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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에서 온갖 의뢰와 잡일 따위를 도맡아 하는 조직의 통칭, 길드. 바로 여기에도 하나의 길드가 있다. 그 이름은, 어스. 매일같이 적자에 시달리는 길드의 상황으로 인해, 간부들은 골머리를 썩히고 있지만, 길드 마스터의 상태가?! 길드 어스에 어서 오세요!

[퓨전,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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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화.길드, 「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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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갓카[anileonhart]
조회 1582    추천 0   덧글 0    / 2019.01.03 15:15:13

4화.길드, 「어스」

 「응, 하나 놓쳤어.」
 그러자 스마트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짜증 섞인 남성의 목소리─.
 「하아─거참, 에휴, 나 같으면 두 시간은 일찍 녀석을 찾았을 거다. 비록 우리가 갑인 입장은 변함없지만, 미팅 시간이 11시인데 어스에 들렸다가 장소로 가는 시간도 있으니 한 시가 급해. 대체 뭐하다 이렇게 늦은 거야?」
 레드문의 짜증을 들으며, 로리먼트는 말없이 카로스를 노려보았으나 카로스는 그런 로리먼트의 시선을 애써 피하며 딴청을 피웠다.
 「그리고 그 놈, 지금 무슨 옷 입고 있냐? 정장이나 길드 제복으로 갈아입어야 하는데 길드에 들릴 시간은 충분하려나? 머리도 좀 자르라고 하고─.」
 힐끔하고, 로리먼트는 그제야 카로스의 옷차림을 다시 살펴보았다.
 머리는 부스스한 머리에 오랫동안 자르지 않아 눈을 다 가릴 정도로 내려왔고, 옷은 그저 활동하기 편한 운동복 차림이다.
 제아무리 길드 어스가 잘나가고 지금 '갑'인 위치라고 해도 이런 누추한 차림의 길드 마스터를 내보내는 건 상대 길드에 대한 노골적인 도발로 보일 가능성이 있었다.
 「…보니까 그래야겠네. 근데 그럴 시간은 없을 거 같아. 길드에 들렸다 가기에도 빠듯한 시간인걸.」
 「하다못해 옷 정도는 갈아입혀라. 이번 거래는 중요한 사안이니까, 나도 오늘은 가능한 한 자제해볼 생각이야.」
 그리고 전화가 끊어진 듯, 로리먼트는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카로스는 그 옆에서 힐끔거리며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하아……."
 로리먼트는 길게 한숨을 쉬며 양팔을 쭉 뻗었다.
 카로스는 또 무언가 찔리는 것이 있는지 흠칫하며 로리먼트의 동향을 살폈다.
 역시 이른 아침에 끌려나온 자신도 피로에 찌들었지만, 피곤한 것은 로리먼트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무엇보다 로리먼트가 집에서 올 거리까지 생각해보면 나온 시간은 더 이른 시간이었을 게 분명하다.
 "…미안… 그나저나 방금 통화한 건 레드문이야?"
 "응, 만약 오늘도 너랑 연락 안 되거나 하면 집을 철거해버리겠다고 하더라."
 "…그건 좀 무서운 데……."
 어째서인지 레드문은 진짜로 집을 철거해버릴 것만 같다. 충분히 그럴, 아니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다. 그래도 목소리를 들어보니 그 독불장군 마인드는 어디가지 않은 모양이었다.
 준과 답위같은 다른 동료들의 안부가 문득 궁금해진 카로스는 지나가듯 슬쩍 물었다.
 "레드문이나 다른 애들은 잘 지내?"
 "…너, 앨리스 병문안은 매일같이 갔던 거 같은데 그걸 이제야 물어보는 거야? 그동안 나도 다른 애들도 아주 관심도 없었지? 앨리스한테는 지극정성으로 대하면서……."
 이런, 지뢰를 밟아버렸다.
 "아, 그런 게 아니라…… 그게……."
 처음의 의도는 그렇지 않았지만 마땅히 변명할 말도 없었다. 그 중 절반은 사실이었으니까─.
