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작 완결작

검색결과

아이크 빛과 어둠의 검사
연화홍란 전생을 했지만...
카미도 혼란스러운 거리
redbead 환생 뒤 전(前...
카미즈블러드 라그나로크 극
컨알 하얀 악마
카이테미요 천명을 힐러였...
Leafy 암흑면
AlwaysLaugh 설령, 당신이 ...
실버나라 나만 판타지 ...
wani [단편] Black ...
lyan15 검은 천사
rlight 지나가던 선비
갓카 내 모니터 속...
로드드라콘 구마록(驅魔錄)
보닝 신같은 포지션...
정상인임ㅎ 대마왕이 가출...
NAMIA 신이 죽은 세...
엽토군 블로그
부르프 낮으로 걸어오...
air05 하루아침에 마...
라쿠카라챠 츤데레 여친과...
잉여포돌이 Re:
9A 금경을 삼킨 용
살많은빼빼로 자유의 날개
노아카미 Heal Up
살많은빼빼로 억압의 사슬
요리코 이세계 소환! ...
적색소음 나는 결국, 아...
봄날상어 우리들의 일상...
호떡 밖으로 나가면...
건달프 After Memories
사가 성불사
노가리 미래에서 미래...
똑같은매일 강철 심장의 고동
승다르크 카르페 디엠
멘카로건 Let Us [Rise ...
살많은빼빼로 Life with dead
랑이초록 지구스토리: ...
joseu 생판 몰랐던 ...
쥐며느리 머그속 그녀의...
살많은빼빼로 학생의 반란
초록만두 창밖으로 뛰어...
joseu 생미부
박사능 흉터 새기는 남자
주렁이 이세계 직업에...
멜렌나 노 네임-제미니-
Enivia 하나뿐인 여동생
pwins 용사의 은퇴시기
호치 사랑하는 나의...
레드트리 반인반요
갓카 단편 모음
오얏 고코미의 모험
책갈피 오늘의 꽃을 ...
코노미카 우리 동아리에...
불닭 해골과 소년의...
서호란 살아간다는 것은.
이동규 마왕 따위 되...
이동규 죽음이 사는 숲
비익연리 나와 그녀의 ...
JG광합성 호텔! 마왕성!
레크리셔 빨간 망토 소...
Nehru CRISHA[크리샤]
별티끌 누리끼리
뚜뚜루 나의 작은 기사님
카샬 이제는 너무나...
갓카 Nostalgia
밤바다 이런 나지만 ...
즈잔 황폐한 땅의 ...
도토리x 망할 유령들 ...
두희 나와 호랑이님
나하린 프로 조연과 ...
pakpa 제목미정
9959 운명의 돌: 멈...
yooil 내 소꿉친구는...
리츠카 페퍼민트 카페인
샌니마 저, 오늘부로 ...
김리토 레스즈
1ron 나와 요정의 ...
미호 라노벨에 사용...
칠흑의카밀레 소인 세계에서...
HAlt 환생한 대주술사
깽깽이 이세계의 블랙...
xiix 암살법사
BLAZE ???
엘그나 정상 위에 소...
연역 롤플레잉!
W더블 진홍의 히스토...
형칠이22 팀 파이브 엔젤스
즐거운나날 신님은 우리들...
pe0000 이세계 용사와...
카사토리00 메이드 여동생...
피토휘 여동생과 나 ...
tg가로수 평소대로 살았...
라케리안 모형정원
실크라운 쿨데레X츤데레...
이부프로펜 이 동아리 뭔...
칠흑의대마왕 도적은 왕에게...
세하 Dreamland Online
강화중 주인공의 친구...
나는 스토커와 결혼해버렸다. by 자리끼

학창시절 스토커와 같은 여자아이와 만나 어쩌다보니 연해하게 되고 결국은 결혼까지 하게 된 한 남자. 아니 이제는 가장이 된 그는 아내를 빼닮은 딸까지 낳고 3명이서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자 했으나, 그 3명이서 한 지붕 아래에 사는 이상 조용할 수가 없는 매일매일, 그런 시끌벅적한 가족이야기.

