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작 완결작

검색결과

아이크 빛과 어둠의 검사
카미도 혼란스러운 거리
redbead 환생 뒤 전(前...
카미즈블러드 라그나로크 극
컨알 하얀 악마
카이테미요 천명을 힐러였...
Leafy 암흑면
AlwaysLaugh 설령, 당신이 ...
연화홍란 전생을 했지만...
실버나라 나만 판타지 ...
wani [단편] Black ...
lyan15 검은 천사
rlight 지나가던 선비
갓카 내 모니터 속...
로드드라콘 구마록(驅魔錄)
보닝 신같은 포지션...
정상인임ㅎ 대마왕이 가출...
NAMIA 신이 죽은 세...
엽토군 블로그
부르프 낮으로 걸어오...
air05 하루아침에 마...
라쿠카라챠 츤데레 여친과...
잉여포돌이 Re:
9A 금경을 삼킨 용
살많은빼빼로 자유의 날개
노아카미 Heal Up
살많은빼빼로 억압의 사슬
요리코 이세계 소환! ...
적색소음 나는 결국, 아...
봄날상어 우리들의 일상...
호떡 밖으로 나가면...
건달프 After Memories
사가 성불사
노가리 미래에서 미래...
똑같은매일 강철 심장의 고동
승다르크 카르페 디엠
멘카로건 Let Us [Rise ...
살많은빼빼로 Life with dead
랑이초록 지구스토리: ...
joseu 생판 몰랐던 ...
쥐며느리 머그속 그녀의...
살많은빼빼로 학생의 반란
초록만두 창밖으로 뛰어...
joseu 생미부
박사능 흉터 새기는 남자
주렁이 이세계 직업에...
멜렌나 노 네임-제미니-
Enivia 하나뿐인 여동생
pwins 용사의 은퇴시기
호치 사랑하는 나의...
레드트리 반인반요
갓카 단편 모음
오얏 고코미의 모험
책갈피 오늘의 꽃을 ...
코노미카 우리 동아리에...
불닭 해골과 소년의...
서호란 살아간다는 것은.
이동규 마왕 따위 되...
이동규 죽음이 사는 숲
비익연리 나와 그녀의 ...
JG광합성 호텔! 마왕성!
레크리셔 빨간 망토 소...
Nehru CRISHA[크리샤]
별티끌 누리끼리
뚜뚜루 나의 작은 기사님
카샬 이제는 너무나...
갓카 Nostalgia
밤바다 이런 나지만 ...
즈잔 황폐한 땅의 ...
도토리x 망할 유령들 ...
두희 나와 호랑이님
나하린 프로 조연과 ...
pakpa 제목미정
9959 운명의 돌: 멈...
yooil 내 소꿉친구는...
리츠카 페퍼민트 카페인
샌니마 저, 오늘부로 ...
김리토 레스즈
1ron 나와 요정의 ...
미호 라노벨에 사용...
칠흑의카밀레 소인 세계에서...
HAlt 환생한 대주술사
깽깽이 이세계의 블랙...
xiix 암살법사
BLAZE ???
엘그나 정상 위에 소...
연역 롤플레잉!
W더블 진홍의 히스토...
형칠이22 팀 파이브 엔젤스
즐거운나날 신님은 우리들...
pe0000 이세계 용사와...
카사토리00 메이드 여동생...
피토휘 여동생과 나 ...
tg가로수 평소대로 살았...
라케리안 모형정원
실크라운 쿨데레X츤데레...
이부프로펜 이 동아리 뭔...
칠흑의대마왕 도적은 왕에게...
세하 Dreamland Online
강화중 주인공의 친구...
나는 스토커와 결혼해버렸다. by 자리끼

학창시절 스토커와 같은 여자아이와 만나 어쩌다보니 연해하게 되고 결국은 결혼까지 하게 된 한 남자. 아니 이제는 가장이 된 그는 아내를 빼닮은 딸까지 낳고 3명이서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자 했으나, 그 3명이서 한 지붕 아래에 사는 이상 조용할 수가 없는 매일매일, 그런 시끌벅적한 가족이야기.

