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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에서 온갖 의뢰와 잡일 따위를 도맡아 하는 조직의 통칭, 길드. 바로 여기에도 하나의 길드가 있다. 그 이름은, 어스. 매일같이 적자에 시달리는 길드의 상황으로 인해, 간부들은 골머리를 썩히고 있지만, 길드 마스터의 상태가?! 길드 어스에 어서 오세요!

[퓨전,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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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화.아련하게 몰려오는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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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갓카[anileonhart]
조회 1488    추천 0   덧글 0    / 2019.01.03 15:14:32

3화.아련하게 몰려오는 기억─.

 그로부터 3년 전 어느 날, 카로스가 일어선 때는 이미 오전이 전부 지나가 버린 점심이었다.
 아아, 그렇다. 늦잠을 자고 말았다.
 오늘 해야 할 일은 무엇이었더라, 무언가 중요한 걸 잊고 있었던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침대에서 일어나 부스스한 앞머리를 대충 넘기고, 책상 위를 보자 달력이 보인다.
 날짜를 살펴보자, 오늘은 월요일로 시간은 11시 반…을 조금 넘겼을까, 그리고… 오늘의 날짜에 동그란 표시가 되어 있다.
 아, 그렇다. 오늘은 길드 등록이 있는 날이다.
 길드 관리 사무소에서 길드 등록 허가증을 제출해야하는 날이다.
 그런데… 늦고 말았다!
 카로스는 재빨리 주섬주섬 옷을 대충 챙겨 입고 현관문을 열어젖혔다.
 한시가 바쁘다.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면 전부 물거품으로 돌아간다.
 몇 시까지 가야했더라, 12시부터 점심시간으로 휴무에 들어가니까… 30분도 채 남지 않았다!
 카로스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숨이 멎을 것만 같이 필사적으로 달렸다.
 아슬아슬하게 신호등을 비껴간 횡단보도를 건너, 앞에 보이는 장애물 따위는 대강 뛰어넘으며─필사적으로 길드 관리 사무소를 향해 달려 나갔다.
 사무소의 문은, 다행히 아직 열려 있었다.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해보자─잠깐, 너무 급하게 나오는 바람에 두고 오고 말았다. 이래서야 지금 시간을 알 수조차 없다.
 카로스는 노심초사해하며 사무소의 문을 슬그머니 밀었다.
 "…저기 계신가요…?"
 떨리는 눈빛으로 안쪽을 살펴보자 중앙의 업무용 책상과 공무원으로 보이는 사람을 제외하고 아무도 없었다.
 길드를 등록하려는 사람도, 가입하려는 사람도 없다. 그렇다는 건 즉, 설마 문을 닫을 생각인가, 아아─!
 너무나 힘겹게 달려온 탓인지, 아니면 허탈한 기분 탓인지, 다리에 힘이 풀린다.
 카로스는 기둥을 붙잡고 버티며 안경을 쓴 채 잔업을 처리하는 듯 한 공무원의 눈치를 살폈다.
 공무원도 그런 카로스의 시선을 느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카로스가 있는 문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거기 서 계시지 말고 들어오세요. 무슨 용무로 오셨습니까?"
 그 말을 듣고서야 카로스는 비로소 사무소 안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저기, 길드 등록을 하려고 하는데요. 여기 필요한 서류들을……."
 "네, 이쪽에 제출해주시면 되고요. 어디보자…."
 꿀꺽─.
 자신도 모르는 새 몸이 굳어 버리고 말았다.
 잔뜩 긴장하여 뻣뻣하게 굳은 몸으로 서류를 올려놓고, 카로스는 공무원의 앞에 앉았다.
 어쩐지, 온몸이 근질거려 견딜 수가 없었다.
 "길드 이름이 독특하네요. '어스'? 무슨 의미라도 있나요?"
 뜨끔─.
 길드 이름이 '어스'인 건 그저 어감이 좋아서일까.
 "…아뇨. 그다지 특별한 뜻은 없는데……."
 "길드를 만들려는 목적도 애매하게 적혀있네요."
 "…네."
 공무원의 말에, 카로스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길드를 만들려는 건 그저 예전에 들었던 소문 때문이었다.
 앞으로는 길드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검술 학원을 졸업한 지 몇 년이 지난 후에야 카로스는, 길드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자신의 길드, 그 이름은 '어스'.
 "요새 새로 생긴 길드들이 많은데 혹시 그쪽에 들어가실 생각은 없는 거고요? 길드는 생각보다 자금이 많이 필요해요. 보니까 스폰서도 없고 혼자인 것 같은데……."
 정확하게 짚었다.
 카로스는 홀몸으로, 가진 것은 검술 학원을 졸업했다는 졸업장과 학원장의 추천장, 그리고 모아둔 돈 뿐이었다. 그 외에 다른 동료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다른 길드에 들어가는 것은 영 내키지 않았다.
 "꼭 길드를 만드시겠다면야 접수해드리겠지만, 상처만 받으실 지도 몰라요. 자금난에 시달려 파산한 길드도 많거든요."
 줄곧 땅바닥만 바라보고 있던 카로스는 그제야 고개를 들며 말했다.
 "…길드를 등록해주세요."
 공무원은 카로스의 말을 듣고 잠깐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
 "네. 일단 '어스'로 길드 등록은 해드릴게요. 자세한 사항은 여기 동봉된 지침서에 나와 있습니다. 그럼 모든 것은 하프 랜드 조약에 따른다는 부분에 서명해주세요. 그럼 등록은 완료됩니다."
 펜을 잡은 카로스는 자신도 모르게 잠깐 주저했다.
 절대로 겁을 먹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여기에 서명하는 순간, 자신은 한 명의 '길드 마스터'가 되며 작은 사무소를 운영하게 된다.
 어쩌면 동료들이 늘어나 길드가 번창해나갈 수도 있고, 정 반대로 홀로 자금난에 시달리다 파산할 수도 있다.
 그 모든 것들이 지금 이 순간 카로스의 손 안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그리고 카로스는, 말없이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길드 등록이 완료되었습니다. '길드 마스터' 카로스·카를로이·페로님."