[러브코미디]
총 편수 39 / 총 관심작 수 6 / 총 추천수 60 / 총 용량 735.724Kbytes
0 자리끼  lv 0 0% / 0 글 0 | 댓글 6  
관련글
  33화 스토킹 (1)
0명 참여 별점
 
  0 자리끼[qqim5965]
조회 1126    추천 0   덧글 1    / 2014.03.03 23:12:07
 벌써 한 시간째, 초인종이 울리고 있다.
 -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초인종 소리가 그치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이어진다.
 -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이 두 소리의 반복이 한 시간이나 이어지고 있다. 
 - 띵동, 띵동, 띵동, 띵동. 탕! 탕! 탕!
 집 안에 있는 김진아는 이불 속에서 두 귀를 막고 벌벌 떨고 있다. 아무리 귀를 쎄게 틀어막아도 저 소리들을 막아주지는 못했다.
 공포로 뚝뚝 떨어지는 눈물. 진아는 조용히 자신이 평소에 즐겨부르던 노래를 부른다. 어렸을 때부터 겁이 날 때면 부르던 노래이다. 이 노래를 부르면 자신은 항상 불안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어렸을 때는, 어두운 골목이나 닫혀있는 방문. 늦은 밤 혼자 가는 화장실. 있지도 않은 대상들에게서 느끼는 공포였다. 그래서 노래로 이겨낼 수 있었다.
 허나 지금은 아니다. 공포의 대상은 바로 문 너머에서 버티고 있다. 집요하게 나를 괴롭히고 있다. 그러니 노래로 이겨낼 수 있을리가 없지 않는가.
 그래도 노래를 부른다. 이것말고 진아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아무 것도 없다. 그래서 진아는 두 귀를 막고 눈물을 흘리며 이불 속에서 노래를 부른다. 누가 봐도 애처로운 모습이다.
 - 띵~~~~~~동.
 긴 초인종 소리를 끝으로 소음이 멈췄다. 
 이제 간 것일까?
 하지만 진아는 그게 아님을 알고 있다. 더 이상은 속지 않는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그리고 문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분 나쁘고 끈적한 목소리다.
 "진아야, 문 열어. 안에 있는 거 다 알고 있어. 오빠가 잠깐 뭐 할 게 있어서 그래. 문 좀 열어봐, 진아야. 응?"
 진아는 몸만이 아니라 심장마저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무서운 마음에 노랫소리는 더 빨라졌다.
 정적.
 이제 지쳐서 떠난 건가?
 진아는 그랬으면 하고 바라며 조심히 이불 속에서 일어나려고 했.........
 - 쾅! 쾅!
 "문 열어! 문 열라고!! 문 열어!! 야, 김진아! 너 죽고 싶어! 문 열라고! 내가 이거 못 들어가서 이러고 있는 줄 알아! 너도 알잖아! 내가 그냥 들어갈 수도 있다는 거! 근데도 착한 내가 이렇게 문 앞에서 열어달라고 부탁하는 거 아니야!! 그러면 고마운 줄 알고 문을 열어야지!! 너 진짜 죽어, 김진아!!"
 진아는 일어나려고 했던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무서워서 손가락, 발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아무래도 발로 걷어찬 것인지 문에서는 뻥! 하고 큰 소리가 났다. 그리고 남자는 "오늘은 그냥 간다. 봐준 줄 알아." 라 말하고 사라졌다.
 남자가 떠나도 공포가 지워지지 않아 떨리는 목소리로 진아는 다시 노래를 부른다.
 "아, 아빠는 슈퍼맨이야. 얘들아 거, 걱정 마..........."
 이런 일이 반복되기 시작한지 벌써 열흘째이다.
 
