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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토커와 결혼해버렸다. by 자리끼

학창시절 스토커와 같은 여자아이와 만나 어쩌다보니 연해하게 되고 결국은 결혼까지 하게 된 한 남자. 아니 이제는 가장이 된 그는 아내를 빼닮은 딸까지 낳고 3명이서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자 했으나, 그 3명이서 한 지붕 아래에 사는 이상 조용할 수가 없는 매일매일, 그런 시끌벅적한 가족이야기.

[러브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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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390    추천 2   덧글 4    / 2013.11.29 02:26:07

동작 그만. 중국산이냐.”

교실에 들어가려는 나를 식재가 막아선다.

뭐야?”

여태까지 학교 땡땡이치다 오늘이 방학식이라 온 거겠지.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이 새끼야.”

증거 있어?”

증거? 증거 있지. 너는 일단 중국에 가긴 했을 것이여. 하지만 한국에 들어온 날은 이거, 이거 꽤 오래 전인 거 아니여? , 여러분들 이거 날짜 보쇼. 중국을 핑계로 학교 땡땡이치다 오늘 월요일이 방학식이니까 오늘에서야 온 거 아니여.”

 시나리오 쓰고 있네, 미친 새끼가.”

으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

식재는 내 손목을 꽉 잡고서 비열하게 웃다가 곧장 정색을 하고는.

아무도 건들지 마! 헤어스타일 날아가 붕게. 칠판지우개 갖고 와.”

라 말한다. 윤미는 옆에서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해.” 라 말하며 만류하는 척한다.

잠깐.”

내가 나설 차례다.

그렇게 피를 봐야만 하겠어?”

구라치다 걸리면 피 보는 거 안 배웠냐?”

좋아.”

나도 식재 손목을 강하게 움켜쥐며 말했다.

내가 최근에서야 왔다는 거에 내 용돈 전부와 내 머리를 건다. 쫄리면 뒤지시든가.”

이 쓰벌놈이 어디서 약을 팔아.”

참나, 천하의 식재가 혓바닥이 왜 이리 길어. 후달리냐?”

후달려? 허허허허허허허. 오냐, 내 용돈 전부와 내 머리를 건다. 둘 다 묶어,”

반 친구들이 일제히 우리를 둘러쌌고 우린 책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앉았다.

, 지금부터 확인 들어갑니다.”

경쾌한 식재의 노랫소리.

쿵짝짝, 쿵짝짝, 따라리라라리.......”

그러나 곧 흥겨운 노랫소리는 끝나고 주위의 친구들이 소리친다.

뭐여, 조선족이여?”

조선족이야?”

식재는 당황을 감추지 못하고 허둥댄다.

아녀, 내가 봤어. 이 녀석 분명 적어도 일주일 전에는 왔을 거라니까. 내가 똑똑히 봤다니께!!”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마라. 이런 거 안 배웠어? 뭐해, 식재 머리에 분필가루 안 묻히고.”

뭐여, 안 돼, 안 돼. 안 돼에에에에에에에에에!!!!”

 

라는 게, 내가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일어난 상황극.

오랜만에 돌아왔더니 오자마자 이게 뭐야.”

그런 너도 잘 받아주던데.”

머리가 새하얗게 된 식재가 웃으면서 말한다.

근데 너 진짜 최근에 온 거 맞아? 내 생각에 땡땡이 좀 치다 온 거 같은데.”

새끼가 아직도 안 믿네. 내가 교무실에 제출한 보고서 보여줄까?”

식재 말대로 오늘은 방학식이다. 나는 거의 한 달 만에 반에 얼굴을 비춘 거다. 근데 하필이면 그 날이 방학식이니 식재 녀석이 저리 생각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걸 수도 있지.

왜 내가 없으니까 쓸쓸하디?”

....... 네 빈자리가 확실히 느껴지더라.......”

? 갑자기 왜 이래 이 녀석? 난 이런 반응을 원한 게 아닌데.

나 항상 네 지우개 빌려 쓰니까 지우개 안 사고 있었는데, 네가 없어서 지우개를 새로 하나 사버렸잖아....... 돈 아깝게.”

