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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액션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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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137    추천 1   덧글 2    / 2013.04.14 03:35:45

 

 

 

 

 

 

 

 "……이제 어떻게 하면 되죠?"

 [아, 보이는 족족 다 때려 부수면 돼. 훈련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스트레스 풀듯이 그걸로 모두 박살내버려. 그래, 널 괴롭혔던 녀석들을 떠올리면서 때려주란 말이야.]

 "네."


 기억을 잃은 혜성에게 괴롭혔던 녀석들이라고 해도 그날 딱 하루밖에 기억이 나지 않았다. 혜성은 물끄러미 손을 펼쳐 보았다. 매끄러운 금속성 소재로 이루어진 장갑 같은걸 착용하고 있지만, 손가락 마디 하나하나 움직이는 것조차 아무런 저항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착용하고 있는 갑옷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노란색 증기 로봇으로 혜성에게 파워 아머를 전달한 마를린의 말에 의하면, 이 갑옷의 무게는 약 4톤이라고 한다. 자신의 몸무게에 85배쯤 해당되는 무게였으나 혜성에게는 가벼운 코트를 하나 걸친 느낌 정도밖에 들지 않았다. 오히려 갑옷을 착용한 것만으로도 아까보다 훨씬 더 몸이 가벼워진 기분이 들었다.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고 싶다, 라…….'


 짙은 검은색의 금속 주먹이 굳게 쥐어졌다. 그런 혜성의 눈앞에 푸른색 홀로그램 데이터들이 떠올랐다. 자신의 현 위치, 적들의 위치, 각 적들의 티어, 그 외에 전투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인 요소까지 전투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표시되고 있었다. 시가전을 가정한 가상훈련장의 지도에 가상의 적들이 이곳저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 그럼 초급 전투능력 테스트를 시작합니다. 레이스 가드 정혜성군은 자신의 능력을 잘 활용해서 300마리의 델리스들을 홍콩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사이러스의 방송이 끝나자 제각각의 덩치를 가진 가상 델리스들이 혜성 앞에 위협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델리스라고는 해도 커다란 폴리곤 덩어리처럼 생겼다. 가상 델리스들은 둔탁한 무기처럼 생긴 팔을 들고 ‘그어어어’같은 위협 소리 치고는 맥 빠지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에 비해 공용화기라고 해도 믿을 만한 묵직해 보이는 볼터와 혜성의 키 만한 거대한 검을 지니고 있는 혜성은 이 공간에서 가장 위협적으로 보였다. 유해 보이는 얼굴에는 다소 긴장감이 들었으나, 장난감 로봇같이 생긴 가상 델리스에게 겁을 먹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어어어……!"


 한동안 지속되던 대치상황을 깨고 혜성에게 가장 가까이 있던 가상 델리스 한 마리가 달려들었다. 1티어로 표시되는 가상 델리스는 야구 방망이처럼 생긴 팔을 위협적으로 휘둘렀다. 그러나 혜성은 길을 비켜주듯 가볍게 피했다. 본인 스스로도 자신의 몸놀림에 놀랐는지 커다란 눈망울을 동그랗게 만들었다.


 딱딱한 움직임을 보이던 델리스는 정해진 알고리즘에 따라 다음 공격을 이었다. 이번에는 피하지 않고 손에 쥐어진 대검으로 막아내었다. 캉- 하는 금속음이 날 줄 알았지만, 가상 델리스의 팔이 장작패듯 떨어져 나갔다. 멍청하게 자신의 떨어진 팔을 바라보던 가상 델리스는 소리를 지르며 혜성에게 달려들었다. 그 소음은 뎅겅- 하는 소리와 함께 끝이 났다.


 경과 시간을 알리는 전광판에는 선취점이라는 알림이 떠올랐다. 그것을 시작으로 혜성의 일방적인 학살이 시작되었다. 중학생이 결코 만져 봤을 리 없는 거대한 흉기들을 장난감 다루듯이 휘두르는 혜성 앞에 가상 델리스들은 하나둘씩 무릎을 꿇었다.


