종잇조각이었다. 단순한 것은 아닌, 자수가 박힌 고급스러운 문양의 것이었다. 편지처럼 보였다.

 

 

“아실 분은 알 거라고 생각하지만…….”

 

 

행운의 편지, 라고 수 교수는 조용히 읊조렸다. 지금까지 조용하던 청중들 사이에서 조소어린 코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그 뿐이었고, 일단 들어나 보자는 듯 이내 다시 조용해졌다. 수 교수도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설명을 계속했다.

 

 

“저희는 사람 눈에 띄어서는 안 됩니다. 저희는 어디까지나 일반인들이 인식 및 인지하지 못하는 범위에서 이 계획을 시행해야 합니다. 저희는 행운을 균형 있게, 평등하게 유지하는 저울이 되어야하니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은닉.”

 

 

하지만 이 계획은 피험자들과 아주 가깝게 밀착해야만 한다. 그렇기에 대안으로서 나온 것이 바로 행운의 편지.
편지라는 것은 우선 전달되기만 하면 받은 사람이 내용물을 저절로 열어보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하물며 받는 이가 특정되어있다면 다른 사람이 무심코 열어볼 일도 줄어든다. 보내는 이가 쓰여 있지 않더라도, 이 경우 아무도 의심쩍어하지 않는다.
행운의 편지란 원래 그런 것이니까.

 

 

물론 수 교수가 보내려는 행운의 편지에는 특수한 공작이 되어있다. 초소형 카메라, 특수 재질 코팅 등 한눈에 봐서는 절대 눈치 채지 못할 만큼의 특수공작.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다른 이의 행운을 빼앗는 수단’이 되는 부분이다.

 

이를 위한 수단이 바로, 차미의 체질. ‘다른 이의 행운을 빼앗는 체질’인 그녀의 성질을 그 편지에 담는 것만으로, 단순한 종잇조각은 다른 이의 행운을 잡아먹는 흉악한 편지가 된다.

 

 

“수 교수님, 그럼 내가 해야 할 일은 뭐지?”

 

 

차미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 홀로 손을 들어 수 교수에게 질문을 했다. 자신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기는 했으나, 정작 무엇을 해야 하는 지에 관해서는 들은 바가 없었다.

 

 

“간단해. 너의 머리카락을 우리에게 조금 잘라주면 되는 거야.”

 

 

이번 계획은 도시 하나를 커버해야하는 거대한 규모로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자동으로 보내야 할 편지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질 것이고, 그 편지 하나하나마다 그녀의 체질을 심어주기 위해서 필요한 수단은 한정되기 마련이다.
인간의 신체에서, 많은 수를 가지고 마음대로 잘라낼 수 있는 머리카락. 그 머리카락을 짧게 나누어 편지 한 통씩마다 한 올씩 붙이는 것이다.
허리를 넘어,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차미의 긴 머리카락이야말로 이 상황에 제격이라는 것이다.
수 교수의 계획은 어디까지나 꿰뚫어보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기껏해야 머리카락 한 오라기, 하고 우습게 여길 정도도 아니다. 차미의 저주받은 체질은, 신체에서 분리된 것에도 어김없이 남아 있으니까. 그 머리카락들은 한 올 한 올마다, 확실히 다른 이들의 먹어 치워갈 수 있다. 물론 편지를 받은 이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청소년들 위주로 대상을 정한 것은, 그 나이대의 학생들은 포츈이 유동적이기에 이번 계획으로 인한 부작용도 적을 것이라 판단한 결과였다.
굳이 편지라는 수단을 택한 것도, 이 지역의 학생들의 손으로 직접 유행이 퍼져야만 하는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훗날 일이 잘못되어 역추적당할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도 있었다. 물론 그들은 단순히, 간단하면서 시급도 높은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것으로밖에 생각하지 않을 것이니 의심받을 일도 없다. 그 아르바이트의 소개 문구는, ‘소중한 이들에게 행운을 전달해주는 편지를 써 주세요.’라는 것.
아이러니하다고밖에 말 할 수 없지만, 그 편이 다른 사람들을 꼬드기는 데는 쉽겠지.

 

 

이제 와서 10년도 더 유행이 지난 행운의 편지가 다시 유행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에 대답이 될 수 있는 방안도 미리 세워져 있었다.
옛날, 그 행운의 편지가 유행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에 대한 기대와, ‘불행’에 대한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때 당시마저도 그 유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결국 행운도, 불운도 찾아오지 않으니까.
사람은 눈으로 보이는 것,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 밖에 믿지 않으니까 그렇다.

 

그렇다면 눈으로 볼수 있게,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하면 된다.
편지에 부착될 차미의 머리카락에는 항상 약간의 포츈이 가미되어있다. 그렇기에 비록 일시적일 뿐이긴 하더라도, 그 편지를 받은 이들은 며칠간은 ‘행운’을 지닌 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그 약간의 포츈이 다 소모된다면, 여지없이 행운의 편지는 소유자의 행운(포츈)을 갉아먹기 시작한다.
단순한 장난일 뿐인 행운의 편지에 숨을 불어 넣는 것이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 끔찍한 형태로.

