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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토커와 결혼해버렸다. by 자리끼

학창시절 스토커와 같은 여자아이와 만나 어쩌다보니 연해하게 되고 결국은 결혼까지 하게 된 한 남자. 아니 이제는 가장이 된 그는 아내를 빼닮은 딸까지 낳고 3명이서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자 했으나, 그 3명이서 한 지붕 아래에 사는 이상 조용할 수가 없는 매일매일, 그런 시끌벅적한 가족이야기.

[러브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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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479    추천 1   덧글 1    / 2013.12.06 13:23:38

방학은 총 31.


  

개학까지 27. 식재와 윤미에게 영은이와 헤어졌다고 알려줬다.

?!!!! 왜 헤어졌어, !!!! 뭐야, 너 미쳤어? 영은이가 너한테 얼마나 과분하고 과분한 존재인데!!”

아니, 그러니까....... , 문제가 있어서.”

무슨 문제기에 그래!! 무슨 문제가 있더라도 붙잡았어야지! 바짓가랑이를 잡고서라도, 치맛자락을 잡고서라도, 팬티를 붙잡고서라도!!”

팬티는 잡으면 성범죄야.......”

영은이랑 헤어진 너는 그냥 사형이야!! 성범죄는 그냥 감옥에만 가면 되는 거잖아! 너는 그 정도로 안 돼! 그냥 죽어버려!!”

어젯밤, 나는 윤미와 식재에게 놀자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 이야기를 할 목적으로 부른 거지만 그렇다고 할 얘기가 있어.’라고 보내는 건 뭔가 멋쩍어서 표면상으론 놀자고 이 녀석들을 불러냈다.

장소는 식재네 집. 우리 셋은 예전부터 식재네 집에서 자주 놀았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고. 식재랑 단 둘이서만 논다면 바깥에 나가고 그러지만 윤미는 여자이기에 바깥에 나가 놀면 셋의 흥미를 모두 만족시키지를 못 한다. 윤미에게 축구를 시킬 수도 없고 식재와 내가 백화점을 하드트레이닝 하듯 돌며 쇼핑을 하지도 않으니. 그렇기에 그냥 편한 집에서 느긋이 쉬면서 노는 게 우리 셋이 모였을 때, 가장 좋은 놀이법인 것이다.

하필 식재네 집인 이유는 식재네 부모님이 집에 잘 계시지 않기에가 이유이다. 그렇다고 딱히 식재네 부모님을 어려워하는 것은 아니다. 전에도 말했다시피 우리 셋은 부모님들끼리 전부 아시는 분이시라 잘해주셨으면 잘해주셨지 절대 서운하게 대접해주시지는 않았다.

식재 방에 들어가 적당히 얘기하며 평소처럼 놀다가, 나는 눈치를 보며 저기, 얘들아........ 나 네들한테 할 말이 있는데.’ 라고 입을 열었고 지금 이 사태가 났다.

그러고 보니 왜 성범죄는 감옥에만 가면 땡이야!! 이거 법이 잘못된 거 아니야?!! 심지어 술 마시면 감형이잖아! 이거 나라가 미쳐 돌아가는구먼!! 심지어 아동성폭행도 그래!! 적어도 징역 20년은 기본으로 해야지!!”

윤미의 분노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른다.

이게 다 네가 영은이랑 헤어져서 그래!!”

이상한 방향으로 가도 그 분노의 목적지는 결국 나구나.

지구온난화도 너 때문이고! 줄어드는 출산율도 너 때문이고! 상승하는 물가도 너 때문이고! 과자를 샀더니 질소만 가득한 것도 너 때문이고! 짬뽕을 시켰는데 짬뽕 밥이 오는 것도 너 때문이야!”

, 나는 완전히 악의 근원이구만. 장래희망을 교사에서 대마왕으로 바꿔야겠네.

한동안 씩씩거리던 윤미가 진정될 때까지 나는 무릎을 꿇은 자세로 기다리기로 했다.