[러브코미디]
총 편수 39 / 총 관심작 수 6 / 총 추천수 60 / 총 용량 735.724Kbytes
0 자리끼  lv 0 0% / 0 글 0 | 댓글 6  
관련글
  20화 '차리기 전' (15)
0명 참여 별점
 
  0 자리끼[qqim5965]
조회 1072    추천 3   덧글 3    / 2013.11.14 03:10:50

틀만 남아있는 대문. 뚜껑 없는 장독. 무성하게 자란 잡초들. 창문에 처진 거미줄. 금이 간 시멘트 벽. 빈 개집. 손잡이는 떨어져 나간 수도꼭지. 천장에 덧대어진 나무판자. 모두가 사람이 살고 있지 않는 집이란 걸 말해주고 있다.

그러한 집에 나는 몸을 눕히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문종이에는 구멍이 많아 바람을 막지 못하고 창문은 아예 뜯겨져 있어 바람을 피할 수도 없는 곳이다. 사람이 없어 바닥에는 엷은 먼지가 쌓여있기에 쉴만한 곳은 아니지만 생각난 곳은 이곳밖에 없었고 무엇보다 급했기에 그나마 가장 괜찮다고 생각한 이곳을 왔다.

이곳은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산 입구에서 조금 돌아가면 나오는 달동네의 주인 없는 집이다. 학교 등굣길 근처에 있는 이곳은 어렸을 때, 식재, 윤미와 함께 비밀 아지트 정도로 썼던 곳이다. 딱히 재밌는 게 있는 건 아니지만 우리들만의 아지트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지금도 구석에는 우리가 챙겨가지 않은 장난감들이 몇 개 굴러다니고 있다.

영은이 집에서 나오고 나는 바로 집으로 뛰어갈 수가 없었다. 지금 내 꼴을 부모님께 보여드리기 싫었다. 손톱은 빠져서 피를 뚝뚝 흘리고 머리는 찢어져서 피가 얼굴을 적시는 내 몰골을 부모님께 보여드린다면....... 작은 소동으로 끝날 건 아니라고 판단해서 나는 집을 등지고 이곳으로 왔다. 병원이라는 선택지도 있지만 병원으로 가면 분명 부모님한테 연락이 갈 테니, 결국은 같은 결말이다.

그렇다고 딱히 이곳이 무슨 해결책인 건 아니다. 여기서 상처를 치료할 수도, 지금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 나는 단지 이런 몰골을 부모님께 보여드리기 싫다는 생각을 했고 그 지옥 같은 곳을 빠져나왔으니 한숨 돌릴 순간이 필요했다.

이처럼 더러운 곳이라도 거기보다는 훨씬 나으니까.

여름밤이라서 그런 건가. 얇은 옷 하나만 걸치고 있지만 별로 춥지 않다. 이불은 없지만 마음이 편안하니까 상관없다. 바람이 계속 들어오지만 오히려 기분 좋다.

옛날에 윤지, 식재와 놀았던 기억을 떠올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입 꼬리가 올라갔다.

그리고 순간 놀랐다.

내가 웃었다는 사실이 기쁘기 그지없었다. 요 며칠간 웃음은커녕 감정을 내보인 적이 드물기에. 특히 이런 기분 좋은 감정은.

그걸 깨닫고 나니 뭔가 안정되기 시작했고 그 안정은 졸음으로 몰려왔다.

이런 곳에서 자도 되나, 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졸음은 그런 생각도 잡아먹었고 나는 이윽고 눈을 감았다.

 

햇빛에 눈이 부셔 잠에서 깼다.

으어우와야~”

찌뿌둥한 몸을 풀며 상반신을 일으켰다.

너무 깊이 잠들었네. 감기 걸리는 거 아닌 가 했는데, 다행히 잠만 잘 잤네. 라고 생각하며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

그러던 중, 내 손톱 빠진 두 손가락에 붕대가 감겨있는 것을 발견했다.

, 뭐야 이거?”

정성껏 묶은 걸 알 수 있는 리본 매듭이 있는 붕대. 코에 가져가 냄새를 맡아보니 약냄새도 난다. 놀란 나는 머리로 손을 가져갔다.