 김진아는 평범한 여고생이다. 교우 관계도 학교 생활도 원만하다. 조금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한 부모 가정이라는 것 정도. 하지만 요즘 세상에 이혼이란 게 그리 드문 일도 아니다.
 진아는 아빠와 단 둘이 살고 있다. 아빠는 항상 진아가 엄마 없이 자라게 한 것에 대해 미안해하고 있다. 가끔식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면 아빠는 항상 사과했다.
 '미안하다, 우리 딸. 아빠가 못나서 애미도 없이 자라게 하네. 미안하다, 미안해. 다 아빠 잘못이다. 우리 딸 가여워서 어째.........'
 술에 취할 때를 제외하고는 평소에 그런 티를 하나도 내지 않는 아빠이지만 딸이라서 보이는 걸까. 진아는 아빠의 죄책감이 항상 눈에 밟혔다.
 엄마랑 이혼하고 나서 아빠는 더 열심히, 많이 일했다. 퇴근하고 돌아오는 아빠의 몸에서는 항상 짙은 피로감이 엿보였다. 아빠는 예전에 비해 마른 얼굴과 졸려보이는 눈을 하고 있고 항상 같이 지내는 자신조차도 쉬이 알아챌 정도로 주름은 나날이 늘어났다. 
 아빠는 퇴근하고 나서도 쉬지 않는다. 빨래, 설거지, 청소, 요리. 온갖 집안일을 한다. 감기에 걸려서도 집안일을 쉰 적이 없을 정도로 성실히.
 엄마 없는 집이라고 티 내는 건 딸에게 안 좋다는 이유 하나로 말이다.
 그럼에도 아빠는 힘든 기색을 낸 적이 없다.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임에도 아빠는 항상 진아에게 미안해할 뿐이었다.
 진아가 하교하고 집에 올 때 기다려주는 사람 하나 없는 집을 준 것을.
 일이 바빠 애들 다 가는 놀이공원 하나 데려다주지 못한 것을.
 아내와 헤어질 때, 진아가 피눈물을 흘리게 만든 것을.
 미안해하고 계신다.
 그리고 그런 아빠의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보고 자란 게, 진아다. 그래서 진아는 남들보다 일찍 철이 들었다. 집안일마저 도맡아 하는 아빠의 짐을 덜어드리고자 집안일을 배웠다. 아빠의 죄책감이 반영된 건지, 또래보다 많은 양의 용돈을 한 번도 헛되이 쓴 적은 없다. 어린 나이에 엄마를 보고 싶었던 적은 많았지만 아빠에게 상처가 될 걸 알기에 한 번도 입 밖으로 꺼낸 적은 없다.
 그러던 중, 아빠가 일 때문에 한달 간 집을 비워야하는 일이 생겼다. 원래 아빠의 직업상, 이리저리 불려가기는 했지만 아빠는 딸 혼자 집에 둘 수 없다는 이유로 먼 거리라도 어떻게든 퇴근해 집에 돌아왔다. 하지만 물리적 한계도 분명 있는 일. 이번이 그런 경우니라.
 진아는 아빠가 걱정하는 걸 보기 싫어, 당당히 행동했다. 
 자기는 어린 애가 아니다. 집안일은 물론이거니와 요리도 어느정도 할 줄 안다. 그러니 아빠는 걱정말고 다녀와라.
 아빠는 그 말을 믿어주고 집을 나섰지만 그래도 걱정은 됐는지, 너무하다 싶을 정도의 돈을 주었다. 이 정도의 돈이면 한 달간 외식도 가능하리라. 물론 이 돈을 흥청망청 쓸 생각은 추어도 없지만.
 이때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진아는 고백을 받았다. 상대는 그냥 얼굴만 알던 편의점 알바생. 전부터 음료수를 서비스로 준다던가 할 때부터 자신에게 호감이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진아는 생각하고 있었다. 
 진아는 남자의 고백을 거절했다. 이유는 세 가지.