 달려 나간다기 보다는 쏘아져 나가는 것처럼 가상 델리스에서 가상 델리스에게로 혜성의 공격이 쇄도했다. 마치 몸이 기억하는 행동처럼 간결하지만 정교한 움직임으로 가상 델리스를 처리해나갔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쓰러져가는 가상 델리스들과 '뾰로…….' 라는 애처로운 소리만 남을 뿐이었다. 전광판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었을 때 그의 눈앞에 위험이라는 알림이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혜성의 움직임도 그대로 멈췄다. 이제껏 나타났던 가상 델리스들 보다는 덩치는 작았지만, 한 눈에 봐도 좀 더 높은 티어의 델리스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가상 델리스들이 나타났다. 2티어인 가상 델리스들이 나타나자 자신감 넘치던 혜성의 발이 주춤거렸다.


 그것도 잠시 혜성이 들고 있던 볼터에서 불이 뿜어졌다. 실탄을 쏘는 것은 아니었지만, 반동을 전혀 무시하고 가상 델리스들에게 탄환 세례를 퍼부었다. 한 번도 총을 쥐어본 적이 없는지 소총을 권총 쏘듯이 다루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고등급 가상 델리스마저 하나둘씩 숫자가 줄어들었다. 그러다 더 이상 발사가 안 되자 혜성은 소총을 땅에 버리고 앞으로 뛰어나갔다. 탄창을 갈아 끼울 생각조차 없는지 혜성은 그저 대검으로 가상 델리스를 찔러댔다. 커다란 대검을 막대기 저어대듯 휘두르는 혜성 앞에 티어에 상관없이 델리스들은 가상 훈련장에서 사라져 나갔다.

 미쳐 날뛰는 혜성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 통제실이라 불리 우는 곳에서 오늘도 여전히 검은 양복에 깃을 세운 코트를 입고 있는 사이러스는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생각보다 너무 쌘 데요?"


 그런 그의 옆에는 팔짱을 끼고 있는 마를린이 신기하다는 듯이 혜성을 바라보았다. 처음 만났을 때만 했어도 우유부단하고 여려 보이는 소년이었는데, 지금은 한 마리의 맹수이자 한 명의 사냥꾼이었다. 그 갭에 마를린은 몸을 살짝 떨었다.


 "말했잖아. 멘탈이 쓰레기인게 가장 큰 문제이지만, 지금 있는 녀석들 중 가장 힘은 좋은 녀석이라고. 뭐 힘 좋다고 다 강한 건 아니지만, 내공이 깡패라는 말이 있지. 사실, 남자는 힘보다는 테크닉이 가장 중요하지만."

 "어머, 사이러스 씨는 힘이 딸리나 봐요?"

 "한 번 내 힘을 맛보면 그때부터는 애로사항이 꽃필 텐데?"

 "프하핫! 농담두!"


 마를린은 깔깔 웃으며 사이러스의 등짝을 쳤다. 짝 하는 소리와 함께 사이러스의 허리가 그대로 숙여졌다.


 "아퍼다구, 마린양!"

 "에이, 그 제 1지옥에서 살아남은 사이러스 씨라면 이 정도는 애교 아니에요? 에잇, 에잇!"


 등을 문지르는 사이러스에게 마를린은 앙증맞게 주먹을 휘둘렀다. 모양새와는 달리 무시무시한 타격음과 함께 사이러스의 입에서 비명이 튀어나왔다. 참다못해 도망가는 사이러스를 향해 노란색 증기 로봇이 손을 뻗어 마를린 옆으로 데려다 놓았다.


 "꺄하하하-! 아파요? 아파요?"

 "그래, 아프다……."