역시나....... 그곳에도 붕대가 매어져있었다. 머리를 만지작만지작 거리며 찢어진 곳이 어딘지 찾아보았다.(난 아직 내 머리 어디가 찢어진지 모른다.) 그리고 어딘가 오돌톨한 곳을 찾았다. 느낌으로 봐서는 아무래도 상처가 꿰매져있는 것 같다.

....... 하하하하하.”

헛웃음이 나왔다.

내 딴에는 영은이 녀석이 모를만한 장소라고 생각해서 고른 곳이 여기인데. 내 그런 생각은 아주 가볍게 무시하고 여기까지 쫓아와 치료까지 해줬다.

엿 같네.......”

이마에 손을 대고 조소를 띠고 있는 내 눈에 종이봉투가 보였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없던 것이다.

무엇인지 살펴보니.......

그곳에 있는 것은 내가 없었던 기간 동안의 내 알리바이.

내가 잡혀있던 기간은 한 달보다 조금 더. 그 시간동안 나는 어느 청소년단체에서 주관하는 중국 여행에 동참한 것으로 되어있었다. 그것에 관한 증명서류는 이 안에 다 준비되어있다. 심지어 나는 있는 줄도 몰랐던 청소년단체 회원 명단에 내 이름은 기재되어 있었고 가보지도 않은 중국에서 찍힌 내 사진이 있었다. 청소년단체 모두가 함께 찍은 사진 안에서도 활짝 웃고 있는 내가 있다. 아마 합성이겠지만 이 높은 퀄리티로 봐서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리라. 학교에 내야할 보고서도 이미 다 쓰여 있다. 심지어 중국 여행 스케줄 표까지 들어있어 누가 나에게 거기서 뭐 했냐고 물어보더라도 무난히 넘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 놨다. 거기다가 내가 중국으로 간다는 것도 영은이가 이미 우리 부모님께 말씀드려놨다고 말하는 편지가 이 안에 들어있다.

내가 없는 동안 내 신변은 완벽했다.

실제 있는 청소년단체에서 주관하는 중국여행.

그 단체에 들어가 있고 그 행사에 참여한 나.

갔었다는 증명서류와 내가 거기 있었다는 증거사진, 그리고 학교에 제출할 보고서.

하아~ 엿 같다.......”

상처 치료에다가 나의 공백까지 완벽하게 채워줬다. 더할 나위없는 친절이다.

아주 구역질이 난다.

하지만 가장 구역질이 나는 건.

영은이의 이 친절을 받아들여야 하는 내 처지다.

진짜 엿 같아.”

가죽 끈으로 된 구속은 끝났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쇠사슬은 아직도 나를 옭아매고 있다.

 

집에 돌아가니 엄마가 나를 맞이해주셨다. 붕대로 감겨있는 머리와 손을 보시고서는 이게 다 뭐냐고 걱정하셨지만 영은이가 두고 간 봉투 안에는 이럴 때를 대비한 변명도 같이 들어있어서 거기에 쓰여 있던 대로 나는 엄마한테 새벽에 등산을 했는데, 졸음 탓에 휘청거리며 올라가다가 모르고 발을 헛디디어서 조금 굴렀어. 아무래도 손은 그 때 주위 나무들에 긁힌 것 같아.” 라고 둘러댔다. 엄마는 다음부터는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말하시고는 중국에 가서 재밌었느냐고 물어보셨다. 여기서도 나는 봉투 안에 써져있던 걸 엄마한테 하나하나 말해드렸다. 그 폐가에서 나는 부모님께 걱정을 끼치기 싫다는 집념 하나로 외워야할 자료들을 몽땅 외워서 집에 왔다. 내 얘기를 다 들으신 엄마는 재밌었겠네. 라며 웃으셨기에 나도 그에 맞춰 웃어보려고 했지만, 입이 움직여주지 않았다. 때문에 웃음과는 거리가 먼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을 나를 엄마는 등을 툭툭 두들기시며 여행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방에 가서 쉬어.” 라 말하셨다.