─사전에 구비해둔 작은 길드 사무소는 저번에 왔을 때 청소를 끝내두었지만, 오늘부터 새로 시작하는 길드 '어스'를 위해 한 번 더 청소하기로 했다.
 창틀을 닦고, 먼지를 털고, 곳곳을 반짝반짝 광이 놔도록 닦아둔 후, 책상 앞에 길드 마스터의 명패를 놓은 후에야 길드 대 청소는 마무리되었다.
 대략 1시간 정도 걸렸을까, 대청소를 마친 카로스는 너덜너덜한 몸이 되어 의자에 힘없이 쓰러졌다.
 "역시 청소는 피곤해……."
 먼지 투성이였던 작은 사무소는 이제 어렴풋하게나마 전형적인 사무소의 모습을 띄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말하자면─뭔가 있어 보였다.
 의자에 걸터앉아 거만하게 책상 위에 다리를 올려놔 보기도 하며, 카로스가 잠시 자신이 길드 마스터가 됐다는 사실에 도취해있을 무렵, 시간은 오후 4시가 되었다.
 장시간 그렇게 혼자 앉아 있다 보니, 공무원에게 들었던 말이 뇌리에 스쳐갔다.
 파산─.
 왜 벌써부터 그런 불안감이 드는 걸까.
 아직 길드를 만든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의뢰하려는 사람도, 가입하려는 사람도 오지 않아서일까.
 "누구 안 오려나……? 하긴, 이제 막 만들었는데 올 리가 없지. 내일부터는 제대로 홍보라도 해볼까."
 따분한 기분 속에서 스스로와 타협하며, 카로스는 피곤함에 길게 하품을 하며 의자에 늘어졌다.
 "…대충 다 끝난 건가……. 이제 사람이 오기만 기다리면 되는 거겠지?"
 그럼 그동안 잠깐 쉴까─.
 할 일을 대강 끝냈다고 생각한 그제야 피로가 몰려와 잠이 온다. 머지않아 카로스는 쓰러지듯 책상에 엎어졌다.