뭐야? 내 존재는 지우개 정도냐? 그리고 나 말고 지우개 빌릴 친구도 없냐.”

잠깐 빌리는 거면 몰라도 한 달 동안 어떻게 지우개를 빌리냐, 양심도 없이.”

너 내 지우개는 365일 연중무휴로 빌리잖아.”

너한테 챙겨야 할 양심은 없어.”

이런 미친.......”

식재한테 뭐라 말하면서도 이제야 원하는 반응이 나와 안심하는 나.

박형우. 그런데 선물은 안 가지고 왔어?”

보자마자 대뜸 선물부터 찾는 윤미.

무슨 선물.”

매정하네. 중국까지 갔으면서 선물 하나도 안 들고 왔다고?”

아니, 사실은 사왔는데.”

사왔는데?”

가져오다가 중간에 폭발해버렸어.”

“!!!!!”

역시 중국산이라 그런가?”

왜지? 분명 농담이라고 여겨야 할 부분인데, 설득당해 버렸어. 진짜로 폭발했을 거 같아. 역시 중국.”

이렇게 선물을 탐하는 윤미와의 대화를 간신히 넘어가고 무슨 재밌는 일 없었냐?” 라고 묻는 식재에게 열심히 외어둔 얘깃거리를 풀려고 하는 순간,

얘들아, 이제 그만 자리에 앉으렴~.”

왜인지 텐션이 높으신 선생님이 간드러진 목소리로 말하며 들어오셨다.

파마를 새로 하셨는지, 머리는 찰랑찰랑. 풀메이크업을 하셨는지, 얼굴은 화사. 옷도 선생님 몸매에 딱 맞게 핏이 있다. 한 마디로 오늘은 차려입으셨다. 아쉬운 점은 다크서클이 화장으로도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는 점 정도.

조금 있으면 교장 선생님 말씀 있을 테니까 조용히 하고 있으려엄~. 어머나! 형우 왔구나, 거의 한 달만이구나, 재미는 있었니?”

“......., , 뭐어.......”

뭐랄까, 항상 어두침침한 분위기에 선생님이 저렇게 발랄해지시니까 뭔가 딴 사람 같다. 모르는 사람 같아서 대하기 어려워........

저기, 선생님? 오늘 무슨 좋은 일 있으셨어요?”

어머, 어머, 어머! 티 났니?”

선생님은 붉어진 양 볼을 손으로 가리며 티 났나봐, 아이구 나도 참.” 이라며 혼자 낄낄거리며 좋아하시고 있다.

그렇게 궁금하니?”

아니, 그렇게까지는.”

그렇구나! 하긴 궁금하겠지! 왜 선생님이 오늘을 위해 총 50만원이나 투자를 했는지를.”

뭘 하셨기에 50만원이나 쓰셔요?!”

선생님의 이 아름다움을 한 층 더 업그레이드 시키는 데에!”

그냥 조금 더 모아서 성형을 하세요....... 라고는 도저히 말로 할 수는 없다.

얘들아 들어봐. 사실은, 사실은.”

현역 고등학생인 우리보다 한층 더 고교생 같은 말투로 말하시는 선생님은 무척이나 들떠계셨다.

사실은 오늘 선생님, 소개팅이 있단다!”

에이, 선생님 나이면 맞선이......”

식재가 깐족거린 순간. 교탁에서 선생님의 모습이 사라졌다. 나를 포함한 모두가 믿기지 않는 상황에 당황해했지만 그 당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곧바로 들려오는 커허헉! 어억! 크어어어헉헉!!” 거리는 고통스런 신음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서 사라진 선생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식재에게 길로틴 초크를 걸고 있는 모습을.

어머~ 우리 식재가 뭐라고 했나요? ? ?”

커허허헉! 으억! , , , !”

아잉~ 그게 아니었잖니. 아까 뭐라고 했던 거 같은데. 맞선? 아닌가? 맞선이라고 했지?”

, 허허허헉! 살려, 살려주세요!”

