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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하 Dreamland Online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by 김태신

남자들의 로망, 여자 고등학교! 여자애들은 귀엽지, 나도 좋아해. 하늘하늘한 교복을 입고, 까르르 웃으며 아름다운 청춘을 만들어 가는 여고생들. 학창시절, 누구나 꿈 꿔 봤을 것이다. 변태가 아니라도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 것이다. -여고에 가 보고 싶다... 근데 그게 왜, 별로 바라지도 않는 나에게 일어나는 거냐고!! 평범한 학교 생활은 물 건너간, 나 정웅도의 상큼발랄 변태 여고 생활. 그리고 정글같은 여자

[러브코미디]
총 편수 176 / 총 관심작 수 6 / 총 추천수 62 / 총 용량 3854.314Kby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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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화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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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김태신[hinoku12]
조회 1228    추천 0   덧글 0    / 2016.09.11 21:44:09
“…….”
“…….”
정적이 오가는 이 공간.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것 같다. 그 활달한 미래가 눈치를 보며 입을 다물고 있으니 분위기는 더 말할 것이 없다. 얼음이라도 얼 것 같은 살벌한 공기에 누구라도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다.
점심은 휴게소에서, 각자 싸온 도시락을 먹는다. 버스만 3시간 타다 소풍 끝날 것 같지만 우선은 거의 다 왔단다. 다만 도시락을 못 싸온 애도 있을 수 있으니까, 휴게소에서 먹는다나 뭐라나. 나는 상관없다. 희세가 싸준 도시락이 있으니까. 문제가 있다면 도시락이 아니라, 맴버의 구성과 잔뜩 화나신 마나님(?) 정도일까.
나, 희세, 성빈이, 미래. 이 네 명은 통칭 ‘순혈 맴버(?)’이다. 거기에 추가된 유진이와 민서. 둘 덕분에 이런 대치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정확하게 보면 그 둘을 데리고 온 내 잘못이겠지만.
“……밥 먹어.”
“어어, 어.”
나지막이 말을 꺼내는 희세.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러면서도 희세 눈치를 잔뜩 본다. 휴게소 건물 옆 적절한 쉼터 같은 곳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는다. 밥 먹는 것까지는 반별로 통제를 안 해서 다행이다. ……오히려 그 점 때문에 이렇게 난처한데. 각자 도시락을 펼친다. 무슨 의식이라도 하는 것처럼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에서 밥을 먹고 싶지는 않았는데. 전부 내 불찰이다.
“그, 처음 보는데! 이름이 뭐야?”
“으응, 응. 기, 김민서.”
“민서구나! 반가워, 나는 임성빈이야! 이쪽은 나희세, 미래는 알고 있어? 같은 반이니까. 응?”
“으, 응. 반가워, 나도.”
분위기메이커까지는 아니지만 어떻게든 공기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한 성빈이의 노력. 처음 보는 얼굴인 민서에게 말을 건다. 가장 최선의 방법이자 무척 현명한 선택이다. 지금 상황에서 유진이에게 말을 거는 건 희세의 역린을 자극하는 일이니. 민서는 묵직한 분위기를 의식하며 겁먹은 표정으로 말을 더듬으며 대답한다.
간단히 통성명을 하며 조금 풀어지는 분위기. 미래도 방긋 미소 짓는다. 성빈이 역시 천사같은 미소를 짓는다. 착하디 착한 성빈이, 애써 분위기를 띄우고자 노력한다. 민서도 어색하게 웃는다. 유진이도 미소를 띠운다. 희세만이 근엄한 표정으로 유진이를 쳐다보고 있다.
“희세는, 내가 와서 되게 싫은 모양이네?”
“─푸흡! 아아, 아니! 싫어할 리가!”
“싫어. 네가 뭔데 내 의견을 대변해. 잘 아네, 알면서 물어봐? 싫어 죽겠거든?”
“아하하. 너무 솔직한데.”
얼음같은 분위기가 간신히 풀리고 겨우 훈훈한 느낌으로 가려는 찰나, 유진이는 웃는 얼굴로 돌직구를 날린다. 생수를 마시다가 파악 뿜게 된다. 황급히 변호를 하려 하지만 희세는 당찬 목소리로 내 변호를 내팽겨치고 대답한다. 잔뜩 가시 돋힌 희세의 목소리에 유진이는 입을 가리고 웃으며 대답한다.