순간 눈물이 나올 뻔 했다. 엄마의 미소를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울 것만 같았다. 눈물이 떨어지려는 걸 막기가 힘들어서 나는 재빨리 엄마한테서 등을 돌리고 그럼 난 방에 가서 좀 잘게.” 라고 말하고 재빨리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가니 눈에 간신히 매달려있던 눈물이 또르르 떨어졌다. 그 눈물을 손으로 닦고 내 방을 둘러보니 그제야 실감이 났다.

나 돌아왔구나.......

엄마가 개어놓은 이불을 바닥에 깔고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베게에서 우리 집 냄새가 났다. 그게 무슨 냄새냐고 물어봐도 딱히 대답해줄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나를 안심시켜주는 냄새라는 거다.

오늘은 목요일. 내일은 학교에 가야겠다. 힘들다는 핑계를 대고 (실제로도 힘들긴 하지만) 내일도 쉴 수는 있지만 금요일은 특별구역 청소이니 랑이도 있을 테고 랑이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잠에서 깬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우리 집이라는 느낌 때문에 그런 건지, 잠이 온다. 아직 옷도 안 갈아입었지만 나는 이불을 위로 치켜 올리고 이대로 잠을 청하기로 했다.

잠들기 전 엄마가 한 말이 문뜩 생각났다

여행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

“...... 여행이라. 참나.”

, 그래도 힘들었던 건 확실하지.

 

나는 이 사건을 경찰에 연락하지 않았다. 물론 다른 이에게도 말할 생각이 없다. 그저 내 속에 묵혀둘 생각이다.

첫 번째 이유는 신고하게 된다면 당연히 부모님 귀에도 들어갈 테고, 그 정도로 끝나지 않고 학교, 동네, 어쩌면 뉴스에까지 나올 수가 있을 것이다. 소란스러워 지는 건 둘째 치더라도 내 주변 사람들에게 괜한 걱정을 끼쳐드리기가 싫다.

두 번째 이유는 영은이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부터 정신이 불안정하다는 걸 내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행동을 이해한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그 정도로 영은이의 마음이 부셔졌다는 걸 알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가족을 잃고 세상에 혼자가 된 영은이는 분명 힘들 것이다.

........ 는 개뿔이.

이것들은 그저 핑계에 불과하다. 내가 이 사건을 은연중에 감추려는 이유는 그냥 내키지 않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는 나도 알 수가 없다.

설마 나는 아직도 영은이를 좋아하는 것인가?

설마 나는 아직도 영은이와의 관계를 이어가고 싶어 하는 건가?

모르겠다.

그런 일을 당했음에도 가슴 한 편에는 이걸 문제 삼지 않으려는 마음이 있다.

지금 와서 영은이를 여자친구로 볼 생각도 없고 볼 수 있을 리도 없다. 만약 길을 가다 마주친다면 분명 내 쪽에서 먼저 도망칠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감정이 아직 내 안에 잔류하고 있는 걸까.

이런 내가 정말이지 기분 나쁘다.

금요일. 하교시간. 친구들과 함께 시끌벅적 떠들며 하교하는 애들 사이를 나는 폭포를 거스르는 잉어 마냥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지금 등교 중인 것이다.

원래부터 학교를 빼먹을 생각은 아니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온 집이라서 그런 건가? 눈을 떠보니 이미 2시였다. 딱히 몸이 힘들거나 그러지는 않았지만 역시....... 힘들었던 건 마음 쪽이었나 보다. 집이라는 보금자리에 돌아오니 몸이 그대로 파묻혔던 거지. 부모님도 한 달간 외국에 갔다 온 아들이 골아 떨어져 있어서 깨우지 않고 그냥 두셨다고 했다.

그런데도 내가 굳이 이렇게 학교에 찾아온 것은 랑이 때문이다.

영은이에게 잡히기 전, 랑이는 내게 고백했다. 그리고 나는 그 고백을 거절했다. 랑이가 고백하기로 결심한 데에는 내가 랑이에게 오해를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고백을 한 건 그 결국 그 사람의 결심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 결심에 내 행동이 영향을 준 건 확실하다. 그러니 나는 랑이에게 잘못이 있는 거다. 그런 랑이가 고백을 거절당해 울면서 뛰쳐나갔다. 내가 여자를 울린 거다. 그것에 대해 확실히 사과를 해두고 싶다.