랑이에게 내가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는 걸 알리고 나니, 나는 하루라도 빨리 이 녀석들에게도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안지 별로 안 되는 애한테는 알려줬으면서 왜 오랜 세월 지낸 녀석들에게는 그렇게 전달이 느리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래 지냈기에 오히려 전달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가족들에게는 말하기 힘든 비밀을 난생 처음 보는 상담원에게는 술술 풀어놓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뭣보다 이 녀석들과는 오래 지내왔고 앞으로도 오래 지낼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우리들 주변 관계의 변화는 개인의 변화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내가 영은이와 사귀었기에 이 녀석들도 영은이와 꽤 친하게 지냈고. 지금 영은이와 헤어진 지금 그 관계는 또다시 이 녀석들에게 영향이 갈 것이다. 그렇기에 알리기가 쉽지 않았다. 내가 영은이와 만나기 껄끄러워진다면(나에게는 껄끄럽다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두려움이지만) 식재와 윤미, 이 녀석들도 영은이와 만나기가 껄끄러워진다는 것이다.

그토록 친하게 지냈는데, 단순히 나 하나 때문에 말이다.

윤미는 세상 만물에 대한 분노를 다 쏟아내고 나서야 조금 진정이 됐는지, 자리에 앉아 조용히 말했다.

그래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별까지 가버린 거야? 뭣보다 너는 한동안 중국에 있었잖아.”

“........”

대답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기에 침묵으로 답하는 나.

흐음~ 말할 수 없다 이건가.......”

윤미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나는 그 시선을 힘겹게 피하고 있다. 그러기를 잠시.

, 네가 말하기 싫다면 나도 더 이상 어쩔 수....... 없겠냐!!”

으어어억!”

흥분한 윤미가 내게 암바를 걸었다. 심지어 잘 건다!! 어디서 전문 트레이닝 받았냐!!

말해! 말해! 말하라고!!”

으악!! 그만, 그만 항복, 항복!!”

항복이면 말을 해!!”

관절이 꺾인다!! 꺾이면 안 되는 방향으로 꺾인다!!

윤미야, 이제 그만해.”

식재가 내게 암바를 걸고 있는 윤미의 손을 풀며 말한다.

박형, 이 녀석도 다 사정이 있었겠지. 아마 우리한테 이렇게 얘기하는 것도 나름 힘들었을 거야. 우리가 이 녀석 본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럴 때 우리가 안 믿어주면 누가 믿어주겠어.”

식재가 윤미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하자 윤미는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하고는 “....... 뭐 그렇게까지 말하면야, 나도 어쩔 수 없지, . .” 라고 말한다.

, 이건 나만 아는 사실일 수도 있지만 윤미가 생각보다 식재에게 약하다. 평소에 장난스럽고 실제로 장난만 치는 식재라서 이런 진지한 경우는 드문데 이럴 때의 식재에게 윤미는 정말 약하다. 평소에는 장난치는 식재를 혼내는 윤미의 모습만 보다가 이렇게 약해진 모습을 볼 때면 정말이지 몇 번을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 그러면 박형. 사죄의 의미로 맛난 거나 사줘라.”

이번의 식재는 조금 믿음직스러워 보였기에 오케이, 오늘은 특별히 한 턱 내마. 어떤 거?” 라고 흔쾌히 수락.

당연히 치킨이지!”

넌 치킨 질리지도 않냐?”

허구한 날 치킨이야, 이 녀석은.

박형, 넌 뭘 모르는구나.”

식재는 손가락을 까닥이며 무지한 민중을 바라보는 정치인 같은 눈을 하고서는 말한다.

세상 인구보다 닭의 마릿수가 더 많다는 걸 알고 있냐? 그렇다면....... 우리가 언젠가 닭들한테 지배당할 수도 있다는 말이잖아!!”

진지한 얼굴로 헛소리를 하는 식재.

머릿수로 밀고 들어오면 우린 그들의 닭발에 머리가 찢겨질 거라고! 아니, 얘네는 마릿수지. 쨌든!! 인해전술로 밀고 들어오면 어쩔 거여!! 아니지, 얘네는 계해전술인가? 쨌든!! 나는 혹시나 하는 그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내 손으로 사악한 닭 한 마리, 한 마리를 처치하는 것이야! 나와 같은 전사들이 지구상에 있기에 오늘날까지 인류는 닭들에게 지배당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거란 말이야! 그러니까 나는 오늘도 치킨을 먹는다!!”