 

 


 

브리핑은 거기서 끝났다. 물론 뒤쪽 세계의 일이니만큼 수 교수의 브리핑에 대해 박수를 치거나 환호를 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철저히 계산적인 이들의 모임이니까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좋은 브리핑이었어, 수 교수님.”

 

 

싹둑싹둑, 수 교수의 가위질 소리가 울릴 때마다 차미의 머리카락이 잘려나간다. 강렬한 묵빛 머리카락. 수 교수는 잘린 머리카락을 소중히 집어 A4 용지 크기만 한 밀폐형 봉지에 넣었다.
차미의 그 말에 수 교수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좋은지 나쁜지는 나도 잘 모르겠는데 말이야…….”
“모든 이를 행복하게 하겠다고 정했으면서, 이런 부분에서 자신감을 잃어서야 쓰겠어?”

 

 

차미로서는 드물게 타인에게 격려의 말을 건넸다.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을 시도하는 이의 모습에 동경을 느껴서 그런 것일지도 몰랐다.

 

 

“그래. 다 잘 되겠지. 잘 되지 않으면 안 돼. 고운 차미 머리카락까지 잘라가면서 하는 일인데.”
“괜찮아. 기껏해야 머리카락일 뿐인데. 어차피 또 자랄 테고, 나는 계획을 위해서라면 손톱이나 발톱을 뽑으라고 해도 기꺼이 내놓을 수 있어.”

 

 

십 년도 넘게 기른 머리카락을 잘라내면서도 차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아쉬워하거나 후련해하거나 그런 모습조차 없었다. 그저 길어버린 손톱을 잘라내는 수준 밖에 안 된다는 듯이. 아니, 오히려 그 손톱마저 뽑아버리겠다는 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자신의 신체에 미련 자체가 없어보였다.

 

 

“그런 소리 하지 마. 그래도 가능하다면 자르지 않고도 어떻게 해 보려고 했는데…….”
“수 교수님, 당신은 머리는 좋은데 너무 걱정이나 미련이 많아.”

 

 

차미는 수 교수의 망설임을 잘라내듯 단호히 말했다.

 

 

“그냥 모양만 단정하게 만들어 주면 돼.”

 

 

수 교수는 한숨을 쉬곤 하는 수 없다는 듯 다시 가위를 놀리기 시작했다.

 

 

“수 교수님. 하나……”
“선생님이라고 불러.”
“어?”
“교수님이 아니라, 선생님이라고 불러. 말만 하면 교수님, 교수님 하는데 너무 딱딱하잖아?”
“교수나 선생이나 비슷한 거 아니야?”
“이럴 땐 단어의 뜻보다는 느낌이 중요한 거야.”
“선생님 쪽이 더 듣기 좋은 거야?”
“선생이랑 교수 둘 다 해 봤지만, 아무래도 선생님 쪽이 더 듣기는 좋아.”

 

 

무슨 논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차미는 그냥 수 교수가 원하는 대로 해 주기로 했다. 아니, 특별한 친밀감이 느껴져서 오히려 그 호칭이 더 좋았다.

 

 

 

한 달이 지났다.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행운의 편지는 그들의 본거지인 폐공장에서 꾸준히 생산되어, 자연스럽게 배포되기 시작했다. 유행은 서서히 광명지역에 퍼져갔다. ‘받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는 편지가 있다’는 소문과 함께.

 

 

편지에 부착된 포츈 해석 기기들은 폐공장 지하 15층의 대형 모니터에 광명지역의 청소년들의 포츈 수치를 수신해 주었다. 모니터에 비추어진 10대 청소년들의 포츈 수치는 평균치보다 약간 높은 수치가 대부분이었다. 남들보다 약간 더 운이 좋은 이들을 선별하여 편지를 배포했기에 그런 것일테지만, 그런 것을 감안하더라도 다른 지역에 비해서 상당히 높은 수치였다. 하지만 그렇기에 계획 입안자들에게 있어서는 경우가 좋았다. 많은 인원에게서, 더 많은 포츈을 추출해 낼 수 있으니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거, 맞지?”
“응. 유행의 진척도 그렇고 포츈 수치의 해석도 문제없어. 게다가 차미 네 머리카락을 이용한 포츈 수집도 조금씩 꾸준히 모이고 있고.”
“선생님 말이라면 정말 그런 거겠지? 그런데, 일이 잘 풀려도 너무 잘 풀리는 것 같아.”

 

 

차미는 어딘가 모르게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선생님.”
“왜?”
“우리, 올바른 일 하고 있는 거 맞지?”
“갑자기 왜?”
“저 아이들, 꼭 실험용 생쥐 같잖아…….”