미술실 앞까지 온 나는 안에 랑이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문을 살짝만 열고 안을 살펴봤다.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려보니 안에서 혼자 빗자루 질을 하고 있는 랑이가 보인다.

빗자루 질을 하려고 허리를 굽힐 때마다 내려오는 포니테일을 신경질적으로 넘기는 랑이가 있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와 달라지지 않았다. 실제도 시간상으로 보면 한 달 남짓한 시간이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내 입장에서 볼 때는 가히 몇 년 만에 만난 것 같다.

들어가야 말을 한 텐데....... 뭐라 말하지?

첫인사로 뭐라 말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뻔뻔하게 뭐야, 아직도 다 안했어?” 라고 할까?

아니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미안, 미안. 내가 늦었지?” 라고 할까?

아니면 문을 확 열고 들어가서 진지하게 랑이야. 너한테 할 말이 있어.” 라고 할까?

아니면 일본만화 풍으로 당당하게 여어! 나 왔어.” 라고 할까?

아니면 중2병처럼 큭큭큭, 시간의 틈새에 갇혀 영겁을 헤맬 뻔 했지만 그대와의 맹약이 나를 이곳으로 인도했도다!” 라고 할까?

갈수록 산으로 가는 생각을 하고 있자니 랑이가 내 쪽을 눈치채버렸다. 빗자루 질이 끝났는지 허리를 쭉 피던 랑이가 문 틈새로 엿보고 있던 나랑 눈이 마주쳤다. 랑이는 숨을 헉, 하고 삼키더니 뒷걸음질 치다가 미술실 책상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버렸다.

, , 선배.......”

, 오랜만이다. 노랑아.”

멋쩍게 웃으며 들어오는 나를 보면서 랑이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잘 지냈냐. 저기 내가 그 네 고백 때문에 청소를 안 나온 게 아니야. 그 내가 중국, 중국에 가 있어서. 그래서 못 왔던 거지. 혹시 네가 또 오해를 하고 있었을까봐. 마음에 걸렸거든.”

머쓱한 나는 말하면서 괜히 책상 모서리를 만지고 있다.

그러니까 나 딱히 네가 고백했다는 거 신경 안 쓰니까....... 아니, 아니. 신경 안 쓴다는 게 그런 뜻이 아니라 저기 뭐랄까, 그게........”

....... 왜 이렇게 말이 안 나오냐.

랑이는 빗자루를 놓을 생각도 못하고 있는지 빗자루를 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조용히 내 말을 듣고 있다.

혹시 네가 이상한 생각하고 있었을 까봐, 그냥 조바심에 하는 얘기야....... 그게 그러니까 나 너를 좋은 후배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저기 그게....... 소원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나 할까? 아니, 내 희망사항이지. 네 입장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게 그러니까.......”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너무 바보같이 말을 하고 있다고 느끼면서도 나는 계속 말을 이었다. 이런 식으로 말해봤자 내가 전하고 싶은 감정을 제대로 알려줄 수 없을 텐데도. 그저 내가 말을 멈추면 다가올 침묵이 나를 덮칠 거란 예감이 계속해서 내게 말을 하도록 강요한다.

랑이의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고 힐끗힐끗 쳐다보면서 말을 하고 있자니

흐엥. , 대체. 흐윽. , 뭐라고 말하시는 거예요. 흐에에엥.”

랑이가 울기 시작했다. 양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울먹이면서도 랑이는 말을 잇는다.

나름 각오하고 고백한 거, 거지만 흐윽. 그래도 선배하고 서먹해지는 건 싫어서 나, 나중에 선배 반에 찾아갔더니 선배는 없고, , , 그래서 청소 날 선배를 기다렸는데 흑 으흑, 선배는 안 오고 다음번에도, 또 다음번에도, , 또 다음번에도 안 오시고 흐에엥.”

우는 랑이를 달래려고 했지만 랑이가 토해내는 말들에 지금 내가 랑이를 달래려고 하는 건 안일한 짓이라고 생각해 조용히 랑이의 말을 마음을 듣기로 했다.