 자기 타입이 아니었고 집안 형편상 별로 연애에는 관심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자가 고백을 한 장소는 자기 집 앞. 진아는 한 번도 이 남자에게 자신의 집 위치에 대해 말한 적이 없다. 그런데 남자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게, 소름이 끼쳤다. 그래서 진아는 남자에게 미안하다 사과한 후 후다닥 집으로 도망쳤다.
 이때까지 진아는 몰랐다. 이 거절이 악몽의 씨앗이 되리라곤.
 다음 날, 진아는 평소와 다름없이 집에 들어왔다. 
 그런데........ 불이 켜져있었다. 진아는 깜빡하고 안 끄고 나갔나? 라고 생각하며 신발을 벗었다. 
 '아, 진아야. 왔어?'
 진아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왜냐면 주방에서 그 알바생 남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남자는 당연하다는 듯이 진아가 어제 사온 우유를 한 손에 들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진아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있으니 남자 쪽에서 먼저 입을 열었다.
 '진아야. 나 진아를 정말로 사랑해. 그러니까 어제 내가 했던 고백, 다시 한 번만 생각해줄 수 없을까?'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저 온화한 미소에 진아는 그제야 입을 열 수 있었다.
 '다, 당신 뭐야. 어떻게 우리 집에 들어온 거야. 도대체 뭐야, 너! 당장 나가!'
 '아니, 진아야. 내 말 좀 들어줘.'
 '신고하기 전에 꺼지라고, 스토커 새꺄!'
 말을 마치니 바로 우유가 뿜어져 나왔다. 우유를 들고 있던 남자의 손에 힘이 들어가 팩이 찌그러 지면서 우유가 터져나온 것이다. 그리고 남자는 우유를 뒤로 던져버리고는 진아에게 다가갔다.
 얼굴에는 분노가 서려있다.
 '그래, 나 스토커다.'
 진아는 위험하다는 걸 느끼고 집을 나가려고 했지만 남자에게 붙잡혔다.
 '근데, 뭐? 신고하겠다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난 그냥 널 사랑한 거밖에 없어.'
 진아는 도움을 요청해야한다는 것보다 무섭다는 감정을 앞세워 소리치려 했다.
 '도와!..........'
 하지만 남자가 입을 막아 아무 소리도 입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그래, 신고해. 네 애비한테 걱정 끼치고 싶으면.'
 그 말에 진아는 냉정해졌다. 남자도 그걸 알아채고는 입을 막던 손을 치웠다.
 '스토커가 그런 것도 모를 줄 알았냐? 난 다 알아. 네가 아빠랑 단 둘이 사는 것도, 지금 네 아빠가 멀리 떠나있는 것도. 근데 뭐? 날 신고하겠다고? 그래 신고해라. 네 애비 다시 불러오게 하고 싶으면.'
 남자는 진아를 붙잡고 있던 손까지 놓아주었지만 진아는 도망치지 않았다. 이미 자신은 그럴 처지가 안된다는 걸 알아버렸으니까.
 '그래, 그것도 재밌겠네. 딸이 스토킹 당해서 경찰에 신고했다는 소식 듣고 헐레벌떡 뛰어오는 네 아비 면상 보는 것도 말이야. 흐히히히, 너도 한 번 상상해봐. 재밌을 거 같지? 그치?'
 진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모습을 본 남자는 만족한 듯,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그럼, 오늘은 그냥 돌아갈게. 잘 있어, 내 사랑.'