왜 그렇게 말했을까? 우리 식재가. 선생님 나이가 왜? ? 뭐가 이상하니? ? 식재야, ?”

, 저기 선생님 그만하세요.......”

보다 못한 내가 중재에 나섰다.

식재 얼굴이 새하얘지고 있어요.......”

이거 식재 머리하고 깔맞춤하는 거란다. 머리는 분필가루로 하얗게 했으니까 얼굴은 혈액순환을 막아 하얗게 해야지.”

아무래도 식재는 눈도 깔맞춤을 하려나보다. 눈깔이 뒤집혀서 흰자만 보인다.

- 딴딴따다. 딴딴따다.

선생님 주머니에서 전화가 울렸다. 벨소리는 누구나가 다 아는 곡인 결혼행진곡이다.

얼마나 결혼을 원하시기에 벨소리까지........ 왠지 내가 다 측은해진다.

여보세요. ! . 준석씨. 왜 지금 전화를, 나중에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상대는 오늘 맞선, 아니아니 소개팅에서 만나기로 한 남자인가 보다. 갑자기 목소리가 온화해지고 얼굴에서도 상냥함이 묻어나온다.

, 참고로 말하자면 식재에게 시전한 길로틴 초크는 그대로 시전중이시다. 전화는 어깨를 이용해서 받고 계시고. 물론 식재는 계속 꿈틀거리고 있다. 팔을 공중에 휘저으면서, 꼭 자신을 도와줄 동아줄을 찾는 것과도 같은 모습이다.

?”

뭔가 일이 생긴 걸까? 선생님의 대화 흐름이 중간에 끊겼다. 선생님은 말없이 상대편에 말만을 듣고 계신다. 그리고 잠시 후.

“........ . 그러면, 수고하세요.”

- .

끊긴 전화. 그리고 끊긴 우리 반 분위기. 모두가 숨을 죽이고 가만히 있다. 왠지 숨소리도 내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다. 물론 식재가 그런 분위기를 파악하고 숨을 죽이고 있는 건 아니지만 팔을 휘젓는 것도 멈추고 실 끊어진 인형처럼 축 처진 걸 보니 숨을 죽인 게 아니라 그냥 죽은 거 같다.

전화를 끊은 선생님은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식재 얼굴이 파랗게 되신 걸 보고는 뭐야, 이제 깔맞춤이 아니잖아.” 라시며 길로틴 초크를 풀고 조용히 식재의 머리를 반 바퀴 돌리시고는 (어째서?!!) 다시 교탁으로 나가셨다.

무섭다. 뭔가 공포영화를 본 거 같다. 식재는 첫 번째 희생양인 것인가. 첫 번째라면 두 번째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것. 아무래도 모두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선생님의 눈길을 받지 않기 위해 모두가 개성을 죽이고 있다. 마치 개미 같다. 물론 나도 그 중 하나이고.

이런 걸 폭풍 전에 고요함이라던가. 그러니까 내가 말하고 싶은 결론이 뭐냐면. 결국 태풍은 온다고.

이런 개○○놈들아! 네들 맨날 내가 늙었다고 생○○를 떨지! 아직 30대야, ○○새끼들아! 세상 남자 놈들은 다 똑같아!! 다 젊은 게 좋지 아주. ! 아주 젊은 거에 환장을 하는 새끼들!! ? 뭐라고!! 나는 연상은 별로....... 아주 ○○를 해라, ○○!! 맨날 연하, 연하, 연하만 찾는 이 ○○같은 새끼들!! 이 세상에는 연하보다 연상이 더 많아 이 새끼들아! 네들 같은 ○○들이 설치고 다니니까, 로리콘이 많아지고 사회가 무너지고 나라가 무너지고 지구가 무너지고 태양계가 무너지고 우리은하가 무너지잖아!!! ! 연상은 별로라서 소개팅을 물러줄 수 없겠냐고!!! 이런 ○○놈을 봤나! 어차피 내가 먼저 차려고 했어, 새끼야! 어디서 ○○!! #$^#%^@%^%&”

그 이후로도 이어지는 선생님의 광기의 연설. 책상을 치고 칠판을 치고 벽을 치며 선생님께서는 그 동안 쌓이신 감정을 다 토해내셨다. 조금 있다가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시작됐으나 선생님이 교장도 결국은 연하나 좋아하는 변태새끼잖아!!” 라며 스피커 선을 뽑아버리시고 다시 연설을 재계.