....... 뭐 이런 참신한 병신이 다 있지?

........ 뭐 이런 참신한 병신이 다 있지?”

내가 마음속으로 생각한 걸 윤미는 그냥 밖으로 꺼낸다. 이런 필터링 없는 여자 같으니라고.

알겠어, 그러면 치킨으로 하자. 반반?”

당연 반반.”

무는 많이?”

아니, 먹지도 않는 거 그냥 주지 말라고 그래.”

맨날 인터넷 상에서는 반반 무 많이 라고 말하지만 내 주위에서 무를 먹는 놈을 본 적이 없다.

윤미야, 너도 그냥 치킨으로 괜찮아?”

치킨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

아니, 없지. 치느님은 만민에게 평등하시니까.”

이 뒤로는 평소와 같았다. 영은이라는 꺼내기 불편한 화제가 분명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 3명은 즐겁고 편안히 놀았다. 마치 내가 영은이에게 감금당하기 전, 내가 영은이를 만나기 전의 일상처럼.

그 분위기는 내게서 영은이를 잊게 해주었기에 무척이나 편안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앞으로도 노련만 하면 잊는 게 가능하다는 사실에 왠지 불안감을 느껴버렸다.

왜일까? 잊을 수 있다면 그게 잘된 일이 아닌가? 그런데 왜?

그렇기에 나는 내게 묻는다.

너는 김영은이 두려우냐.

그래.

김영은이 한 일에 대해 용서할 수 있느냐.

할 수 없어.

지금도 너는 김영은의 애인이냐.

더 이상 그렇지 않아.

혹시 아직도 김영은을 사랑하고 있는가.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럴 리 없어.

그러면, 너는 김영은을 걱정하고 있는가?

........

너는 현재 김영은의 소재를 궁금해 하는가?

........

네 마음 속 한 구석에 김영은이라는 여자가 존재하는가?

......... 대답하지 않겠어.

 

 

개학까지 22. 벌써 3번째인 악몽을 꾼다.

어둠 속에서 두 남녀가 서로를 마주보고 있다.

남자는 팔다리가 쇠사슬에 묶여 옴짝달싹도 못하는 상태였다. 쇠사슬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했던 것인지 묶인 팔다리 부근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누가 남자에게 저런 심한 짓을 했을까, 생각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고개를 돌려 여자를 보니 여자 쪽은 더했다. 여자의 가슴에는 커다란 송곳이 박혀있었다. 가슴에서는 피가 철철 흘러내려 남자의 상처쯤은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더 기괴한 것은 여자가 자기 가슴에 박혀있는 송곳을 스스로 더 깊숙이 찌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두 손으로 송곳을 더 깊이.

가만히 보고 있으니 저 둘은 서로에게 뭐라뭐라 중얼거리고 있었다. 과연 무얼 말하는 걸까, 궁금해져서 가까이 가봤다. 남자의 목소리는 전부 여자의 목소리에 삼켜져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아무리 주의를 집중해도 들리는 건 여자 목소리뿐이었다.

여자는 연신 사랑한다, 고 중얼거린다, 계속해서 쉬지 않고. 듣다보니 괴로워져서 멀리 달아났지만 목소리는 잦아지지 않았다. 마치 발이라도 달린 냥, 계속해서 쫓아온다.

달아날 수 없단 걸 안 나는 귀를 손으로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뒤에서 누군가 내 양팔을 붙잡아 그러지 못했다. 귀를 막는 걸 저지당한 나는 화가 난 채로 고개를 돌렸고 거기에 있는 건 영은이였다.

영은이는 내 양팔을 붙잡고 연신 사랑한다고 속삭인다. 영은이의 손아귀로부터 벗어나고자 발버둥 쳤지만 강력한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제야 여자의 목소리에 묻혀있던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도망쳐.

도망쳐, 도망쳐, 도망쳐.

도망쳐, 도망쳐, 도망쳐, 도망쳐, 도망쳐, 도망쳐, 도망쳐.