 진아는 이 사태를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절대 아빠에게 누를 끼칠 수 없다. 아빠가 또 자기 탓이라 여기며 가슴 아파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 
 진아는 옛날 일을 떠올렸다.
 예전 초등학생 시절 운동회 때, 일이 바쁜 아빠를 부르는 건 폐가 될까 싶어서 운동회가 있다는 걸 알리지 않았다. 가정통신문도 숨겼고 아빠의 직업 특성상 여러 곳을 돌아다니기에 어디서 주워들을 수도 없다.
 그리고 결과는 성공이었다. 아빠는 운동회 날 오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열린 줄도 모르는 운동회를 어찌 오겠는가. 
 학교 주위에는 어디서 소식을 들고 왔는지, 엿, 달고나, 솜사탕, 풍선 등 여러 상인들이 와 활기를 불어넣었고 애들은 부모님들과 손을 맞잡고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진아는 그 모습을 보고 눈물이 날 뻔 했다. 진아도 당시는 어린애였다. 아빠와 함께 하고 싶었던 건 당연지사. 허나 진아는 눈물을 꾹 참았다. 만약 아빠에게 운동회 소식을 알렸다면 아빠는 당연히 와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알리지 않은 건 자신이지 않은가. 
 이렇게 진아는 남들보다 빨리 철이 들었다.
 점심시간. 애들은 부모님들과 같이 학교 근처 식당에 갈 때, 진아는 집으로 돌아가 밥을 먹었다. 어차피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고 남들 눈치 보지 않을 수 있으니 좋은 선택이었다. 혼자 먹으니 밥을 빨리 먹어버렸지만 괜히 학교에 일찍 가서 혼자 멀뚱히 있는 것은 안 좋다 생각하여 조금 지각할 쯤에 학교에 갔다. 
 점심시간 이후 종목은 대부분 부모님과 함께 하는 경기들이었지만 진아는 문제 삼지 않았다. 미리 생각해뒀던 대로 선생님을 찾아가 부모님이 안 오셨으니 대신 파트너를 해달라고 부탁. 선생님 입장상 거절은 당연히 할 수 없을터, 그렇게 진아는 담임선생님과 팀을 짰다.
 그리고 부모님과 함게 하는 종목으로는 마지막인 2인3각 경기. 
 선생님이 끈을 가져와 서로의 다리에 묶고 있을 때, 
 '잠시만요!!!' 
 아빠가 달려왔다.
 진아는 진심으로 놀랐다. 어떻게 운동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아낸 건지도 놀랐지만 아빠는 일 때문에 이 근처를 떠나 있었을텐데 여기까지 달려와준 것도 놀라웠다. 
 아빠는 선생님께 끈을 건네받고 늦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진아야, 왜 아빠한테 말 안 해줬어?'
 아빠의 물음에 진아는 대답할 수 없었다. 너무 죄송해서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아빠는 그런 진아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고는 끈을 묶었다. 
 그리고 출발.
 아빠는 활기찬 목소리로 '하나! 둘! 하나! 둘!' 외치며 달려갔다. 진아도 그 구호에 맞춰 발을 옮겼다. 한 걸음씩 옮길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고 웃음이 나왔다. 아까까지 쳐져있던 기분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행복해지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하나, 둘, 하나, 둘.
 아빠와 같이 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해지다니 정말 놀라웠다.
 그런데 중간부터 구호를 외치는 아빠의 목소리가 잦아들기 시작하더니 결국은 사라졌다. 진아는 왜 그런가 싶어 고개를 들어 아빠의 얼굴을 봤다. 그리고 봐버렸다.
 아빠는 울고있었다. 소리 없는 눈물이란 이걸 말하는 것이리라. 
 아빠는 입을 꾹 다물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빠도 아는 것이다, 만약 입을 열었다가는 울음소리가 터져나올 거란 걸, 그리고 그게 딸에게는 보여주면 안될 꼴이란 걸, 그래서 입을 꾹 다물고 참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터져나온 눈물은 막을 수 없다. 얼굴을 적실 정도의 눈물. 
 눈물을 멈추는 것을 할 수 없는 아빠가 선택한 건.
 '미안하다, 미안하다, 진아야.'
 사과하는 것이었다. 
 그 후부터의 구호는 하나, 둘이 아니라 아빠의 사과로 바뀌었다. 
 무엇을 사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빠는 계속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진아는 잠시나마 기분이 들떴던 자신이 싫어졌다. 아빠가 무슨 심정일지도 모르고 행복해했던 자신이 미웠다. 
 지금도 진아는 잊지 못한다. 
 경기 중 울음을 터트렸던 아빠의 얼굴을.
 운동회가 끝나고 뭐 먹고 싶은 건 없냐고 묻던 아빠의 퉁퉁 부어오른 눈을.
 늦은 밤, 아빠가 괴로운 얼굴로 술을 마시던 모습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진아는 결심했다.
 다시는 아빠를 슬프게 만들지 않으리라고. 
 절대로.