처음에는 소개팅 남자와 세상 남자들에 대한 분노로 시작하시더니 점점 하소연으로 바뀌었고 마지막은 자신의 삶에서 있었던 억울했던 일들에 대한 커밍아웃으로 바뀌어갔다.

흐흑. 그 때 그 놈이 뭐라 그랬는지 네들은 아냐? ‘저기, 죄송해요, 누나....... 저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래도 전 누나랑 계속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요, 괜히 이런 걸로 어색해지지 말아요, 우리. , 누나?’ 라고 하는 거야!!! 나한테 그렇게나 달라붙더니!! 좋아하는 애가 있데! 그러면 나한테 왜 그렇게 달라붙었냐고!!! 그런데 더 웃긴 건 뭔지 아냐? 얘가 다음 날부터 날 피하는 거 있지!! 그것도 엄청 노골적으로!!! 분명 눈이 마주쳤는데, 못 본 척 하고 지나가는 그 모습을 네들이 아냐!! 아아아아아아아아앙!!!!!”

선생님은 자신의 경험을 하나하나 말할 때마다 점점 기분이 다운되시더니 지금은 아주 울고불고 난리가 아니다. 화장은 번지고 버져서 지금은 마치 피에로 분장 같다.

우와, 엄청나다. 술은커녕, 물 한잔도 안 마셨는데,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변하냐.

처음 몇 사연을 들을 때는 우리들도 감정을 이입해서 선생님을 위로해줬지만 계속해서 나오는 에피소드는 우리가 듣기에는 점점 수위가 높아졌고 덩달아 높아지는 선생님의 불운의 오오라는 우리 모두를 지치게 만들었다.

심지어 방학식은 끝난 지 오래라 모두들 집에 갔고 아마 학생들 중 학교에 남아있는 건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애들과 우리들뿐일 거다.

선생님을 위로할 체력은커녕, 더 이상 얘기를 들을 체력도 남아있지 않은 우리들은 모두들 곁눈질로 시계만 보고 있다. 그리고 선생님도 그걸 눈치 채셨는지.

....... 미안하다, 얘들아. 내가 시간가는 것도 모르고....... 네들도 나같이 나이 많은 여자랑 계속 있는 건 싫겠지, 미안하다.......”

. 선생님 그만하세요....... 제 가슴이 다 아프네요.

, 방학 중 주의사항 같은 건 띠러 말 안 해줘도 되겠지. 그러면, 또 뭐가 있지........ , 맞다. 조선족아.”

?”

아니, 잠깐. 조선족이라고 말하는데, 나는 왜 이걸 당연하게 대답하고 있는 거야.

너 고향 갖다온 거 보고서 제출하고 가라.”

아마 저 고향은 중국을 말하는 거겠지?

선생님의 질 낮은 개그를 무시하던 나는 갑자기 궁금한 것이 생겼다.

저기, 선생님. 여쭤볼 게 있는데요.”

?”

제가 중국 갔다는 걸 누구한테 들으셨어요?”

부모님은 내가 중국에 갔다는 걸 모르시니(실제로 간 것도 아니고) 학교에 연락하셨을 리가 없다. 그러면 누가 연락을?

, 그건 네 여자친........ 크크크크크크큭

선생님은 말하다 말고 음흉하게 웃기 시작하신다. 이 분위기는 방금 소개팅에서 차였을 때와 비슷하다.

네 여자친구다! 네 애인이 나한테 알려주러 오더군아! 우리 오빠가 중국에 갔다가 말이야! 1학년이지? 연하네! 연하야! 결국 너도 연하만 좋아하는 페도잖아!! 너 같은 녀석들이 발전해서 나중에는 초등학생, 유치원생 뒤꽁무니나 쫓아다니는 변태가 되는 거야!! 맨날, 연하, 연하, 연하!!! 연상이랑 사귀어야 인생이 잘 풀리는 법이야!!”

