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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 27 - 검은장미인형록 (4차 리뉴얼 개시) by Seren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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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의 의미 - #0. 푸른 바다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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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SerenJ.U.[efiangel]  
조회 1054    추천 0   덧글 0    / 2007.08.17 11:42:34


#0. 푸른 바다의 마법사



나는 내 이름을 모른다. 그래서 이름을 찾아서 여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나의 여행은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죽음이라는 종착점에 닿아버렸다.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건, 서서히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나를 안고 있던 그녀에게 ‘고마워요. 하나우미 씨. 그리고 미안해요….’라는 말을 전하고 사라졌다는 것. 덕분에 그리 미련은 없다.

콰직.

“얼씨구. 이 녀석 보게. 이런데 넘어져 있으면 지나가다가 밟는다고.”

“에?”

나는 팔이 무언가에 밟히는 느낌에 고개를 들었다.

“나… 살아있네?”

나는 분명히 죽은 줄 알았는데. 그럼 여긴 천국인가? 아니, 내가 딱히 착한 사람일리도 없으니 지옥일수도. 나는 몸을 돌려 누웠다. 야자수 잎 사이로 흘러들어오는 따사로운 태양. 그리고 모래사장을 때리는 파도소리. 만일 현실이라면 여긴 절대로 서울이 아니다.

“여긴 도대체….”

“뭐야? 한국인이냐? 여행 온 거냐?”

그녀는 내 옆에 쭈그리고 앉더니 내 뺨을 콕콕 찔러댔다. 나는 팔을 저어 그녀의 손을 치워냈다.

“응?”

대롱거리는 팔. 얼레? 그녀는 자기 뺨을 긁적거리며 시선을 피했다.

“어, 그러니까, 에, 그, 뭐냐. 내, 내가 밟아서 부러진 거 아니다. 나, 몸무게 고작 52킬로밖에 안 나가고, 에, 그리고, 지금까지 여기저기서 사고치고는 다녔어도, 사람 팔을 분지른 적은 없어. 사, 사람 다리를 콩가루로 만든 건 거의 매일 하고 있지만, 팔은 분지른 적 없다. 지, 진짜다.”

나는 그녀의 말에 웃으며 몸을 일으켜 앉았다. 서울에서 죽은 내가 왜 여기에 이렇게 살아 있는지는 도저히 알 수 없지만, 지금은 그리 신경 쓰지는 말자. 이렇게 살아있는 건 내가 계속 여행할 수 있도록 하늘의 배려일 수도 있으니까.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에? 에! 그, 그러니까, 나, 나 무일푼이거든! 치, 치료비를 줄 돈은 없어! 그, 그러니까! 미안!”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뭔가를 버벅거리며 말하더니 허리 숙여 미안하다는 말을 하더니 쏜살처럼 사라져버렸다.

“에? 얼레? 나는 지금이 몇 년 몇 월 며칠인지 물어보려고 한 거였는데. 일단 내가 죽은 그 날로부터 얼마나 지났는지 알아볼 겸.”

나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고갤 숙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나뭇가지와 야자수 잎을 주어 부러진 팔에 단단히 동여매었다.

“됐다. 뭐, 이정도면 되겠지? 그럼 다시 시작하는 겸, 정보를 모아볼까.”

나는 좀 멀리 떨어진 곳에 보이는 해변가의 건물들을 향해 걸어갔다. 그렇게 반쯤 걸어갔을까? 건물이 있는 곳에서 모래먼지가 휘날리더니 아까 나를 버려두고 도망친 여자가 검은 양복을 차려입은 수십 명의 남자들에게 쫓겨서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거기 서!”

“서라고 서면, 그게 사람이냐!”

“아, 아까 그 사람.”

그녀는 나를 보더니 내 뒤로 돌아와 내 어깨를 잡았다.

“저, 저기, 협상하자!”

“뭔 개소리야! 협상은 개뿔! 감히 형님의 차 앞 범퍼를 발로 차서 뽀사먹은 년이 어디서 헛소리야!”

그 사내들은 순식간에 우리들 주위에 둥글게 서더니 씩씩거리며 달려들었다.

“뭐야? 뭐야?!”

갑자기 뭔 일이 벌어진 거야?! 나는 잽싸게 쪼그려 앉았다. 그 순간 내 등 뒤에 서있던 여자가 주먹을 내질러 내 앞에 달려오던 남자의 얼굴을 정통으로 쳐 밀어내었다. 그리고 그대로 몸을 앞으로 날리며 긴 다리를 양쪽으로 뻗으며 달려드는 사내들을 모두 발로 차내었다. 그리고 공중제비를 돌며 몸을 세우더니 이마에 땀을 닦고 내 손을 잡아 나를 일으켜 세웠다.

“미안해요. 방패막이로 삼아서.”

“방패막이… 인가요. 이번에는?”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우리가 어디서 만난 적이 있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한숨을 쉬며 야자수 잎을 칭칭 감아놓은 왼팔을 올렸다. 그제야 그녀는 손뼉을 치며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아! 아까 모래사장에서 내가 실수로 밟아서 팔 부러진 그!”

“네. 이제 기억났나요?”

그녀는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거의 순간이동에 가깝게 뒤로 물러났다. 나는 이번엔 반드시 물어보겠다고 마음을 다지며 그녀를 향해 달려갔다.

“잠깐만요!”

“헤엑! 도, 돈 없다고요!”

그녀는 뒷걸음질 치다가 내가 자길 향해 달리자 돌아서서 개 발에 땀나게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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