 

 

자신과 같다고까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어딘가 안쓰러워 보인 건지도 모른다. 자신과 같은 저주받은 체질을 가진 것도 아닌 평범한 학생들이 이런 취급을 받을 이유가 과연 있을까. 그리고 이런 취급을 당하게 하면서까지 이 계획을 진행시키는 건 과연 옳은 걸까 하고 차미는 망설임을 가졌다.

 

 

“네가 여기까지 와서, 그딴 말을 입에 담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가시가 돋친, 아니 가시가 직접 심장을 찔러오는 것만 같은 말이 날아들었다. 항상 수 교수 옆에 서 있던 소년. 첫 만남부터 차미를 적대시하던 그 소년이었다.

 

 

“무슨 말이야?”

“가식적인 모습이 역겹다는 거야. 각오도 없이 여기까지 일을 벌여놓고, 이제 와서 딴 소리 한다는 게.”

 

 

경멸과 증오, 멸시를 받는 건 익숙했지만, 이 정도로 직접적인 적의를 받아본 건 오랜만이라 차미는 조금 놀랐다.

 

 

“목적을 위해 각오를 굳혔다면, 자신의 손을 더럽히는 걸 망설이거나 하지 마.”

 

 

소년은 그 말을 끝으로 등을 돌렸다. 차미는 잠시 말을 잃고 소년을 망연히 쳐다보았다.

 

 

“미안해. 저 아이는 원래 그렇게 나쁜 아이는 아닌데……."
“괜찮아. 미움 받는 건 익숙하니까. 그래도 저 애, 나를 싫어해도 너무 싫어하는 것 같은데.”

 

 

첫 만남 이후부터 계속 마주칠 때마다, 표정을 일그러뜨리고 혀를 차며 그녀를 피해가곤 했었다.

 

 

“저 아이, 행운과 불행에 관련되면 무척 예민해 지거든. 그러니까 네가 이해해 줘. 너무 마음에 두진 말고.”

 

 

수 교수의 말을 듣고 차미는 그 말 그대로 그냥 그러려니 했다. 깊게 생각하지 않고. 어설프게.

이때 한 번쯤 고민해 봤어야 했다. 항상 불행한 삶을 살아온 차미에게 있어, 이렇게 일이 잘 풀린다는 사실에 대해.
그저 이번만큼은 믿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도 다른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계획에 문제는 없었다. 문제가 있었던 것은 차미 혼자뿐이었다.

 

 

---------------------------------------------------------

드디어 라스트 챕터 돌입.....

 

근데 라스트 챕터가 가장 길것같은데....


btydntjddls 님에 의해 2012.10.13 10:12 에 수정되었습니다.
작성자에 의해 2013.05.26 04:38 에 수정되었습니다.

태그
16 7년 묵은 에어피트  lv 16 49.8823529412% / 14448 글 716 | 댓글 4156  

게시물 주소 http://seednovel.com/pb/76061
트랙백 주소 http://seednovel.com/pb/tb/76061
21939 bytes / 222.108.88.160
목록

자유연재 검색된 1 / 2 Page, Total 25 Documents
번호 제목 이름 시간 조회 추천
25 완결 소감. [4] 16 에어피트 13.04.21 1234 0
24 에필로그 16 에어피트 13.04.21 1228 0
23 실패투성이의 결말 (7) 16 에어피트 13.04.20 1193 0
22 실패투성이의 결말 (6) 16 에어피트 13.04.16 1143 0
21 실패투성이의 결말 (5) 16 에어피트 13.04.14 1214 0
20 α 16 에어피트 13.03.24 1032 0
19 실패투성이의 결말 (4) 16 에어피트 13.03.02 1256 0
18 실패투성이의 결말 (3) 16 에어피트 13.03.02 1278 0
17 실패투성이의 결말 (2) 16 에어피트 12.10.13 1475 0
16 실패투성이의 결말 (1) 16 에어피트 12.10.13 1262 0
15 어긋난 마음과 생각들 (4) [2] 16 에어피트 12.09.09 1238 0
14 어긋난 마음과 생각들 (3) 16 에어피트 12.09.09 1349 0
13 어긋난 마음과 생각들 (2) 16 에어피트 12.09.09 1318 0
12 어긋난 마음과 생각들 (1) 16 에어피트 12.02.03 1121 0
11 일그러짐의 시작(4) 16 에어피트 12.01.12 1292 0
10 일그러짐의 시작(3) 16 에어피트 12.01.12 1341 0
9 일그러짐의 시작(2) 16 에어피트 12.01.12 1267 0
8 일그러짐의 시작(1) 16 에어피트 12.01.12 1141 0
7 원하지 않는 행운(5) 16 에어피트 12.01.12 1317 0
6 원하지 않는 행운(4) 16 에어피트 12.01.12 1349 0
전체목록 < 1 2 >


Page loading time:0.03s, Powered by pimangBoard v3
회원가입 | 정보찾기

연재

자유연재

공모전연재

베스트 작품

작품 홍보


▶ Today B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