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려고 발버둥 쳤다. 하지만 모두 헛수고였다. 도주의 발악은 영은이 앞에서는 아무 소용없었고 단말마와 같은 비명소리는 영은이의 목소리에 짓눌려 어디에도 퍼져나가지 못했다.

오빠, 사랑해요, 영원히.”

 

허억!! 허억!! 허억!!”

거침 숨을 몰아쉬며 잠에서 깨어난다.

어둠이 무서워서 손을 휘저어 아무것이나 잡을 것을 찾는다. 마치 물에 빠진 사람과 같이 허공을 헛손질하기를 계속. 어느 정도 진정이 되고 마음을 추스른다.

하아, 하아, 하아.”

호흡을 진정시키고 나니 손에 식은땀이 맺혀있는 것을 알고 적당히 이불에 닦는다.

........ 또 꿈이군. 벌써 3번째인가.

어째서 똑같은 꿈인데도 불구하고 꾸고 있을 때는 자신이 꿨었던 꿈이라는 것을 모르는 걸까. 깨고 나서야 같은 꿈이었다는 걸 알아챈다.

아직 해도 안 떠서 방안은 컴컴하다. 나는 어둠이 무서워 자리에서 일어나 형광등을 켰다. 밝아지니 이제는 조금 안심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아니다.

이번에는 소리가 무서웠다. 시계가 똑딱거리는 소리. 바람이 창문에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무엇보다 숨 막힐 것 같은 침묵의 소리.

나는 무서워서 MP3를 꺼내 노래를 틀고 이어폰으로 귀를 막았다. 이제야 조금 안심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번에도 아니었다.

그림자가 무서웠다. 책상 밑의 그림자. 옷장 밑에 그림자. 그리고 계속해서 날 따라다니는 마치 쇠사슬 같은 내 그림자.

너무 무서워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눈을 꽉 감고 몸을 둥글게 웅크리고 노래에 주의를 집중했다.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해서.

하지만 그조차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꿈속의 영은이가 떠올랐고 들리는 노래들은 어느새 영은이의 속사임처럼 느껴졌다.

공포에 떠는 몸을 단지 추워서 떠는 거라고 자신을 토닥이며 나는 기도했다.

어서 빨리 아침이 오길.

 

 

개학까지 20. 랑이와 방송실 청소를 한다.

여름. 4계절 중 가장 더운 계절.

여름. 만연한 햇빛으로 세상을 비추는 계절.

여름. 많은 생명들이 자신들의 숨결을 내뱉은 계절.

여름. 랑이가 얇은 옷을 입고 오는 계절!! 오예!!!!

네들은 모를 거다!! 랑이가 지금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얇아! 얇다고! 내 맘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물을 확 끼얹고 싶을 정도야! 그러면 저 옷은 속살을 가린다는 기능을 잃게 될 거라고! 그리고 랑이는 자기 가슴을 감추고 싶어서 일부러 저렇게 목까지 오는 옷을 입어겠지만 후후후후후. 어리석구나! 너는 가슴을 가릴 요량으로 그런 거겠지만 큰 오판이다! 오늘은 무척이나 더운 날씨, 그렇게 목까지 오는 옷을 입으면 얼마나 덥겠어! 그 증거로 봐봐,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허벅지에 땀이 송골송골. 너는 이해 못 할 거다, 랑이야. 그게 더 야해!! 땀이 너의 피부를 타고 내리는 그 유려함. 손등으로 땀을 훔치는 너의 힘들어하는 표정. 야해! 야하다고! 베리 굿이야! 퍼펙트!

“....... 저기 선배?”

? , 노랑아.”

노랑이라 부르지 마시라니까. 그리고 아까부터 저를 왜 이렇게 음흉한 표정으로 보고 계시죠?”

무슨 소리야? 나는 장래에 스님이 될 몸이야. 무슨 음흉한 표정을 짓는다고. 모함이다.”

지금 표정을 보면 아무래도 파계승인 모양인데요. 어떻게 그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변질자 같은 표정을 지을 수 있죠?”

노랑아, 모함하지 마. 내가 무슨 변질자 같은 표정을 지었다고. 독자들이 착각할 거 아니야. 이런 언론플레이 좋지 않아.”