“내가 왜 싫어? 웅도 옆에서 꼬리 치니까?”
“진짜 잘 알면서 왜 물어보는 걸까? 그것도 꼬리 치는 거 일종?”
“그럼, 꼬리치는 건 너도 마찬가지이지 않아? 내가 알기로, 웅도 여자친구 있는 걸로 아는데? 유학 가 있는 리유라는 애.”
“……상관할 바 아니잖아?”
“하하. 웃기네. 자기가 하는 건 괜찮고, 남이 하는 건 눈엣가시야? 정말 자기 본능대로 충실하게 사는구나. 그런 거, ‘이·기·적’이라고 하지 않아?”
“……너. 되게 짜증난다?”
마치 아침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굉장히 쓸데없이 진지하고 무거운 표정으로 말다툼을 하는 두 여자애. 유진이도 지나치게 솔직하지만 그에 맞서는 희세도 만만찮게 솔직하다. 게다가 ‘꼬리친다’는 표현이 너무 그렇다. 유진이의 공격에 희세는 일순간 맞서지 못하고 멈칫 한다. 기세를 몰아 유진이는 더욱 희세를 몰아 세운다. 희세는 잔뜩 짜증나는 기분이 얼굴에 가득하다. 중간에서 보고 있는 나는 안절부절 못 하게 된다.
“그리고, 나는 전혀. 그런 게 아닌데. 나랑 민서는 웅도 같은 반 친구로서 노는 건데,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는데. 애초에 오해할 입장도 아니면서. 「첩」 주제에.”
“……뭐라고?”
“처, 첩이라니 내가 무슨! 싸우려고 모인 게 아니잖아. 둘 다 너무 과민반응이잖아. 리유 내 여자친구 맞고, 희세하고 유진이 둘 다 내 친구 맞고. 다를 거 없잖아? 잘못한 건 중간에서 합의도 없이 데리고 와서 트러블 일으킨 나니까, 나한테 뭐라고 해.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어!”
“……하아. 더 짜증나게 하네, 이 멍청이는.”
치명타를 먹이는 유진이의 추가타. 희세는 핏줄이 벌컥 서는 것 같다. 지금까지 본 어떤 희세보다 무서운 눈과 분위기를 하고 있기에, 나는 얼른 둘의 설전을 막아 세운다. 전부 다 내 잘못이다! 이런 결과를 예상하면서도 이렇게 데려온 내 잘못이니까! 싸움을 멈춰주세요! 희세는 한숨 쉬며 낮게 나에게만 들리게 말한다. 멍청이라는 건 나를 지칭하는 말이겠지.
“……뭐, 됐어.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학생인데 ‘첩’이라는 과격한 말까지 하는 애 심성이 어떤지는. 본인이 그런 위치니까 그런 얘기 하는 거 아닐까?”
“글쎄. 아무리 봐도 발버둥으로 보이는데. 그럼 고상하게, ‘세컨드’? 좋네, 세컨드.”
“…….”
“아아, 그만그만! 밥 먹자 밥! 왜 싸우고들 그래!”
“넌 빠져 있어.”
“난 싸우기 싫은데 저 쪽에서 계속 맞대응하잖아.”
“그만그만! 이 이상은 제발!”
희세의 비꼬는 듯한 혼잣말. 혼잣말이라지만 지칭하는 대상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혼잣말이다. 목소리고 크고. 그 말에 가만히 넘어갈 유진이가 아니다. 착하고 순수하게 생겼지만 희세 못지않게 한 성깔하고 자존감이나 자기주장 강한 유진이니까. 금방이라도 다시금 전쟁이 발발할 것 같아 간신히 말린다.
“아, 됐어. 밥이나 먹어.”
“그러던가.”
“응응! 밥 먹자! 와, 희세 맛있게 싸왔네! 웅도 것도 맛있어 보여!”
원래도 친하지 않았지만 더욱 사이가 나빠진 희세와 유진이. 누구의 잘못을 떠나 이건 내 잘못이다(?). 희세의 말에 유진이는 삐딱하게 대답한다. 굳이 대답할 필요는 없겠지만 자존심 문제겠지. 짜증스럽게 젓가락을 드는 두 사람을 보고 성빈이는 간신히 분위기를 부드럽게 반전시킬 기회를 포착하고 생긋 웃으며 말한다. 나도 그런 성빈이의 노력에 호응하려 ‘응, 희세는 요리를 잘 하니까.’ 하고 대답했다.