, 전 선배가 절 보기 껄끄러워서 이제 안 오시는 건 줄 알고 흐윽. , 이제 끝나버렸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혼자 청소할 때마다, , 선배 생각이 나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고백하지 말 걸, 이라고 항상 후회하고 있었는데. 으윽. 근데 갑자기 나타나서는 무슨 바보처럼 말 같지도 않은 말만 하고 도대체가, 도대체가 뭐하는 사람이에요. 흐에에에에엥!”

이제 손으로는 닦을 수 없을 만큼에 눈물을 흐르자 랑이는 내게 바보, 바보, 바보!” 라며 쥐고 있던 빗자루를 던졌다. 하지만 그 바보라는 소리도 그리 길지 않았고 점점 잦아들더니 이제는 그저 랑이가 훌쩍거리는 소리만 들린다.

“........”

훌쩍, 훌쩍, 흐윽, 훌쩍.”

이제는 달래줘야겠지? 그런데 뭘 어떻게 하지? ........ 그걸 할까? 아니, 조금 오버하는 게 아닐까? 뭐 그렇지만 나는 이제 솔로이기도 하고 얘한테서 고백도 받아봤으니까 그리고 우는 여자 앞에 두고 남자가 가만히 있기도 뭐하니까, 그러니까 뭐....... 괜찮겠지? 아마?

나는 랑이에게 슬금슬금 다가가 랑이를 안았다. 랑이의 머리를 감싸고 랑이의 얼굴이 내 가슴에 안기도록 꼭 안았다.

흐윽, 으윽, 흐아아아아아아아앙!!”

그러자 점점 멎어가던 랑이의 울음은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

멈출 기세 없이 쏟아지는 눈물을 억지로 참으며 랑이가 말한다.

흐읍! 그동안, 그동안 대체 어디 계셨던 거예요!”

저기, 중국 갔다 왔다니까, 중국.”

, 갑자기 웬 중국이에요! 흐윽, .”

아니, 뭐 이러저러한 사정이 있었어.”

저 보기 그래서 중국으로 도망가신 거예요?”

우리 집은 그럴 재량이 안 돼. 다 이유가 있었어, 그랬던 거지. 절대 너 보기 그래서 그랬던 게 아니야. 믿어줘, 노랑아. 그보다 아까 다 얘기해줬잖아.”

, 흐읍. 아까 그 빙구처럼 말하던 거 말이에요?”

, 그렇다고 빙구까지. 그런데 노랑아.”

왜요?”

성까지 다 불렀는데, 뭐라고 안 그러네?”

지금 그런 게 중요해요?”

그럼 지금 중요한 건 뭔데?”

“....... 됐어요, 몰라요. 그냥.......”

그냥?”

잠깐만 이대로 있어주세요.”

그렇게 랑이는 내 품속에서 천천히 울음을 그치고 있다. 우리 둘은 더 이상 아무 말도 주고 받지 않았다.

랑이는 내 옷에 얼굴을 비벼 눈물을 닦고 코를 마시면서도 나를 꼭 붙잡고 놔주지 않았고 나는 그런 랑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봤다. 내가 마지막으로 봤던 풍경과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있다면 벽에 걸려있는 그림이 바뀌었다는 정도.

내가 돌아올 곳이 없어진 건 아니구나. 그리고........

내가 품속에 있는 랑이를 지긋이 바라보자 랑이가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어 나를 보고는

흐읍! , 뭘 그리 보세요. , 보지 마세요. 지금은 얼굴이 엉망이라....... 보여드리기 싫으니까.......”

라고 중얼거리고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번진다. 나는 랑이를 조금 더 가까이 끌어들여 안았다. 랑이가 깜짝 놀라했지만 딱히 거절하진 않았다.

그래, 잊자. 그냥 악몽이었다고 생각하자. 그래, 전부 다 잊고 예전처럼........

스르륵, .

!!!!!!!

황급히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뭐야, 아까 문 쪽에서 소리가 나지 않았나? 아닌가? 내가 잘못들은 건가? 그런 거겠지? 그래, 내가 좀 그런 일이 있었으니 착각할 만도 하지, 그래, 그렇지.......

그런데....... 내가 아까 문을 안 닫고 들어오지 않았나? 근데, ? , 문이....... 닫혀있지?