 기술개발실에 있을 때의 작업복과 통합치료실에 있을 때의 가운을 걸치고 있는 마를린은 자랑스럽게 증기 로봇을 쓰다듬었다. 사이러스는 뾰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증기 로봇의 손을 치워냈다. 아티팩트를 운반하는 용도 뿐만 아니라 이런 용도로도 사용된다는 사실에 사이러스는 기술개발실에 조만간 감사를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배를 잡고 웃던 마를린은 진정하고 다시 혜성을 바라보았다. 전투를 하고 있다기 보다는 단순히 해체작업을 하고 있는 듯한 혜성의 파괴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5년 전 우주가 이곳에서 보여줬던 전투 장면과 겹쳐 보였다.


 "아무튼 간에 저 아이 무지 쌔네요? 심장에 감염돼서 신체능력이 높은 건 익히 잘 알고 있었지만, 그걸 떠나서 저 움직임은 거의 베테랑급이라고 봐도 무방한데. 숨겨진 과거라도 있는 건가요?"

 "저 녀석 프로필 안 봤어?"

 "네, 제가 보는 건 설계도밖에 없는 거 잘 알잖아요."

 "누가 공순이 아니랄까봐 티내기는……."

 "제 눈에서 레이저 나가는 거 한 번 보실래요, 사이러스씨?"


 웃고 있지만, 결코 웃고 있지 않은 마를린은 슬쩍 안경을 고쳐 썼다. 그것이 농담이지만 그런 도구를 만들어낼 만한 인물인 걸 잘 알고 있는 사이러스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양할게, 마린양."

 "그래서 그 과거가 뭔데요. 사람 궁금하게 하지 말고 어서 말해 봐요."

 "뭐, 조금 복잡한 이야기지만 혜성군은 군인 집안의 서자 같은 존재야. 사실 어머니와 단 둘이 살다가 5년 전에 아버지에 대해 알게 돼서 본가로 들어가게 됐는데……. 사실 훈련 같은걸 받았을 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그래도 저런 몸놀림이 어떻게 나오느냐라고 물어본다면 이것밖에 대답이 없네."

 "흐응, 그렇구나. 그런데 지금도 혼자 살고 있는 거 아니였어요?"


 자신의 환자의 개인생활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마를린은 의문을 표했다. 사이러스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글쎄, 본인도 기억하지 못하니 어떻게 된 사정인지는 알 도리가 없지만, 추측해보자면 아버지에 의해 거둬들여졌지만 집안에서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왔고 아버지 쪽에서 뭔가 몰래 지원을 해주고 있어서 자취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이 드네. 뭐, 아니면 말고. 하핫."

 "무책임하시네요."


 하하 웃고 있는 사이러스를 바라보는 마를린의 눈동자는 매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어떻게 저런 사람이 이 쳅터에서 가장 유능한 요원인 것일까라는 의구심도 반쯤 포함되어 있었다. 사이러스는 그 따가운 시선을 밀어내며 물었다.


 "그보다 어떻게 생각해?"

 "뭐가요? 사이러스씨가 얼마나 무책임한가에 대해서요?"

 "아니, 왜 자꾸 그쪽으로 물고 늘어지는지 모르겠네. 나 이래보여도 책임질 줄 아는 남자라고? 아무튼 간에 혜성군에게도 볼터는 필요 없는 것 같지 않나 해서. 다른 아티팩트를 주는게 어떨까?"

 "그건 그렇네요. 태양이도 가버린 지금은 아무도 볼터를 쓰지 않으니 조금 열받네요. 이놈이나 저놈이나 거대한 철덩어리로 쑤컹쑤컹 쑤셔 넣는 것 밖에 모르니 말이에요. 이래서는 최첨단 테크놀로지의 산물인 볼터가 존재하는 이유가 없잖아요. 으아니, 젠장! 생각해보니까 열 받네!"


 옆에서 증기로봇과 함께 증기를 뿜어대는 마를린을 무시하고 사이러스는 선글라스를 고쳐 쓰며 혜성을 바라보았다. 이미 진즉에 가상 델리스들을 제거한 혜성은 숨을 고르고 있었다. 아무리 초급 전투능력 테스트라고 해도 첫 전투인 혜성의 기록은 우주의 최고 기록에 비해 1분도 차이가 나지 않았다.