 "진아야. 진아야."
 "........ 어! 어, 어....... 왜?"
 "얘가 요즘따라 왜 이리 멍을 때려."
 친구의 부름에 진아는 자신이 지금 학교에 있는 걸 깨달았다.
 "그냥 요즘 좀 피곤해서."
 진아는 힘 없이 웃으며 대답한다.
 진아에게는 그나마 학교가 마음 놓을 수 있는 장소이다. 더 이상 쉼의 장소가 될 수 없는 집을 대신하여 진아는 학교에서 마음을 추스린다.
 벌써 10일. 이렇게 2번만 더 버티면 아빠가 돌아올 거다.
 아빠가 집에 돌아오면 이 지긋지긋한 악몽도 끝날 것이다.
 진아는 그렇게 믿으며 버티고 또 버티었다. 
 사실 마음 속 한 구석에
 혹시 아빠가 돌아와도 계속 저 짓을 하는 건 아니겠지?
 라는 불안을 품고 있지만 애써 외면하고 있다.
 경찰에 신고할 수 없다. 도움을 요청할 사람도 없다. 
 아빠에게 절대 이 일을 들키고 싶지 않다. 
 경찰이든 사람이든 내가 만약 이 일을 알린다면 시간의 차이일뿐, 아빠도 결국은 알게될 것이다. 그것만은 안된다.
 하지만........
 진아도 이제는 한계다.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다. 너무 힘들고 지친다.
 진아는 아직 고등학생, 어른이 아니라 애다. 아니, 어른이라 하더라도 이런 고문과 같은 짓거리에 견뎌낼 수 있으리가 없다. 상대가 어디에도 도움을 청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집요하게 괴롭히는 스토킹. 그런 끔찍한 일을 진아는 보름이나 견뎌냈던 것이다. 
 때문에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겠다던 결심이 조금씩 무뎌지고 있다. 도움을 부탁할만하고 절대로 비밀을 엄수해줄 그런 사람이 자기 근처에 없을까를 계속해서 생각해본다.
 친구는 안 된다. 자기 또래에 애가 뭘 도와줄 수 있겠느냐.
 그렇다면 어른은? 애초에 아는 어른이 없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면........."
 "하하하, 정말."
 친구가 떠드는 말에 조건반사라고 해도 될 정도로 장단을 맞춰주며 진아는 머릿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녀석들아, 수업이 시작된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자리에 안 앉고 떠들고 있냐."
 선생님이 들어왔다.
 "선생님이야말로 뭐예요. 이제 수업 10분밖에 안 남았는데, 이제 들어오시면 어떡해요. 이거 근무태만아니에요?"
 "꼽으면 네가 선생을 하던가."
 선생님의 대답에 웃는 친구들. 애들 말대로 이젠 수업시간이 10분밖에 안 남았다. 그런데 이제야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신 것이다.
 "그리고 어차피 창제라서 선생님은 들어와서 할 게 없어요. 뭐 해봐야 영화나 틀어주는 거지."
 학생과 가장 허물없이 지내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아마 모두들 이 선생님을 언급할 것이다.
 장난도 잘 받아주고 먼저 장난을 치기까지 하는 하지만 그렇다고 교육자로서의 소홀히 하지도 않기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 선생님을 좋게 평가하고 있다.
 그렇기에 진아도 교실에 들어오는 선생님을 보면서 '저 선생님이라면 어떨까?' 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교사라면 아빠에게 알릴 것 같아 단념했다.
 "그럼에도 이 선생님이 여기 온 건, 아예 안 오면 혼날 거 같기도 하고 해서 노래나 한 곡 틀어주려고 왔다. 선생님이 좋아하는 노래니까, 네들도 떠들지 말고 들어."
 그렇게 말하는 선생님은 휴대폰을 스피커에 연결하고 노래를 틀었다.
 노래가 흐르고 진아는 익숙한 멜로디에 고개를 들었다. 항상 자신이 입에 달고 다니던 노래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위로해주던 노래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아빠는 슈퍼맨이야, 얘들아 걱정 마.]