노랑이라 부르지 마세요! 그리고 아까부터 저를 자꾸 과민반응 하는 사람으로 몰고 있으신데, 그럴 거면 적어도 선배 지금 표정이라도 없애고 그러세요! 콧구멍은 벌렁벌렁 숨은 거칠게 쉬시고 아까부터 눈은 제 전신을 스캔하고 있잖아요! 그게 변태 변질자지 뭐예요! 독자들한테 이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아쉽지만 일러스트가 없어서 볼 수 없지!”

나의 완벽 범죄다!! 캬캬캬캬캬캬!

정말! 이쪽 쳐다보지 마세요!” 라 소리치며 등 돌리는 랑이.

랑이야....... 안타깝지만 너는 뒤태마저 끝내준단다.

나도 모르는 사이 점점 타락해가는 내가 있었다.

그런데, 있잖아. 갑자기 궁금한 건데.”

랑이는 청소하는 손은 멈추지 않고 고개만 내 쪽으로 돌린다.

너는 나한테 선배, 선배 하잖아.”

. 그게 왜요?”

대한민국에서 선배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을 처음 봤어!”

대학교라면 또 몰라도 고등학교에서 선배라니.

대부분 그냥 다 오빠라고 하잖아. 근데 선배라니. 내가 고교생활을 하면서 그 말을 들을 줄은 상상도 못 해봤어.”

선배, 여기에는 다 사정이 있는 거예요.”

무슨 사정?”

이건 만화가 아니라고요. 소설이니까 대사만으로도 그 캐릭터가 누군지 알게끔 다 조정해야하는 거라고요. 그래서 저는 선배라고 부름으로써 이 녀석은 선배라고 부르는 걸 보니 랑이군.’ 이라고 생각하게끔 만든다는 거예요.”

아하!”

새로운 캐릭터 들어올 때마다 얘는 뭐로 구분시키나 하고 고민하는 작가의 노고라는 거죠.”

그럼 주인공인 내 특징은 뭐야?”

뭣도 없는 주제에 여자가 꼬이는 거?”

상처받았다.......

그런데 너 바깥 정보를 너무 많이 알고 있는 거 아니야? 그러다 제재 먹겠다.”

내 말에 조소를 지으며 한탄 섞인 목소리로 랑이는 말한다.

. 어차피 정해져있는 미래. 나 같은 건 발버둥 쳐봐야. 그러니 되는 대로 막 사는 거죠, .”

? 뭔가 엄청난 스포일러를 당한 거 같아. 뭔지 모르겠지만 들으면 안 됐을 엄청난 거 같아.

어머나, 시간축이 어긋난 말을 해버렸네요. 잊어주세요, 선배.”

? , , . 으응.......”

 

별별 시답잖은 농담을 하면서도 결국 청소는 끝마쳤고 이제 집에 가서 점심이나 먹어야지 하는 나에게 (청소시간은 11시로 놀면서 청소해도 30~40분이면 충분하다.) 랑이가 우물쭈물 말을 건다.

, 저기 선배. 요즘 괴한 사건이 많다나 봐요.”

맞아, 요전번에 뉴스에서도 나오더라.”

, 여자 혼자 다니기에는 세상이 참 무섭죠.”

하여간 그런 사람 덜 된 남자들 때문에 모든 남자들이 싸잡아 욕먹는다니까.”

, 저도 그래서 요즘 혼자서 못 다니겠더라고요.......”

자꾸 힐끗힐끗 나를 보며 내가 무언가 말해주기를 기다리는 눈치이다.

? 뭘 원하는 거야?

그래, 노랑아. 그러면 위험하니까 밤늦게까지 돌아다니지 마. 잘 가, 다음 주 월요일 날 보자.”

! , 저기 선배! 잠깐만요! , 그냥 가시게요?”

? 그럼 집에 가지 뭐해.

, 요즘 혼자 다니면 위험하다니까요. 저 혼자 두게요?”

아니, 하지만.......”

나는 시계를 보며 말한다.

지금 12신데?”