 로리먼트가 말한 앨리스는 혼수상태로, 정확히는 식물인간 상태로 병실에 누워 아직도 깨어나지 못한 길드원이다.
 그녀가 그렇게 된 이유는─다름 아닌 카로스의 잘못이다.
 그 무거운 책임감에, 카로스는 다른 건 몰라도 앨리스의 병문안만큼은 빼먹지 않았다.
 물론, 병원비는 어스에서 지불하고 있지만 여타 사정으로 제때 지불되지 않을 경우 카로스 자신의 계좌에서 빠져나가도록 처리 해두었다.
 앨리스가 그런 모습이 된 지 벌써 몇 년이 지났던가.
 어스를 적대하던 길드 에인헤야르간의 전쟁에 휘말려버린 그녀는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던 순간에 카로스 자신의 실수로 그렇게 되었다고─적어도 카로스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앨리스 대신 카로스가 희생되었어야 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몸을 내던져 카로스를 구하고 식물인간이 되고 말았다.
 만약에라도 앨리스가 깨어날 가능성은 1% 미만이라고, 담당의는 절망적으로 말했었다.
 그 이후였던가, 그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카로스가 방에 틀어박혀 길드에도 나오지 않게 된 것이─.
 "잘 지내. 근데 카카, 지금 길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고 있어?"
 정적을 깨고 먼저 입을 연 건 로리먼트였다.
 "……."
 "네가 없는 동안 많은 일이 있었어. 우선 길드는 카카, 네가 알던 모습이 아닐 거야. 레드문의 사업으로 길드는 의뢰 수행보다는 하청 업체들을 부리는 쪽으로 노선을 돌렸으니까, 직접 의뢰를 수주하는 일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어."
 "…그렇구나."
 "…최근에 들어서는 전투원으로 지원하는 사람은 적고, 대부분이 사무요원이야. 중소기업에서 쫓겨나온 사람들이 길드에 가입해오고 있어. 언제 잘릴지 모르는 그쪽 일들 보다는 이쪽이 안전하다고 판단한 거겠지. 하긴 요즘은 명예 결투같이 싸울 일은 줄었으니까 어떻게 보면 소위 말하는 꿀… 이겠지."
 대부분의 길드가 그렇다시피, 길드 '어스'도 마찬가지로 사무직과 의뢰 수행에 나서는 직급을 나누고 있다.
 로리먼트와 마찬가지로 그 둘 다 수행하는 '어드민'에 속하는 길드원도 있지만, 길드간의 갈등이 줄어든 지금은 오로지 전투에만 참가하던 전투원들의 일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들었다.
 "…길드원들의 수만 지금 2000명이 넘어. 그중 과반수가 사무요원이고, 전투 요원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지. 그 중 정상에 있는 건 답위와 준이고……."
 답위와 준은 길드 초창기 때부터 함께해온 동료들이자 어스의 최정예 전력이다.
 답위는 방패와 검을, 준은 메이스를 능숙하게 사용하며 지금까지 카로스와 함께 생사의 고비를 수도 없이 넘나들었다.
 그나저나 자신이 있던 때만 해도 대형 길드에 속했었고, 그 때의 길드원은 전투원과 사무요원을 합쳐봐야 500명도 채 되지 않았다.
 그것이 2000명이 넘어가는 머릿수를 이루게 되다니, 참으로 비약적인 성장이라고 볼 수 있다.
 길드 마스터인 자신이 사라졌음에도, 레드문의 지휘 하에 어스는 성장했고, 오히려 더욱 더 번창하고 있다….
 "…딱히 내가 없어도 상관은 없었나 보네……."
 "…그건 아니야. 네가 없는 동안 레드문이랑 다들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특히 길드 마스터간의 일에는… 거의 레드문이 도맡아하기는 했지. 길드원 대부분은 레드문이 길드 마스터인 줄 알고 있을걸?"
 "으응……. 잘 된 일이네."
 "그러니까─."
 로리먼트가 지팡이를 꺼내들었다.
 "시무룩해 있지 말라고 바보야!"
 그리고는 콩, 하고 카로스의 머리를 가볍게 쳤다.