 진아는 생각했다. 
 이 선생님이라면 도움을 청해도 괜찮을 거라고.
 왜 그러냐고 묻는다 해도 상대를 수긍시킬만한 답변은 못하겠다.
 현재 심신이 다 어지러운 상태라서 잘못된 판단을 한 거라고 말해도 반박할 수 없다.
 그래도 나는 이 사람을 믿고자 한다. 
 여자의 감이라면 감이다. 제발 이 감이 틀리지 않기를 진아는 빌 뿐이다.
 수업의 끝을 알리는 종이 치고 선생님은 교실을 나갔다. 진아도 친구들이 화장실에 같이 가자는 제안을 뿌리치고 재빨리 교실을 나왔다.
 "선생님!"
 못 들었는지, 선생님은 뒤돌지 않으셨다.
 "선생님!"
 이번에는 복도에 있던 다른 선생님이 고개를 돌리셨다. 아무래도 자신을 부른다고 착각했나 보다.
 그래서 진아는 더 크게 확실히 불렀다.
 "박형우 선생님!!!"
 그제야 선생님이 걸음을 멈췄다.


태그
0 자리끼  lv 0 0% / 0 글 0 | 댓글 6  

게시물 주소 http://seednovel.com/pb/80869
트랙백 주소 http://seednovel.com/pb/tb/80869
20748 bytes / 219.250.231.51
목록
8 쿠펠렌 03/04/07:06
Aㅏ... 눈앞의 스토커를 무찌르기 위해 더한 스토커를 끌어들이다닝;;

자유연재 검색된 1 / 2 Page, Total 39 Documents
번호 제목 이름 시간 조회 추천
39 37화 스토킹(5) [1] 0 자리끼 14.04.11 1240 1
38 36화 스토킹(4) 0 자리끼 14.04.11 1334 0
37 35화 스토킹 (3) 0 자리끼 14.03.17 1111 0
36 34화 스토킹 (2) 0 자리끼 14.03.11 1233 0
35 33화 스토킹 (1) [1] 0 자리끼 14.03.03 1127 0
34 32화 자질구레한 일상들 (1) [1] 0 자리끼 14.02.27 1592 0
33 31화 일주일 전 0 자리끼 14.02.27 1281 0
32 30화 일주일 후 0 자리끼 14.02.27 1106 0
31 29화 감기 (2) 0 자리끼 14.02.27 1327 0
30 28화 감기 (1) 0 자리끼 14.02.27 1216 0
29 27화 힘없는 가장. [1] 0 자리끼 14.02.27 1660 0
28 26화 '차리기 전' (21) [3] 0 자리끼 14.01.08 1223 0
27 25화 '차리기 전' (20) [2] 0 자리끼 13.12.30 1073 1
26 24화 '차리기 전' (19) [1] 0 자리끼 13.12.23 1146 1
25 23화 '차리기 전' (18) [2] 0 자리끼 13.12.18 1489 1
24 22화 '차리기 전' (17) [1] 0 자리끼 13.12.06 1246 1
23 21화 '차리기 전' (16) [4] 0 자리끼 13.11.29 1392 2
22 20화 '차리기 전' (15) [3] 0 자리끼 13.11.14 1073 3
21 19화 '차리기 전' (14) [4] 0 자리끼 13.11.06 1084 3
20 18화 '차리기 전' (13) [2] 0 자리끼 13.10.03 1229 3
전체목록 < 1 2 >


Page loading time:0.03s, Powered by pimangBoard v3
회원가입 | 정보찾기

연재

자유연재

공모전연재

베스트 작품

작품 홍보


▶ Today B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