선생님은 아까까지의 음울한 기운을 다 쫓아내고 다시 광분하기 시작한다.

선생님 오늘따라 기분 기복이 너무 심하신데. 조울증이신가?

그래! 지금 전달사항이 하나 더 생각났다! 조선족 너! 너 방학 중에 방송실 청소 담당이다!”

?!!”

네는 무슨 네야!! 매주 화, . 빼먹으면 죽는다!”

아니, 잠깐만요, 선생님. 왜 갑자기 방송실 청소에요? 원래 있던 일인 건 맞아요?”

내가 이런 걸로 뻥칠 놈으로 보이냐!”

안 보이진 않는데요.

원래 우리 반이 특별구역 담당 반이야. 그래서 전에 미술실 청소도 시킨 거고.”

그래요! 그런데 저는 미술실 청소를 했잖아요, 그러면 다른 애를 시켜요.”

닥쳐! 너 중국으로 도피해서 미술실 청소도 며칠 안 했잖아! 그리고 나는 네가 맘에 안 드니까, 너한테 시킬 거야!”

, 이런........

잠깐만요, 선생님. 그런데 방송실은 좀 크잖아요. 만약 제가 한다고 해도 거길 저 혼자 하라고요?”

원래 인원이 3명이긴 하지.”

거봐요! 그럼 2명은 더 골라야죠!”

싫어! 너 혼자 해! 어차피 너는 여친도 있잖아! 둘이 같이 하면 되겠네!”

, 이렇게 추한 질투는 또 처음 본다.

그러면 이 방송실 청소도 미술실처럼 다른 반 애하고 같이 하는 거에요? 그렇게 해서 3?”

아니, 순전히 우리 반 애들로만 3.”

아니! 그러면 저 혼자 그걸 어떻게 해요!”

넌 연하의 여자친구 있잖아!”

아까부터 그게 뭔 상관이에요! 그리고 제가 여자친구 데려와서 청소해도 합 2명이잖아요! 나머지 1명은요!”

남녀 단둘이서 밀폐된 공간에 있으면 자연히 나머지 한 명은 생길 거 아니야!”

그게 무슨 소리에요?”

나머지 한 명은 네 여자친구 뱃속에 생긴다는 거지.”

우왓! 저질!”

이 선생님 진짜 막 나가네!!!

선생님 왜 자꾸 이러세요.......”

? 꼬우니?”

, 꼬와요.”

꼬우면 네가 선생 하던가!”

, ........

내 꼭 선생을 하고 말겠다.

결국은 하게 되는 구나......”

방송실 바닥을 대걸레로 문지르며 한탄한다.

내가 계속 부당함을 외치니 선생님도 정신이 조금 돌아오셨는지, 교환조건으로 내가 없던 한 달간 있었던 수행평가의 점수를 만점으로 바꿔주신다고 하셨다. 솔직히 일주일에 2번 나와서 청소하는 것으로 점수를 받을 수만 있다면야 이득이라고 생각하기에 나는 승낙했다.

, 금이 청소하는 날이지만 선생님이 오늘 방송실 청소를 한 번 쫙 하고 다음 주부터 나오라고 하셔서 지금 청소하는 중이다. (빗자루 질 하기는 귀찮아서 닦기만 하고 있다.)

매정한 녀석들, 자기들끼리 먼저 쏙 가냐.”

윤미와 식재는 자기들끼리 먼저 갔다. 내가 기다려달라고 했지만 어차피, 영은이가 기다려줄 거 아니야. 둘이서 오붓하게 오셔.’ 라 말하는 녀석들을 향해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어서 그냥 보냈다.

녀석들 입에서 영은이라는 이름이 나오는 순간, 나는 심장이 덜컹 했다. 공포감도 물론 있었지만 걔네한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윤미와 식재도 나 못지않게 영은이와 많이 친했다. 그런데 그런 녀석들에게 다짜고짜 나 영은이한테 감금, 납치당했어.’ 라고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뭣보다 부모님에게조차 감추는 걸 말할 리가 없고.