 "아야……."
 "하아, 할 일이 많아. 정말로… 으, 어떡하면 좋아……."
 정수리 부근을 만지작대는 카로스의 옆에서 로리먼트는 혼자 안절부절 못해하면서도 하루빨리 지하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지금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기다리고 또 기다렸던 순간, 로리먼트는 카로스의 팔을 붙잡은 채 인파를 낑낑대며 뚫기 시작했다.
 "잠깐만, 아파!"
 "빨리 와! 이거 못 타면 진짜로 끝이라구……!"
 지하철에 들어와서 로리먼트가 붙잡은 자리는 새빨간 자국이 남을 정도로 꽉 붙잡았던 흔적이 남았다.
 '…로리먼트가 원래 이렇게 힘이 쌨었나?'
 아직까지도 다소 피곤한 기색이 있는 카로스였지만, 로리먼트에게는 나름대로 고맙게 느끼고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자신을 데리고 나와 주는 건 로리먼트 뿐이다.
 만약 찾아온 것이 레드문이나 준이었다면 이런 흔적 정도로는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준은 이전에 노크를 한답시고 메이스로 현관문을 부순 적이 있으며, 답위는 방패로 문고리와 창문을 부순 전적이 있다. 그리고 레드문은… 떠올리기도 싫은 악몽이었다.
 그래도 그 기억들은 나름대로의 추억으로 남았다.
 지금, 모두로부터 등 돌린 것은 자기 자신이니까. 이제 와서 동료들의 얼굴을 다시 볼 엄두조차 없었다. 로리먼트가 찾아오지 않았더라면─틀림없이 계속, 길드같은 건 새까맣게 잊어버린 채 그 방에서 있었으리라.
 "…맞아, 가끔 길드를 찾는 사람들이 카로를 너로 착각하더라고……."
 카로는 '카츠포스 로젠'의 애칭이다. 자색 머리칼의 남성 엘리트 전투원이며, 스스로 이름을 줄인 약칭이 '카로'인 탓에 길드 마스터 '카로스'와 종종 헷갈리는 일이 있다며, 로리먼트는 쿡쿡대며 웃었다.
 "그 녀석도 잘 지내나 보네…."
 카로와 좋은 추억은 거의 없는 카로스였다. 인연인지 악연인지도 모를 정도로 만나면 다투기만 했던 게 일상 다반사였고, 그때마다 항상 얼굴을 붉혀왔다.
 그가 왜 그렇게 자신을 싫어하는 지는, 갈피조차 못 잡고 있었다.
 그렇게 실없는 잡담을 하며 7개 역을 지나서야, 카로스는 길드 '어스'가 있는 문이신 역에 도착했다.
 지하철을 타는 내내 숨이 막혀와서, 카로스는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깊은 숨을 토해냈다.
 "허억…… 헉……."
 가슴에 손을 짚은 채 힘겹게 가쁜 숨을 내뱉는다─.
 가벼운 공황장애라고 했던가, 증상이 계속되면 약물 치료를 하는 게 좋겠다고 언젠가 의사가 말했었다.
 허겁지겁 숨을 몰아쉬는 카로스의 옆으로 로리먼트가 폴짝 뛰어내렸다.
 "왜 그렇게 지쳤어? 별 것도 안 했는데……. 괜찮은 거야? 카카."
 "그게… 혼자 지내다 이렇게 갑자기 사람 많은데 오면 좀…… 머리가 아파서……."
 "…괜찮은 거지? 일단 3번 출구로 나가면 바로 보일거야."
 "으응… 그래……."
 로리먼트의 뒤를 따라 인파를 헤쳐 나온 문이신 역의 3번 출구 계단을 오르자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건물이 있었다.
 깔끔하고 심플한 디자인의 초거대 빌딩을 보며 카로스는 잠시 망설이다 머금고 있던 말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저… 혹시 저게……."
 로리먼트는 뿌듯해하는 얼굴을 한 채 미소 짓는다.
 "응, 맞아. 우리 길드 '어스'야."
 "내가 기억하는 것과 너무 달라……."