창밖은 지금 여름 햇살이 지구를 데워버리겠다는 기세로 내리쬐고 있다.

어떤 괴한이 점심에 돌아다니겠어. 그리고 오늘 같은 날씨에는 괴한들도 파업하겠다.......

, 저기 그러면....... 그러면.......”

발을 구르며 눈동자를 이리저리 돌리는 게 아무래도 꺼낼 말을 찾는 것 같아 보여 나는 조용히 기다려줬다.

그래요! 선배, 그럼 적어도 이것만이라도!”

기세 좋게 소리친 거에 비해 이어 나오는 말은 쑥스러움이 묻어있었다.

, 선배 아까도 저 노랑이라고 불렀죠.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요. 그러니까 그냥 랑이라고 부르세요.......”

전에도 말한 적이 있지만 역시 남자가 여자애를 그냥 이름으로만 부른다는 것은 참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꺼려지는 일이기도 하고.

“....... 아무래도 여자를 이름으로만 부르기는 좀 힘들어서.”

제가 선배한테 그냥 아는 여자애 정도에요?”

“.......”

저는 그런 일까지 했는데, 선배한테 겨우 그 정도의 여자애인 건가요?”

그러고 보니 랑이는 나한테 고백했었지. 고백하는 거, 참으로 힘든 일인데도. 용기내서 나한테 해줬지.

참으로 고마운 일이지. 또 미안한 일이고.

“....... 아니, 그렇게까지 말하면 내가 뭐가 되겠어, 랑이야.”

“.......”

원하는 대로 이름만 불러주자 랑이는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선배, 뭐라고 하셨어요? 제대로 안 들렸는데, 다시 한 번만.”

그렇게까지 말하면 내가 뭐가 되겠어, 랑이야. 라고 말했는데.”

뒤에 부분만 다시오. 잘 안 들려요.”

내가 뭐가 되겠어, 랑이야. 이 부분?”

맨 마지막 부분이요.”

랑이야?”

“....... , , 저저저저저저는 먼저 들어갈게요, , 선배. , , 안녕히 가세요!!!!”

랑이는 고개를 숙인 상태 그대로 뒤돌아서는 꼭 나한테서 도망치듯 달려 나갔다. 그런 랑이한테서 내가 볼 수 있는 건 랑이의 붉어진 귀 뿐이었다.

왜 저래? 더위 먹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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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얀데레가 좋다! 얀데레는 최고다! 난 나중에 얀데레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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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7화 스토킹(5) [1] 0 자리끼 14.04.11 1527 1
38 36화 스토킹(4) 0 자리끼 14.04.11 1582 0
37 35화 스토킹 (3) 0 자리끼 14.03.17 1350 0
36 34화 스토킹 (2) 0 자리끼 14.03.11 1466 0
35 33화 스토킹 (1) [1] 0 자리끼 14.03.03 1377 0
34 32화 자질구레한 일상들 (1) [1] 0 자리끼 14.02.27 1875 0
33 31화 일주일 전 0 자리끼 14.02.27 1531 0
32 30화 일주일 후 0 자리끼 14.02.27 1359 0
31 29화 감기 (2) 0 자리끼 14.02.27 1571 0
30 28화 감기 (1) 0 자리끼 14.02.27 1441 0
29 27화 힘없는 가장. [1] 0 자리끼 14.02.27 1916 0
28 26화 '차리기 전' (21) [3] 0 자리끼 14.01.08 1447 0
27 25화 '차리기 전' (20) [2] 0 자리끼 13.12.30 1317 1
26 24화 '차리기 전' (19) [1] 0 자리끼 13.12.23 1396 1
25 23화 '차리기 전' (18) [2] 0 자리끼 13.12.18 1732 1
24 22화 '차리기 전' (17) [1] 0 자리끼 13.12.06 1480 1
23 21화 '차리기 전' (16) [4] 0 자리끼 13.11.29 1641 2
22 20화 '차리기 전' (15) [3] 0 자리끼 13.11.14 1299 3
21 19화 '차리기 전' (14) [4] 0 자리끼 13.11.06 1326 3
20 18화 '차리기 전' (13) [2] 0 자리끼 13.10.03 149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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