“그렇겠지, 늘 서방님 아침마다 밥 차려주시는 우렁각시인데. 정실부인은 아니지만.”
“아니아니, 그런 얘기가 아니라.”
“……도시락도 내가 싸 줬어. 웅도 도시락.”
“아 진짜? 대단하다! 나는 어머니가 싸준 건 줄 알았는데 당연히! 아, 웅도는 어머니가 싸 주실 수가 없지.”
“응, 내가 싸줬어.”
내 대답에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하는 유진이. 빤히 희세를 쳐다보며 말하는 것은 명백한 도발과 공격의 의도를 담은 표현이다. 간신히 분위기를 정상궤도로 돌려놓은 것 같은데 어째서 분쟁을 유도하는 거야…… 유진아! 제발!
하지만 희세는 잠시 머뭇거리다 유진이를 쳐다보며 당당하게 말한다. 전혀 부끄럽거나 껄끄럽게 여기지 않고, 도리어 당당하게 말하는 희세의 태도에 오히려 유진이가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이 됐다. 이상하게 여길 법도 하지만 성빈이는 어떻게든 분위기를 살리고자 성빈이답지 않게 수다스러운 반응을 보인다.
“도시락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지. 그 정도로 친하니까, 나랑 웅도는.”
“……굉장히 이상한데. 고등학생인데 무슨 신혼부부도 아니고, 아침부터 만나서 도시락 만들어주고 하는 건?”
“집에서 만들었는데. 아침엔 같이 만나서 주고 같이 온 거고. 되게 신경 쓰이나봐, 나랑 웅도가 아침에 같이 오는 거?”
“그럴 리가! 나는 다만 고등학생이 그러기엔 불건전해보여서 그러는 거야. 평범한 학생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 테니까.”
“뭐, 그만큼 친하다는 반증이니까.”
조금은 껄끄럽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어쨌든 나와 희세가 아침마다 만나 아침 먹고 같이 등교하는 건 모두에게 비밀이니까. 그걸 저번에 유진이에게 들켰었고. 유진이는 그 부분을 집요하게 공격하는 것이다. 하지만 희세가 도리어 당당한 태도로 맞서니 유진이가 도리어 난감하게 됐다. 게다가 희세의 역공으로 유진이가 질투하는 것 같은 모양새가 되니 유진이도 잔뜩 기분 나쁜 표정이 됐다. 두 여자애의 기세가 너무 등등해 어떻게 말릴 수가 없다.
“……친하면, 이 정도는 돼야 친한 거지! 나랑 웅도는 친하니까! 이 정도 사진은!”
“야, 야! 뭘 보여주는 거야!”
“……어머. 그런 것도 찍으셨어요? 되게 친하신가보네요, 정웅도씨?”
“아니, 희세야, 이건.”
약간 골이 난 듯한 표정이 된 유진이. 잠시 생각하더니 얼른 휴대폰을 꺼낸다. 그리곤 아까 전 버스에서 찍은 셀카를 마치 암행어사가 마패를 당당하게 꺼내는 것처럼 자랑스럽게 보여준다. 셀카 중에서도 하필이면 나와 유진이, 두 사람이 되게 다정하고 사이 좋아 보이는, 뽀샤시한 사진을 보여준다. 희세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흘긋 나를 쳐다보며 말한다. 비꼬는 목소리에 나는 쩔쩔매며 얼른 유진이의 휴대폰을 내리고 변명한다. 하지만 희세는 전혀 듣질 않는다.
“그런 사진 가지고 친하다고 하는 발상 자체가 상당히 재미있네. 너무 어린 거 아니야?”
“그 쪽처럼 퇴폐적이진 않는데. 이런 쪽이 더 고등학생 같고 순수하고 예쁘잖아? 같이 이 정도로 사진 찍을 수 있어야 친한 거라 할 수 있겠지?”
“……하아. 이렇게까진 안 하려 했는데.”