 "어서 실전에 투입돼서 케틀 뮤틸레이션을 일으키는 녀석좀 빨리 잡아줬으면 좋으련만……."

 "아, 그 블러드써스터요? 델리스인지 아닌지도 모른다면서요?"


 혼잣말을 하고 있는 사이러스 옆에 어느새 평소로 돌아간 마를린이 팔짱을 끼고 나타났다.


 "뭐, 델리스치고는 너무 깔끔하게 식사를 했으니까. 피만 빨아먹던가 내장만 깔끔하게 도려내는게 케틀 뮤틸레이션이랑 다를 바가 없어서 붙인 이름이기도 하고. 단지, 대상이 소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것뿐이지. 실제로 블러드써스터를 봤다는 보고도 없고 시체가 예보지역에서 튀어나오는 것도 아니어서 처리하는데 힘들다구……."

 "블랙 가디언들이 고생이겠네요."

 "나는 신경도 안써주냐?!"

 "사이러스씨가 직접 뛰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 행정직은 늘 편한줄 알지……."


 억울하다는 듯이 말하며 사이러스는 모의전투를 종료시켰다.


 "아무튼 수고하셨어요. 전 이만 가볼께요."


 옆에서 지켜보던 마를린은 기다렸다는 듯이 상황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어차피 남아봤자 그녀에게 할 일은 없었고 사이러스가 알아서 잘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를린의 뒷모습을 보면서 사이러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힘든 일이라도 일은 일이었기에 사이러스는 마이크 앞에 섰다. 그는 방송으로 지령을 내리기 전에 아무도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소리로 혼자 중얼거렸다.


 "뭐, 곧 직접 나타날 것 같지만……."

 

 

 

 

 

 전투 종료 방송과 함께 혜성을 둘러싼 가상 전투장은 모습을 감췄다. 텅 빈 전투훈련장 속에서 혜성은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여전히 가벼운 느낌이 드는 손을 쥐었다 폈다. 아무것도 손에 쥐어지는 것은 없었지만, 혜성은 왠지 모르게 자신감이 잡힐 것만 같았다.


 전투훈련장에서 나온 혜성은 급격히 몸이 피곤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까까지 그 무거운 갑주를 입었을 때는 오히려 몸이 가볍더니, 벗고 나니 몸이 묵직해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감각들 때문인지 희열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그는 다시 자신의 주먹을 바라보았다.


 '나는 강한 걸까?'


 잔 상처가 많지만, 결코 굳세어 보이지 않는 주먹이었다. 그는 주먹을 펴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직 그렇다는 실감은 들지 않았다. 막상 정말로 은하가 위험해졌을 때 이 손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런 생각이 들 때, 격렬한 클래식이 복도에 울려 퍼졌다. 고전 클래식인 레퀴엠의 소리와 함께 '나은하'라는 이름이 떠올랐다. 집중치료실에서 만난 이후로 자주 문자를 했지만, 전화를 받는 건 처음이었다. 어찌해야 할지 모르다가 결국 전화를 받았다.


 [아, 안녕 혜성아?]

 "응. 안녕, 은하."

 [그, 저, 잘 지냈어? 나, 나, 그, 뭐랄까, 혜, 혜성이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저, 전화 해봤어.]

 "응. 오랜만에 은하 목소리 들으니까 좋아."


 붕 뜬 혜성의 목소리와는 달리 은하의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다. 거의 계속 대화를 하듯 문자를 하면서도 뭐가 그리 좋은지 은하의 웃음소리가 연신 들려왔다.


 [아, 맞다! 혜성아, 나 오늘 퇴원했어! 혜성이 덕분에 예상보다 빨리 나은 것 같아. 아직 팔은 아프지만 나 열심히 재활치료 받을게.]

 "퇴원한 거 축하해."

 [저, 혹시 혜성아 마, 만약에 말인데……. 그…… 내일 시간 괜찮으면 우리 집에 노, 놀러 오지 않을래? 바쁘면 괜찮지만 그래도 혹시 괜찮다면…….]