나는 그냥 쓴 웃음을 지으며 일단 걔네를 보내기는 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감출 수 있을 리가 없다.

뭐라고 말하긴 해야 하는데....... 일단은 영은이하고 헤어졌다고 말해야겠지. 왜 헤어졌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하지.......

그런 고민을 하며 걸레질을 하고 있자니 열려있는 문으로 복도에서 쓱 지나가는 랑이가 보였다. 나는 랑이가 보이자마자 인사하려고 했지만 손을 들었지만 빠르게 지나가서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딱히 무시한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왠지 섭섭해 하며 손을 내렸다. 그런데 랑이가 뒷걸음으로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 조선족 선배. 여기서 뭐 하세요?”

왜 보는 사람마다 나를 조선족이라고 하는 거야?”

그렇지만 이거 제일 위로 올라가면 선배를 조선족이라고 놀리고 있잖아요.”

등장인물 주제에 스크롤 올리지 마.”

스크롤을 올릴 수 있는 건 독자님들뿐이다.

그리고 뭘 하냐니, 보다시피 걸레질하잖아.”

그러니까 왜 방송실에서 걸레질을 하냔 말이죠.”

, 어쩌다보니 방학 동안 방송실 청소를 맡게 됐어.”

여길 혼자서요?”

, 그렇지.”

그런데 아까부터 랑이가 왜 저리 안절부절 하지? 계속 주위를 살피고 있네.

노랑아. 오줌 마렵냐? 왜 이리 안절부절 해?”

노랑이라 부르지 마시고 성희롱하지 마세요.”

오줌 마렵냐고 하는 것도 성희롱?!!

그리고 전 안절부절 하지도 않았어요. 그냥.......”

랑이는 고개를 숙이고 우물쭈물하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 근처에 선배 여자친구분이 계시나 해서........ 그냥, 그래서 그런 거예요.”

잠깐 잊고 있었는데, 나는 랑이의 고백을 거절했지........ 여자친구가 있어서 안 된다고 거절했는데, 막상 그 여자친구하고 나는 헤어져있네........ , .

괜히 저랑 이러고 있다가 선배 여자친구가 화내시는 거 아닌가 몰라요. 헤헤헷. 전 이만 갈게요. 수고하세요.”

왠지 기운이 빠진 듯 보이는 랑이가 내게 인사하며 갈려고 하니 순간 내 안에서 세 가지 마음이 솟아올랐다.

첫 번째는 랑이의 마음을 거절한 것에 대해 미안함.

두 번째는 헤어진 여자친구, 영은이의 근황. 거기에 대한 걱정.

세 번째는 아직도 영은이를 걱정하는 자신을 향한 혐오감.

이 세 감정은 섞이고 섞여서 떠나려는 랑이를 붙잡는 말이 되어 입 밖으로 나왔다.

“........ 어졌어.”

?”

헤어졌다고.”

내 말이 잘 안 들린 건지 뭔지, 약간 벙 쪄있는 랑이에게 나는 씁쓸하게 웃음 지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 여자친구랑 헤어졌다고. 여자친구 있어서 너랑 사귈 수 없다고 말해놓고 이렇게 깨지다니, 나도 참....... 하하하.”

“........”

말한 내가 무안해질 정도로 랑이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나는 딱히 물어본 것도 아닌데도 계속해서 말을 덧붙인다.

, 문제가 생겨가지고 헤어지게 됐어. 이렇게 되니까 괜히 너한테 더 미안해지네.”

나중에 윤미랑 식재한테도 털어놔야 이렇게 털어놔야 할 텐데.

내 말을 들은 건지 아닌지 랑이는 등을 휙 돌리더니 혼자 뭐라뭐라 중얼거린다.