희세는 여유 있는 표정으로 유진이를 바라보며 말한다. 별다른 정신적 타격을 입지 않은 희세의 표정에 유진이는 언어적 공격을 곁들인다. 자꾸만 ‘퇴폐적이다’, ‘고등학생 같지 않다’ 와 같은 말로 희세의 신경을 건드리는 유진이.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렇게 볼 수도 있다. 물론 나와 희세는 결코 그런 사이가 아니지만, 그냥 남들 입장에서 본다면 충분히. 희세는 여유 있다가도 삐죽, 조금 화가 나는지 가만히 유진이를 보며 말한다. 그러다 휴대폰을 든다. 설마…… 설마?
“사진 가지고 자랑 할 거면, 이 정도는 돼야 하지 않아?”
“……엣!”
“어머어머~ 언제 이렇게까지!”
“희, 희세야!”
“무슨 사진을 보여주는 거야 넌!!”
“……앗.”
도도한 태도로 휴대폰 화면을 터치하는 희세. 의기양양하게 사진을 꺼내 유진이에게 보인다. 흠칫 놀라는 유진이. 눈이 커진다. 가만히 사태를 관망하던 미래는 희세가 보인 사진을 보고 활력을 찾으며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한다. 성빈이까지 흠칫 놀라 희세를 부른다. 살짝 한 쪽 눈을 감고 도도하게 사진을 보이던 희세는 무언가 잘못된 상황을 깨닫고 조금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주위 애들을 바라본다. 나 또한 엄청나게 당황해 얼른 희세의 휴대폰을 내린다.
무슨 상황인지 알아차리지 못한 희세, 내린 휴대폰 화면을 쳐다본다. 사진은, 나와 희세가 놀이동산에서 찍은 사진. 희세가 기습적으로 내 볼에 뽀뽀하는 그 사진이다. 순간적으로 찍혔기 때문에 사진 속의 나는 당황하는 표정이 아니라 방긋 웃고 있는 표정이다. 누가 봐도 찐한 연인 같은 사진에, 절대 유출돼서는 안 되는 사진인데. 다른 걸 보여주려다 실수로 이걸 보여준 모양이다. 희세는 순식간에 얼굴이 빨개진다. 나도 마찬가지로 홍당무가 됐다. 절대 알려져선 안 되는 일이 애들에게 전부 알려졌으니 당연히 창피할 수밖에.
희세는 잔뜩 당황해 입술을 깨문다. 계속되는 유진이의 도발에 의기양양하게 사진을 꺼냈는데, 하필이면 실수로 그런 사진을 보여줄 줄이야. 사실 희세의 성격이라면 결코 약점 잡힐 만한 이런 사진을 꺼내지 않았을 텐데. 아까부터 살살 부아를 긁는 유진이의 꼴이 어지간히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마침 나와 같이 찍은 사진으로 도발을 하니, 그보다 더 친하고 다정한, 같이 찍은 셀카를 보여줄 요양이었나본데 너무 심각하게 사이가 좋은 사진을 보여줬다. 유진이는 물론이고 성빈이까지 같이 멘탈이 붕괴돼 멍하니 나와 희세를 쳐다본다.
“그, 그 정도였구나, 두 사람 사이가…… 미안, 나 더는 방해하지 않을게.”
“무슨 소리야 너는!! 그게 아니라!”
“……리유는! 리유 두고 이렇게까지 하면 어떡해! 아무리, 아무리 적극적으로 나온다고 해도!”
“그, 그게 아니라…….”
풀 죽은 표정으로, 나와 희세를 바라보며 말하는 유진이. 완연하게 무엇인가 포기하는 말투로 말한다. 나는 얼른 오해를 풀고자 유진이에게 말한다. 성빈이는 잔뜩 심통이 난 표정으로 희세에게 몰아친다. 희세 또한 당혹스런 표정이 돼 어쩔 줄 몰라 하며 말을 꺼낸다. 나나 희세나, 지금 상황에서는 무슨 말을 해도 궁핍한 변명이 되는 것 같다. 실제로도 그렇고.
“우흣♡ 저는 잘은 모르겠구, 춤이나 추면서 팝콘이나 먹어야겠네요! 왜, 좋은 게 좋은 거잖아! 백년해로 할 작정이야? 마음에 들면 바람도 피우고 불륜도 하는 게 대한민국 법도지! 마침 불륜죄도 민사로 넘어갔는데!”
“넌 개드립 좀 작작 치고! 그런 거 아니니까!”
“그런 게 아니면 저 사진은 뭔데!”
“아으…… 그…… 희세가 기습으로 찍은 거야!”