 똑똑─.
 얼마나 지났을까, 카로스는 작게 들려오는 노크소리에 기지개를 펴며 책상에서 일어났다.
 "대체 몇 시간이나 잔거지?"
 벽 한쪽 구석에 걸려있는 시계를 보니 7시, 어느새 3시간이 지나있었다.
 똑똑─.
 다시 들려오는 노크소리에 카로스는 그제야 누군가가 찾아왔음을 인지했다.
 저 문 너머에 있는 사람은 누굴까.
 의뢰를 맡기러 온 의뢰인일까, 길드에 가입하러 온 누군가일까. 어느 쪽이던 자신은 환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들어오세요!"
 삐그덕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여성으로 보이는 윤곽이 모습을 드러냈다.
 양쪽으로 땋은 짙은 오렌지색의 머리카락과 깔끔한 옷차림, 티 없이 순진무구해 보이는 눈동자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처음으로 길드에 찾아준 손님이었다. 환영해야한다는 압박감에, 카로스는 어색하게나마 이것저것 말을 꺼냈다.
 그러나 길드를 찾은 미소녀는, 약간 겁을 먹고 경계하는 듯 한 태도로 임했으며, 상당한 긴장감이 여기까지 느껴졌다.
 카로스 또한 그런 여성의 태도에 어찌해야할 지 몰라서, 그저 똑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덕에 어색한 시간만이 흘러갔다.
 그러던 와중, 길드 어스에 처음으로 찾아온 여성은 긴장한 듯 길드 사무소의 이곳저곳을 곁눈 짓으로 살피더니, 정적을 깨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기…… 여기가 혹시…?"
 카로스의 앞에서 긴장한 듯, 다소 갈라진 톤의 목소리였다.
 "네, 길드 '어스'입니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죠?"
 잔뜩 긴장한 것은 카로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여성보다 더 쭈뼛쭈뼛하게 서서 환영하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가입하러 왔는데요…."
 오렌지색 머리카락을 한 여성은 지팡이를 들고 조심스레 길드 안쪽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혹시… 마술사… 이신가요?"
 "네… 이름은 저…… '아리엔느·시트리아·로리먼트'라고 해요. 북부 출신이고… 자… 잘 부탁드립니다!"
 말을 더듬는 그녀의 앞에선 카로스도 마찬가지로─.
 "…예…… 예에! 전 길드 마스터 카로스… 입… 입니다."
 "네에!"
 자신을 '아리엔느·시트리아·로리먼트'라고 소개한 여성은 누가 봐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카로스를 지나쳐, 길드 마스터의 명패가 있는 책상으로 향했다.
 "…저 길드에 가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일단 여기 있는 서류들을 작성하셔야 되고… 여기 이 세 군데 서명해주세요."
 조심스레 건넨 서류를 작성하는 로리먼트의 앞에선 카로스는 머쓱함을 느끼곤, 로리먼트를 힐끔힐끔 살펴보며 헛기침을 했다.
 얼마 후, 다 작성된 서류를 훑어보던 카로스는 로리먼트가 자신과 동갑이라는 사실과, 북부의 유명한 마술협회에서 치유 마술을 전공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처음으로 길드에 가입한 사람이 이렇게 유능한 사람인 것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이건… 대체 무슨……."
 어째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실력을 가진 마술사가 이런 조그만 길드에 찾아온 것인가.
 "예?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아니요. 졸업하신 곳은 엄청 유명한 곳으로 아는데… 더 좋은 곳에 가실 수도 있을 텐데 왜 굳이 이런 허름한 길드를……?"
 카로스의 말을 마지막으로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로리먼트는 무언가를 곱씹는 듯 한 태도를 취하더니, 방긋 웃으며 말했다.
 "그야, 저 떨어졌거든요. 다른 데는 전부…… 적성에 맞지 않다고……. 그래서 일단 길드부터 시작해보려고 해서요."
 아아, 이런, 혹시 아픈 구석을 건든 건 아닐지 하는 생각에 카로스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 그러셨구나…. 아무튼 길드 가입은 완료되셨고… 나이는 열여섯… 동갑이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어라? 그럼 편하게… 카로스씨…라고 부르는 편이 나으려나? 아니면 카로스?"
 다소곳이 앉은 로리먼트를 보며 카로스는 허둥대며 말했다.
 "그… 그건 약간 부담스럽…네요…, 아니, 부끄럽네……. 나도 길드 마스터가 된 지 하루밖에 안 됐거든…… 하하."
 "…풀 네임은 여기 명패에 적혀있는 건가? 으음… 문체가 독특해서 못 알아보겠어. 저기, 이건 어떻게 읽는 거야?"
 로리먼트는 책상에 놓인 명패를 가리키며 물었다.
 "아, 그건 '카로스·카를로이·페로'라고 읽어."
 "응? 카로…… 카?"
 잘못들은 걸까, 카로스 자신도 당황한 탓에 말을 서두르고 말았다.
 카로스는 재빨리 말을 고쳤다.
 "그러니까… 카로스·카를……."
 "그렇구나! 카카! 독특한 이름이네."
 역시 잘못 들은 게 맞다. 다시 한 번 이름을 정정해주려던 카로스의 앞에서 로리먼트는 작게 손짓하며 말했다.
 "카카라고 부르는 편이 어감이 더 좋으니까, 카카라고 부를게. 응?"
 카로스는 자신의 이름, '카로스'로 불리는 것을 포기했다. 로리먼트의 애칭 전파(?)에 의해 지금에 이르러서도 몇몇은 자신을 '카카'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있다.
 "…그래. 편할 대로 불러."

 * * *

 그것이 카로스와 로리먼트의 첫 만남이었다.
 길드 어스에 찾아온 첫 번째 손님이자, 첫 번째로 가입한 길드원, 로리먼트─.
 처음에는 다소곳한 태도에 얌전한 아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아, 정말! 지하철 타야 되는데 하나 놓쳤어!"
 처음 만날 때는 이렇게 기운이 넘치는 당찬 여자애인 줄 몰랐다.
 "이렇게 이른 시간부터 고생이 많아."
 째릿─.
 로리먼트가 앙칼진 눈을 한 채 카로스를 노려본다.
 "어… 전이 마술이라도 배워두는 편이 나았으려나……."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하며 카로스는 로리먼트의 시선을 애써 피해 돌아섰다.
 "그나저나 엄청난 인파네. 원래부터 이렇게 북적댔던가?"
 8시 반이라는 이른 시간─. 카로스에게는 이제 막 수면에 빠져들 시간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로리먼트가 한 시간이나 일찍 자신의 집을 찾은 것도 이런 부분까지 계산한 것일 테지만, 이미 늦어버린 걸 한탄해봤자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쯤은 카로스도 알고 있었다.
 출근하려는 사람들이 한창일 때, 지하철 정류장에 카로스와 로리먼트는 북적이는 인파를 피해서 한 쪽에 나란히 섰다.
 하품을 하며 서 있는 카로스의 옆에서 로리먼트는 스마트폰을 꺼내 소리 없이 누군가한테 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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