 

순간 내 뇌리에서 영은이가 내가 랑이를 껴안고 있는 모습을 문 바깥에서 지켜보고 있는 이미지가 스쳐지나갔다.

선배?”

? , , , .”

갑자기 왜 그러세요?”

눈물은 이제 다 그쳤는지, 손가락으로 눈 주위를 훑으며 랑이가 말했다.

, , 아니야. 아무것도.......”

설마, 아니겠지. 그래, 아닐 거야.

나는 자신을 안도시키려는 목적으로 다시 랑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데 그 손길의 내 불안감이 반영되었던 것이었을까, 다소 거친 손길에 랑이가 아이이, 선배 이제 그만해주세요.” 라며 투덜거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 손길이 피하거나 내치지는 않았다. 그 모습이 귀여워 나는 하하.” 하고 소리 내어 웃어버렸다.

 

나는 이 웃음에 감사해야 한다.

왜냐면 이 소리 덕에 뒤에서 문이 살짝 열리는 소리를 못 들을 수 있어서.

왜냐면 소리를 못 들은 덕택에 뒤 돌아보지 않을 수 있어서.

왜냐면 뒤돌지 않은 덕분에 작은 틈 사이로 우리를 지켜보는 영은이의 눈과 마주치지 않을 수 있어서.

 



태그
0 자리끼  lv 0 0% / 0 글 0 | 댓글 6  

게시물 주소 http://seednovel.com/pb/79988
트랙백 주소 http://seednovel.com/pb/tb/79988
21075 bytes / 219.250.231.51
목록
0 enkidu 11/15/07:43
노랑아. 그 남잔 결군엔 너 버리고 영은이랑 결혼하게 된단다.ㅋㅋ
0 라온힐조 11/16/03:22
마지막에 순간 소름 돋았네요ㅎㄷㄷ;;
1 이노링 11/20/02:07
주인공이좋아한다던 야동취향이 자신의 영은이방생활에,,,감금 납치 ,,무섭내여 마지막 문장보고 다음화를 ㅂ볼려는대 신이시여 정주행이끝낫다니 ㅠ

자유연재 검색된 1 / 2 Page, Total 39 Documents
번호 제목 이름 시간 조회 추천
39 37화 스토킹(5) [1] 0 자리끼 14.04.11 1240 1
38 36화 스토킹(4) 0 자리끼 14.04.11 1333 0
37 35화 스토킹 (3) 0 자리끼 14.03.17 1110 0
36 34화 스토킹 (2) 0 자리끼 14.03.11 1232 0
35 33화 스토킹 (1) [1] 0 자리끼 14.03.03 1125 0
34 32화 자질구레한 일상들 (1) [1] 0 자리끼 14.02.27 1590 0
33 31화 일주일 전 0 자리끼 14.02.27 1279 0
32 30화 일주일 후 0 자리끼 14.02.27 1105 0
31 29화 감기 (2) 0 자리끼 14.02.27 1327 0
30 28화 감기 (1) 0 자리끼 14.02.27 1215 0
29 27화 힘없는 가장. [1] 0 자리끼 14.02.27 1660 0
28 26화 '차리기 전' (21) [3] 0 자리끼 14.01.08 1222 0
27 25화 '차리기 전' (20) [2] 0 자리끼 13.12.30 1072 1
26 24화 '차리기 전' (19) [1] 0 자리끼 13.12.23 1144 1
25 23화 '차리기 전' (18) [2] 0 자리끼 13.12.18 1487 1
24 22화 '차리기 전' (17) [1] 0 자리끼 13.12.06 1245 1
23 21화 '차리기 전' (16) [4] 0 자리끼 13.11.29 1390 2
22 20화 '차리기 전' (15) [3] 0 자리끼 13.11.14 1073 3
21 19화 '차리기 전' (14) [4] 0 자리끼 13.11.06 1083 3
20 18화 '차리기 전' (13) [2] 0 자리끼 13.10.03 1228 3
전체목록 < 1 2 >


Page loading time:0.03s, Powered by pimangBoard v3
회원가입 | 정보찾기

연재

자유연재

공모전연재

베스트 작품

작품 홍보


▶ Today B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