“내, 내가 언제!”
“이제 와서 발뺌하기야?!”
“이제 와서 나한테 뒤집어 씌우는 것도 엄청 찌질하거든?!”
이런 와중에도 미래는 개드립을 멈추지 않는다. 이런 시기에 ‘불륜’이라는 적절한 어휘의 사용은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미래의 말을 듣고 성빈이는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희세의 휴대폰을 가리키며 말한다. 뜨끔한 희세는 휴대폰을 얼른 허벅지 밑으로 감춘다. 나는 참지 못하고 희세에게 화살을 돌린다. 나의 배신에 더욱 놀란 희세는 시치미 떼기. 결국엔 나와 희세의 개싸움이 된다. 그야말로 난장판이 다 됐다. 이 와중에 정황을 잘 모르는 민서만은 멀뚱히 개판인 점심시간을 구경할 따름이다.

“진짜, 제대로 실망인데. 그 정도 사이였을 줄이야. 희세가 화낼만 한데? 내가 옆에 있으면, 꼬리친다고 할만 해.”
“그런 게 아니라니까.”
“웅도도 너무 거짓말 잘 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구?”
“아니이…… 후우.”
점심시간이 끝나고 다시금 버스 안. 첫 번째 목적지인 무슨 박물관까지 금세 간다고 한다. 자리에 앉으며 유진이는 실망스런 표정으로 말한다. 마음 한구석이 잔뜩 찔리는 느낌을 받으며 말한다. 유진이는 고개를 저으며 확정적인 말투로 말한다. 어떻게 말해도 변명이려나.
“그럼 뽀뽀한 사진은 뭔데. 어디까지 해야 웅도 기준에선 그런 관계야? 찐한 키스 정도?”
“아니이…….”
“여자친구가 하늘에서 보고 있는데, 부끄럽지도 않아?”
“하늘이 아니라 호주라니까! 왜 너까지 그런 드립 쳐!”
“아하핫. 농담인데.”
“내 마지막 남은 정체성까지 가져가려 하지 마! 이 나쁜년아!”
“헐. ‘년’은 심하잖아!”
유진이의 말에 나는 다시금 꿀먹은 벙어리가 된다. 고개를 내저으며 ‘답이 없네’ 하는 투로 말하는 유진이. 나는 벌컥 화를 낸다. 리유는 죽은 게 아닌데! 왜 미래랑 똑같이 ‘하늘’ 같은 표현을 쓰는 건데! 그래도 이런 와중에 농담을 걸어주는 유진이가 고맙다. 뒷자리 미래는 벌떡 일어나 근엄한 표정으로 말하곤 다시 앉는다. 유진이는 마찬가지로 장난스런 표정으로 미래를 보며 말한다. 드립부심(?)을 부리는 미래와도 적절하게 장난으로 넘기는 유진이.
“아. 여자친구 사진 있지? 보여줘!”
“어어…… 왜?”
“왜라니! 보고 싶으니까. 희세나 성빈이나 미래는 알 거 아냐. 나는 작년에는 웅도랑 같은 반 아니었으니까 잘 모르니까. 보고 싶어, 웅도 여자친구는 어떤 애길래 웅도 마음을 훔쳤나.”
“그래, 뭐.”
가뜩이나 점심시간에 사진 때문에 그 꼴이 났으니 잔뜩 민감하다. 움찔 하다가도 유진이의 말에 일단은 휴대폰을 꺼냈다. 생각해보니 그 사진은 희세 휴대폰에 있지 내 휴대폰에 그런 사진은 없으니까. 내 휴대폰은 클─린한 상태다. 리유와 찍은 사진은 아예 따로 폴더를 지정해 저장해놨으니까. 나 정웅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럽지 않다. ……내가 아니라 내 휴대폰. 나는 부끄러움 투성이지.
“우와! 엄청 귀여워! 근데 뭐야. 동갑 아니었어? 초등학교 5학년 귀여운 여자애 같은데. 웅도 너 설마…… 그런 거야?”
“아니, 뭔 소리야! 리유 같은 반이었다니까! 자주들 얘기하곤 하지만. 같이 있으면 그냥 한참 어린 동생 같다고.”
“응! 어떻게 이게 고2 페이스야! 키도 작아?”
“응. 152정도 되려나?”
“헤에.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152였는데.”