, 이건, 혹시 찬스가 아닐까. 신이 내게 주신 찬스. 선배는 이제 솔로잖아. 게다가 지금 막 헤어지신 참이라 마음이 약해져있을 테니까 내가 거길 노리면 단번에 넘어올지도. 아아아, 하지만 그런 건 치사한 게 아닐까. 아니야, 사랑에 치사하고 말 게 어디 있어. , 이렇게 생각하는 거 자체가 치사한 게 아닐까? 나 혹시 비겁한 걸까! 아니야, 여라 가지 생각하지 말자. 이건 기회야, 기회. 그래!”

랑이는 만세 포즈를 취하며 아자 아자 파이팅!” 이라 소리 치고는 다시 내 쪽을 돌아봤다.

저기, 선배. 그러고 보니까 저도 방송실 청소였네요.”

? 그치만 선생님이 이거 우리 반만 하는 거라고 하셨는데?”

? , 그게 저기....... 그러니까....... 그래! 그 왜, 우리 미술실도 같이 했잖아요. 이것도 저희 반하고 공동이에요.”

그렇지만 우리 선생님이.”

선배네 담임선생님 믿을만한 분이세요?”

“....... 아니, 전혀.”

, 거봐요! 분명 깜빡하신 걸 거예요!”

왜인지 해냈다! 라는 파이팅 포즈를 취하면서 말하는 랑이.

그리고 이 방송실을 혼자서 청소하기에는 좀 크잖아요.”

그것도 그렇지. 그런데 너 아까까지는 전혀 여기 청소인 낌새가 없었는데.”

, 그건 그러니까요....... 그래요! 그 미술작품에 대해 생각하느라 그랬어요! 그 생각이 깊어져서 이런 사소한 일은 잊어버렸던 거예요! , 틀림없어요! 분명 그럴 거예요!”

....... 하긴 예술 하는 사람들은 좀 그런 경향이 있던 거 같더라.”

, 선배. 예술인들의 고질병이죠. 그래서 방송실 청소는 언제, 언제예요?”

? 그것도 몰라?”

, 그러니까요....... 원래 예술 하는 사람들은 기억에 빈틈이 생겨요.”

에잉?! 그거 심각한 병 아니야?!”

, 숭고한 예술을 하다 보면 많은 뇌 용량이 필요해서요, 그 기억의 틈새에 예술혼을 집어넣어요. 그래서 피카소나 고흐 같은 사람들은 부모님 이름도 기억 못 했었데요.”

정말?!! 처음 듣는 얘기인데!”

, 참고로 저도....... ? 여긴 어디? 난 누구? 당신은 누구시죠?”

아악! 노랑이도 기억을 잃었다! 기억의 틈새에 자아를 잡아먹혔어!”

노랑이라고 부르지 말라니까요! 몇 번을 말씀드려요!”

뭐야, 기억을 잃어도 이건 반응하는 거냐?”

, 이건 그러니까........ 예술의 세계는 심오해서 그래요.”

역시, 예술의 세계.”

처음 미술실에서 랑이와 만났을 때가 떠오른다.

그 때 랑이와 나눴던 대화들 지금처럼 정말 재밌었지. 솔직히 고백을 거절했을 때, 더 이상은 이렇게 즐겁게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방학 중에 학교 나와서 청소를 해야 한다는 게 썩 달갑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이 청소, 꽤 즐거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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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자리끼 11/29/02:27
아무리 써도 마음에 안 들어서 좀 늦게 내놓게 되었습니다. 고치고 고치고 고쳐도 영 맘에 안드네요. 솔직히 지금 내놓은 것도 별로...... 그런데 이렇게 늦다가는 제가 연재중단하신 줄 아실까봐, 다급하게나마 올려봅니다, 일주일에 한 화는 올리려고 했는데, 하하.
1 이노링 11/29/07:24
재밌게보고있는중이라 늦더라도 올려만주신다면 감사하죠~
영은이가 저번편에서 바로 사고칠거같이 끝나더니 이번편에 안나온게 ㄷㄷ
고백만받았다고 감금하는애인대 ,,다음편이떨리면서기대되내요
9 RoA 12/16/01:13
도대체 무슨일이 벌어지려고
0 라온힐조 01/15/08:11
주인공이 선생님이 된 계기가 바로 여기에 있었군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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