 "응, 알았어."


 그 한마디에 전화 너머로 은하의 '야호-!' 하는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그럼, 내일 몇 시에 마, 만, 만날래?]

 "아무 때나 괜찮아."

 [그, 그래? 음, 그럼 저녁 7시쯤 어때? 그 때면 저녁밥 먹을 때고, 우리 오빠도 아직 들어오지 않을 때고……. 그, 그러니까 내, 내말은 그게 아니고 오빠가 있으면 혜성이가 부담스러울까봐! 응! 그런 거니까 신경 쓰지 말아줘!]

 "알았어."


 혜성으로서는 우주가 집에 있느냐 없느냐가 의외로 제일 신경 쓰이는 것이었다. 여러번 목숨의 위협을 받았기에 은하와 단 둘이 있는 모습을 보였다간 이번에야 말로 정말 목이 떨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정말?! 저, 혹시, 조, 좋아하는 거, 있어? 내가 만들어 줄게, 혜성아!]

 "오므라이스, 먹고 싶어."

 [응, 알았어 혜성아. 그, 그럼. 내, 내일 보자 혜성아-! 지도는 바로 보내 줄께!]


 신이 난 소녀의 목소리가 끊어지자 곧바로 그녀의 집의 위치가 포함된 지도가 전송되었다. 지금 그가 서 있는 브라이트 라이트 쳅터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공공주택 지역이었다. 좋은 곳에 사는 구나라고 생각하며 그는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그의 발걸음이 어쩐지 가벼웠다. 은하의 목소리를 오랜만에 들어서 였을까. 아니면, 내일 은하네 집에 놀러간다는 것 때문이었을까. 어찌되었든 은하와 관련된 것만은 틀림없었다.


 늘 외로웠던 혜성이었지만, 감염이 되고 나서부터 그의 주변에도 사람들이 하나둘씩 다가왔다. 그 중에서도 은하는 특별했다. 은하만큼은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그 어떤 이해타산 없이 순수한 호의만으로 혜성에게 다가왔다. 처음에는 그것이 어색하고 어려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은하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될수록, 그리고 은하와 점점 가까워질수록 혜성에게도 은하는 특별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소녀처럼 사랑에 빠진 것은 아니었지만, 소년에게 은하라는 존재는 그의 구멍나버린 가슴을 매워 줄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사이러스에게 가서 자신의 각오를 밝힌 것이다.


 집으로 돌아온 혜성은 기분 좋게 씻기 시작했다. 쳅터의 일원이 된 이상 앞으로 피 비린내 나는 전장으로 가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함께 하는 동료가 있고, 자신을 필요로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기뻤다.


 '살아야 해…….'


 기쁨에 심장이 반응하는 것일까. 그날 이후로 차가운 심장이 이따금씩 요동치는 것 같았다. 그것이 살아있는 증거라 생각하며 혜성은 물기를 닦으며 거실로 나왔다. 아주 익숙한 움직임으로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최소한 기억을 잃은 이후로 라면 이외의 밥을 거의 먹은 적이 없었다. 아무래도 자취중이어서 그런지 집안에는 간단하게 해먹을 냉동식품이나 라면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라면에 계란을 넣으면서 혜성은 어쩐지 밥이 먹고 싶어졌다.


 늘 먹던 라면이었지만, 어쩐지 오늘은 맛이 없었다. 허기를 달래기 위한 행위 그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했다. 그렇기에 내일 은하가 해줄 오므라이스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그런 생각만으로도 행복했다.


작성자에 의해 2013.06.23 02:24 에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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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글쓴이의 속내가 드러난 말 같아서 눙물이 앞을 가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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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Phase02 - Winter Assault (3) [4] 12 클팅 13.04.03 1198 1
7 Phase02 - Winter Assault (2) [3] 12 클팅 13.04.01 1174 1
6 Phase02 - Winter Assault (1) [4] 12 클팅 13.03.31 110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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