리유의 사진을 보고 감탄하는 유진이. 그러면서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나를 보며 은근한 목소리로 말한다. 로리콘……은 아닙니다! 합법(?)입니다! 열 일곱이에요! 리유가 절대동안이라 괜히 나만 이런 취급을 당한다. 물론 유진이의 말은 숫제 장난기 섞인 말투지만. 연신 감탄하며 리유 사진을 넘겨보는 유진이. 유진이와 함께 오랜만에 리유 사진을 보니 다시금 마음이 짠해진다. 같이 찍은 사진도, 리유 혼자 찍은 사진도 많이많이 있다. 천진난만한 미소의 리유를 보고 있자니 금방이라도 리유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그 많은 사진 중에, 여자친구랑은 볼에 뽀뽀하는 사진 한 장 없는데. 정작 희세랑은 그런 사진 찍었네? 웅도, 진짜 나쁜 남자네? 나쁜 남자가 아니라 개X끼 같은데.”
“으아아아─! 그렇게까지 말하면 내 죄책감이, 내 양심이……!”
“그러니까 사람이 착하게 살아야지! 나중에 네 여자친구 만나면 다 말할 거야!”
“악! 제발, 그것만은!!”
가만히 한참 사진을 쳐다보던 유진이. 힐긋 휴대폰에서 시선을 떼고 나를 쳐다본다. 그러더니 마음을 잔뜩 후벼파는 엄청난 말을 내뱉는다. 리유 사진을 보면서 그런 말을 들으니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안 그래도 저 사진 찍을 때, 저 데이트 할 때, 희세랑 같이 있는 순간순간마다 죄책감 때문에 견딜 수가 없었는데. 실제로 리유에겐 저만큼 한 적이 전혀 없으니까. 그러기는커녕 리유랑 놀이동산 같이 간 적도 없다. 어린 외모만큼 성격도 어리니 놀이공원 데려가면 엄청 좋아할 리유인데. 리유가 없으니까, 못 해준 것만 잔뜩 생각나고 자책하게 되는 요즈음인데.
유진이는 장난스럽게, 하지만 반쯤은 진지한 태도로 말한다. 그래, 내 잘못이지. 나쁜 남자는 개뿔, 유진이 말대로 X새끼지. 안 그래야지, 그러면 안 되지 하면서도 희세의 들이댐에는 어떻게 견딜 수가 없다. 못난 내 성격을 탓해야지. 하아. 유진이의 장난에도 잔뜩 식겁하게 된다.
박물관까지는 그렇게 유진이의 간봄에 농락당하며 잔뜩 빌고 애원하며 시간을 보냈다.

태그
0 김태신  lv 0 80% / 80 글 5 | 댓글 57  
안녕하세요. 힘세고 강한 아침이네요.
글 쓰는 사람 김태신입니다.
음... 재미있게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하지만 전 변태가 아닙니다.
오타쿠도 아니구요. 데헷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176편
나와 여자애와 동영상.avi 1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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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09화 - 2 0 김태신 16.10.09 1225 0
175 09화. 힘들지만 안녕, 하고 말하기 0 김태신 16.10.09 1147 0
174 08화 - 4 0 김태신 16.09.25 1288 0
173 08화 - 3 0 김태신 16.09.25 1156 0
172 08화 - 2 0 김태신 16.09.23 1089 0
171 08화.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0 김태신 16.09.22 1229 0
170 07화 - 3 0 김태신 16.09.22 1342 0
169 07화 - 2 0 김태신 16.09.18 1168 0
168 07화. 말했을 텐데. 0 김태신 16.09.18 1291 0
167 06화 - 4 0 김태신 16.09.17 1363 0
166 06화 - 3 0 김태신 16.09.17 1339 0
165 06화 - 2 0 김태신 16.09.16 1129 0
164 06화. 일장춘몽 0 김태신 16.09.16 1134 0
163 05화 - 4 0 김태신 16.09.12 1344 0
162 05화 - 3 0 김태신 16.09.12 1361 0
161 05화 - 2 0 김태신 16.09.11 1229 0
160 05화. 너를 내 것으로 하겠어 0 김태신 16.09.11 1491 0
159 04화 - 2 0 김태신 16.09.05 1128 0
158 04화. 마음만큼은 나도. 0 김태신 16.09.05 1316 0
157 03화 - 4 0 김태신 16.09.03 126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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