 그때는 조그만 오두막 같은 느낌이었는데─하고 카로스는 거대한 길드 건물을 보며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휘황찬란한 자태를 자랑하는 본관 건물을 제외하더라도, 길드를 둘러싼 조경 또한 완벽했다. 공원을 연상시키듯이 줄지어 늘어선 나무들과 새하얀 대리석 길은 길드 본관까지 바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가까워져가는 건물을 보며, 카로스는 본관 외에도 수 없이 많은 부속 건물이 줄지어 늘어섰음을 깨달았다.
 '언제 이렇게나 성장한 거냐…! 어스! 이게 내 길드였다고……?'
 자신이 기억하던 길드의 모습과 너무나도 다른, 무척이나 낯선 광경이었다. 이렇게 걸어가면서도 이 건물, 아니, 이 지부 전체가 길드 '어스'라는 사실이 도저히 믿겨지지가 않았다.
 "저 건물들은 다 뭐야? 어느새 저렇게 늘어섰데……."
 "저기 있는 건 로우리린 지하 사무소고……, 또 그 옆은 길드 휴게실이랑… 저기는 흡연구역이네. 아, 저기 답위가 있어!"
 로리먼트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시선을 돌리니, 검은 와이셔츠 차림으로 본관 정문 앞의 기둥에 기대어선 검정 와이셔츠 차림의 건장한 남성이 보인다.
 카로스 또한, 그 모습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어스의 간부인 '답위'였다.
 오늘따라 약간의 퀘퀘한 느낌을 받는 건 기분 탓일까, 사탕인지 담배인지 모를 무언가를 물고 있던 답위는 길게 내려온 푸른 장발을 뒤로 넘기며 카로스를 반겼다.
 "여어, 카로스. 오랜만이야. 웬일이야?"
 나직하게 던진 인사말에 조용히 앞에서 가던 로리먼트가 작게 중얼거린다.
 "길드 마스터가 길드에 오는 게 저렇게 느껴질 정도면……."
 다행히 변한 건 길드 건물뿐인 것 같아 카로스는 조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나도 모르겠어. 오늘 일이 있다고…."
 "보니까 또 로리먼트한테 끌려나온 모양인데, 아~ 난 조금 있다가 일 때문에 올라가봐야 해. 정말이지, 익숙하지 않다니깐……."
 불쑥 로리먼트가 끼어들어 카로스의 발을 재촉한다.
 "지금은 바빠. 인사는 나중에 하고, 일단 안으로 들어가자. 카카."
 "그렇게 됐으니 잠시만……."
 "그래, 아마 중요한 일이겠지. 서둘러서 가 봐."
 답위는 그렇게 말하며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는 입에 문 하얀 막대를 쓰레기통에 던졌다.
 …카로스가 지나가며 슬쩍 확인한 결과, 그건 담배가 아니라 레몬향 막대 사탕이었다.
 로리먼트의 뒤를 조심스럽게 따라 걸으며, 본관 건물로 들어선 카로스는 세련된 어스의 내부 광경에 연신 감탄했다.
 정중앙에는 작은 어항이 있었─아니, 수족관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커다랗다. 그 옆에는 갖가지 묘목들과 꽃들이 들어선 화분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으며, 사무요원들이 커피를 나누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새롭게 느껴지면서도 예전에 알던 길드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달라진 이질감이 교차하며, 카로스의 마음을 몇 번이나 연달해 뒤흔들었다.
 몇 년간 활동하지 않던 카로스에게 있어서는 이 모든 상황이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았다.
 바뀐 환경부터 처음 보는 길드원들의 모습까지, 자신이 부재중일 동안 변한 길드를 너무나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눈치 채지도 못한 새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모든 것이 변했다. 변하지 않은 건 오직 자신 뿐─.
 "빨리 가 봐야 되는데…… 엘리베이터를 타는 게 낫겠어."
 "엘리베이터도 생겼어?"
 로리먼트의 뒤를 따라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기를 기다리던 와중, 카로스의 옆에 누군가 조용히 다가섰다.
 "저기…, 혹시…… 카로스……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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